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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오늘도 잠에서 깨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눈을 부시시 비비며 아내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다. '애들은? 밥먹구? 그래, 고생하구!' 그리고 잠깐 딸아이, 아들녀석과 몇마디 단어들이 전화기를 통해 오고간다. 나에게 현재, 이시간 가장 소중한 한 단어는 바로 '가족'이다. 결혼을 하자마자 시작된 주말부부 생활이 벌써 5년이 넘어간다. 항상 눈앞에 아른거리는 가족들의 얼굴이, 왠지 안쓰럽게 느껴지는 그들의 목소리가, 익숙해질 법도한 기~~인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도 가족이란 이름은 나에게 촉촉하게 다가온다.
죽는 날까지 가져갈 당신의 단어는 무엇입니까?
문득 이런 질문을 받게 되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의 단어는? 여러가지 단어들이 문득문득 머릿속을 스치지만 앞서 말했듯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한 단어는 역시 '가족'이다. 인생의 목적어!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게 생각되는 단어에 대한 설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1위에서 44위까지 단어들과 순위 밖에 놓인 몇가지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단어인 '가족'은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도 그런가보다. 설문조사 1위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적어> 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바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에 대한 설문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작가는 그 단어들을 몇가지 의미들로 나누고 여섯가지 또 다른 이야기로 새롭게 꾸민다. 처음 이 자그마한 책을 받아들고는 왠지모를 즐거움이 맘속을 흔들어놓았다. 별거 아닌듯하지만 누군가에겐 소중한 인생의 단어들, 그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이야기들, 저자인 카피라이터 정철의 맘속에 담겨진 단어가 가진 또 다른 의미들! ... 이런 하나하나가 색다르고 독특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와 마음을 즐겁게 만든다. 그 느낌이 책을 펼치는 순간, 바람처럼 전해져온다. 저가가 그랬던 것처럼, 늦가을 흩날리는 비소리를 들으며 인생의 목적어, 그 단어들과 수다 떨고 싶어진다.
엄마!... 엄마를 네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해요. 열두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책을 여는 맨 첫번째 단어가 바로 '엄마'다. 아직도 이 단어가 귓속에, 맘속에 들려올때면 가슴이 져며온다.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 이름 만으로도 가슴에 비가 내린다. 나에게 엄마는 열일곱 글자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단어들로 시작해서, 외로움과 슬픔을 달래주는, 흔들릴때,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고, 나를 세우는 단어들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삶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인생의 목적어가 얼굴을 내민다. 내 가슴을 울리고 두드리는 단어들과 수다는 계속된다.
여유! ... 한손엔 긍정, 한손엔 배려, 두손을 한데 모으면 여유.
가족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였다면 '여유'는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중 한가지일 것이다. 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나이의 겹만큼 쌓여가는 것이 있다면 바로 조급함이 아닐까싶다. 사회에 대한 불만, 일정한 틀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 쳇바퀴 돌듯 흘러가는 일상에 조급함만이 쌓여간다. 여유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잠깐 커피나 한잔 할까? 라는 생각이 스친다. 설문조사 37위에 올랐다는 '일'이란 단어에 대해 온갖 동물들의 직업, 혹은 일을 정리해놓은 것을 읽다 빵~ 터진다. 거북이는 장수돌침대 모델, 갈매기는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 얼룩말은 평생 제주 도지사 후보! ㅋㅋ
열정! ... 새는 날개로 움직이고 사람은 열정으로 움직입니다. 열정은 신이 사람에게 달아준 보이지 않는 날개입니다.
단어조차 잊고 살았던듯 하다. 열정이란 단어 하나에 또 다른 단어들을 내포하는듯하다. 청춘이 그렇고, 꿈, 도전, 사랑이 그렇다. 쉽사리 그 열정들이 되살아나지는 않을 지라도 내 안에 몸을 낯추고 있던 열정이란 녀석이 이 책을 통해 고개를 내밀고 꿈틀거릴지도 모르겠다. '책' (설문 30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연을 말한다. 한권의 책이 나와 만날 인연! 나무로 살다 끝났을 수도 있었던 책이 나를 찾아온 이유! 그리고 <인생의 목적어> 이 책이 나와 함께하는 이유! 많은 생각들이 스친다.
재미! ... 멋진 인생이란 의미와 재미를 잘 섞은 인생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미도 재미가 없으면 오래갈 수 없습니다.
내가 책을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 그리고 책을 만나는 의미중 하나는 바로 '재미'이다. 재밌으면 그만이다. 책속에서 말하려는 의도와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테고, 삶에 커다란 교훈이 되는 책도 좋을테지만... 책은 재밌어야 한다. 물론 그 재미라는 의미는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분명히 재미있어야 한다. 난 재미없는 책은 읽고 싶지 않다. 삶도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재미와 의미를 잘 섞은 인생! 아마도 이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4장에서는 겨울을 녹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가족이 그 중심에 선다. 사랑, 밥, 아버지, 감사, 자식! 우리가 인생의 목적어로 가장 많이 선택 했다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가장 곁을 지키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게 만든다. 5장에서는 '나'를 이야기한다. 인생의 목적어로 '나'를 선택한 이들이 세번째로 많았다는 사실이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그토록 많은데, 우리의 현실은 자살율 1위라는 사실이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앞으로 조금더 자기애를 갖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실패! ... 실패했다. 앞의 두글자를 보지 마십시오. 뒤의 두글자를 보십시오. 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일입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난 박수 받을 수 없을것 같다. 실패조차 해보지 못했기때문이다. 아니 실패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도전하지도 시도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실패를 하지도 못했다. 늦었다고 생각했다. 늦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늦었다고 생각했다. 아직 시간은 많다. 실패해보자. 도전해보자.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난 박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난 그것을 안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응답하라 1994!' 소위 말하는 응사폐인중 한명이 나다. 그 속에 '추억' (20위)이 있다. 1994년 즈음에 대학을 다녔고 군대를 갔다왔다. 김일성이 죽었고, 월드컵이 있었으며, 서태지가 우뚝서 있었다. 추억은 역시 아름답다. 하지만 추억이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현재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연민과 집착이 아니라 미래에 추억이 될 현재를, 현재의 사람을, 시간들을 따스하게 꼭 안아줄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50개의 단어들을 만나봤다. 저자의 이야기도 있고 그 단어들을 통해 들여다본 나 자신의 이야기도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된 단어들에 붙여둔 포스트잇이 책을 가득 채운다. 반쯤 벗겨낸 바나나를 바라보는 고릴라처럼,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그 흐믓한 미소를 입가에 담아내게 될 것이다. 내게 필요한 단어들과 마주하고, 그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꺼내고 다듬게 될 것이다.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보고, 그를 통해 현재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울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하고, 도전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나만의 목적어를 찾는데 <인생의 목적어>가 커다란 도움을 줄것이다. 자! 이제 노랗게 잘 익은 바나나를 벗겨볼 준비가 되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