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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 1 - 고향편 ㅣ 청춘의 문 1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박현미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미치오 슈스케의 '달과 게', 사사키 조 '페허에 바라다', 쿄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가네시로 가즈키의 'GO', 하라 료 '내가 죽인 소녀'... 일본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 아니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만한 작가와 대표작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음...음... 혹시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공통점을 찾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하지만... 그와 더불어 이들의 공통점은 '나오키 상' 수상작' 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나오키 상'은 일본을 대표하는 대중문학 대상의 문학상으로 꼽히는데, 그 정식명칭은 나오키 산쥬고상(直木三十五賞)이다. 이 상의 이름인 '나오키'는 바로 일본 작가 나오키 산주고(Naoki Sanjugo)의 이름을 딴 것으로 1935년에 처음 시상을 했고, 신인이나 기성작가 구분없이 1년에 2회 수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자세하게 초반부터 나오키 상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지금 만나려고 하는 작품 <청춘의 문>이란 작품과 나오키 상이 어느정도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오키 상이 미스터리 장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나열한 작품들은 개인적인 취향의 작품들이기에 오해가 없으시길... ^^)
'이츠키 히로유키!!' 32년이란 기나긴 세월동안 나오키 상을 지켜온 심사위원중 한 명이 바로 이츠키 히로유키이다. 1978년에서 2009년까지 최고참의원으로 일본 대중문학을 선도해 온, 나오키 상 선정의원으로 활동한 이츠키 히로유키! 이런 그의 경력때문에라도 <청춘의 문>이란 작품은 더욱 더 시선이 머문다. 그의 독특한 이력은 단지 그뿐만이 아니다. 그가 살아온 생애를 잠시 돌아보더라도 굴곡진 역사의 시간들이 담겨져있을 그의 작품들이 궁금하기만 하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지만 일제 침략기 서울로 옮겨와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생때 평양에서 패전을 맞아 난민생활을 하다 남한으로 탈출, 일본으로 돌아간 특별한 시간을 간직한 작가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현대사를 아우르는 작가로서 일본에서 무척이나 사랑받는 작가인 이츠키 히로유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다지 그의 이름이 알려진 바 없는듯하다. 개인적으로도 그의 작품은 처음 만난다. 어쨌든 그에 대한 낯선 소개보다는 그의 작품을 통해 '나오키 상', '시대 작가'라는 타이틀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내비추어질지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청춘의 문> 첫번째 이야기 '고향편'을 펼쳐들 게 된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 그 혼란과 상처 가득한 시간의 문에서 유년기를 보낸 한 소년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 바로 <청춘의 문>이다. 그 첫번째 이야기 '고향의 문'은 소년 '이부키 신스케'의 어린 시절에서 시선을 옮긴다. 아버지 이부키 주조와 예쁘고 강인한 새엄마 다에의 사랑, 하지만 석탄광산이 가득한 지쿠호의 삶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그리고 광산에서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을 구하려다 죽음을 당한 아버지 주조에 의해 신스케의 유년은 굴곡진 역사의 시간속에서 더욱 선명한 상처와 아픔들로 채워진다.

주조와 라이벌 관계였던 야쿠자 하나와 류고로 아저씨의 도움과 새엄마 다에에 대한 사랑과 연민, 조선인 친구 구남과 그의 형 김주열과의 만남과 우정, 그리고 또 다른 죽음의 그림자, 오리에와 아즈사 선생 그리고 사랑과 성... 아버지 주조에게 정의와 의리를 배우고 본받고 자라난 신스케, 하지만 무엇하나 완전하고 채워지지 않는 시대적 아픔과 청춘이란 시간이 가져다주는 공허함속에서 신스케는 아픔과 상처 가득한 청춘의 문을 온전히 통과할 수 있을까? 수많은 만남과 이별, 사랑과 상처의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젊음이란 시간을 달리는 신스케의 청춘이 조금은 투박한 언어와 시간들로 채워진다.
'그 시절 나의 말은 노래였고, 나의 걸음걸이는 춤추고 있었다. 하나의 리듬이 나의 사상과 나의 존재를 다스리고 있었다. 나는 젊었던 것이다.'
'청춘, 사람은 그것을 일시적으로밖에 소유하지 못한다. 나머지 시간은 그것을 회상할 뿐이다.'
- 앙드레 지드 -
오늘도 우리는 청춘을 회상한다. 부모님 앞에서 재롱을 부리던 그 시간을 추억하고, 학창시절의 재미와 즐거움을 떠올린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첫직장에서의 열정을 떠올리며, 첫아이를 만난 그 청춘의 시간을 회상한다. 앙드레 지드가 말하듯 인생의 나이가 어떻든간에 지금 나의 나이에서 청춘은 그렇게 회상의 시간이 되어버린다. 그런 의미로 볼때 청춘의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일 수도 있지 않을까? 단지 인생의 나이테속에 놓여진 청춘의 시간을 넘어 내일, 모레 회상할 지금의 시간이 바로 우리의 청춘은 아닐까!
이츠키 히로유키의 <청춘의 문 - 고향편>은 신스케의 유년과 청년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도쿄라는 꿈의 도시로 가기전 고향 지쿠호에서의 시간들을 그린다. 굴곡진 역사의 시간을 더불어 청춘이라면 꼭 겪어야만 하는, 만남과 이별, 상처와 사랑, 고통과 행복이 교차하는 그 시간들, 청춘의 문을 통과하는 신스케의 청춘을 이츠키 히로유키의 필체로 담아낸다. 처음 만난 그의 작품속엔 그 시대를 온전히 담아내는 섬세함이 있고, 조금은 남성다운 매력이 느껴지고, 잔잔한 감동까지 함께한다.
신스케의 청춘의 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청춘의 문도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아마도 우리는 언제나 청춘의 시간 위에 서있지 않을까? 어제를 회상하듯 오늘을 추억하는 우리들을 보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청춘의 문을 걷는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 '청춘소설'은 이렇게 우리를 한단계 도약하게 만들고 다시금 그 시간을 추억하게 만든다. 아직 끝나지 않은 청춘의 문, 신스케가 그려갈 두번째 이야기 '자립편'을 통해 일본 문학계의 거장 이츠키 히로유키에 대해서 조금더 가까이 알아가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