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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롱 할로윈 2
제프 로브 지음, 박중서 옮김, 팀 세일 그림, 리치먼드 루이스 채색 / 세미콜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롱 할로윈> 이야말로 지금까지 나온 배트맨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야심만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줄거리가 가장 밀도 있다는 느낌도 주고요.' -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S. 고이어의 대담 중에서...
<배트맨 롱 할로윈> 그 두번째 이야기는 영화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를 만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두 사람의 대담으로 시작된다. 이 작품이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트맨을 다룬 이야기임을 그들은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또한 영화로 제작된 자신들의 작품이 바로 <배트맨 롱 할로윈>에 영향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단순히 선과 악이 쫓고 부수고 쫓기는 대결구도를 벗어나 추리 미스터리적 장르를 도입함으로써 좀더 재미있고 밀도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한 <배트맨 롱 할로윈>을 극찬한다.
더불어 환상적인 누아르 풍의 작품을 그린 팀 세일의 그림에 대해서도 그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팀 세일은 거대한 도시, 그 도시의 지하세계와 등장 인물들의 표정, 서로 간의 대결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색채로 마법을 부린듯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미 첫번째 이야기를 통해 <배트맨 롱 할로윈>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이런 제작자들의 선망어린 시선에 대해 이해하고 이미 직접 느껴보았을 줄 믿는다. 화려하지 않은 조금은 단순한 색채와 음영이 만들어내는 사실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표현이 누아르와 추리를 겸비한 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념일만 골라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범 홀리데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뒤따라 왔다. <배트맨 롱 할로윈>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지난 10월의 할로윈데이에서 4월 만우절까지 이어진 홀리데이의 살인과 마주했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연쇄살인... 5월 어머니 날에서 다시 할로윈으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벌어질 홀리데이와 로마인 팔코네, 배트맨과 조커, 그리고 캣 우먼의 등장 하나하나에 시선을 집중하게 될 것이다.
마피아 팔코네 패밀리의 라이벌, 마로니 패밀리의 루이지 마로니가 아버지날에 살해되고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조너선 크레인이 탈옥을 한다. 점점더 홀리데이의 그림자와 또 다른 어둠들이 고담시를 짙게 감싸기 시작한다. 배트맨과 동료들의 추격, 팔코네 패밀리의 도전, 그리고 다시금 돌아온 할로윈데이... 마침내 계속되는 연쇄 살인속에 '홀리데이'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추리 미스터리 답게 홀리데이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반전의 재미가 독자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두 얼굴의 비극적 악당 투 페이스의 기원이 <배트맨 롱 할로윈>의 마지막을 여운처럼 감싸 안는다. 배트맨이 홀리데이라고 의심했던 하비 덴트가 진짜 홀리데이 살인의 범인일지, 부르스 웨인이 배트맨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숨겨진 비밀, 배트맨을 유혹하는 여인, 그리고 캣 우먼, 마피아 팔코네 패밀리와 홀리데이의 관계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악당 투 페이스가 탄생하게되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그 기나길었던 롱 할로윈의 밤이 저물어간다.

그렇게 기나길었던, 아니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눈깜짝 할 사이에 읽어내려간 <배트맨 롱 할로윈>은 그렇게 흥미로운 반전을 남기며,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며 막을 내린다. 하지만 아직 <배트맨 롱 할로윈>은 끝나지 않았다. 책의 끝부분에는 책속에서 이야기하지 못했던 뒷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배트맨 롱 할로윈>의 제안서를 통해 책 속에서는 그 역할이 미미했던 캘린더 맨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되고, 최종본에 수록되진 못한 이야기들, <배트맨 롱 할로윈>의 다양한 기념일 표지가 이 작품의 색다른 분위기를 다시 한번 연출한다.
이전까지 배트맨 시리즈를 만화로 만나본 적은 처음이다. 그렇기에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는것이 조금은 어렵지만 기존에 영화로 만나보았던 시리즈와는 전혀다른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배트맨 롱 할로윈>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이다. 선(善)과 악(惡)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단순히 쫓고 쫓기는 악당과 배트맨의 대결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던 이전과는 다른, 미스터리 추리적 장르와 느와르적 분위기 연출을 통해 색다른 느낌, 치밀하고 섬세한 '이야기'적 관점에서 영웅 배트맨을 만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를 다시 한번 만나봐야겠다. 그 속에서 <배트맨 롱 할로윈>의 어떤 부분들이 영향을 주었고 또 이 작품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다시금 <배트맨 롱 할로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될 것 같다. <배트맨 롱 할로윈>!! 조금 더 강렬하고, 섬세하고, 이야기가 살아있는, 매력적인 배트맨 시리즈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영화를 통해 더 화려하고 심도 깊은 배트맨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을 찾아오리라 기대해보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