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회
아카가와 지로 지음, 모세종.신인영 옮김 / 어문학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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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을 유영하는 여자아이가 있다. 눈부시게 파란 물색,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수영을 즐기는 소녀의 눈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몽환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작은 손짓으로, 입술을 꼭 다물었지만 그 눈빛이 뭔가 간절하게 무언가를 말하려는듯 우리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표지를 가로지르며 빠알간 꽃들이 피어나고 그 아래 흩뿌려진 붉은 색은 아마도 피? 쪽빛 물색과 붉은 액체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야회>라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의 표지에 독특한 느낌은 전해준다.

 

카가와 지로!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수가 450여 편에 이를 정도로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만나본 그의 작품이 없다는 게 아쉽다.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정도는 어느 정도 익숙한 제목이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중 12편이 영화로, 60여편이 TV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다양한 수상으로 일본에서는 꽤나 유명한 작가인듯 싶다. 앞서 책의 표지도 인상적이었지만, 몽크의 '절규'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곳곳에 자리하는 그림들은 추리 스릴러로 통하는 <야회>의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준다.

 

<야회 夜会>라는 이 작품의 제목은 '밤의 연회' 라는 의미를 가진다. 세 명의 소녀가 초대된 죽음의 살인 파티! 아카가와 지로의 추리 스릴러는 이렇게 시작된다. 15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수영 세계선수권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따게 되면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게된 18살의 '사와이 사또꼬'와 그녀의 언니 '사와이 하쯔꼬'. 사와이와 동갑내기인 '사야마 키요미'가 바로 연회에 초대된? 그녀들이다. 아직 어린 그녀들이지만 의도치 않게 빗나간 시간을 헤매이는 이 소녀들의 삶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특별한 사건들이 벌어지게 된다.

 

'금메달로 빛났던 열다섯 살 때부터 3년간 사또꼬는, 10년 아니 20년이나 나이를 먹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또꼬를 이용하려고 하는 어른이 벌 떼 같이 접근해 왔다. 그 중에는 사또꼬가 귀엽다며 탤런트하지 않을래?하고 말해 오는 사람도 있었다. CD데뷔라며 진짜로 기획을 해오는 사람도 있었다.' - P. 17 -

 

한 소녀는 갑작스런 관심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수영이 싫어진다. 사또꼬를 이용하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어른들의 집요함. 소위 얼굴 마담이 되어 수영과 관계된 모든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짜여진 일정에 움직여야 하는 사또꼬. 그런 그녀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사또꼬는 이런 그녀의 일상에서 일탈을 감행한다. 그러던중 우연찮게 강에서 야스나가 마사또시라는 12살 소년을 구하게 되는데...

 

또 한 소녀는 절친인 마미야 시노부와 함께 원조교제를 미끼로 어른들의 등을 쳐 용돈 벌이를 하는 사야마 키요미이다. 여느때처럼 동전 던지기를 통해 역할을 나누었던 키요미와 시노부.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시노부의 죽음, 키요미는 시노부의 가방에서 나온 고객의 명함 한 장을 가지고 석연찮은 시노부의 죽음의 비밀을 쫓는다. 사또꼬의 가출로 그녀를 찾아온 언니 하쯔꼬. 마사또시의 생일 파티를 기점으로 이 죽음의 저택에 모여든 그녀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밤의 연회는 그렇게 시작된다.

 





 

' "왜 구해주신 겁니까?" ... "분명히 당신은 후회할 거예요. 그 아이를 구해준 것을." '

 

사또꼬에게 걸려온 의문의 전화. 왜 마사또시를 구해주었느냐는... 분명히 후회할 거라는... 의문의 말을 남긴 목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Y재단'의 구라따는 또 어떤 인물인지, 죽은 시노부와 구라따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12살 소년 마사또시는 누구인지? 책의 중반 이후까지도 이런 물음표는 갯수를 더해간다. 이 작품을 단순히 추리 스릴러라는 장르로 묶어 둘 수 없는 이유가 곳곳에 존재한다. 시노부의 자살과 관련한 부분, 사또꼬가 호텔 수영장 물속에서 소년를 만나는 부분 등 책 표지에 버금가는 환상적인 장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자신의 딸 아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서슴치 않는 사또꼬의 아버지, 그리고 사또꼬를 이용해 자신의 명성 쌓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수영 코치 야나기다. 수영 관련한 행사에는 언제나 빠짐이 없어야 하고, 사또꼬를 이용해 한 몫 잡으려는 어른들의 비열하고 치졸한 모습들이 눈에 보이듯 선명하게 그려진다. 사또꼬와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한 소녀가 있다. 일년전 펼쳐졌던 광저우 아시안 게임 수영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며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한 정다래 선수가 바로 그렇다.

 

인형처럼 예쁘고 4차원적인 행동들로 더욱 인기를 끌었던 그녀의 당시나 최근의 모습들도 사또꼬의 모습과 어느 정도 닮아 있지 않았을까? 물론 그녀의 아버지나 주변 인물들은 이 소설속 등장인물들과 조금 다르다고는 해도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의 갑작스런 관심과 연예계를 비롯한 스포트 라이트는 사또꼬 그 이상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도 최근 보여진 정다래 선수의 밝고 예쁜 모습을 보고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불어 주부와 수영코치, 선수와 코치, 직장 상사와 여직원간의 불륜은 물론이고 아직 나이 어린 여학생들의 원조교제에 더해 그것을 미끼로 용돈 벌이를 하는 불편한 진실들이 <야회>속에 가득하다. 단순히 추리 스릴러 정도로 아카가와 지로의 이 작품을 말할 수 없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의 단면들을 그려내면서도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그런 불편한 진실들을 환타지적 장치들을 이용해 채색해가는 작가의 이 색다른 미스터리 스릴러는 그래서 특별해 보인다.

 

환타지라는 장치는 추리 미스터리 장르에서 간혹 독자들을 기운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된 것일까? 하며 잔뜩 기대했던 이야기들이 한순간 현실을 벗어나 환타지로 취급되어 황당함을 쥐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도 어느정도 그런 환상적인 장면들로 당황스러움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그동안 지켜본 우리 현실이 이미 상상을 초월한 환타지 그 이상임을 생각해 볼 때, 그저 조금 편하고 재밌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회파 환타지 추리 미스터리' 정도라면 이 작품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아카가와 지로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 많지 않은 페이지에 담겨진 불편한 진실과 환타지가 곁들여진 추리 스릴러의 재미까지 색다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야회>는 매혹적인 표지와 쉽고 재밌게 읽어내려가는 가독성이 좋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11월의 마지막 이 작품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조금 가볍게 추리 스릴러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야회>와의 만남을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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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롱 할로윈 2
제프 로브 지음, 박중서 옮김, 팀 세일 그림, 리치먼드 루이스 채색 / 세미콜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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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할로윈> 이야말로 지금까지 나온 배트맨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야심만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줄거리가 가장 밀도 있다는 느낌도 주고요.' -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S. 고이어의 대담 중에서...

 

<배트맨 롱 할로윈> 그 두번째 이야기는 영화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를 만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두 사람의 대담으로 시작된다. 이 작품이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트맨을 다룬 이야기임을 그들은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또한 영화로 제작된 자신들의 작품이 바로 <배트맨 롱 할로윈>에 영향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단순히 선과 악이 쫓고 부수고 쫓기는 대결구도를 벗어나 추리 미스터리적 장르를 도입함으로써 좀더 재미있고 밀도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한 <배트맨 롱 할로윈>을 극찬한다.

 

더불어 환상적인 누아르 풍의 작품을 그린 팀 세일의 그림에 대해서도 그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팀 세일은 거대한 도시, 그 도시의 지하세계와 등장 인물들의 표정, 서로 간의 대결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색채로 마법을 부린듯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미 첫번째 이야기를 통해 <배트맨 롱 할로윈>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이런 제작자들의 선망어린 시선에 대해 이해하고 이미 직접 느껴보았을 줄 믿는다. 화려하지 않은 조금은 단순한 색채와 음영이 만들어내는 사실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표현이 누아르와 추리를 겸비한 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념일만 골라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범 홀리데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뒤따라 왔다. <배트맨 롱 할로윈>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지난 10월의 할로윈데이에서 4월 만우절까지 이어진 홀리데이의 살인과 마주했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연쇄살인... 5월 어머니 날에서 다시 할로윈으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벌어질 홀리데이와 로마인 팔코네, 배트맨과 조커, 그리고 캣 우먼의 등장 하나하나에 시선을 집중하게 될 것이다.

 

마피아 팔코네 패밀리의 라이벌, 마로니 패밀리의 루이지 마로니가 아버지날에 살해되고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조너선 크레인이 탈옥을 한다. 점점더 홀리데이의 그림자와 또 다른 어둠들이 고담시를 짙게 감싸기 시작한다. 배트맨과 동료들의 추격, 팔코네 패밀리의 도전, 그리고 다시금 돌아온 할로윈데이... 마침내 계속되는 연쇄 살인속에 '홀리데이'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추리 미스터리 답게 홀리데이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반전의 재미가 독자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두 얼굴의 비극적 악당 투 페이스의 기원이 <배트맨 롱 할로윈>의 마지막을 여운처럼 감싸 안는다. 배트맨이 홀리데이라고 의심했던 하비 덴트가 진짜 홀리데이 살인의 범인일지, 부르스 웨인이 배트맨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숨겨진 비밀, 배트맨을 유혹하는 여인, 그리고 캣 우먼, 마피아 팔코네 패밀리와 홀리데이의 관계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악당 투 페이스가 탄생하게되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그 기나길었던 롱 할로윈의 밤이 저물어간다.

 





 

그렇게 기나길었던, 아니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눈깜짝 할 사이에 읽어내려간 <배트맨 롱 할로윈>은 그렇게 흥미로운 반전을 남기며,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며 막을 내린다. 하지만 아직 <배트맨 롱 할로윈>은 끝나지 않았다. 책의 끝부분에는 책속에서 이야기하지 못했던 뒷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배트맨 롱 할로윈>의 제안서를 통해 책 속에서는 그 역할이 미미했던 캘린더 맨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되고, 최종본에 수록되진 못한 이야기들, <배트맨 롱 할로윈>의 다양한 기념일 표지가 이 작품의 색다른 분위기를 다시 한번 연출한다.

 

이전까지 배트맨 시리즈를 만화로 만나본 적은 처음이다. 그렇기에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는것이 조금은 어렵지만 기존에 영화로 만나보았던 시리즈와는 전혀다른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배트맨 롱 할로윈>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이다. 선(善)과 악(惡)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단순히 쫓고 쫓기는 악당과 배트맨의 대결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던 이전과는 다른, 미스터리 추리적 장르와 느와르적 분위기 연출을 통해 색다른 느낌, 치밀하고 섬세한 '이야기'적 관점에서 영웅 배트맨을 만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를 다시 한번 만나봐야겠다. 그 속에서 <배트맨 롱 할로윈>의 어떤 부분들이 영향을 주었고 또 이 작품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다시금 <배트맨 롱 할로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될 것 같다. <배트맨 롱 할로윈>!! 조금 더 강렬하고, 섬세하고, 이야기가 살아있는, 매력적인 배트맨 시리즈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영화를 통해 더 화려하고 심도 깊은 배트맨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을 찾아오리라 기대해보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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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롱 할로윈 1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제프 로브 지음, 박중서 옮김, 팀 세일 그림, 리치먼드 루이스 채색 / 세미콜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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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고전! 배트맨이 돌아오다.

1939년 처음으로 붉은 옷을 입은 배트맨이 태어났다. 슈퍼맨의 성공적인 등장에 수없이 많은 아류작들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밥 케인이란 만화가에 의해 그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그리고 빌 핑거에 의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배트맨에 가까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밥 케인은 그것이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 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어쨌든 배트맨은 이미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통해 수많은 팬들을 양산해왔고 그들을 열광시켰다. 슈퍼맨의 화려함, 밝은 면과는 차별화된 '박쥐 인간'이란 독특한 캐릭터가 전해주는 약간의 어둠이 그 열광의 한부분을 차지한것도 사실일 것이다.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마지막? 아니 처음인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는 이 작품 <배트맨 롱 할로윈> 시리즈는 제프 로프의 글과 팀 세일의 그림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게 모두 아치의 잘못이었다'는 서문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편집자 아치 굿윈이 없었다면 이런 매력적인 작품으로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예전부터 자네 둘이서 갱단에 관해 그린 게 마음에 들더군. 혹시 누아르 영화 분위기의 작품을 해 볼 생각은 없었나?' 라는 편집자의 그 특별한 제안과 함께 이 작품은 태어났는지도...

 





 

배트맨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추리극!

<배트맨 롱 할로윈>을 사람들은 배트맨 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추리극이라고 말한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이 작품은 배트맨과 갱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선악의 대결을 그린다. 그리고 특정 기념일에만 살인을 저지르는 정체모를 킬러의 등장, 그와 고담시 최대의 범죄조직과의 연관성, 그리고 또 다른 악당의 등장이 이 작품에서 다루는 주요 사건이다. '로마인'으로 불리는 고담시 최대 범죄 조직의 두목 카르미네 팔코네를 지원하던 은행 대표 리처드 대니얼과 로마인의 조카가 살해당한다. 그것도 할로윈에 때맞추어... 그렇게 홀리데이 살인은 그 서막을 알린다.

 

지금까지 배트맨 시리즈에는 수많은 악당들이 등장해왔다. 이 작품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피아 조직인 로마인 팔코네 패밀리, 우리가 잘 아는 조커가 바로 어둠을 담당한다. 악(惡)이 있다면 그에 맞서는 선(善)이 있는 것은 당연, 배트맨이 그렇고 고든 서장과 검사 하비 덴트도 그렇다. 그리고 선과 악의 중간이랄까? 캣 우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영화속에서 수도 없이 만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뚜렷한 색깔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로마인과 배트맨, 그리고 캣 우먼 사이에 기념일만 골라 살인을 저지르는 '홀리데이'라는 정체 모를 인물이 등장한다.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배트맨 롱 할로윈>을 흥미진진한 추리극 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홀리데이의 정체를 쫓아가는 스릴 넘치는 여정 때문일 것이다.

 





 

연쇄 살인범 홀리데이의 정체를 밝혀라!

로마인 팔코네에게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려는 배트맨과 고든 서장, 하비 덴트 검사. 하지만 하비 덴트 부부 마저 그들의 집에서 폭탄 테러를 받게 되고... 홀리데이의 살인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를 넘어 새해, 발런타인 데이로 이어진다. 연쇄살인범 홀리데이의 정체를 쫓는 이는 선(善)으로 대표되는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악당 조커 또한 그의 존재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 그리고 자신들 패밀리가 표적이 되어버린 로마인 팔코네 또한 홀리데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혈안이 된다. 결국 홀리데이의 22구경 권총에 로마인의 아들까지 목숨을 잃게 되고 홀리데이의 정체는 점점더 미궁에 빠진다. 한편 배트맨은 조금씩 하비 덴트 검사를 의심하게 되는데...

 

<배트맨 롱 할로윈>은 1,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쇄 살인범에 의한 살인은 성 패트릭 기념일과 만우절까지 이어지고 다음 이야기는 2권으로 이어진다. 배트맨이 의심하는 하비 덴트가 정말 홀리데이일까? 아니면 로마인 팔코네 조직의 라이벌 조직의 짓일까?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인물?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 구도를 띄었던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와는 다른 새로운 추리 미스터리라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물론 이 작품속에도 선과 악의 대결은 있다. 배트맨 자신이 갖고 있는 고뇌, 또 다른 인물 하비 덴트의 갈등,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캣 우먼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선(善)과 악(惡), 그리고...

수없이 많은 배트맨을 만났지만 지면을 통해 만화라는 장르로 만나는 배트맨은 처음이었던것 같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컬러풀한 디자인, 흥미진진한 추리, 두 말 할 것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뿜어내는 색다른 배트맨의 색깔은 영화에서 느껴졌던 약간은 시시하고 뭔가 부족한 느낌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 갱들이 등장하고 연쇄 살인범을 쫓고 추리하는 특별한 구성이 독자들을 전혀 다른, 매력 넘치는 배트맨 시리즈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배트맨 롱 할로윈>의 마지막에는 레터링을 맡은 리처드 스타킹스, 각본의 제프 로브, 그림의 팀세일이 한자리에 모여 이 작품의 창작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 작품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 속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홀리데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서둘러 두번째 이야기를 열어보려 한다. 추리극이니 만큼 마지막에 드러날 반전의 묘미를 기대하며 말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배트맨! 11월, 서서히 밀려오는 싸늘한 추위속에서 영원이란 이름과 함께 할 고전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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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왼팔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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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표정을 한, 약간은 어눌해 보이는 표정의 한 아저씨를 표지에 담은 한 권의 책이 2011년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노보우의 성'이란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수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와다 료', 그가 바로 독자들을 열광시킨, 이 노보우(얼간이) 나리타 나가치카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센고쿠시대 이야기꾼보다 더 센고쿠적인 삶을 그려내는 소설가'라는 칭송을 받을 만큼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매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노보우의 성'을 만나보지 못하고 그의 두 번째 작품을 먼저 만나기에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기대되고, 그 매력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하다.

 

'참으로 묘한 소년이었다. 머리에 감을 얹은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생김새도 묘했다. 한껏 기른 머리카락이 거의 허리까지 내려왔다. 그 머리채를 묶지도 않아서 얼굴의 반쯤은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나는 얼굴 또한 야릇했다. ... 소년의 이름은 고타로라고 했다.'

 

전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바람의 왼팔>도 한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는 표지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에는 긴 머리를 한 소년의 모습이다. 얼마전 드라마에서 보여지던 배우 '유승호'의 모습이 언듯 떠오르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번에는 이 소년이 주인공인것 같다. 그 소년의 이름은 '고타로'라고 했다. 그리고 또 중요한 한 사람이 등장한다. 도자와 가문의 맹장인 하야시 한에몬! 15세기 후반에서 한세기를 거치는 일본의 센고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그 시대를 호령하던 다이묘들과 그들의 처절한 욕망과 전쟁의 시대를 그려낸다.

 

도자와 가문과 대립을 벌이는 고다마 가문이 있다. 고다마 가문의 무사 하나부사 기베에와 도자와 가문의 공로 사냥꾼 한에몬과의 치열한 대결과 끈끈한 우정,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는, 아니 놓여 있는 소년 고타로. 고타로에게는 화승총을 다루는 천부적인 재질이 숨겨져 있었다. 전쟁에서 고다마 가문의 기베에에게 밀리는 한에몬, 이후 그와 고타로의 만남을 통해 기막히고 안타까운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에몬은 그가 처한 위기를 고타로의 천재적인 사격술이 극복해 줄거라 믿게 되고, '비겁한 짓을 하지마라'는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신념을 무너뜨리게 된다.

 

도자와 가문의 후계자인 즈쇼와의 보이지 않는 암투를 벌이는 한에몬, 한 여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그들의 사랑 쟁탈전, 그리고 시대에 가로막힌 전쟁의 파편들. 운명의 고리는 고타로와 한에몬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몰아가게 되는데... 순진하고 어수룩하기까지한 한 소년, 소년의 운명을 뒤흔드는 하나의 사건, 전쟁, 그리고 마지막 발걸음이 독자들의 시선을 잠시도 책에서 뗄 수 없을 만큼 긴박하고 섬세하게 그려진다.

 





 

와다 료의 '노보우의 성'이 소설의 인기를 안고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을 기다리고 있듯, <바람의 왼팔> 역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혼란의 시대를 풍미한 사무라이들의 치열한 대결, 가문의 후계를 둘러싼 암투, 누구도 몰랐던 비밀을 간직한 한 소년, 그리고 소설에서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삼각관계 러브 라인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소설적 매력이 가득한 센고쿠 시대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전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해준다.

 

<바람의 왼팔>을 가진 고타로가 두 말 할 나위 없이 이 작품의 주인공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한에몬이라는 캐릭터가 조금은 더 강렬한 느낌을 전해준다. 한에몬을 위한 하나의 커다란 소재이자 등장인물이 바로 고타로와 그 왼팔이 아닐까... 쉴 새 없이 독자들을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헤메이게 만들며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잠시도 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 내려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가득한, 정말이지 가독성이 짙은 작품이다.

 

책을 내려놓을 때쯤 이 엔터테인먼트 소설이 주는 즐거움과 함께 한에몬과 고타로에게 놓여진 현실과 그들이 변해가는 모습, 마지막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씁쓸하고 안타까운 느낌을 갖게 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변화시키고 상처받고 스러지게 만든 것인가? 단순히 센고쿠 시대속에 그려졌던 비참하고 안타까운 모습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한에몬과 고타로에게 보여지는 듯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책을 내려놓으며 인터넷 서점에서 곧바로 '노보우의 성'을 클릭클릭 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선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치열한 전투와 센고쿠 시대상의 눈속에 담아내듯 생생하게 그려내는 와다 료의 펜 끝으로 긴장감과 떨림을 멈출 수가 없다. 시대와 인물에 그만큼 섬세하고 드라마틱하게 영혼을 불어넣는 작가가 또 있을까? 소설과는 또 다른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한번 가져본다. 역사물이 아닌 현대물도 그에게 자 어울릴듯도 한데... 어쨌든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신성', 와다 료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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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아바나에서 공수해 온 한 개피 8,500엔 짜리 시가를 피우고, 차는 캐딜락, 10만엔이 넘는 라이터를 쉽게 잃어버리고, 영국제 맞춤 양복을 입고 빗속을 거니는, 재벌 간베 기쿠에몬 회장의 아들, 간베 다이스케 형사! <부호 형사>는 바로 간베 형사의, 간베 형사를 위한, 간베 형사를 위한 미스터리다. 그까이꺼~~ 뭐~~ 돈이 얼마가 들건 범인만 잡으면 되지 뭐~!! 돈으로 범인을 잡고,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부호 형사, 다이스케. 기발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뭔가 비뚤어진 이 사회를 비웃는듯도 싶고, 천재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의 첫번째 미스터리는 그랬다.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부호 형사>의 성분 함량표이다. 얼마전에 만났던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에서는 '반전'이 가장 큰 점수를 받았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캐릭터' 에 만점이 부여되어있다. 앞서 언급했던 부호 형사 다이스케는 물론이고, 그가 소속된 특별수사본부에 소속된 형사들 모두가 그들 나름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다. 히치콕을 닮았다는 책임자 후카야마 경시를 비롯해 코즈카, 누노비키 형사는 물론이고, 언제나 유쾌하고 미스터리 팬이기도한 사루와타리 형사에 이르기까지... 이들 캐릭터는 딱딱할 수 있는 미스터리에 재미와 웃음을 전해준다.

 

7년째 끌어오는 5억엔 강탈 사건, 화재로 죽은 주조 회사의 사장과 밀실 살인, 유괴 사건과 계획 살인이라는 미스터리... 성분 함량표에도 들어있듯, 이런 고전의 반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미스터리적 배경과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부호 형사>는 역시 색다르다. 바로 재벌인 아버지의 돈을 범인을 잡는 일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부자 형사'라는 설정 때문이다. 젊은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던 자신의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기꺼이 쓰라는 아버지 덕분에 부호 형사의 활약은 돈. 돈. 돈. 그 자체의 화려함에서 시작된다.

 

범인을 잡기 위해 화려한 댄스 파티를 열고, 밀실 살인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어 버리고, 유괴범이 요구한 거액을 자비로 내어놓고, 시내의 전 숙박시설을 예약해 버리는 등... 이거 대한민국 가난한 형사들이 이 책을 만나면 홧병이라도 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 들기도 한다. 돈과 미스터리!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가지를 어색함 없이 매끄럽게 마무리한 천재 작가. 진지한 미스터리의 전형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전혀 새로운 미스터리를 완성해 낸 쓰쓰이 야스타카의 특별한 매력에 빠져든다.

 





 

이 천재 작가는 언제나 웃음의 코드를 내려놓지 않는다. 돈 많은 다이스케를 나무라거나 부러워하면서도 언제나 그의 계획과 그의 돈을 이용해 범인을 검거하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쿨한 특별수사본부 형사들도 그렇고... '밀실의 부호형사'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만든 회사가 흑자를 내자 '불효막심한 놈'이라 오히려 역정을 내고 다이스케를 사장에서 해고시키는 간베 회장의 모습도 그렇다. 돈으로 무엇이든 가능한 이 나라, 이 사회에 대한 천재 작가의 도발이랄까? <부호 형사> 물질과 정의(正義)라는 어울리지 않는 양면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풍자해 놓은 특별한 작품이다.

 

앞서 이 작품에서 만점을 받은, 캐릭터 부문에 있어 절대 빼어 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다이스케의 아버지, 간베 회장의 비서인 '하마다 스즈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이스케의 사건 해결을 위해 기꺼이 도움을 마다 않는 그녀는 사실 다이스케를 짝사랑하고 있다. '부호형사의 미끼'에서 이미 그녀의 마음을 확인한 다이스케도 아마 그녀를 어느 정도 음.... 아닐까?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다이스케 때문에 눈물 짓는 스즈에를 보고 '꼭 고장난 샤워기 같아. 가뭄이 들었을 때 강에 세워놓으면 좋겠어....'라고 다이스케가 말하는 부분에서 빵~~ 터지고만다. 앞으로 그와 그녀의 로맨스를 기대해봐도 될까?

 

'무려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쓰쓰이 야스타카. <부호 형사>는 일본 SF의 대표작가인 쓰쓰이 야스타카의 첫번째 미스터리 도전작이다. 1978년 작품이니 벌써 출간된지 30년이 훌쩍 넘은 작품이다. 천재 SF작가의 미스터리 도전. 당시 그의 도전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파프리카'와 같은 작품을 통해 기발한 상상력, 패러디와 풍자로 날카로운 웃음을 던지는 이 작가의 다소 엉뚱 발랄한 이 미스터리는 지금과는 몇 배 더 충격적인 작품이 아니었을까? 오랜 시간의 무게 속에서도 그 만의 독특한 색깔을 간직한 미스터리, <부호 형사>가 즐겁다.

 

'재미있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는 쓰쓰이 야스타카만의 독특한 스타일. 아마도 이것이 개인적으로 나의 책 읽는 스타일과 맞아떨어지지 않나 싶다. '재미있지 않으면 읽지 않는다.' 물론 재미라는 것은 읽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겠지만... 재미있는 작품이란 것은 어느정도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이 작품을 어떠니 저러니 하는 평가를 위한 책 읽기가 아니라 특별히 그 작품을 평가할 말이 없어도 '그냥 재미있었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한 책이 정말 좋은 책, 좋은 책읽기가 아닐까싶다. 오늘 또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고 책읽기를 경험한다. 왠지 느낌 좋은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의 첫번째 미스터리 도전작을 통해 풋풋함과 색다른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접하게 된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와 그녀, 다이스케와 스즈에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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