물의 잠 재의 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0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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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라노 젠조! 동료들은 그를 '무라젠'이라고도 부른다. 주간지 '주간 담론'의 프리랜서 기자이기도 한 그는, 타고난 '특종꾼'으로 통한다. 모든 기자들이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느 한순간 한순간을 놓치지 않고 뭐 좋은 소재가 될 만한 기사꺼리가 없는지 두리번 거린다. 무라노 젠조라는 이름은 바로 독자들에게 익숙한 탐정 '무라노 미로' 시리즈에 종종 등장하는 그녀의 아버지이다. 탐정 무라노 젠조! 매력적인 탐정 무라노 미로의 아버지, 이 작품 <물의 잠 재의 꿈>은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이다.

 

탐정 무라노 미로! 아니, 이번엔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보자.

스물 아홉살의 주간지 프리랜서 기자, 아직 미혼, 주니치 드래곤의 팬이기도 한, 어떤 후배의 말에 따르면 '항상 킁킁거리며 무언가를 쫓는 사냥개처럼 귀가 쫑긋서 있다.'는 무라노 젠조. <물의 잠 재의 꿈>은 무라노 미로 시리즈에서 잠깐씩 등장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증폭 시키던 그녀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물음표를 찾아내기 위해 꽤나 몸이 달아있을 것이다. 미로의 아버지 무라젠이, 기자에서 어떻게 탐정이 되었는지, 그를 탐정의 세계로 이끈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미로 출생과 관계된 이야기들, 아니 그 이전 무라젠의 사랑은 어떠했는지... 등등

 

'폭탄이다!'

1963년 9월, 전후 2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일본! 지하철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다. 자신을 '소카지로'라고 말하는 이 테러범은 벌써 수차례 이와 유사한 사건을 일으키고 있다. '소카지로'? 왠지 익숙한 이름이라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줄 안다. 바로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에서 주요 인물로 낯이 익기때문일 것이다. '64년 도쿄 올림픽이 일어나기 이전에 일어난, 영원한 미제가 되어버린 연쇄 폭탄테러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소카지로다. 이번에도 이 소카지로 사건은 주요 소재가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무라젠이 있다.

 

자신이 탄 지하철에서 폭탄 테러를 경험한 무라젠은 소카지로 사건에 관심을 갖게되고 고바야시와 하시모토를 데리고 이 사건을 추적하게 된다. 소카지로 사건과 더불어 무라젠의 관심은 자신의 절친인 고토와 <주간담론>의 창립자인 도야마에게도 이어진다. 도야마는 무슨일인지 조직폭력배들의 협박을 받고 있고, 주간지계의 알랭들롱이라 불리는 멋쟁이 고토는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뭔가 미심쩍은 냄새를 맡은 무라젠은 그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또 하나의 사건은 우연찮은 기회로 찾아온다. 형의 무탁으로 가출한 조카 다쿠야를 찾으러간 무라젠은 '오타케 사나에'라는 이름의 추억속 그녀를 스치듯 만나게 되고, 잠시 과거 추억속에 잠긴다. 고토와 사나에... 그 사이에 선 무라젠. 어쨌든 문란한 파티장에서 다쿠야를 데리고 나오던 무라젠은 조카의 부탁으로 '다키' 라는 여학생을 집까지 데려다주게 된다. 하지만 그녀 아버지의 폭력으로 다키를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재워주게 된 무라젠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살인 용의자로 내몰리는 상황과 맞닥드린다.

 



 

소카지로 사건, 고토와 도야마, 다키 사건으로 살인용의자로 몰리고 그 과정에서 추억속 그녀 사나에와의 또 다른 만남! 네가지 사건이 서로 뒤섞이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는 재미를 더해간다. 한편 지하철 폭탄테러가 있은 직후 소카지로는 요시나가 사유리라는 인기 아이돌에게 돈을 요구하며 협박장을 보낸다. 고토에게 편집장 자리를 제의한 '대일본 건축문화 진흥회'와 도야마를 협박하는 야쿠자, 그리고 다키와 사나에...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시간의 흐름속에 꼬일때로 꼬여버린 실타래를 하나둘씩 풀어놓는다. 쉴새 없이 내달리는 무라젠의 땀과 열정으로 ....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외전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과 무라노 젠조의 모습은 아직 초보 탐정에 불과한 미로의 모습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종꾼, 프리랜서기자라는 직업에서 자연스럽게 풍기는 치밀한 행동들과 광범위한 정보수집력, 기자로서의 직감이 풀어내는 사건의 진실은 독자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해보인다. 초보 탐정답게 아직은 감성적이고 미숙한 느낌을 많이 풍기는 미로와는 다른, 상당히 이성적이고 균형잡힌 행동과 남성적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며 야쿠자, 경찰과 몸으로 부딪히는 무라젠의 활약상이 아직은 2% 부족한 미로에게 보이지 않는 특별함을 전해준다.

 

미로 출생의 비밀, 아마도 <물의 잠, 재의 꿈>을 만나면서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았던 독자들이 많았을 줄 안다. 그러면서 무라노 젠조의 사랑에 시선이 이어졌음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안타깝고, 끈어질듯 아슬아슬 이어지는 그들의 인연, 앞으로 그려질 그와 그녀의 사랑이 더욱 궁금해진다. 고토와의 우정, 사나에를 둘러싼 숨겨진 감정들, 삼각관계... 긴박하게 벌어지는 사건들과 자신을 옭죄어오는 살인 혐의 속에서 무라젠의 숨겨진 사랑, 미로와의 인연이 조심스레 고개를든다.

 

'그대는 아는가. 불탄 재 속에 찬란한 다이아몬드가 숨어 있음을...'

'난 인형이니까.' 소카지로 사건으로 시작했지만 다키의 사건으로 문제를 풀어낸다. 다키가 말했던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리노 나쓰오는 전작에서 그려내던 그녀만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 전후 얼마 지나지 않은 일본 올림픽을 즈음한 시기, 사회적인 폭력, 불편한 욕망을 꿈꾸는 사람들, 화려함 이면에 숨어있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과 진실들이 작가의 펜끝에서 그 짙은 어둠을 그려낸다. 조금더 재미있고 촘촘하며 남성적인 느낌의 탐정소설, 미라노 미로시리즈를 있게 만든 무라노 젠조의 매력이 등장부터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저는 저 자신을 위해서만 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신 일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단.... 제 마음이 내킬 때에만, 그게 조건입니다.' - P. 486 -

 

탐정 무라노 미로를 가능하게 만든, 그녀의 아버지 무라젠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제 첫 만남을 가진 미로와 젠조, 그와 그녀의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조금더 독자들을 찾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니, 무라노 젠조의 젊은 시절이 더 많이 그려졌으면 좋겠다. 조금더 박력 넘치고 이미 준비된 탐정으로서의 매력을 가진 그의 활약이 너무나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 이면의 어둠을 담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는 치밀하고 섬세한 이야기, 기리노 나쓰오에게 엄지손가락을 내어놓을 수 밖에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무라노 미로와 젠조, 그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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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하는 아우야! - 법정스님 친필편지
박성직 엮음 / 녹야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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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無所有), 그리고 '버리고 떠나기'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벌써 일년! 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유난히 나라의 어른들을 많이 잃어버린 2010년의 어둡고 길게 느껴지던 그 시간들이 아직도 선명한 기억속에 자리한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버리고 떠나기, 무소유의 삶을 보여주신 법정스님의 확고하고 단호한 한마디 한마디, 간혹 간혹 보이던 자비로운 미소와 따스한 말씀 말씀이 아직도 메아리처럼 가슴속에 자리한다.

 

법정 스님의 입적 후, 스님의 책을 출판하지 말라는 말씀때문에 '무소유'를 비롯한 스님의 작품들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과 무소유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불타오르는 소유욕으로 한동안 세간이 어수선 했던 것도 사실이다. 법정스님에 대한 이와 같은 인기는 1976년 출간된 '무소유'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리고 그 관심과 인기는 '버리고 떠나기', '오두막 편지', '내가 사랑한 책들' 등에 이어지며 진실된 말씀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감동의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메인다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다. - 무소유 中에서 -

 

2010년 무소유를 남기고 떠나가신 법정스님, '무소유'라는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된 1976년! 이제 우리가 아는 법정 스님의 모습, 이전의 시간속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1955년 법정스님께서 불교에 귀의해 출가하시던 시기에서 '무소유' 이전의, 조금은 젊은 모습이 남아 있는 청춘의 법정을 만나보려 한다. <마음하는 아우야!> 는 법정스님의 친필 편지글을 모아 놓은 작품집이다. 법정스님의 사촌 동생인 박성직과 마음으로 주고 받은 솔직하고 정성스런 스님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작품이다.

 

'차도남'이라해도 어울릴, 핸섬해보이는 하지만 왠지 긴머리가 조금은 어색해보이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있다. 1955년 출가하게 된 젊음이 가득한 법정스님의 모습이 낯설다. '내 책들도 잘 있는지 모르겠다.' 라는 편지글로 동생과의 대화는 시작된다. 자신이 두고온 책에 대한 걱정, 돈을 꾸어서라도 필요한 책을 사서 보내라는 책에 대한 열정. 이 짧은 서신 속에서도 스님과 책의 깊은 연정을 느낄 수 있을 것도 같다. 출가 이후에도 안부를 물을 정도로 아끼던 책들을 스님은 동생 학비를 위해 팔아 쓰라고 말하기도 한다. 책에 대한 연정 만큼이나 동생에 대한 따스한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생활이라고 해서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새로워야 하고, 또 오늘보다 내일은 한 걸음 앞서야 되는 것이다.'


 

'미안하다, 죄스럽다.' 출가한 자신에 대해서 집안에 대한 배반이라며 자책하는 법정 스님의 목소리에선 손 끝마져 떨려온다. 열다섯 소년과 막역지우처럼 지극한 사랑과 관심을 나누는 법정스님의 편지속에선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 누렇게 변해버린 시간의 흔적처럼 왠지 모를 따스함이 묻어나는듯 하다. 출가를 결심하고 여러가지 속세의 걱정과 고민들이 스님의 펜끝에서 떨리는듯 고스란히 전해진다. 1970년을 넘어서는, 출가한지 10여년이 지난 즈음에는 이미 초반에 가졌던 속세의 걱정과 고민보다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우리에게 익숙한 그 '스님'의 말투가 펜 속에 묻어나는 듯하기도 하다.

 

속세를 떠난 스님으로서의 삶도 그렇지만, 이 작품은 불가에 귀의해 있으면서도 속세와 인연의 끈을 부여잡은 인간 법정의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느낌이 좋은 작품이다. 고뇌하고 고민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뜻을 '마음하는' 동생에게 전하는, 법정스님과 관련된 기존의 작품과는 또 차별화되는 특별한 느낌을 전해준다. 검소하고, 아니 가난하기까지 하지만 자신이 가진 신념을 지키려는 법정 스님의 고결한 인품과 생활 방식에 자연스레 고개가 숙연해지기도 하다.

 

'진실 하라는 것이다. 일체의 생활에 진실이면 통한다. 설사 눈앞에 손해 볼 일이라 할지라도 진실이면 그만이다. 무슨 일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하여라.'



작가가 열다섯 소년에서 서른 살 청년이 되기까지, 긴 시간동안 주고 받은 일상의 안부와 진심 어린 충고가 가득한 빛바랜 편지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아직 무르 익지는 않았을 지언정 법정스님이 지금의 젊은 세대 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따스한 시선과 말씀을 느낄 수 있는듯하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을 가진 젊은 시절의 법정, 출가하여 구도의 길을 접어든 법정에게선 젊은 시절에 채워야할 책과 사색이라는 특별한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무소유'로 점철되는 그 깊이 그대로...

 

반값 등록금 투쟁을 위해 다시금 촛불을 손에 든 우리 학생들에게 더욱 가슴아픈 것은 마음을 내어줄 사회의 어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도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어둡고 암울한 미래, 하지만 가슴 내어줄 법정스님과 같은 인자한 미소가 그 어디에도 없음이 그들의 이 시간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남은 이들에게 내어준 따스하고 인자한 형님의 목소리로, 법정 스님은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법정이란 이름 이전, '제철'형님의 시선과 목소리를 들려준다. 빛바래고 낡은 그 편지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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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포로 아크파크 세트 - 전5권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글 그림, 이세진 옮김 / 세미콜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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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이치!', 플라시보 시리즈로 꽤나 유명한 일본 작가 호시 신이치의 이름이 떠오른다. 기발한 발상, 기묘한 이야기,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특별한 구성, 길이와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색다름을 전해주는 작가가 바로 그 이름이다. 우연히 지나치다 손 끝에 잠시 스친 그 짧은 시간 뭔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 작품, 마르크앙투안 마티의 <꿈의 포로 아크파크>를 처음 만났을 때, 왠지 호시 신이치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프랑스에서 날아온 이 작품은 소위 말하는 '만화책' 이다. 작가는 1991년, 앙굴렘 세계만화축제에 처음 등장해 이 시리즈의 1권인 '기원'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총 5권의 시리즈로 이어진 이 작품 <꿈의 포로 아크파크>는 만화책을 표방하지만 그 속에 담긴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철학적 깊이가 느껴지는 이야기들로 '만화'라는 간단한 이름답지 않게,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그리 쉽게 인상지어질 수는 없는 작품이란 느낌을 갖게 만든다.

 

'내 이름은 쥘리우스 코랑탱 아크파크, 내가 근무하는 유머부와 가까운 북쪽 동네 원룸에 산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평소처럼 혼자 아침을 먹고 씻고 옷을 입는다. 같은 층에 사는 영감이 자주 하는 말마따나, 여자는 저거도 생활 공간을 세칸은 차지하는 족속이니까.'

 

쥘리우스 코랑탱 아크파크! 이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 아저씨?는 정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유머부' 라는 조금은 엉뚱하고 기이한 곳에서 근무하는 아크파크, 그의 옆집에는 '일라리옹 오제클라씨'가 산다. 매일매일 배꼽 잡는 웃음을 찾고, 꿈에 대해서 그와 같이 여행을 떠나는, 보이지 않는 주인공 중 한 명이 바로 이 영감님이다. 모두 다섯권으로 이어진 이 시리즈는 1권 '기원'을 시작으로 '사...', '프로세스', '끝의 시작', 그리고 마지막 '2.333차원'까지 전혀 예측 불가능한 특별한 이야기와 내용들로 독자들을 감탄과 혼돈속에 몰아넣고 있다.

 




 

'유머'로 시작해서 '철학'으로 끝난다. 꿈에서 깨어난 아크파크의 출근을 맞아주는 이는 오제클라씨의 농담 세례이다. 아침부터 엉뚱한 웃음을 전해주려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아보인다. 아크파크가 근무하는 유머부에서는 도대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도대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ㅠ.ㅠ 어쨌든 아크파크에게 한장의 편지가 도착하고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예언과도 같은, 현실과 꿈이 뒤죽박죽 얽힌 이야기들이 초반부터 이 책이 쉽지 않을 것임을 직감케 만든다.

 

유머에서 환상적이고 발칙함으로 이어진다. 도무지 쉽지 않다. 하지만 재미와 함께 독특함이 가득한 작품이다. 1권 '기원'에서 보여지던 예언의 페이지들은 책속을 넘나들고, 갑자기 한 페이지 중간이 뻥 뚫려 있는가 하면, 흑백으로 일관하던 내용들의 마지막 컬러풀한 페이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꿈속을 헤메던 아크파크는 나선으로 잘려진 책속 회오리에 빠져들고, 사진과 결합된 독특한 그림들, 만화가 가지는 특별한 재질인 흑과 백을 절묘하게 얽혀놓은 그림들이 등장한다.

 

거울이란 사물을 통해 상하좌우가 뒤바뀐 독특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려지기도 한다. 역시 이 시리즈의 압권은 마지막인 '2.333차원'에서 그려지는 3차원의 세계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즐겨 만났던 3D 입체 안경을 쓰고 여행하는 5권에서는 오랫만에 느껴보는 특별한 세계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40~50페이지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작가가 그 속에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 짧음을 뛰어넘는 거대함과도 같다는 느낌이든다.

 

'우리는 빼도 박도 못하고 이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야 했다. 내가 이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끔찍한 프로세스에 갇혀버릴 것이다. 똑같은 시나리오가 영원토록 되풀이되는...' - 3권, 프로세스 -


 

단순히 재미와 독특함만을 추구한다면 <꿈의 포로 아크파크>는 쉽게 잊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담고있는 수많은 메세지들이 오래도록 이 작품을 생각하고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국가권력을 대변하는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가진 주인공의 모험! 꿈속을 헤메이며 자신만의 꿈을 찾아, 비뚤어지고 의도치 않을 현실을 벗어나려 하는 주인공의 종횡무진 펼쳐진 모험을 통해 작가가 하려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독자들을 귀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면이 하나뿐인데도 입체인 고리를 따라가고 있거든요. 이 길을 뫼비우스 우회도로라고 부르죠. 이런 식으로 뱅글뱅글 돌 수 밖에요. 멋지고도 비극적인 일이죠. 예언적이면서도 허망하고...' - 4권, 끝의 시작 中에서 -

 

세상에서 주어진 시간, 주어진 길을 따라 쳇바퀴돌들 달려가는 사람들, 하지만 아크파크는 그 쳇바퀴위에서 과감하게 뛰어내린다. 이런 것을 두고 사람들은 바로 '혁명'이라 부른다. 아마도 이 작품은 형식면에서나 그 내용들이 담아내는 소재, 내용면에서 과히 혁명적인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잃어버린 꿈을 찾아 떠나는 모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보는 것만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믿음'이란 강력한 메세지를 전해주기도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모험을 원하지만 과감히 그것을 위해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용기를 보여주는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크파크(AKFAK)라는 이름은 카프카(KAFKA)를 거꾸로 한 이름이라고 한다.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들을 연상시키고 부조리와 억압된 상황들을 벗어나려하지만 한계에 부딛히는 설정들 또한 카프카의 패러디로서 충분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유머를 통해서 사회적 부조리와 통제적 국가 권력에 대한 풍자의 목소리를 틀과 형식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펼쳐놓고 있는 작품이 바로 <꿈의 포로 아크파크>인 것이다.

 

'여전히 모험을 찾고 있소? 이번엔 무엇을 선택하시겠소?'

오늘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당신! 일상을 벗어나 특별한 모험을 꿈꾸는 당신, 꿈을 잃고 어딘지 모를 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당신, 그것이 아니더라도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에 목마른 당신이라면 오늘 이 작품 <꿈을 포로 아크파크>를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호시 신이치! 라는 이름에 조금은 떨리는 마음이 있는 당신에게도 아크파크의 꿈속 여행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조금은 가볍게 생각되는 만화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틀을 깨고, 혁명이란 이름이 어울릴 특별함이 담긴, 사회에 대한 매서운 비판과 한 두번으로 깨닫기 힘든 철학적 깊이가 담긴 특별하고 환상적인 <꿈의 포로 아크파크>! 오늘 당신에게 이 특별한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어진다. 오늘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위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철학을 일깨울 특별한 이야기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흑과 백으로 결정 지을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잠시 당신을 환상적인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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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1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 1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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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기나긴 겨울은 어느새 봄의 따스함에 온몸이 녹아 내린다. 그것도 잠시 ’봄이구나!’ 라는 짧은 감탄을 뒤로하고 어느새 여름의 불볕 더위가 온몸을 감싸는 6월이 다가왔다. 그나마 예전보다 조금은 길었던듯 느껴지는 봄, 아니 겨울과 여름이 공존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를 냉기와 열기를 품은 밤과 낮이 아직도 봄이 아닐까 작은 착각을 만들기도 하는 계절이다. 여느때처럼 분주한 시간이 이어진다.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에 아직도 푸욱~ 빠져 지내는 요즘이지만 좀처럼 책 한권 집어들고 벤치에 주저앉을 시간조차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ㅠ.ㅠ

 

작은 바람 한줄기가 손 끝을 스친다.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는...’ 이란 수식에 시선을 멈추게 된다. 가끔 ’일상’ 이란 이름이 너무나 지루하고 힘겨워질때 즈음... 이런 이름을 가진 책 한권이 자신의 곁에 툭~~ 놓여진다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아마도 내게 냉온(冷溫)을 오가는 날씨 만큼이나 일상의 변화를 바라는 작은 바램처럼 이 책 <바람의 이름>은 손끝에 작은 전율을 전하며 다가왔다. 설마~? 로 시작하지만 역시!! 라는 느낌표를 확실히 전해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램을 뒤로하고 이제 첫 페이지를 넘긴다.

 

’우물 바닥의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을 가진 남자, 피와 불타는 머리카락 냄새 그의 이름은 챈드리언. ... 바로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신비술사를 꿈꾸던 소년 크보스! 이 작품의 시작은 아마도 성장소설 풍의 느낌이 묻어난다. 아니, 조금은 더 강력한 판타지를 품은 이야기들이 그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악마라는 이름을 가진 챈드리언은 누구이고, 신비술사를 꿈꾼 소년,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인 잊혀진 영웅으로, 혹은 극과 극에 선 악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름을 가진 ’피를 흘리지 않는’ 크보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해리포터가 다닌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시간처럼, 반지의 제왕이 담아낸 극대화된 판타지 세계속으로 발을 내딛을 준비가 되었는가?

 

이 작품은 ’왕 암살지 연대기 시리즈’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총 3권에 걸쳐 진행될 판타지 여행의 출발점이다. 현재 그 시작인 <바람의 이름>이 출간되었고, 두번째 이야기 ’현자의 두려움’, 그리고 시리즈의 마지막인 ’돌의 문’도 가까운 시일내에 출갈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첫 삽을 뜬 거대한 판타지의 문턱에서, 이어질 또 다른 이름들이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되는 이유는 아마도 시작부터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이 작가, 이 작품의 포스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설적인 영웅, 하지만 현재는 작은 웨이스톤 여관의 주인이며 이름 마저도 ’코우트’가 되어버린 크보스! 바로 그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거대한 독거미의 출현과 독거미와 싸우고 죽을뻔한 한 남자를 자신의 여관으로 구해서 데리고온 크보스. 하지만 여기서부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이야기를 양산해낸다. 어느 작품이던간에 시작은 언제나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상당부분 자리할 것이다. 물론 이 작품도 마찬가지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낯선 이름과 쉽게 다가설수 없고 열리지 않는 이야기구조...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그를 알아본것은 바로 그가 구해준 왕국의 연대기 작가 데번 로키즈 였다!

 

단번에 크보스의 존재를 알아챈 작가에게 그는 더이상 숨길 수 없는 자신의 어마어마한 과거를 들려주게 된다. 그가 살아왔던 어린시절을 시작으로 애번시를 만나 신비술사라는 꿈을 품던 시절, 그의 부모님과 그들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아버지의 류트와 마법책만을 가지고 떠돈 고통스럽고 힘겨운 시간들... 이런 어린 시절의 성장 이야기들이 <바람의 이름> 1권을 회상해 간다면, 2권에서는 조금더 성장한 크보스의 마법 대학생활이 그려진다. 어린 시절 신비술사를 꿈꾸던 소년의 꿈은 수많은 역경과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또 하나 크보스의 작은 사랑의 시작도 쉽게 지나칠 수 없은 포인트일 것이다. ^^

 

<바람의 이름>은 미국의 판타지 소설가인 패트릭 로스퍼스의 데뷔 소설이라고 한다. 이렇게 대단한... 놀라운... 이란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찬사가 2권에서 멈춰서 있기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낯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단지 이 기나긴 시리즈 중 첫번째 두개의 페이지 만을 열었을 뿐이다. 초반 책의 전반에 스며들 수 없는 아쉬움도, 기대했던 판타지보다는 성장소설에 어울릴 강인함이 조금은 인색했던 그의 어린 시절들에 대한 일말의 부족함도 다음 이야기들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충분히 채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전보다 이후가 더욱 기대된다는, 그런 믿음이 들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신비술사를 꿈꾸던 소년 크보스의 그 꿈은 ’피를 흘리지 않는 크보스’, 왕의 암살자라 불리던 그의 모습들과 어떤 매칭이 이루어질수 있을까. 악마라 불리는 챈드리언, 그는 왜 크보스의 가족들을 몰살시켰고 앞으로 펼쳐질 크보스와 챈드리언의 대결은 어떻게 진행될까. 판타지에 목말라하던 우리 독자들의 메마른 가슴을 패트릭 로스퍼스는 어떤 다양성과 즐거움으로 채워줄지 기대해보게 된다. 설익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시리즈의 첫 문턱을 내딛을 마지막 3권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수많은 찬사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어질 다음 이야기들속에 차별화되고 특별한 <바람의 이름>,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의 이야기를 손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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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계단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성은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면 위안이 된다.' 철학자 키케로는 책을 이렇게 말한다. 그런 그의 말처럼 나는 오늘 또 한 권의 음식, 지식 그리고 마음의 위안을 만나려한다. 루이스 베이어드의 <검은 계단>, 역사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이 작품이 오늘 나의 아침식사다. 역사 미스터리는 왠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묘한 매력, 아니 마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영화 인디아나존스에서 풀어내는 고고학 미스터리와 액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로 대표되는 이런 미스터리 작품들은 역사적 사실과 작가적 상상력의 결합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언제나 특별한 재미와 볼거리, 상상력을 극대화 시키기에 충분해보인다.

 

<검은 계단> 이런 역사적 사실과 상상이 가미된 허구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는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이후 왕정복고를 통해 루이 18세가 왕좌에 오른 시기인 1818년의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들 루이 17세, 명목상 왕이 되었다가 10살의 나이로 억울한 죽음을 맞은 루이 샤를의 마지막 시간들을 재구성한다. 검은탑이라 불리던 탕플탑에 갖혀 있던 루이 샤를의 마지막에 대해서 역사는 아직까지도 확실한 대답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다. 그가 가까스로 감옥을 탈출했다거나, 그곳에서 독살을 당했다거나 혹은 죽은 이는 루이 샤를을 닮은 대역이라는 등 다양한 뒷이야기들이 무성할 뿐이다. 또한 그의 사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루이 17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전해지지만 어느것 하나 진실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고 한다.

 

루이 샤를과 더불어 또 한명의 역사적 인물이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 개인적으로 조금 낯선 이름이기에 그에 대해 잠깐 되돌아 보게 된다. 백과 사전에는 그에 대해 호의적인 내용들만 다루고 있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의 범죄자였던 그는 같은 감방 죄수의 고백을 듣고 그 사실을 고자질해 경찰의 앞잡이가 되었고, 후일 범죄 수사과의 초대 과장직을 수행하며 수많은 공을 세우게 되지만 결국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도둑질로 파면되었다고 전해진다.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의 행적은 빅토르 위고의 '장발장',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등의 모델과 소재를 제공한 장본인이라고 전해진다. 변장과 탈옥 전문의 전설적 범죄자이면서, 경찰로서 범죄 수사에 과학 수사를 도입한 인물, 외젠 프랑수이 비도크! 그가 바로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혁명이 끝난 대혼란의 시기,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역사적 미스터리 루이 샤를.... 범죄자와 경찰, 사립탐정을 넘나들며 전설적인 활약을 펼쳤던 비도크.... 루이 샤를과 비도크! 이 두 매력적인 캐릭터의 만남은 한 편의 뜨거운 역사 미스터리의 시작을 알린다.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의 주머니에서 '카르팡티에' 라는 이름이 적힌 쪽지가 발견된다. 이 사건을 맡게된 비도크와 쪽지에 적힌 이름의 주인공 엑토르 카르팡티에 교수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그 서막을 열게 된다. 엑토르의 시선을 통해, '나'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는 평범한 살인 사건에서 역사의 진실이 담긴 검은탑의 비밀을, 엑토르와 그의 가게에 숨겨진 이야기를, 주도면밀한 비도크의 눈부신 활약과 억울한 비운의 왕 루이 샤를의 마지막 시간들을 촘촘하게 담아낸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뿜어내는 포스와 더불어 이 작품이 담아내는 역사적 시간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프랑스 혁명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19세기초 파리의 빈 공간을 작가는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시, 공간적 묘사와 더불어 왕실과 귀족들의 삶과 생활, 왕권을 둘러싼 쟁투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루이스 베이어드의 손끝에서 눈에 보이는듯 되살아난다. 19세기초를 배경으로 역사적인  인물과 사실에 바탕을 두면서, 작가적 상상이 되살려낸 문학적 허구가 탄탄한 뼈대위에 아슬아슬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펼쳐놓고 독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가진 특별함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반전의 미학이다. 미스터리하게 시작된 살인사건속에서 하나의 단서를 찾고 하나씩 퍼즐을 맞추어 가는 사이 마지막 예상치도 못한 반전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검은 계단>은 그 반전이 전해주는 색다름과 더불어 뭔가 여운을 전해주는 특별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엑토르와 비도크 콤비의 멋진 활약, 미스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 짜릿한 스릴, 역사의 시간을 거슬러 걷는 듯한 파리의 진한 향기, 오랜 여운과 반전이 전해주는 특별함까지... <검은 계단>은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고스란히 실감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우리는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만들어낸다. 일단의 신도들이 오랜 시간 숙고를 거쳐 목수 아들 이상의 존재라 결정 내리기 전까지는 예수도 목수의 아들에 불과했다....' - P. 511 -

 

오늘도 누군가는 역사속에 숨겨진 진실과 특별한 인물들을 찾아 헤맬것이다. 신윤복이 여성이었다거나, 김홍도가 일본의 대표화가 도슈샤이 샤라쿠였다는... 우리에게도 이처럼 기존에 우리가 알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들이 있다. 이 작품들은 여전히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오래도록 그 사랑은 기억되고 이어질 것이다. 루이스 베이어드 역시 오늘도 워싱턴에서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오가며 새로운 소재와 인물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가 찾아낼 진실과 허구의 세계가 더욱더 궁금해진다.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한 사람의 친구와 알게 되고,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옛 친구를 만난다.' 는 중국 속담이 있다. 음식, 지식 그리고 마음의 위안을 넘어 오늘 이렇게 새로운 친구 하나를 만난다. 역사의 시간을 거슬러,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고 또 이를 창조해낸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일, <검은 계단>은 이런 즐거운 시간을 우리에게 선물해준 작품이다.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 그가 풀어낼 이야기들이 시리즈로 우리 곁을 다시금 찾아와주길 희망해본다. 다시금 옛친구를 만나는 즐거움과 루이스 베이어드가 창조해낼 또 다른 이야기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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