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의 눈 2
미치오 슈스케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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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학교도 필요없어, 필요없어!

<등의 눈>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마도 초딩 소년 '료헤이'일 것이다. 아직 이 료헤이가 어떤 녀석인지, 미치오가 쫓고 있는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잘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뭔가에 쫓기듯 헤메이는 료헤이의 모습으로 두번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시로토우게 마을로 되돌아온 미치오와 마키비 그리고 키타미. 미치오는 도착하자마자 냇가 근처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만다. 소년 실종 사건의 첫번째 희생자였던 코우이치, 그 소년의 할아버지인 누카자와의 도움을 받게된다. 미스터리한 할아버지 누카자와씨의...

 

 

 

한편 마키비는 혼자서 실종사건과 자신에게 날아온 등의 눈이 담긴 심령사진의 정체를 찾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마을 사람들에게 범인으로 오해를 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키비의 조수이기도 한 키타미와 관계에 대해 미치오에게 넌지시 말하는 마키비. <등의 눈> 두번째 작품에서는 조금씩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놓기에 이른다. 텐구(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깊은 산에 살며 신통력이 있다는 상상의 괴물)에 관련한 시로토우게 마을의 유래와 집착에 대해서 미치오 일행을 듣게 된다. 수행자들의 목을 잘라 강에 버렸던 신 죽이기와 이번 사건이 연관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들도 조금씩...

 

 

 

 


 

사건을 쫓는 마키비 일행은 조금씩 속도를 내기에 이른다. 1권에서 노모를 잃고 알콜 중독증을 앓다 자살한 로사카 미키오의 시체가 발견된다. 다름아닌 료헤이가 시체를 발견한 주인공이며 소년은 그 곳에서 발견한 노모의 유서를 간직하고 있었다. 노모의 자살과 유서, 누카자와씨와 텐구 가면, 여관 주인 우타가와씨가 말하지 않은 비밀, 조금씩 조금씩 실종사건의 진실을 향한 문이 열려지기 시작한다. 미치오가 마주친 하얀옷의 여자와 고비라사?

 

 

 

이제야 조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의 책 읽기가 익숙해져 가는듯하다. 처음에는 그렇게 어색하더니... <등의 눈> 첫번째 이야기의 표지를 보면 이 작품의 내용을 어렴풋이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번째 표지는 그 사실적이던 첫번째와 비교해 조금은 더 오싹한 느낌을 전해준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두 사람의 일그러진 얼굴. 물속에서 떠오른 첫번째 희생자 소년 고우이치의 모습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죽음을 암시하는 그런 모습 같기도 한...

 

 

 

 

 

 

 

미치오가 마음속에 두고 있는 키타미에 대한 비밀이 서서히 밝혀진다. 키타미는 영 능력자였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마키비의 말에 따르면 그런 능력자 중에서도 최상급이 바로 키타미라고 한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왕따로 통하는 꼬마 료헤이의 등장으로 이 작품이 미스터리를 넘어 공포 호러를 표방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료헤이는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영적인 능력을 가진다. 혼령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료헤이는 죽은 로사카 미키오의 등에서도 이와 같은 눈을 보았다고 말한다.

 

 

 

겁많은 소설가 미치오, 영현상 탐구가 마키비, 영 능력자 키타미, 그리고 영혼을 볼 수 있는 료헤이까지... 이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이 심령 사진의 진실과 아동 실종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다시 내달린다. 시로토우게 마을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사건의 진실은 과연 밝혀질 수 있을까? 두번째 이야기 역시 숨가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미치오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상한 소리의 정체는 무엇이고, 햐얀 소복입은 여인은 누구일까? 자살한 노모와 역시 자살한 아들의 등에 보인 눈의 정체는? 아직도 여러가지 물음표를 남긴채... 긴장감속에 <등의 눈> 두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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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의 눈 1
미치오 슈스케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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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 레오므... 어리에이서...

쓰러져 있는 한 소년, 그리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정체모를 소리, 소년의 눈에 비친 것의 정체는, 소년은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지금 막 소설가의 꿈을 이룬 미치오 슈스케와 만난다.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임을 갖게 만드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 그가 10년이란 시간을 목표로 했던 소설가로서의 첫 작품을 이렇게 만화라는 장르로 만난다. <등의 눈>은 제5회 호러 서스펜스 특별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치오 슈스케라는 소설가가 방문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에 관한 오싹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벌써 몇달전에 3권으로 구성된 <등의 눈> 시리즈 주문해놓고 책장에 고스란히 놓아두고선 이제서야 책에서 비닐을 걷어내고 있다. 게을러서일까? 아니면 너무 작고 가녀린 이 작품을 쉽게 읽고 내던지기 싫어서일까? 어쨌건 과감?하게 비닐이 찢겨져 나간 <등의 눈>은 그 제목 만큼 오싹하고 즐거운 미스터리의 세계로 나를 이끈다. 사실은 쬐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일본 문학에는 익숙하지만 만화에는 아직 서툰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 넘어가는 페이지 구성이 약간은 신경이 쓰이고 어색함이 있다. 그래도 미치오 슈스케인데... ^^

 




후쿠시마현의 시로토우게라는 마을로 여행을 떠난 우리의 주인공 미치오 슈스케! 여관에 여장을 풀고, 주인의 권유로 시라하야천 상류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오르게 된다. 오솔길에서 마주친 한 여인, 그리고 상류에서 만난 한 노인, 그리고 그곳에서 지난 몇년전에 벌어진 유괴사건에 대해서 듣게 된다. 첫번째로 실종되었던 아이는 머리가 잘린채 강물로 떠내려 왔고 아까 만났던 노인이 바로 그 죽은 소년의 할아버지인 누카자와 쵸우치였다.

 

한편 이 작품에서 미치오 슈스케가 소설가로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준비하고 감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면, 그의 대학 동창인 마키비 쇼스케가 사건을 풀고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 역할을 하게 된다. 시로토우게에서 쏘스라치게 기이한 경험을 하게된 미치오는 마을을 도망치듯 달아나 대학 동창 마키비를 찾아가게 된다. 한편 마키비의 사무실(마키비의 영 현상 탐구소)로도 등에 눈이 선명하게 새겨진 심령사진이 배달되게 된다. 자살 사건과 연관된 이 심령 사진들, 시로토우게 마을의 소년 유괴사건, 미치오를 놀라게했던 기이하게 울리는 뜻모를 소리들, 등의 눈이 새겨진 심령사진들.... 이 모든 것들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미치오와 마키비 콤비는 그렇게 사건을 풀기 위해 다시금 시로토우게로 돌아오게된다.


 

키타미 린! 마키비의 조수 알바를 하고 있는 그녀와 미치오의 첫 만남이 코믹하고 유쾌하다. 그리고 미치오가 그녀에게 끌리는 야릇한 감정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키타미, 개인적으로도 꽤 끌리는 스딸인걸? ㅋㅋ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가 있다. 술에 찌들어 사는 이 남자, 함께 살던 노모는 몇년전 자살을 하게 되고 혼자 남은 이 남자는 노모가 남긴 유서를 발견하게 되는데... 거기에는 자신이 소년을 죽였다는 글이 쓰여져 있다. 사실일까?

 

<등의 눈> 이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기... 아직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쬐끔 익숙해진듯도... 미치오와 마키비, 그리고 키타미는 과거의 소년 유괴사건과 '등의 눈'이 새겨진 심령 사진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그리고 노모의 유서를 손에 쥔 이 남자와 마지막 잠깐 등장했던 한 소년, 아니 그 소년의 정체가 맨 처음 등장했던 녀석인지도 모르겠지만... 아! 그리고 오솔길에서 마주쳤던 여인은? ...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지금부터 미치오, 마키비 콤비를 조심스레 미행하려한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꼭 따라오고 싶은 사람은...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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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심리 에세이, 개정판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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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고아?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나 자신에게 내가 가끔 붙이는 이름이 바로 고아이다. 벌써 10여년이 훌쩍 넘어버린 부모님과의 이별의 순간, 가장 먼저 입에서 뛰쳐나온 말이 바로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라는 말이었다. 아버지를 떠나 보낼때는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앞둔 시점이었고, 어머니와의 이별의 순간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적응하던 시기였다. 부모님께 받기만 하고 무엇하나 해드리지 못했던, 마음을 있으나 무엇하나 쉽지 않았던 그 시간들은 붙잡을 수도, 멈출 수도 없이 내 손아귀를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다.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라는 탄식만을 남긴채 그렇게 난 고아가 되었다.

 

'좋은 이별!'이 있을까? 나의 기억속에서는 이런 아름답기까지도 한 '좋은 이별'이란 말은 그 의미를 찾을 길이 없다. 부모님과의 이별도 그렇고, 삶을 살아오면서 수차례 있었던 연인과의 이별도 그랬다. 집에서 키우던 쬐그맣고 귀여웠던 강아지들과의 헤어짐도 그랬었다. 부모님과의 상처에서 헤어나는데는 2년에서 3년 정도가 걸린듯하고 연인과의 이별에서는 약간의 폭력성과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한동안 보신탕을 못먹었던 이유는 말안해도 모두 알것이고... 이렇듯 나에게 이별이란 '좋은'이란 단어를 붙이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별할 때면, 사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면의 모든 감정이 일시에 솟구쳐 오른다. 평소와는 다른, 어둡고 혼돈스러운 내면으로 들어가 저 위에 열거된 것과 같은 부정적인 자기 모습과 만나게 된다.바로 그것을 마주 볼 자신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아예 이별을 외면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 P. 33 -

 

외로움! 요즘 느닺없이 외로운 기분에 휩싸일때가 종종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사회라는 공간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생활하지만 문득 문득 찾아드는 외로움이란 감정에 한없이 추락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경험상 이럴때 가장 좋은 약은.... 바로 좋은 책 한 권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번에 손에 들게된 작품이 김형경의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이었다. 몇년전 가볍게 만나기도 했던 이 작품이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다시금 독자들을 찾아왔다. 그리고 외로움이란 감정에 휩쓸린 나의 손에 놓여있다.

 

이별, 상실 그리고 애도! 김형경 작가의 심리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자신의 책장을 들여다보면 그녀의 책 한 권 정도는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사람풍경', '천개의 공감' 그리고 이 책 '좋은 이별'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작품들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인간의 '심리' 상태를 편안하고 공감가도록 이끌어내고 느끼고 깨닫게 만드는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 이별을 통해 자신을 변화 시키고 성장케 하는 작지만 소중한 방법들을 배우는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이별이 서투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작가는 다양한 국내외 작품들의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속 미스 아밀리아를 통해, 김소월의 진달래 꽃속에서, 서정주 시인의 '신부'를 통해서 이별이 어떤 형태로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이야기한다. 흑백사진처럼 기억되는 어린시절 겪었던 첫번째 이별! 선생님과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과의, 혹은 애완동물과의 이별로 각인되는 유년기의 충격적 사건들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그 구체적인 개념과 이론들을 제시한다. 프로이트의 애도 이론, 멜라니 클라인의 애착 개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애도 5단계 이론 등 애도의 개념에 대해, 이별에 대해 심리적, 정신분석학적인 접근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프로이트는 사랑을 리비도의 투자로, 이별을 리비도의 회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리비도는 본능의 덩어리로 사랑하는 마음, 성에너지, 심리적 집중을 통트는 개념이다. <좋은 이별>은 총 4장으로 구성되는데 첫장에서는 바로 이별, 애도의 개념에 대해서, 두번째장에서는 리비도가 이별 후에도 여전히 상대방을 향하는 심리적 단계를, 세번째는 리비도를 거두어온 상태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비도를 변화와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단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자신이 겪은 이야기와 문학 작품속 사례들을 인용해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재미와 느낌을 전한다.

 

충격과 부정, 분노와 공격성을 표출하고, 공포와 불안, 그리움으로 이별의 상대를 그리워하던 단계들을 지나, 리비도를 거두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이별의 대상을 벗어나 다른 대상에 대해 그 사랑을 쏟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조증으로 아픔을 거부하는 다양한 모습들이 세번째 단계에서 보여진다. 그리고 마지막 리비도를 변화와 회복, 발전의 기회로 삼는 단계에서는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방법, 솔직한 자기표현, 용서와 참회, 떠난 사람과 분리하고 통합하는 마지막 과정들을 공감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우리에게도 애도 문화가 있었다.3일 동안 죽은 사람 곁에 머물기, 억지로라도 소리 내어 아이고 아이고 곡하기, 장례 후 일주일간 상석 올리기, 49일 동안 일곱 번 떠난 사람의 평온 빌어 주기. 예전에는 그런 의례들을 형식적인 겉치레 의식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런 의례는 떠난 사람을 자 보내기 위해서뿐 아니라 남은 이들의 상실감을 쓰다듬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절차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 P. 226 -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위에서 작가가 말한 우리의 '애도문화'에 대해서 가졌던 선입견이 이 글로 인해 모두 풀리는듯하다. 죽은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산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경험적 가치에 다시금 고개가 숙여진다. 단조로운 일상, 외로움에 휩싸여 비쩍 말라만 가던 나의 감성들이 <좋은 이별>을 통해 풍성해짐을 느낀다. '좋은 이별'이 정말 있을까?란 의문으로 시작했던 우려는 어느새 밀린 숙제를 풀어버리듯 마음속 응어리마저 내려놓게 만든다.

 

고아라는 이름으로 나 자신을 닫으려 했고, 떠나간 부모님을 아직까지도 온전히 내려놓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3년이란 기나긴 시간이 되어서야 조금 마음의 안정을, 살아갈 희망을 찾았지만 아직까지도 후련치 못했던 안타까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방법을 배우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물론 이별이란 녀석이 갑작스레 나를 찾아왔을때가 조금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김형경, 그녀가 말한 좋은 이별 레시피에 따른다면 예전의 그 힘겨웠던 아픔의 시간들보다는 손쉽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단 한번으로 완성될 수 없는 <좋은 이별>은 한동안 내 손이 닿는 곳에 자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오늘도 건강한 좋은 이별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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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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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메스의 이름은...'

두 발의 총성!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얼굴의 한 남자, 목구멍에서 가까스로 쥐어 짜낸 남자의 마지막 한마디! '고메스?' 그게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남자는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도쿄에 본사를 둔 니치난 무역회사의 사이공 출장소의 가토리 요시히코가 갑자기 사라졌다. 행방불명! 예정대로라면 도쿄로 복귀할 계획이었던 가토리! 하지만 한 달전 어떤 이유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가토리의 행방을 찾는 사카모토! 그의 시선속에 이 스파이 소설은 시작된다.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점령군 일본의 퇴각과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미국과 소련, 그리고 자신들의 독립을 바라는 베트남인들 간의 다양한 갈등 상황하에 놓인 1961년 남베트남을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 소설이다. 세계 냉전에 휘말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총을 겨누어야만 했던 베트남 인들의 가슴아픈 역사! 베트남전 참전국이기도 하고 남과 북으로 분단된 현실과도 직면한 우리에게 이 소설은 색다른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사이공으로 부임한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갑작스레 본사 복귀를 요청한 가토리. 도대체 그에게는 어떤 사연들이 숨겨져 있을까? 가토리의 후임으로 사이공으로 부임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사카모토는 가토리와 친한 친구 관계이다. 더불어 가토리의 아내인 유키코와 사카모토는 내연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가토리의 생사 여부는 어쩌면 사카모토에게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그의 내면이 아래의 말 속에 잘 담겨진다.

 

'나는 살아 있는 가토리를 찾으려고 사이공에 가는 걸까, 아니면 죽은 가토리를 찾으려고 가는 걸까?' - P. 33 -

 

가토리의 행방을 쫓던 사카모토는 가토리가 자주 찾던 '금우'라는 술집을 찾게 되고 우연치 않게 자신을 미행하던 한 남자의 죽음과 맞닥드리게 된다. 두 발의 총성과 '고메스'라는 이름을 마지막으로 남긴 남자. 이 죽음과 가토리의 실종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가토리의 가정부였던 리엔! 물론 가정부 이상의 특별한 관계였음을 감지한 사카모토는 리엔에게서 유키코의 향기를 느끼게 되고, 금우에서 알게된 또 다른 가토리의 여자 벨라를 찾아 나서는데...

 

일본 스파이 소설의 초석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유키 쇼지의 이 작품은 스파이 소설이라는 명함보다는 스파이 소설의 틀에서 짜여진 추리 심리 소설이라는 평가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스파이 소설이 갖는 긴박함, 매력적인 캐릭터, 잘 짜여진 구성 등 다양한 요소들 중에서 탄탄한 구성 정도에만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다. 친구의 아내와 불륜에 빠진 주인공이 실종된 친구의 생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 인물들과 맞부딪히는 약간은 고전적인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스파이 소설. 아니 오히려 추리 미스터리에 가까운 심리 소설이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에 어울리는 수식이 아닐까싶다.

 

'스파이라는 존재는 인간 불신에 대한 교훈이다. 나는 이 비극을 현대의 우화로, 가능하다면 불안한 현대의 상징으로 표현하려 한다.' - P. 301 , 작가 후기 중에서 -

 

유키 쇼지는 이 스파이? 소설을 통해 베트남이 가진 시대적, 역사적 상황에 집중한다. 이 작품이 쓰여진것이 1962년, 작품의 배경이 1961년이다. 그래서인지 세계 열강들의 각축장이자 자신들의 독립을 위한 열망의 땅 베트남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듯 하다. 그런 느낌은 책의 마지막에 담긴 작품 후기에서도 드러난다. 혼란의 시대, 인간 불신의 표현이라는 스파이가 주인공인 소설! 작가가 이야기 하려는 것들이 조금은 눈에 들어온다. 베트남에 뿌리내릴 평화, 사이공에 대한 작가의 사랑! 아미도 이런 것들이 아닐까.

 

소설의 무대인 베트남에 대한 긴박하고 혼란스런 상황들을 통해 인간이 가진 고독과 배신, 불신이라는 키워드를 작가는 꺼낸다. 벌써 반세기전에 쓰여진 작품이 아직도 색다른 스파이 소설로 독자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사실 유키 쇼지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오랜 세월의 흐름을 잊게 만드는 즐거움과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는 스파이 소설의 매력을 색다르게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몇년전 한국형 미스터리의 대표주자 이정명 작가의 '악의 추억'이라는 작품을 만난적이 있다. 국내 역사 미스터리를 벗어나 작가가 새롭게 시도한 이 작품을 읽고 아쉬움의 탄식이 새어나온 적이 있다. 그만큼 어느 한 장르를 섭렵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작업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한 계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금 '별을 스치는 바람'이란 작품으로 또 다시 도전?을 시작한 작가 이정명! 오늘도 수많은 미스터리, 추리, 스파이 탐정 소설들이 넘쳐나듯 우리의 시선을 노크한다. 처음 만난 유키 쇼지의 스파이 소설, 오래전 작품이 전해주는 깊고 진한 향기와 더불어 일본 소설이 가진 다양성의 시작!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 아니었나 개인적으로 평가해본다. 유키 쇼지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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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1 버지니아 울프 전집 17
버지니아 울프 지음, 진명희 옮김 / 솔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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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다퉜다. 지난 주말의 이야기이다. 세살된 큰 아이를 넘넘 이뻐라 하는 막내 꼬모네 집에 갔다가 일이 벌어졌다. 어쩌면 별것도 아닌 일로... 계속 퉁퉁대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왠지 보기 싫었다. 밖에서 점심을 먹고 누님댁에서 쉬다 저녁시간까지 있게 되어 저녁을 먹고 가라는 성화에 어쩔 수 없이 그러마 했는데 거기서 발단이 되었다. 꼬맹이 때문에 집에 가서 쉬고 싶었는지, 힘이 들었는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들어온 순간부터 퉁퉁대는 아내, 왜 그러냐고 물어도 말도 않하고 얼굴엔 짜증만 가득... 나도 괜시리 화가 나서는 짐싸라는 큰소리와 함께 그렇게 집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벌써 수요일, 4일 동안 아내랑 말 한마디 안했다. 돌아오는 길, 이유가 뭐냐? 그러지 좀 마라! 얘기를 해라... 계속 주저리 대는 나를 보고 말 한 마디도 안하는 아내. 나도 화났다. 아니 삐쳤다. 이건 뭐 남편을 무시하는건지 어쩌자는 건지... 첨으로 이렇게 별것도 아닌 일로 크게 다투었다. 이번엔 한번 오래 가보련다. 칼로 물베기... 별거 아닌 일이지만...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ㅋㅋ 누나들이 이 사건 아닌 사건으로 아버지를 떠올렸단다. 가부장적인 모습의 대표인물이었던 우리 아버지. 내 행동에서 그런 아버지가 보였단다. 그럴수도... 아니 아닐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전쟁은.... 오래갈 것 같다. ㅠ.ㅠ

 

<출항>을 아내와 다툰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그 시대적 배경이 바로 영국 빅토리아 시대, 가부장적인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을 남성의 필요에 따른 예속물로, 남성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서 가부장제가 보편화 하던 시대, 한 여성의 삶의 무게를 그려내는 작품이 바로 버지나아 울프의 소설 <출항>이다. 빅토리아 시대는 산업혁명의 무르익고 성숙기에 접어든 18세기 중후반 시대를 말한다.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고 외형상 사회적으로도 자유로와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억압되고 예속받는 여성들의 한이 묻어 있는 시대의 단면이 보여진다.

 

'울프만큼 많이 알려져 있으면서 울프만큼 읽히지 않은 작가도 드물것이다. ... 그녀의 문학은 한마디로 말해 인간주의 문학이다. 모더니즘, 페미니즘, 사회주의 따위는 그녀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도중에 잠시 들른 간이역들에 불과하다. 궁극적인 목적지는 사랑과 이타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인간주의 라는 정거장이었다. ... '

 

열한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너무나도 바쁜 아버지와 떨어져, 두 명의 고모와 지내는 스물네살 순진무구한 아가씨 레이첼 빈레이스! 그녀의 세상을 향한 작은 여행, 사랑 그리고 삶의 짧은 여정이 두 권의 책속에 그려진다. 아무것도 모른 백지 상태에서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은 레이첼의 시선을 통해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지배하던 남성 중심 사회속에서 억압받고 억눌린 여성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진다. '출항'이란 제목속에 숨겨진 이중적인 의미를 읽어 나갈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듯한 이 작가! 하지만 그녀를 작품속에서 만난 것은 처음인것 같다. 어디더라... 어디더라...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느 詩 속에선가 잠깐 스치듯 마주친 그녀의 이름이 다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름은 정말이지 낯익다. 어디선가 만나본듯... 아직도... ㅋㅋ <출항>은 그녀의 처녀작이다. 10여년이란 시간을 두고 열 두번을 넘게 고쳐쓰며 늦은 나이에 항구를 떠난? 이 작품이 주는 의미는 그녀에게도 꽤나 색다른 느낌을 전해줄거란 생각이든다.

 

<출항>은 꽤나 어렵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제목에 담긴 다중적 의미를 차치 하더라도 그녀가 개척한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 기법을 보여준다. '의식의 흐름'! 이란 이 기법은 특별한 스토리라인보다는 캐릭터의 의식과 느낌을 두서없이 서술하는 기법이라고 한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그녀의 소설은 약간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반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역시 어렵다.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하게 쓰여진 색다른 작품이 바로 <출항>인 것이다.

 

1941년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선택했던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처녀작이기도 한 <출항>은 그녀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담긴 작품이다. 마지막 레이첼의 모습속에 울프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울프는 처음 순수한 아가씨 레이첼의 이름을 씬시아라고 지었다고 한다. 씬시아는 신화속 사냥의 여신이자 달의 여신으로 남성적이면서 당당한 여성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반대로 레이첼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희생제물'이란 의미를 갖는 피동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이름 하나에도 깊은 고민과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더욱 가치있게 바라보게 만든다.

 

'사실상 울프는 자신의 여주인공의 죽음을 딛고 서서 새로운 출항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레이첼이 바다 깊숙이 익사하는 순간 자신의 자아/주체가 와해됨을 느끼는 것과 달리 울프는 그 심연에서 떠오른다. <출항>은 울프의 수면 위로 떠오르기이다.' - 2권, P. 385 작품해설 중에서 -

 

절대로 쉽지 않은 <출항>을 조금은 편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바로 책의 마지막에 있는 '작품해설'이 아닐까 싶다. 특별하지 않은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 숨겨져 있던 특별함을 찾아내는 것! 이 책을 읽은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싶다. 남성을 위한 이기적 욕망의 도구로, 가부장제의 희생양으로서의 레이첼, 거기에 자신의 아버지를 모델로한 리들리,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한 휴잇... <출항>은 처음으로 그녀를 그리고 마지막 그녀의 모습까지 예언한 그런 자전적 소설이 되어버렸다. 작가로서, 여성으로서 버지니아 울프, 그녀 자신을 그린 작품이다. 그녀와의 첫 항해는 그렇게 설레임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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