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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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 그래 요즘엔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인면수심의 살인 사건들... 자신의 아들을 죽인 엄마, 그 몇 푼 안되는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인 자식들, 임신한 아내를 죽인 남편, 태어난 아이를 화장실 변기에 버린 미혼모... 어쩌면 이제는 너무 흔한 사건들이 점점더 강한 것을 내보이듯 앞다투어 세상에 상채기를 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사건들에 혀 한번 차는 걸로 대신하는지도 모를일이다. 소중한 사람이 무엇인지, 그런 소중함이 잊혀진지 오래된 우리 사회. '요즘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어디선가 이런 한숨섞인 소리가 들려온다.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고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한다. '악인'속에서 들려오던 저 목소리가 아직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요시다 슈이치' 하면 특별한 느낌과 감동으로 기억하게 된다. 그런 그가 기나긴 쉼표를 깨고 3년만에 우리를 찾아왔다. 개인적으로도 2009년 '사랑을 말해줘', 그리고 '사요나라 사요나라'라는 작품을 끝으로 3년만에 만나게 된다. 기나긴 여운으로 남았던 '악인' 그리고 3년, 이제 또 다른 가슴속 울림이 <원숭이와 게의 전쟁>과 함께 한다.

 

갓난 아기를 안고 신주쿠 가부키초의 골목 구석에 웅크린 마지마 미쓰키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별볼일 없는 남편 도모키는 호스트로 일한다. 그의 동료인 하마모토 준페이, 그리고 첼리스트 미나토 게이지. 특별할 것 없는 이들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작은 사건이 벌어지고 별 관계를 찾을 수 없는 그들은 복잡하게 서로 얽히게 된다. 우연히 목격한 뺑소니 사고, 이 사고로 인해 이야기는 복잡하고도 독특한 구성속에 빠지게 된다. 미쓰키, 도모키, 준페이, 미나토를 비롯해 사와 할머니, 미나토의 매니저, 형의 대학생 딸, 술집 마담 등 8명이 그려내는 이야기가 '악인'의 특별함을 넘어선 독특함을 전해준다.

 

이 작품의 원제는 '원숭이와 게 교전도'라고 한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이 작품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미치오 슈스케, 그를 아는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여튼 요시다 슈이치의 이 작품, 이 제목은 일본의 전래동화에 나온 어미게를 죽인 교활한 원숭이, 그리고 그 원숭이에게 복수를 한다는 새끼 게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제목에서 아주 쬐끔 이 작품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평범하지 않은, 너무나 색다른 요시다 슈이치만의 특별함으로 이 작품도 인상지어질 것이 분명하다.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일본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에 대한 요시다 슈이치의 말이다. 평범하기만한 등장인물들, 우리 주변에서 한번쯤 보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그들의 이야기가 날카로운 시선속에 담긴다. 하지만 그가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날카로움보다 부드러움으로 그려진다. 평범한 이들, 아니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담아낸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소외된 이들, 힘겨운 이들이 사회에 던지는 작은 복수?가 이번 작품이 기존의 다른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과 다른 점이 아닐까 싶다.

 

'강한자가 이기는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자다.' 라는 말도 있고 비슷한 말이지만 '정의가 승리하는게 아니라 이기는게 정의다.'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인지 세상은 돈으로, 권력으로 모두가 이기려고만 한다. 얼마전 우리도 새로운 대통령을 뽑느라 연말 차가운 시간이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그 어느때보다도 열기를 더했던 이번 선거, 아직까지도 그때 보여지던 갈등이 해결은 커녕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책속에서 이런 우리의 현실과 유사하게 등장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힘없는 이들의 작은 반란? 그 속에서 작가는 작지만 강한 메세지와 특별한 삶의 의미들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악인'이 묘한 여운으로 오랫동안 가슴을 먹먹하게 했듯,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또 다른 의미를 담고 희망이라는 의미로 깊은 여운을 전한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요시다 슈이치의 바램이 전해지듯 묘한 감정이 페이지를 덮는 그 순간까지 아릿하게 전해온다. 인간 심리에 대한 탁월한 묘사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감수성! 그리고 깊은 고뇌! 요시다 슈이치의 이런 특별함은 이번에도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그들의 전쟁, 아니 우리의 전쟁,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교활한 원숭이는 아직도 우리들 사이에서 모두를 현혹시키고 가슴 아픈 새끼게들의 반격은 현실에서는 큰 바위 위에 던져진 작은 계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통쾌하진 않지만 새끼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요시다 슈이치의 메세지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묘한 긴장감속에서 즐거운 작은 반격으로 마무리되는 특별한 이야기, '악인'과 요시다 슈이치라는 그 이름 옆에 <원숭이와 게의 전쟁>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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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세 아이에게 꼭 필요한 영양 간식 - 아이 건강을 위한 컬러푸드 Best 120
장은정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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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매형댁에서 가족들과 가볍게 술을 한잔 하게 되었다. 그 다음날 아침 정말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고 만다. 말로만 듣던 아침부터 삼겹살!을 굽는 광경을 목격한것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중학교 2학년 조카다. 180Cm의 키에 약간은 마른 체형인 녀석, 아침부터 삼겹살을 굽는다. 녀석 무슨 강호동두 아니구... 조카가 먹는 유일한 음식 몇가지중 하나가 바로 삼겹살인 것이다. 김치는 물론이고 밥상에 차려진 반찬에 가는 젖가락은 고작 하나 아니면 둘. 국도 필요없고 김과 계란후리이 정도가 고작이다. 어쩌다, 어쩌다, 어쩌다...

 

 

아이들의 식습관은 많은 부분 부모에게 영향을 받게 된다고들 한다. 소위 말하는 암과 같은 가족력들이 바로 이런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등 가족들의 유사한 생활 패턴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어찌되었건 이제 네살, 두살이 되는 남매를 키우는 아빠로서 조카의 이런 식습관을 보고는 걱정이 되는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워낙 아이들을 귀하게 키우다보니 먹기 싫다면 그걸로 끝이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 수없이 많은 노력을 했을테지만... 그 결과는 우리 조카녀석과 비슷한 부류의 아이들이 많을 줄 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사건?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을까?

 

 

 

 

 

<5 - 13세 아이에게 꼭 필요한 영양 간식>는 그런 아빠 엄마들의 고민을 조금은 덜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시작된다. '아이의 건강을 위한 컬러 푸드 Best 120' 이라는 부제를 담은 이 책은 네이버 인기 블로거로 유명한 저자의 영양 간식 레시피를 선보인다. '컬러 푸드를 권합니다'로 시작된 저자의 컬러 푸드 예찬과 아이들에게 컬러 푸드를 먹여야 하는 이유, 그리고 올바른 식습관, 먹을거리에 대한 입맛 형성 등 간식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에 부모로서 몇번이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6가지 색깔을 품은 120가지 레시피! 아빠로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엄마의 커다란 고민중 하나가 바로 이유식을 먹이는 단계와 그것을 지나 유아식을 준비해주는 단계, 그리고 정상적인 식사를 하게 되는 4~5세부터의 아이들 간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든다. 음식이 서툰 우리 아내에게도 이유식 단계에서 몇 권의 책을 준비해주었지만 쉽사리 그 고민들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 세살배기 딸아이는 브로컬리, 당근, 새우, 고기 등 골고루 잘 먹어 크게 걱정을 끼치지는 않지만 사실 이제부터가 문제인것 같다.

 

 

 

 

바로 단것과의 전쟁 말이다. 사탕, 쥬스, 아이스크림 등 이제 이런 것들과 더 친하다보니 골고루 먹던 식습관이 달고 자극적인 맛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와줘~~' 를 외치고 싶을때 바로 이 책 <5 - 13세 아이에게 꼭 필요한 영양 간식>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관심을 끌수 있는 것은 바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먹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리라. 아이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음식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 쉽게 눈에 띄기도 한다.

 

 

이런 엄마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저자가 권하는 컬러 푸드이다. 여섯가지 색깔의 재료, 음식들이 가지는 특별함을 이제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번째 화이트 푸드는 아이들의 저항력을 길러준다고 한다. 양파, 감자, 두부 등... 우리 딸아이는 이중에서 두부 정도만 맛있어 하는데... 두번째 옐로우 푸드는 아이들의 식욕을 돋우고 그린 푸드는 활기찬 건강 에너지를 만든다. 우리 딸아이가 좋아하는 브로컬리가 여기에 포함된다. 녀석이 그래서 그리 팔팔 했구나... ^^

 

 

네번째 퍼플 푸드는 눈 건강을 지켜준다. 포도, 블루베리, 가지 등 요즘 아이들에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란 생각이든다. 어린 나이에 안경을 쓴 아이들을 보는게 이젠 대수롭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레드 푸드는 아이들의 면역력을, 마지막 블랙 푸드는 두뇌 건강을 위한 음식이라고 한다. 간단한 그림과 준비물, 자세한 레시피가 아이들의 간식을 걱정하는 엄마들의 고민을 한방에 날려줄 것이다. 계량법과 추천 도구들, 노하우 Talk을 통해 조금더 세심하게 엄마들에게 다가간다.

 

 

어떤 엄마는 오늘도 아이들의 먹거리 때문에 이런 저런 고민에 휩싸여 있을 것이다. 밥 한번 먹이려고, 골고루 여러가지를 먹이기 위해 아이들과 식탁에서 매일 매일 씨름하는 엄마들. 하지만 쉽사리 무엇을 먹이고 무엇을 해줘야할까 떠오르지 않는 엄마들에게 <5 - 13세 아이에게 꼭 필요한 영양 간식>은 커다란 고민을 쉽사리 해결해준다. 6가지 색으로 아이들을 유혹하고 더불어 아이들과 더 가까이에서 함께 만드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건강과 즐거움, 행복을 준비하는 과정이 바로 아이들의 영양 간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색깔로, 재료로, 간단하면서도 섬세한 레시피로 아이들과 엄마 모두가 행복해지는 시간이 함께할 것이다. 편식하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로잡고 성장기 아이들의 영양균형을 통해 건강을 책임지는 영양 간식. 너무 너무 기대된다. 한달 후 돌아올 아내와 아이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멋진 영양 간식을 준비해야겠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웃음이 피어나는 행복한 우리 집을 위해서 말이다. 6가지 색깔 속에 담긴 120가지 레시피! 아이들만이 아니라 왠지 아빠도 설레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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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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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주말이면 으레이 눈이 내리는 것 같다. 겨울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주말부부인 내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힘겹게 만드는 녀석이 그리 기쁠리는 없다. 대선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쩍, 이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가 싶더니 연말을 맞은 대한민국은 지난것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기대들로 조심스레 떨려오는듯 하다. 그동안의 어지럽고 지저분하고 혼란스럽던 일들을 덮어버리듯 흰 눈이 온 세상을 가득채운다. 그리고 그 흰 눈 처럼 언제나 순수한, 아니 순수해야만 할 것 같은 이야기들로 한 해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얼마만일까? 꽤나 오랫만이란 느낌이든다. 에쿠니 가오리와의 만남... 세상 모든것을, 결코 순수하지 않은 것들 조차도 순수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것에 어떤 특별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그녀, 에쿠니 가오리의 조금은 오래된 책과 오랫만에 만난다. <하느님의 보트> 라는 이름의 이 작품, 왠지 또 다른 기대를 품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와 김난주! 오랫만에 만난 반가운 그녀들이 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어버리기 전에 어서 책에 내 눈을 맡겨봐야겠다.

 

 

'... 왜 자꾸 이사를 하는데? 엄마는 내 머리에 몇 번이나 입맞춤하면서 말했다. 엄마랑 소우코는 하느님의 보트에 탔으니까. 하느님의 보트? 되물었지만 그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그래, 하느님의 보트. 그러고서 엄마는 나를 무릎에서 내려놓았다. 그 얘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 P. 42 -

 

 

소우코와 요코!! 낮에는 피아노를 가르치고 밤에는 바에서 일하는 서른다섯살 엄마 요코. 벌써 세번이나 이사를 다니고 학교를 옮겨다니는, 얼마후면 열한살이 되는 소녀 소우코. 하느님의 보트를 탄 이 모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 작품을 두고 '지금까지 내가 쓴 소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작품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에게~ 엄마와 딸 이야기가 위험해봐야 뭐!!' 하겠지만 그녀가 그렇게 호언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녀들의 위험한 항해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하느님의 보트>는 바로 소우코가 태어나는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짧지만 강렬한 사랑, 그리고 치명적인 사랑으로 잉태된 소우코. 그리고 그녀들의 위험한 여행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아빠! 그 아빠를 기다리고 그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 엄마! 치명적인 사랑으로 태어난 소녀의 시선에 비친 이 가슴 아픈 사랑의 흔적을 에쿠니 가오리는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우코와 요코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그들의 눈으로 마음으로 이야기가 이끌려간다. 서로에게 보물일 수밖에 없는 엄마와 딸! 하지만 소우코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면서 그들의 사이에선 작은 변화가 생겨나는데...

 

 

 




드라마 왕국 대한민국에서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바로 불륜이 아닐까 싶다. 아침드라마도 그렇고 저녁시간대, 그리고 주말 가족이 둘러앉은 자리에서도 불륜 드라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노출된다. 누가 쓰면 불륜도 사랑이 된다는 말처럼... 따지고 보면 이 작품 <하느님의 보트> 역시 하루의 불같은 사랑이 잉태한 고독한 시간들을 그려내고 있다. 에쿠니 가오리이기에, 위험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이후의 시간들은 그다지 위험하다기 보다 위태로운 그녀들의 시간들이 그려진다. 거센 파도를 타고 보트위를 항해하는 위태로운 그녀들의 이야기가 불륜이란 현실을 뒤엎어버린다.

 

 

이 작품은 결국, 극단의 그리움, 광기를 이야기한다. 한 남자에 대한 여자의 끊없는 사랑과 기다림. 하지만 이것을 바라보는 딸, 한 소녀의 시선은 안타까움과 고통, 그리고 상처 그 자체다. 성장기 소녀의 눈에 비친 엄마의 사랑. 이해할듯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하지 못할듯 하다가도 같은 여성의 시선은 그녀를 담아낸다. 한 소녀의 성장소설이자 한 여인의 채우지 못한, 채워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성장을 다룬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 <하느님의 보트>인 것이다.  

 

 

' '상자 속'은 엄마와 나 사이에서만 통하는 말이고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일, 즐거운 일도 지나가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P. 19 -

 

 

엄마와 딸은 과거로 포장된 상자속에 갖혀 살아간다. 담배와 커피에 몸을 내맡긴채... 딸은 조금씩 성장하면서 그 상자를 열고 밖을 향해 작은 걸음을 내딛는다.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딸은 엄마의 보트에서 내리고 만다. 그렇다면 엄마는 어떻게 될까? 그렇게 그리워하고 기다리던 아빠를 만나 해피엔딩을 보여줄 수 있을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에쿠니 가오리의 펜끝이 다시금 섬세하게 떨린다. 

 

 

<하느님의 보트>는 2002년도에 국내에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작품이다.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한 남자와의 짧지만 불같았던 사랑, 그 사랑을 찾아 떠다니는 한 여인. 그 여인을 바라보는 소녀! 그리고 그녀들의 시간들. 쉴새 없이 파도에 흔들리는 그녀들의 위태로운 이야기들이 에쿠니 가오리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성속에 녹아든다. 우리도 그녀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지는 않을까? 상자속에 같혀, 의미없는 항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뜨겁고 위험하고 위태로운 이 사랑의 이야기가 이 겨울을 녹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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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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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무라 세이이치라는 이름은 개인적으로 조금 낯설다. 마쓰모토 세이초와 더불어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양대산맥이라 불린다는 소리에 그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증명 시리즈 3부작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 그에게 선뜻 손길을 내밀게 된다. '증명 3부작'은 총 누적 판매 부수가 천만부를 넘어설 정도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면서 모리무라 세이이치라는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님에 틀림없다.

 

증명 3부작중 지금 만나려고 하는 작품은 바로 <야성의 증명>이다. '야성'은 '자연 또는 본능 그대로의 거친 성질'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진다. 인간이란 개인적인 존재가 사회라는 집단을 이루고 활동하면서 야성보다는 이성에 더욱 많은 지배를 받으며 공존하는 삶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이자 인간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이성 조차도 야성에, 본성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힘을 거부할 수 없는 것 또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아닌가를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려 하는듯하다.

 

' 수풀 속에 기묘한 생김새의 괴물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 괴물은 인간이었다. '

 

이와테 현경 미야코 경찰서에 후도라는 작은 마을 주민 모두가 살해 되었다는 충격적인 신고가 들어온다. 13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서 발견된 13구의 시신. 하지만 1구의 시신은 마을 주민이 아닌 외부인으로 밝혀지고, 유일한 생존자는 나가이 요리코라는 8살 소녀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후도 마을 대량 살인사건 수사본부가 설치되지만 범행동기도 범인의 정체도 밝히지 못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데...

 

가족들을 모두 잃은 후도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나가이 요리코는 그때의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고 친척집에 맡겨지게 되는데, 사건이 있은지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아지사와라는 보험 외판원에게 요리코는 양자로 가게된다. 후도 사건 수사본부의 기타노라는 젊은 형사는 끈질기게 이 사건을 파헤치다가 아지사와를 용의선상에 두게 된다. 나가이 요리코를 양자로 삼은 일과 후도 살인사건의 피해자의 가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나... 후도 살인사건의 연장선상에서 아지사와와 기타노의 숨겨진 야성이 드러나게 된다.

 

 

에르비니아 균, 오바 가문 사람들, 나가이 요리코의 기억상실... 참혹한 살인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경찰, 그 속에 숨겨진 광기와 야성... 독특한 사건과 이야기들은 잠시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을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얼마전 '회사원'이란 영화를 느즈막히 본 기억이 있다. 이 작품과 스토리나 내용을 다를지 모르지만 왠지 이 책을 만나는내내 그 작품이 떠올랐다. 기타노라는 형사는 영화에서 주인공을 뒤쫓는 끈질긴 형사의 모습으로, 주인공과 그가 다니던 회사의 사람들의 광기와 참혹함은 아지사와의 모습과 우리 시대를 투영하는 모습들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주는 주인에게 야성을 감추고 순종하는 동물의 모습과도 같았다. 순종의 가면 아래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있다. 그 야성이 언제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양대 산맥이라는 말을 이 작품을 만난뒤 실감할 수 있었다. 30여년을 훌쩍 넘긴 작품이다보니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조금은 아쉬운 결말이나, 현실적이면서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들, 약간 과장된 부분들이 신경쓰이기도 했지만... 처음 만나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는 없을 것 같다. 2004년 작가 생활 40주년을 맞아 제7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는 모리무리 세이이치의 다양한 작품들도 꾸준히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선 다른 증명 3부작인 '인간의 증명'과 '청춘의 증명'을 먼저 만나본 후 말이다.

 

인간의 야성! 하루를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반인륜적 범죄들에 이런 야성이란 단어를 가져다 붙이는게 맞을까? 라는 의문이든다. 야성을 꼭 거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만은 아닐것이다. 그 의미에도 담겨있듯 자연적이고 본능적이라는 말뜻이 더 야성이란 단어에 가깝다면 인간의 야성을 우리 사회의 반인륜적 범죄와 연관지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야성은 그저 꼭 꿰어맞춰진 우리 사회의 이성의 틀을 잠시 벗어나는 자연스러운 그런 면에 붙여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인간을 저버린 범죄와 범죄자들을 멋있게 가리는 '야성'이란 단어가 아니라 말이다. 순수한 야성! 그런 단어를 기대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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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부탁해
곤도 후미에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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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라는 장르에서 주인공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연령대가 바로 청소년이 아닐까싶다. '청춘' 이란 단어속에는 참 많은 의미들이 담겨져있다. 질풍노도로 시작해서, 만남과 이별, 방황, 사랑, 고민과 고독, 상처, 희망, 미래... 등등 수도 없이 많은 단어들이 공존하는 시가가 바로 청춘의 시간이다. 한마디로 미스터리한 시간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삶 자체가 바로 미스터리 장르의 주인공으로 가장 적합한 것이리라. 이런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그 시간을 걷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우리 가슴을 따스하게 만든다.

 

나나세 구리코! 스물두 살, 의류잡화 수입판매회사의 계약직 사원에서 정직원이 된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해고된 청춘!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조차 이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 그녀에게는 짝사랑이 있다. 유미타 유즈루, 넉달전 갑작스레 조리사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로 떠난 녀석. 남동생 마코토도 대학에 진학해 자신의 일을 찾고, 유미타도 한걸음씩 앞을 향해 나서는데 구리코는 혼자만 한자리에 멈춰선 기분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는 불합리한 일이 아주 많거든. 잊어버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 - P. 61 -

 

<청춘을 부탁해>는 스물두 살의 나나세 구리코의 암울한 청춘의 시간들이 그려진다. 갑작스런 해고와 남자 친구와의 이별 아닌 이별... 젊음이란 이름앞에 놓인 가녀린 청춘의 고민가득한 시간들을 몇가지 사건들과 함께 그려낸다. 책속에는 세가지 정도의 커다란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하나는 갑작스런 해고와 그속에 예상치도 못했던 숨겨진 비밀이, 두번째 이야기는 연인 아닌 연인 유미타와의 특별한 사랑 그리고 그들을 연결시키는 소녀 아스카의 이야기가, 마지막은 미스터리한 인연이자 달을 지키는 할아버지 아카사카씨와 연관된 사건들이 펼쳐진다. 그 속에서 그녀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따스한 감동속에 그려진다.

 

곤도 후미에와는 두 번째 만남으로 기억된다.2009년쯤인가 만났던 '새크리파이스'란 작품을 통해서 였는데, 이 작품을 통해 그녀는 문단과 독자들로 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개인적으로도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스포츠를 통한, 승리와 패배가 아닌 희생과 그 이면의 보이지않는 것들을 깨닫고 이해하는 특별한 시간을 전해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곤도 후미에라는 이름도 새롭게 각인시킨... 그리고 3년! 청춘의 문을 두드리는 따스한 감동으로 다시금 곤도 후미에라는 이름과 마주한다.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하죠?' ... '자신의 마음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돼' ... '불행해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댁 무언가를 자신에게 해주기를 기다리지. 상대가 무언가를 해주면 지금의 상황도 달라질지 모른다며 기다리는 거야. 헌데, 그러지 말고 자신의 마음이 정해지길 기다려보시게. 그 두 가지는 크게 다르거든.' - P. 286

 

<청춘을 부탁해>는 청춘소설이지만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정도로 많은, 의미있는 언어들이 등장한다. 구리코의 멘토 역할을 맡은? 아카사카의 입에서, 아픔과 상처를 겪어가면서 끝없이 느끼고 고민하는 구리코 자신에게서, 깊은 감동이 묻어나온다. 불확실한 미래, 자신의 일을 찾기 위한 노력, 사랑의 의미를 일깨우는 과정... 아스카와 아카사카씨를 통해 일과 사랑이라는 청춘의 가장 소중한 가치와 방향을 조금씩 찾아간다.

 

'비록 그 분야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뭔가 다른 곳에서 유용하게 쓰일 데가 있을 거야. 배워서 쓸모 없는 건 없어. 쓸모가 없었다면 그건 스스로 유용하게 쓰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지.' - P. 229 -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란 건 없어.' - P. 181 -

 

요즘 거리를 지나다보면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아이들이 화장을 진하게 한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아이라인은 짙게 하고 화장을 겹겹이 덧칠한... 그 나이때라면 아무것도 안해도 예쁠텐데... 라는 소리가 너무나 해주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모른다.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고, 돈을 벌었으면 좋겠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혼자만의 삶을 살았으면... 하고 생각하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깨달을땐 너무 늦어버리고, 그렇게 삶은 돌고 도는것 같다. 쉼없이 방황하고 고민하고 경험하는 청춘, 그렇게 하고나서야 어른이 된다. 청춘의 시간, 그것이 바로 어른의 과정인 것이다.

 

청춘들에게는 가슴 깊이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경험한 이들에게 구리코의 이야기는 공감 그 자체가 아닐까? 가치 없는 사람이 없듯, 가치 없는 시간이란 없는 것이듯, 우리의 아이들에게, 너희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알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의미에서 <청춘을 부탁해>를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어진다. 더불어 청춘의 시간을 이미 겪은 어른들에게도 깊은 감동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참으로 따스하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곤도 후미에는 섬세한 감성으로 청춘의 문을 노크한다. 그렇게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일과 사랑,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만든다. '두 번째 달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얼굴로 빛나고 있었다.' 라는 말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여운이 진하게 오래도록 남는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 작가는 우리에게 힘없이 쓰러져가는 청춘에게 커다란 힘을 전해주라고, 두손을 꼭 쥐며 청춘들을 부탁한다고 소리친다. 일과 사랑과 행복을 위해 경험하고 달리는 모든 청춘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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