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모리무라 세이이치라는 이름은 개인적으로 조금 낯설다. 마쓰모토 세이초와 더불어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양대산맥이라 불린다는 소리에 그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증명 시리즈 3부작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 그에게 선뜻 손길을 내밀게 된다. '증명 3부작'은 총 누적 판매 부수가 천만부를 넘어설 정도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면서 모리무라 세이이치라는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님에 틀림없다.

 

증명 3부작중 지금 만나려고 하는 작품은 바로 <야성의 증명>이다. '야성'은 '자연 또는 본능 그대로의 거친 성질'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진다. 인간이란 개인적인 존재가 사회라는 집단을 이루고 활동하면서 야성보다는 이성에 더욱 많은 지배를 받으며 공존하는 삶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이자 인간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이성 조차도 야성에, 본성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힘을 거부할 수 없는 것 또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아닌가를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려 하는듯하다.

 

' 수풀 속에 기묘한 생김새의 괴물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 괴물은 인간이었다. '

 

이와테 현경 미야코 경찰서에 후도라는 작은 마을 주민 모두가 살해 되었다는 충격적인 신고가 들어온다. 13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서 발견된 13구의 시신. 하지만 1구의 시신은 마을 주민이 아닌 외부인으로 밝혀지고, 유일한 생존자는 나가이 요리코라는 8살 소녀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후도 마을 대량 살인사건 수사본부가 설치되지만 범행동기도 범인의 정체도 밝히지 못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데...

 

가족들을 모두 잃은 후도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나가이 요리코는 그때의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고 친척집에 맡겨지게 되는데, 사건이 있은지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아지사와라는 보험 외판원에게 요리코는 양자로 가게된다. 후도 사건 수사본부의 기타노라는 젊은 형사는 끈질기게 이 사건을 파헤치다가 아지사와를 용의선상에 두게 된다. 나가이 요리코를 양자로 삼은 일과 후도 살인사건의 피해자의 가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나... 후도 살인사건의 연장선상에서 아지사와와 기타노의 숨겨진 야성이 드러나게 된다.

 

 

에르비니아 균, 오바 가문 사람들, 나가이 요리코의 기억상실... 참혹한 살인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경찰, 그 속에 숨겨진 광기와 야성... 독특한 사건과 이야기들은 잠시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을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얼마전 '회사원'이란 영화를 느즈막히 본 기억이 있다. 이 작품과 스토리나 내용을 다를지 모르지만 왠지 이 책을 만나는내내 그 작품이 떠올랐다. 기타노라는 형사는 영화에서 주인공을 뒤쫓는 끈질긴 형사의 모습으로, 주인공과 그가 다니던 회사의 사람들의 광기와 참혹함은 아지사와의 모습과 우리 시대를 투영하는 모습들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주는 주인에게 야성을 감추고 순종하는 동물의 모습과도 같았다. 순종의 가면 아래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있다. 그 야성이 언제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양대 산맥이라는 말을 이 작품을 만난뒤 실감할 수 있었다. 30여년을 훌쩍 넘긴 작품이다보니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조금은 아쉬운 결말이나, 현실적이면서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들, 약간 과장된 부분들이 신경쓰이기도 했지만... 처음 만나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는 없을 것 같다. 2004년 작가 생활 40주년을 맞아 제7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는 모리무리 세이이치의 다양한 작품들도 꾸준히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선 다른 증명 3부작인 '인간의 증명'과 '청춘의 증명'을 먼저 만나본 후 말이다.

 

인간의 야성! 하루를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반인륜적 범죄들에 이런 야성이란 단어를 가져다 붙이는게 맞을까? 라는 의문이든다. 야성을 꼭 거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만은 아닐것이다. 그 의미에도 담겨있듯 자연적이고 본능적이라는 말뜻이 더 야성이란 단어에 가깝다면 인간의 야성을 우리 사회의 반인륜적 범죄와 연관지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야성은 그저 꼭 꿰어맞춰진 우리 사회의 이성의 틀을 잠시 벗어나는 자연스러운 그런 면에 붙여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인간을 저버린 범죄와 범죄자들을 멋있게 가리는 '야성'이란 단어가 아니라 말이다. 순수한 야성! 그런 단어를 기대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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