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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부탁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1년 7월
평점 :
최근들어 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아졌다는 느낌이든다. 한동안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에 몰두해 있다보니 익숙한 이름들, 그리고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을 담은 책의 표지와 제목에 따라 그 작품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진 느낌이다. 이번 작품도 예외는 아니어서,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만 듣고 선택한 작품이다. <야구를 부탁해> 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유쾌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톡 쏘는 느낌이 담긴 작품이다. 제목처럼 그 시작은 야구로 풀어낸다.
올림픽에서 사랑받는 수많은 종목중에 하나가 바로 야구이다. 2008년 베이징에서 보여준 우리 선수들의 드라마틱한 금메달은 3년이 지난 지금에도 짜릿한 감동으로 되살아난다. 이 금메달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야구라는 종목에서 우리가 획득한 첫번째 금메달이자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야구가 올림픽과 안녕을 고하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야구의 종주국 미국, WBC 챔피언 일본, 영원한 야구의 나라 쿠바 등 야구하면 떠오르는 이런 나라들을 멋지게 제압하고 8전 전승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낸 우리의 야구. 하지만 그와는 반대모습을 담은, 2008년의 여름이야기가 또 다른 시각에서 그려진다.
우리에게 멋진 베이징의 여름, 하지만 작가 오쿠다 히데오에게는 쓰라린 추억이 된다. 자신을 야구 오타쿠라고 당당히 말하는 작가는 그 해 8월의 여름을 '또 다시 헤엄쳐 돌아가라'라는 제목으로 추억한다. 예전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한일전이 있을때면 던지던 화두처럼 말이다. '일본한테 진다면 대한해협을 헤엄쳐서 건너라!'... 어쨌든 누구나 알고있는 호시노 저팬의 참혹한 실패, 관중석에서 그 쓰라린 아픔을 지켜보는 야구 오타쿠 오쿠다 히데오! 주니지 드래건즈의 팬인듯한 작가는 가혹한 스케줄과 싸구려 호텔에서 그 아픈 기억을 적어낸다.
올림픽의 추억을 뒤로하고 이번엔 뉴욕을 찾은 오쿠다 히데오. 베이징도 그렇지만 뉴욕을 찾은 이유도 편집자들의 꼬임?에 의해서이다. 그에게 글을 쓰게 만들려는... 그가 이런 그들의 의도를 모를리 없지만 야구 오타쿠인 만큼 이번에도 뉴욕 양키즈라는 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뉴욕 만세'에서 그런 그의 즐거운? 야구 여행이 다시한번 그려진다. 이 작품의 표제작이기도 한 '야구를 부탁해'에서는 센다이지역을 연고로하는 라쿠텐과 그들의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정말이지 야구를 사랑하고 즐길줄 아는 야구 오타쿠 오쿠다 히데오의 일상들을 들여다본다.

<야구를 부탁해>속에는 단순히 야구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독설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여행에서 보고 느낀 다양한 이야기들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록 페스티벌과 사찰, 롤러 코스터, 만국 박람회 등 다양한 장소, 색다른 이야기들이 솔직하고 유쾌한 작가 특유의 필치로 모자이크 된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 여행, 야구와 빼놓을 수 없는 맥주 이야기... 등 즐겁고 유쾌한 오쿠다 히데오식 수다가 재미를 그려낸다.
2010년 '올림픽의 몸값'을 통해, 오랫만에 입 꼭 다물고 웃음기를 쏙 뺀, 흥미진진한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던 오쿠다 히데오는 다시금 예전 그 유쾌한 웃음으로 우리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공중그네'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선보였던 '닥터 이라부'라는 캐릭터를 닮은 듯한 실제 오쿠다 히데오의 좌충우돌 여행이야기는 작가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보통 사람 오쿠다 히데오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가 그려내는 작품들처럼 유쾌하고 명랑한 이야기들이 그의 일상속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옆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기분 좋은 이야기... 그것이 바로 <야구를 부탁해>가 아닐까.
'지난 몇 년 동안 일본 매스컴은 반중 감정을 부채질하는 보도를 일삼아 왔지만 나는 이런 식문화를 지닌 민족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국민성이 별나다는 주장에는 일본의 국민성이야말로 세계와 가장 동떨어져 있다고 되받아치고 싶다.' - <또 다시 헤엄쳐 돌아가라> 중에서 -
여행을 즐기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향해 왔으면서도 '작가'라는 이름때문에 마감일자에 쫓길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엿보인다. 작가라는 이름뒤에 숨어 올바르지 못한 이념을 독자들에게 심어주는 무지한 인간들이 있는 반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오쿠다 히데오는 기분 좋은 웃음 뒤에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멋진 아저씨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요즘 한류를 이끄는 아이돌 가수들과 드라마들을 헐뜯던 일본의 험한류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보고는 어떤 생각을 갖고 이야기할 지 무척이나 궁금해지기도 한다.
<야구를 부탁해>는 야구 오타쿠 오쿠다 히데오의 특별한 여행기이다. 그가 풀어놓는 즐거운 수다를 통해 독자들은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의 일상의 모습에서 그가 소설속에 담아낸 유쾌한 즐거움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 이름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 그의 야구 이야기가 왜 이렇게 즐겁게 다가올까? 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까?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에게 사람을 즐겁게 하는 마력이 숨어있지 않을까? 행복 전도사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에 다시한번 빠져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