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없는 환상곡
오쿠이즈미 히카루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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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보름달빛 아래 피아노 위를 걷는 소년! 말 그대로 몽환적인 느낌의 표지가 인상적인 <손가락 없는 환상곡>이란 작품을 만난다. 오쿠이즈미 히카루라는 낯선 이름의 작가의 작품임에도 이 매혹적인 표지에 이끌려 선뜻 책을 집어들게 된다. 2011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5위를 기록하는 등 수많은 부문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 작품을 한 여름, 계속된 비요일의 한복판에 기대어 만난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해야할 이름이 있다. '로베르트 슈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오쿠이즈미 히카루라는 작가도 그렇지만 사실 음악, 특히 클래식 분야에서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 작품의 전반을 차지하는 음악가 슈만 또한 낯선 것도 사실이다. 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라는 슈만은 이 작품의 전반을 가로지르는 '슈만 환상곡 C장조 OP 17' 과 함께 피아노 협주곡 등으로 상당한 인기와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전해진다. 음악이 흐르는 미스터리! <손가락 없는 환상곡>에 조금더 깊이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익숙치 않은 클래식의 선율, '슈만 환상곡 C장조 OP 17'과 함께 한 페이지를 넘겨본다.

 

25세의 나, '사토하시 유'에게 날아온 한 통의 편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독일에서 유학중이던 친구가 찾은 콘서트장에서 '나가미네 마사토'의 연주를 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 오래전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절단되었던 마사토가 피아노를 연주했다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나, 사토하시 유는 마사토와 함께 하던 학창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슈만이란 음악가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장래가 촉망되던 피아니스트 신동 마사토, 음악부였던 유와 마사토의 첫만남과 베토벤의 작품을 계기로 나누던 대화들, 그리고 마사토의 슈만 예찬...

 

'고막의 진동만이 음악을 듣는 행위가 아니야. 음악을 마음으로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음악은 상상 속에서 가장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귀가 멀고 나서 베토벤은 음악을 더 잘 들을 수 있었어.' - P. 22 -

 

손가락을 다쳐 연주를 할 수 없게 된 슈만,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된 이후 더욱 음악이 이해하고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슈만과 그의 신봉자 마사토. 사토하시는 그런 마사토를 우러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고등학교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고 학교를 찾은 사토하시는 마사토가 연주하는 슈만의 환상곡을 듣게되고 그와 동시에 한 여학생의 죽음과 맞닥드리게 된다. 살인사건의 비밀과 마사토, 잃어버린 마사토의 손가락과 애써 잊어왔던 이런 기억들의 봉인이 서서히 풀리는데...

 





 

<손가락 없는 환상곡>은 일본 출판사 고단샤의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유명 작가들의 미발표 신작들을 출간하는 시리즈중 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름만으로도 포스가 느껴지는 쟁쟁한 작가들과 어깨를 견주는, 오히려 이 작품이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하니 무척이나 기대되고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포스 또한 그 기대치를 상회하기에 충분해보인다. 재즈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는 작가 오쿠이즈미 히카루의 이 작품은 슈만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슈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2010년에 출간되었다는 이 작품은 그래서인지... 슈만의 일대기에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감미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작가는 미스터리라는 형식이 단순히 양념이나 장식아닌 이 작품을 끌어가는 전부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마도 그의 이야기에 공감 할 수 있는 독자들이 얼마나 될까 문득 궁금해지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작가가 마련한 장치들을 읽는 동안 조금은 지루해지기까지 했던것도 사실이다.

 

나, 사토하시의 시점에서 슈만과 마사토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지만 역시 작품의 전반을 이루는 것은 역시 슈만이란 인물이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작가의 말과는 반대로 단지 장식이나 양념에 불과한 이유는 그것이 본격 미스터리가 담고 있어야 할 요소들과는 어울리지 않은 '뻔함', 혹은 '예상 가능함'에 있지 않을까. 슈만의 음악은 감미롭지만 그에 미칠만큼 감미롭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아쉬움만이 상흔처럼 존재한다.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슈만에 대해,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작가의 진땀이 아쉽게도 너무나 뚜렷이 엿보인다.

 

음악에 대한 섬세한 묘사, 사실감 넘치는 표현들은 인정할만한 작품이다. '손가락'과 '슈만'으로 대표되는 이 작품이 미스터리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조금 편안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런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다른 독자들에게는 또 어떤 모습으로 이 작품이 비춰지고 투영되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아쉬운, 아니면 기대에 대한 충족이 부족했던 작품이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은 본격 미스터리답게 조금더 치밀하거나 슈만이란 음악가를 조금더 편하고 즐겁게 만나는 시간이 되었거나 그 구분이 조금더 명확했으면 ... 약간의 아쉬운 마음이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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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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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뜬 어느 밤, 하늘에서 동아줄인듯한 긴 줄을 잡고 아래로 내려오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 곁에 <츠나구>란 이름이 보인다. 도대체 '츠나구'가 뭐야? 이런 궁금증들로 이 여름밤은 더욱 깊어간다. '죽음' 이란 단어를 앞에 두고 떠오르는 수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이 작품 <츠나구>가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바로 죽음 그리고 '만남'이다. 죽은 자와 산 자의 만남! 그 고리를 연결해주는 이름이 바로 '츠나구'인 것이다. 죽은 자와 산자의 연결 고리, 츠나구! 그 알쏭 달쏭한 이야기속에 이 여름 밤을 맡겨보자.

 

'소년이 말했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창구. 제가 바로 츠나구 입니다."'

 

이 작품은 모두 다섯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다섯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있는 셈이다. 가장 먼저 자살한 아이돌을 만나고 싶어하는 여성, 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려하는 가문의 장남, 사고로 죽은 단짝 친구를 만나고픈 소녀, 사랑했던 여인을 기다리던 한 남자, 그리고 마지막 츠나구 자신의 이야기가 앞의 네가지 이야기에 숨겨진 비밀들을 담아내고 풀어낸다. 죽음, 죽은자와의 만남이란 소재가 내어놓을 수 있는 애틋함을 기대한다면 약간은 마음을 접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면서 조금더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그녀는 왜 하필 자살한 아이돌을 만나려 할까? 아이들도 아니고 20대 여성이 말이다.'아이돌의 본분'은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 처해있던 아이돌, 그리고 그녀를 통해 삶의 희망을 깨닫게 되었던 그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아이돌은 자살을 하게 되고... 남겨진 그녀는 자살한 아이돌을 따라가려한다. 그녀와 그녀 사이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장남의 본분'은 어머니의 유언때문에 어쩔 수 없이 츠나구를 찾게 된 장남의 모습을 그린다. 츠나구에 얽힌 어머니와 장남, 그리고 그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단짝의 본분'은 미스터리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두 소녀, 한 소녀의 장난같은 질투로 사고를 당해 죽게 된 소녀. 그 소녀를 찾은 단짝 친구는 미안한 마음이 아닌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숨기기 위해 츠나구를 찾는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에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만다. '기다리는 자의 본분'에서는 사랑하는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이 그려진다. 정말 '츠나구'가 이럴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정통 판타지 러브스토리라고나 할까? 그리고 마지막 '사자의 본분'에서는 지금까지 앞에서 등장했던 '츠나구, 사자'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츠나구가 만나게해준 그 사람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츠나구 자신의 고민과 이야기가 그려진다.

 





 

츠나구는, '연결하다', '이어주는' 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동사 '츠나구(つなぐ)'를 작가의 상상력을 조합해 '사자'라는 단어로 재탄생시킨 이름이다. 지금 만약 당신이 죽은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누구일까? 가끔 이런 상상에 대답해보게 된다. 누가 있을까? 나에게 이런 단 한번의 기회가 온다면 누구의 이름을 떠올리게 될까? 내가 선택하고 반대편에서 요청을 수락할 사람이 누구일까. 아마도 나에게는 '엄마'가 아닐까? 장남은 아니지만 가장 만나고픈 이름이 바로 '엄마'이다. 그리고 엄마도 나에게 기꺼이 OK 사인을 보내주시지 않을까. 믿을 수 없어도 좋으니 그런 기회가 꼭 한번 주어졌으면... 상상해본다.

 

츠나구라는 존재가 어린 '소년'이라는 설정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사실 책속에 등장하는 의뢰인들이 나보다 더 당황하는듯 하지만... 어쨌든 츠나구의 존재에 대해서 작가는 독자들을 꽤나 궁금하게 만드는데는 성공한듯 하다. 하지만 초반 츠나구가 소년이라는 설정이 왠지 후반 '아유미'라는 이름으로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마도 그 이름은 소녀를 떠올리게 만들기때문일 것이다. 뭔가 한참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것에 대해서 나에게 설명해 줄 사람 어디 없을까? '아유미'는 남자 이름이 아니야! 라거나...

 

판타지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작품답게 각 에피소드들 속에서, 그리고 마지막 '사자의 본분'을 통해 드러나는 사실들이 미스터리의 재미를 들려준다. 또 작품마다 죽음을 통해 깨닫게 되는, 절실한, 진실한, 애절한 이야기들로 진한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낯선 이름이 어느새 그 진한 감동을 타고 친숙한 이름으로 성큼 다가선다. 메피스토상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차세대 일본 문학을 주도할 멋진 작가와의 만남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을 단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이란 가정에서 이 이야기는 출발한다. 하지만 작가가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단 한번의 기회' 뿐만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기회'를 단 한번 만이라도 소중하게 만들라고 말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죽음 그 이후가 아닌, 삶에서의 즐거운 하루하루, 행복을 위해 오늘을 소중하고 멋지게 살아가라고... 그렇게 된다면 아쉬울지도 모르지만 츠나구라는 존재는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당신의 곁에 있는 이에게 '사랑'의 메세지를, 이야기를, 감사를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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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부탁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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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아졌다는 느낌이든다. 한동안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에 몰두해 있다보니 익숙한 이름들, 그리고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을 담은 책의 표지와 제목에 따라 그 작품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진 느낌이다. 이번 작품도 예외는 아니어서,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만 듣고 선택한 작품이다. <야구를 부탁해> 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유쾌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톡 쏘는 느낌이 담긴 작품이다. 제목처럼 그 시작은 야구로 풀어낸다.

 

올림픽에서 사랑받는 수많은 종목중에 하나가 바로 야구이다. 2008년 베이징에서 보여준 우리 선수들의 드라마틱한 금메달은 3년이 지난 지금에도 짜릿한 감동으로 되살아난다. 이 금메달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야구라는 종목에서 우리가 획득한 첫번째 금메달이자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야구가 올림픽과 안녕을 고하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야구의 종주국 미국, WBC 챔피언 일본, 영원한 야구의 나라 쿠바 등 야구하면 떠오르는 이런 나라들을 멋지게 제압하고 8전 전승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낸 우리의 야구. 하지만 그와는 반대모습을 담은, 2008년의 여름이야기가 또 다른 시각에서 그려진다.

 

우리에게 멋진 베이징의 여름, 하지만 작가 오쿠다 히데오에게는 쓰라린 추억이 된다. 자신을 야구 오타쿠라고 당당히 말하는 작가는 그 해 8월의 여름을 '또 다시 헤엄쳐 돌아가라'라는 제목으로 추억한다. 예전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한일전이 있을때면 던지던 화두처럼 말이다. '일본한테 진다면 대한해협을 헤엄쳐서 건너라!'... 어쨌든 누구나 알고있는 호시노 저팬의 참혹한 실패, 관중석에서 그 쓰라린 아픔을 지켜보는 야구 오타쿠 오쿠다 히데오! 주니지 드래건즈의 팬인듯한 작가는 가혹한 스케줄과 싸구려 호텔에서 그 아픈 기억을 적어낸다.

 

올림픽의 추억을 뒤로하고 이번엔 뉴욕을 찾은 오쿠다 히데오. 베이징도 그렇지만 뉴욕을 찾은 이유도 편집자들의 꼬임?에 의해서이다. 그에게 글을 쓰게 만들려는... 그가 이런 그들의 의도를 모를리 없지만 야구 오타쿠인 만큼 이번에도 뉴욕 양키즈라는 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뉴욕 만세'에서 그런 그의 즐거운? 야구 여행이 다시한번 그려진다. 이 작품의 표제작이기도 한 '야구를 부탁해'에서는 센다이지역을 연고로하는 라쿠텐과 그들의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정말이지 야구를 사랑하고 즐길줄 아는 야구 오타쿠 오쿠다 히데오의 일상들을 들여다본다.

 





 

<야구를 부탁해>속에는 단순히 야구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독설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여행에서 보고 느낀 다양한 이야기들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록 페스티벌과 사찰, 롤러 코스터, 만국 박람회 등 다양한 장소, 색다른 이야기들이 솔직하고 유쾌한 작가 특유의 필치로 모자이크 된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 여행, 야구와 빼놓을 수 없는 맥주 이야기... 등 즐겁고 유쾌한 오쿠다 히데오식 수다가 재미를 그려낸다.

 

2010년 '올림픽의 몸값'을 통해, 오랫만에 입 꼭 다물고 웃음기를 쏙 뺀, 흥미진진한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던 오쿠다 히데오는 다시금 예전 그 유쾌한 웃음으로 우리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공중그네'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선보였던 '닥터 이라부'라는 캐릭터를 닮은 듯한 실제 오쿠다 히데오의 좌충우돌 여행이야기는 작가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보통 사람 오쿠다 히데오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가 그려내는 작품들처럼 유쾌하고 명랑한 이야기들이 그의 일상속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옆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기분 좋은 이야기... 그것이 바로 <야구를 부탁해>가 아닐까.

 

'지난 몇 년 동안 일본 매스컴은 반중 감정을 부채질하는 보도를 일삼아 왔지만 나는 이런 식문화를 지닌 민족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국민성이 별나다는 주장에는 일본의 국민성이야말로 세계와 가장 동떨어져 있다고 되받아치고 싶다.' - <또 다시 헤엄쳐 돌아가라> 중에서 -

 

여행을 즐기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향해 왔으면서도 '작가'라는 이름때문에 마감일자에 쫓길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엿보인다. 작가라는 이름뒤에 숨어 올바르지 못한 이념을 독자들에게 심어주는 무지한 인간들이 있는 반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오쿠다 히데오는 기분 좋은 웃음 뒤에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멋진 아저씨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요즘 한류를 이끄는 아이돌 가수들과 드라마들을 헐뜯던 일본의 험한류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보고는 어떤 생각을 갖고 이야기할 지 무척이나 궁금해지기도 한다.

 

<야구를 부탁해>는 야구 오타쿠 오쿠다 히데오의 특별한 여행기이다. 그가 풀어놓는 즐거운 수다를 통해 독자들은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의 일상의 모습에서 그가 소설속에 담아낸 유쾌한 즐거움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 이름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 그의 야구 이야기가 왜 이렇게 즐겁게 다가올까? 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까?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에게 사람을 즐겁게 하는 마력이 숨어있지 않을까? 행복 전도사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에 다시한번 빠져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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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
와루 글 그림 / 걸리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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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책장 모퉁이에 자리한 먼지낀 앨범을 꺼내어보곤 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세상을 지배해버린 요즘 세상에 사진을 뽑아서 앨범에 간직하는 습관이 가당치도 않다보니 최근 사진들은 흔적도 없지만 아주 오래전, 어릴때부터 학창시절, 군대 사진과 사회 초년병 시절의 사진들이 3개 정도의 앨범에 가득 차있다. 그리고 지금은 곁에 계시지 않은 부모님의 앨범들도... 오래전 사진을 보다보면 공통적으로 갖게되는 느낌이란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살며시 미소가 띄어진다거나 박장대소를 한다거나... 그렇게 그 시간, 그 찰나의 순간으로 잠시 마음을 내어준다는 사실일 것이다.

 

군대에서 첫 휴가나오기전 뺑뺑이 도는 사진, 졸업 사진에서 처음 양복이란걸 입고 어색한 포즈를 취하는 나, 그리고 학사모를 쓰신 엄마의 모습이 있다. 아쉽게도 정말 어릴때 사진은 없지만... 쬐끄만 양복을 입고 꼬마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나, 학창시절 수학여행때 찍은 장난꾸러기의 모습과 기숙사에서 아이들과 저녁녘에 찍은 시커먼 사진들도 자꾸 시선이 간다. 짝사랑했던 아이와 수줍게, 아무도 모르게 곁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아직도 꼬맹이인 내가 서있는 누나의 결혼식 장면도 그 속에 담겨져 있다.

 

아버지의 너털웃음도, 엄마의 수줍은 미소도... 그 오래된 사진을 보다보면 어느새 시간을 거슬러 달콤한 미소와 함께 과거를 추억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사진관련 책에선가 이런 글귀를 본적이 있다. '그림은 작가가 생각한대로 생략이나 추가할 수 있지만, 사진은 카메라 렌즈 앞에 펼쳐진 세상을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사진은 그 추억의 시간속에서 사람들을 웃게, 울게 만드는지도 모를일이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 옮겨진 추억의 시간들! 그 찰나의 시간이 그래서 더 황홀하고 행복한지도 모른다.

 






 

<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 은 우리를 그렇게 추억속 사진 앞으로 불러 세운다. 물론 이 작품은 추억속 사진이 담겨진 책은 아니다.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던 웹툰이 한권의 책으로 독자들을 찾아온 것이다. 실제 사진은 아니지만, '와루'라는 작가가 자신의 추억속 한페이지를 꺼내어 우리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학창시절에서 청년으로 이어지는 시간속에서 한장의 사진을 꺼내어 놓고 그 사진과 연관된 작은 사건, 혹은 작가의 느낌들을 들려준다. 한장의 사진,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단지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닌 독자들의 추억속 한페이지로 그렇게 이어진다.

 

'기억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왜 그렇게 ..... 이상하게 변해 가는지 .....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가슴 아픈 기억들이 어느 샌가 한번에 웃어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변해 있곤 합니다. 그래서 살아갈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웃을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 하지만 가끔씩 .... 아주 가끔씩 ... ...... 가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방안에 누워 오랫만에 뜬금없이 생각난 기억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날이 ...'  - 이야기 하나, 기억 中에서 -

 

첫사랑의 설레임, 친구들과의 우정과 추억 여행, 학창시절의 풋풋함과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에 관한 기억들, 그리고 일상의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가슴설레이고 따스한 느낌을 전해준다. 기존 웹툰들이 전해주는 웃음과 유머는 물론이고 이 작품속에는 보다 뜨겁고 가슴 찡한 깊은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부드럽고 뛰어난 그림이 한몫을 차지하겠지만 웹툰 중간중간 자리하는 작가의 짧은 에세이들이 작품을 깊이 있게 만들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우리의 추억을 되뇌이게 만드는 가슴 뜨거운 웹툰이 바로 <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이 아닐까.

 

추억속 앨범을 꺼내듯 수학여행에서 친구들 얼굴에 낙서하는 모습, 주번 완장에 얽힌 권력남용?, 화장실이 급해 버스에서 내려 수풀을 뚫고 달려가던 친구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들은 정말 어디선가 본듯한 즐거운 추억을 선물해준다. 동네 바보형이 건네준 100원, 크리스마스 새벽에 구슬피 울던 고양이 한마리, 졸업과 함께 얻게된 자유 하지만 그 자유가 행복이 아님을 깨닫게되는 자신을 발견하는 모습, 고물을 모으는 할아버지의 핸드폰속 전화번호를 지워달라는 부탁... 그 속에 담겨있던 '할멈'이란 이름, 아이를 잃어버린 친구와의 통화... 한참을 웃다가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눈물이 눈가를 적신다.






 

'와루'에게 다가온 서툰 사랑도 꽤나 가슴 아프게 만든다. 친구때문에 잃어버린 첫사랑이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면 중간 중간 등장하는 놓쳐버린 청춘시절의 사랑 또한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애도 아닌 것이, 어른도 아닌 것이, 마음은 아이인데 어느 샌가 덩치만 커져서 점점 어른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던 우리들...' 그렇기에 아쉽지만 젊음이 더 아름답고 오래 추억되는지도 모른다. 그만큼의 시행착오와 아련한 추억들이 있어 지금 우리의 모습들이 있는 것이리라. '와루'의 오래된 사진을 통해 우리 자신의 아련한 추억들을 꺼내어본다.

 

'21년동안 2주에 한번씩 머리를 잘라 주셨던 아버지.. 이발사 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내 머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지난 일요일 아버지 산소에 벌초를 하고 왔습니다.. 바람이 시원하더군요.' - Behind Story 中에서 -

감성적인 그림으로 감동의 깊이가 더더욱 깊어진다. 중간중간 자리한 에세이들이 툭툭 단절될 수 있는 웹툰의 단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울 아버지, 이발하셨네' 하던 와루의 말속에서 어느새 '공감'하게 된다.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추억속 이야기들을 꺼내게 되고, 그의 추억속 한페이지가 어느새 나의 사랑이, 청춘이, 설레임이, 감동이 된다. 자신의 꿈을 통해 행복해지라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깎이고 다듬어지고 내가 아닌 내어되어가지만' 세상과 당당히 맞서라고... 청춘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은 그 어떤 소설보다,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보다 더 유쾌한 재미와 진한 감동, 깊이 있는 교훈을 전해준다. 긴 이야기로 전하는 것, 그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몇 컷의 그림들로 써내려가는 작가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그림언어들이 독자들을 오랜 시간동안 즐거운 추억여행으로 안내할 것이다. 오랫만에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아쉬운 작품과 만난것 같다. 책장 모퉁이에 자리한 먼지낀 사진첩을 꺼내어보려한다. 이번 주말엔 아버지 산소에 벌초를 하러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그렇게 소리쳐야겠다. '울 아부지, 이발하셨네~' 하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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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 앤 새디 vol.1 - 마린블루스 정철연의 미치도록 재미난 생활툰 마조 앤 새디 1
정철연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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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결혼한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은 친구의 집에 놀러간적이 있다. 이것저것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던 친구의 아내, 우리는 마중하던 친구... 우연히 식탁 위에 놓여있던 책 한권에 미소가 지어진다. 바로 <마조 & 새디>가 그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사랑하고 너무 행복하지만 결혼이란 이름 앞에선 누구나 궁금하고 두려워 질때가 있을 것이다. 조금 지났지만 우리 부부도 그랬고, 그 친구도, 친구의 아내도 결혼 직전 많이 다투고 요즘 들어서도 하지도 않던 말다툼이 종종 있다고 하니... 아마도 결혼은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 총성없는 전쟁의 한복판에 미소를 지으며 뛰어들게 만드는 작품이 바로 <마조 & 새디>이 아닐까싶다.

 

주인공인 남편 마조의 직업은 만화가이자 주부이다. 반대로 아내인 새디는 직장생활을 하고 이 집안의 가장이다. 출근준비를 하는 새디에게 아침을 먹여주고? 회사까지 출근을 시켜주고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인터넷 카페를 돌며 여러가지 소식과 아이쇼핑을 즐긴다. 점심은 여느 주부들이 그렇듯 어제 먹다남을 걸로 해결하고 오후엔 작업을 하거나 빨래, 혹은 장을 본다. 주부일과의 하이라이트인 저녁 준비를 하고 아내가 돌아오면 함께 저녁을 먹고 피곤한 가장인 아내의 마사지도 해준다.

 

글로 써놓고 보니 정말 더할 나위없이 오순도순, 깨알같은 재미를 가진 가정인듯하다. 하지만, BUT!!! 이는 다만 마조의 평범할 라이프사이클을 보여준것뿐 그 속에 숨겨진, 티격태격 살벌한 다툼과 혹은 웃음기 가득한 그, 그녀의 이야기는 아마 여느 부부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것이다. 홈쇼핑을 보면서 '30년 전통의 갈갈이 믹서'를 보고 지름신이 왕림해서 주문전화를 거는 마조, 그런 그에게 족발당수를 날리는 새디! 시작부터 그들의 일상은 재미가 가득하다.

 





 

새디의 생일선물로 자신이 갖고 싶은 화성침공 피규어를 사주려는 마조, 어찌보면 마조는 매를 버는 스타일이 아닐까? ^^ 새디 역시 심상찮은 포스를 지닌다. 임신인것 같다고 하고는 만화속 요리, '참치잔치'가 먹고 싶다는 새디, 추운겨울밤 쇼콜라 케익까지도 기꺼이 갖다 바치는 마조. 마조는 심한 몸살 감기가 걸리고만다. 하지만 새디는 임신이 아니었다는.... 하지만 새디 앞에서 꼼짝도 못하는 마조. 서로 다른듯 닮은 이 부부들의 일상속에서 왠지 우리의 모습들이 하나둘씩 그려져 웃음과 추억이 함께 느껴지기도 한다.

 

<마조 & 새디>는 '마린블루스' 정철연 작가의 성게군과 성게양의 결혼과 연결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곰의 탈을 쓴 성게군과 토끼의 탈을 쓴 성게양이 마조 & 새디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마조는 만화가라는 직업을 가진 때문인지 굉장히 유머러스하면서 동심이 느껴지는 취미를 가진듯 보인다. 갖고 싶은 피규어가 방안에 가득하고 '뮤지컬 졸리 침프'라는 못생긴 원숭이를 사랑하는.... 골든라이탄 장난감 세트에 열광하고 마조. 새디는 벌써 몇년째 '사생병'에 걸려있다. 사고 싶은게 자꾸 생기는 무시무시한 난치병르 가진 새디양. 아마도 여자들이라면 이 병에 안걸린 사람이 없을테지만... 하지만 사생병은 비단 새디만의 문제는 아닌듯... ^^

 





 

좌충우돌 이들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우리 부부의 삶이 고스란히 떠오르기도 한다. 결혼이란 이름으로, 부부라는 이름과 함께 손목, 발목을 묶고 머리를 맞대고 살아가는 수많은 부부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이들 부부들의 일상을 통해 클로즈업된다. 웃지만 웃을수 없는 일도 있고, 슬프지만 재밌게 그려진 이야기들이 한참 배꼽을 잡게 만들다가도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을 전해주기도 한다. 티격태격 다투는 부부들의 모습이 있지만 그속에 숨겨져 있는 따스한 부부애가 작은 감동을 전해주기도 한다.

 

처음에도 언급을 했지만 이 작품은 갖 결혼한 신혼 부부들에게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부부에 대한 지나친 환상에 사로잡히거나 반대로 결혼 생활에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만나면 정말 즐겁게 웃고 작지만 결혼, 부부생활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때문이다. 계속 이어질 이들 부부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신혼은 아니지만 아직 오래되지 않은 결혼 생활, 아직 남아있는 수많은 궁금증, 작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법 등 이들을 통해 조금씩 배우고 알아가는 시간이 될수 있을거란 확신에서 일것이다.

 

정말 즐겁고 행복하고, 가끔 슬프고 어려운 일들과 만나고, 작게 크게 다툼이 있는 부부라는 이름과 공간에서 사는 모든 이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작은 해결의 실마리까지 선물해주는 마조와 새디 부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앞으로도 너무나 기대된다. <마조 & 새디>를 통해서 부부들의 문제만큼은 스스로 해결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달인, 대인배들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남편들이여! 아내를 위해 오늘 저녁 설거지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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