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포로 아크파크 세트 - 전5권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글 그림, 이세진 옮김 / 세미콜론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시 신이치!', 플라시보 시리즈로 꽤나 유명한 일본 작가 호시 신이치의 이름이 떠오른다. 기발한 발상, 기묘한 이야기,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특별한 구성, 길이와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색다름을 전해주는 작가가 바로 그 이름이다. 우연히 지나치다 손 끝에 잠시 스친 그 짧은 시간 뭔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 작품, 마르크앙투안 마티의 <꿈의 포로 아크파크>를 처음 만났을 때, 왠지 호시 신이치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프랑스에서 날아온 이 작품은 소위 말하는 '만화책' 이다. 작가는 1991년, 앙굴렘 세계만화축제에 처음 등장해 이 시리즈의 1권인 '기원'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총 5권의 시리즈로 이어진 이 작품 <꿈의 포로 아크파크>는 만화책을 표방하지만 그 속에 담긴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철학적 깊이가 느껴지는 이야기들로 '만화'라는 간단한 이름답지 않게,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그리 쉽게 인상지어질 수는 없는 작품이란 느낌을 갖게 만든다.

 

'내 이름은 쥘리우스 코랑탱 아크파크, 내가 근무하는 유머부와 가까운 북쪽 동네 원룸에 산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평소처럼 혼자 아침을 먹고 씻고 옷을 입는다. 같은 층에 사는 영감이 자주 하는 말마따나, 여자는 저거도 생활 공간을 세칸은 차지하는 족속이니까.'

 

쥘리우스 코랑탱 아크파크! 이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 아저씨?는 정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유머부' 라는 조금은 엉뚱하고 기이한 곳에서 근무하는 아크파크, 그의 옆집에는 '일라리옹 오제클라씨'가 산다. 매일매일 배꼽 잡는 웃음을 찾고, 꿈에 대해서 그와 같이 여행을 떠나는, 보이지 않는 주인공 중 한 명이 바로 이 영감님이다. 모두 다섯권으로 이어진 이 시리즈는 1권 '기원'을 시작으로 '사...', '프로세스', '끝의 시작', 그리고 마지막 '2.333차원'까지 전혀 예측 불가능한 특별한 이야기와 내용들로 독자들을 감탄과 혼돈속에 몰아넣고 있다.

 




 

'유머'로 시작해서 '철학'으로 끝난다. 꿈에서 깨어난 아크파크의 출근을 맞아주는 이는 오제클라씨의 농담 세례이다. 아침부터 엉뚱한 웃음을 전해주려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아보인다. 아크파크가 근무하는 유머부에서는 도대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도대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ㅠ.ㅠ 어쨌든 아크파크에게 한장의 편지가 도착하고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예언과도 같은, 현실과 꿈이 뒤죽박죽 얽힌 이야기들이 초반부터 이 책이 쉽지 않을 것임을 직감케 만든다.

 

유머에서 환상적이고 발칙함으로 이어진다. 도무지 쉽지 않다. 하지만 재미와 함께 독특함이 가득한 작품이다. 1권 '기원'에서 보여지던 예언의 페이지들은 책속을 넘나들고, 갑자기 한 페이지 중간이 뻥 뚫려 있는가 하면, 흑백으로 일관하던 내용들의 마지막 컬러풀한 페이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꿈속을 헤메던 아크파크는 나선으로 잘려진 책속 회오리에 빠져들고, 사진과 결합된 독특한 그림들, 만화가 가지는 특별한 재질인 흑과 백을 절묘하게 얽혀놓은 그림들이 등장한다.

 

거울이란 사물을 통해 상하좌우가 뒤바뀐 독특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려지기도 한다. 역시 이 시리즈의 압권은 마지막인 '2.333차원'에서 그려지는 3차원의 세계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즐겨 만났던 3D 입체 안경을 쓰고 여행하는 5권에서는 오랫만에 느껴보는 특별한 세계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40~50페이지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작가가 그 속에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 짧음을 뛰어넘는 거대함과도 같다는 느낌이든다.

 

'우리는 빼도 박도 못하고 이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야 했다. 내가 이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끔찍한 프로세스에 갇혀버릴 것이다. 똑같은 시나리오가 영원토록 되풀이되는...' - 3권, 프로세스 -


 

단순히 재미와 독특함만을 추구한다면 <꿈의 포로 아크파크>는 쉽게 잊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담고있는 수많은 메세지들이 오래도록 이 작품을 생각하고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국가권력을 대변하는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가진 주인공의 모험! 꿈속을 헤메이며 자신만의 꿈을 찾아, 비뚤어지고 의도치 않을 현실을 벗어나려 하는 주인공의 종횡무진 펼쳐진 모험을 통해 작가가 하려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독자들을 귀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면이 하나뿐인데도 입체인 고리를 따라가고 있거든요. 이 길을 뫼비우스 우회도로라고 부르죠. 이런 식으로 뱅글뱅글 돌 수 밖에요. 멋지고도 비극적인 일이죠. 예언적이면서도 허망하고...' - 4권, 끝의 시작 中에서 -

 

세상에서 주어진 시간, 주어진 길을 따라 쳇바퀴돌들 달려가는 사람들, 하지만 아크파크는 그 쳇바퀴위에서 과감하게 뛰어내린다. 이런 것을 두고 사람들은 바로 '혁명'이라 부른다. 아마도 이 작품은 형식면에서나 그 내용들이 담아내는 소재, 내용면에서 과히 혁명적인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잃어버린 꿈을 찾아 떠나는 모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보는 것만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믿음'이란 강력한 메세지를 전해주기도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모험을 원하지만 과감히 그것을 위해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용기를 보여주는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크파크(AKFAK)라는 이름은 카프카(KAFKA)를 거꾸로 한 이름이라고 한다.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들을 연상시키고 부조리와 억압된 상황들을 벗어나려하지만 한계에 부딛히는 설정들 또한 카프카의 패러디로서 충분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유머를 통해서 사회적 부조리와 통제적 국가 권력에 대한 풍자의 목소리를 틀과 형식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펼쳐놓고 있는 작품이 바로 <꿈의 포로 아크파크>인 것이다.

 

'여전히 모험을 찾고 있소? 이번엔 무엇을 선택하시겠소?'

오늘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당신! 일상을 벗어나 특별한 모험을 꿈꾸는 당신, 꿈을 잃고 어딘지 모를 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당신, 그것이 아니더라도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에 목마른 당신이라면 오늘 이 작품 <꿈을 포로 아크파크>를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호시 신이치! 라는 이름에 조금은 떨리는 마음이 있는 당신에게도 아크파크의 꿈속 여행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조금은 가볍게 생각되는 만화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틀을 깨고, 혁명이란 이름이 어울릴 특별함이 담긴, 사회에 대한 매서운 비판과 한 두번으로 깨닫기 힘든 철학적 깊이가 담긴 특별하고 환상적인 <꿈의 포로 아크파크>! 오늘 당신에게 이 특별한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어진다. 오늘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위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철학을 일깨울 특별한 이야기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흑과 백으로 결정 지을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잠시 당신을 환상적인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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