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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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겨울부터 올 봄까지, 법정을 다룬 영화와 소설 작품들을 한 편씩 만나볼 수 있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님과 관련한 부림사건을 소재로 했던 영화 '변호인', 그리고 일본에 배심원제가 도입되었다는 가정하에 '인공누명계획'이란 독특한 소재를 법정으로 옮긴 소설 '열세번째 배심원' 까지... 이 두 작품 모두 법정이라는 색다르고 관심가는 공간적 배경과, 배심제와 그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밀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들로 관객과 독자들로 부터 커다란 사랑을 받았고, 개인적으로도 참 즐겁게 만날 수 있었던 작품들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일본 미스터리에 뿌리 깊은 부러움과 경쟁심을 동시에 갖고 있다. 허술한 작품을 읽으면 안심이 되고, 대단한 작품을 접하면 긴장하고 마음이 불만스러워진다.' - 추리작가 도진기

 

그리고 이렇게 또 다른 법정 미스터리를 만나게 된다. 다카기 아키미쓰의 <파계재판>이 그 주인공이다.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인상적인 표지를 장착?한 이 작품 역시 관심이 간다. 추리작가이자 현직 판사이기도 한 도진기는 이 작품에 대해 위에서 말한것처럼 이야기한다. 사실 도진기 작가 뿐만 아니라 국내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와 비슷한 감정들을 느껴보기도 했을것이다. 그것이 부러움이든 경쟁심이든, 일본 미스터리에 대한 다양성과 작가들의 열정에는 박수가 절로 드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번에 만났던 '열세번째 배심원'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배심원'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렇게 법정을 생생하고 사실감 있게 그려냈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파계재판>은 어쩌면 조금은 더 파격적이다. 작품의 대부분, 90퍼센트 이상이 법정 안에서의 진술과 대립, 증언과 반론으로 짜임새 있게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일본내에서도 독특한 법정 미스터리물로 알려져 있으며 작가 다카기 아키미쓰 자신도 일종의 실험적인 소설이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법정의 방청객의 된 듯, 그들의 사건 속에 빠져든다.

 

'살인, 사체유기' ...

도쿄 지방법원 형사 제30호 법정에서는 은퇴한 신극배우 무라타 가즈히코에 대한 파계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요 신문 법정기자로 활동하는 요네다 도모이치 기자의 시선으로 이들의 사건은 진행된다. 신극 배우에서 은퇴한 무라타는 내연녀와 그녀의 남편을 죽이고 사체를 유기한 혐으로 법정에 서게된것이다. 검찰의 집요한 추궁과 증인 심문으로 위기에 몰린 무라타, 하지만 이 법정과 재판의 주인공은 피고인 무라타가 아닌 그의 변호사 햐쿠타니 센이치로 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인 그녀의 부인 아키코가 있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의 대부분은 법정이라는 현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범인으로 지목된 무라타에 대한 증인의 증언과 그에 대한 검사와 변호사의 심문과정이 주된 그림이다. 히데유키 검사는 집요하게 무라타의 과거 행적을 파헤치고, 그가 극단의 돈을 횡령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게 된다. 사람을 죽였고 과거 돈을 횡령했던 무라타는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발을 내딛게 되지만 햐쿠타니 변호사의 치밀한 준비를 통해 그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실을 밝혀내게 된다.
 
'열세번째 배심원'에서 변호사 모리에 슌사쿠는 이렇게 말했었다. '내 의뢰인은 언제나 결백하다 .....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리에 슌사쿠가 그랬던것 처럼 햐쿠타니 센이치로 역시 그의 의뢰인에 대한 믿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법정 미스터리라는 독특한 배경에 대한 관심은 작가가 치밀하고 꼼꼼하게 준비해놓은 전문적인 지식들에 빠져들들 몰입하게 만든다. 다카기 아키미쓰 자신이 공학부를 졸업한 경력과는 전혀 무관한 재판 현장의 생생한 모습들을 써내려갔기에,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이 어느정도 였을지 감히 기대하기도 쉽지 않아보인다.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피고와 관련된 과거의 행적들도 드러난다. 또 그 행동들에 대한 다양한 내적 갈등이나 사회적 모순에 대한 토로와 외침이 이 법정 안에서 들려오는 듯도하다. 이 작품이 1961년도에 출간되었던 작품이라는데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박진감 넘치는 법정 분위기는 독자들을 배심원이라도 된듯 재판에 빠져들게 만들고,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증언과 심문에 두 귀를 내어놓게 된다. 마지막 햐쿠타니 변호사가 보여주는 극적인 반전은 특별한 감동까지 전해준다.  
 
'가드너의 법정소설은 거의 대부분, 전반이 사건 자체의 기술이고 법정 장면은 그 후반 클라이맥스에서 묘사된다. 이것이 법정추리소설의 정석임은 분명하지만 나는 이 작품에서 굳이 그 정석을 깨뜨려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일종의 실험소설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다카기 야키미쓰
 
독특하고 실험적인 법정 미스터리 <파계재판>의 전작은 사실 일본의 3대 명탐정중 하나로 불리는 탐정 가미즈 교스케가 등장하는 단편 형태였다고 한다.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 그리고 그들의 대표적인 가상의 탐정들이 있다.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고스케,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일본 미스터리의 부흥을 이끌어낸 다카기 아키미쓰의 가미즈 교스케! 이제 처음으로 아키미쓰 가미즈의 작품과 마주했지만 이미 국내에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를 비롯한 그의 다른 작품들과의 조우도 너무나 기대된다. 색다르고 특별한 법정 미스터리 한 편이 벚꽃 흩날리는 봄바람처럼 가슴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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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야
와루 글.그림 / 걸리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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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한 어머니와 그의 예쁜 딸이 살고 있었어. ...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더 아름다워 질 수 있는 곳을 찾아 먼 길을 떠나셨어. 그러데 어머니는 그 곳을 못 찾으셨는지 돌아오지 않으셨어. ... 그런데 말이야 그 마을에는 그걸 지켜보던 다른 엄마가 있었어. ... 그 다른 엄마는 그 아름다운 숙녀와 함께 하고 싶대.' - 본문 중에서

 

와루라는 작가를 만난게 '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이란 작품을 통해서니까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자기 자신의 모습인양 단발머리 소년? 아니 청년인 주인공 와루와 함께 떠나는 사진속 추억 여행 같았던 이 책은 너무나 인상적으로 머릿속을 가득채웠었다. 짧은 이야기들속에서 과거를 추억하고 감동하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이 작가 참 감성적이다! 라는 느낌이 아직도 새롭다. 그리고 조금도 더 커버리지 않은, 순수한 모습의 와루를 다시금 만난다.

 

요양차 한 시골마을을 찾은 와루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나기야>의 전반적인 스토리이다. 책의 표지를 가득채운 캐릭터들, 역시 와루의 모습이 가장 익숙하고 인상적이다. 그리고 한명 한명 자신만의 숨겨진 이야기를 간직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다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헝크러진 머리에 한복을 입은, 약간은 스산한 느낌의 아가씨 유진이다. 강물에 떠내려온 시체라는 오해로 시작한 만남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대하는게 영~ 이상함을 눈치채는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다. 그녀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는걸까?

 

마을에 도착한 낯선 외지인 와루에게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학교 가기 싫어하는 꼬맹이 초딩 영석이다. 그녀석을 통해 온몸에 문신 투성이인 구멍가게 주인과의 만남도 시작되고, 그를 찾아 헤메는 육상 선수 출신인 영석이 담임 여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모태솔로 주명씨도 알게 된다. 흰둥이인지 예쁘게 생긴 강아지에게 매번 돌팔매질을 하는 욕쟁이 할아버지, 공익 근무 중인 한류스타 종훈씨의 모습도 깨알같은 재미를 전해준다.

 

 

 

'내일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놀러 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서 가장 커다란 축을 이루는 스토리는 이상한 모습으로 음산하게 마을 주변을 떠도는 유진이의 이야기다. 신내림이라고 해야할까 어린 시절부터 조금은 이상한 모습 때문에 유진의 엄마 은지씨는 어린 유진을 데리고 이 마을로 오게 되었고, 그런 은지씨를 사랑한 가람씨가 있었다. 은지는 어린 유진만을 남기고 죽게 되고 고아원으로 보내졌던 유진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 다시 마을로 되도아온다. 마을로 돌아왔지만 유진은 마을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괴이한 행동을 일삼게 된다. 유진이 어린시절 했다는 3가지 예언, 그리고 유진의 이상한 행동들의 의도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마을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슴속에 품고 있다. 마을 이장 재오씨와 외국인 아내 수잔 그리고 멜리사. 욕쟁이 할아버지와 멍멍이는 또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고, 영석이 담임 선생님과 모태솔로 주명씨의 짝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요양차 마을을 찾은 상처받았던 영혼 와루와 역시 과거의 상처들로 아픈 추억들을 간직한 마을 사람들사이에 서로 어루만지고 토닥이는 따스한 이야기를 만나면서 가슴 한편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3년전 짧은 웹툰 속에서 느꼈던 감동은 이제 어느새 조금은 더 커져버린 이야기를 통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간직한 마음의 상처들,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요즘 대세를 이루는 '힐링' 이라는 단어를 실감케 된다. '26년', '이웃사람' 등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웹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영화와 에니메이션으로의 제작이 결정되었다고 하니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와루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김수현? 아니면....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일러스트,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저 짧은 컷에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구성이 돋보인다. 하나하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생동감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역시 이 작품을 빛나게 만든다. 와루의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을 통해 그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가슴이 따스해졌을 것이다. 흰둥이 원식이를 안고 돌아오는 와루에게 또 어떤 일들이 이어질지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기대해본다. 아픈 상처를 씻어내는 소나기처럼, 오늘 우리 마을에도 비가 내린다. 너무나 가슴 따스한 이야기, 고마워 와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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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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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나 자신도 놀랐다.' -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앞에 떡하니 걸려있는 책에 대한 평가다. <질풍론도>라는 이 책에 대해서 그 자신이 자신있게 던진 말이니 어쩌면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에도가와 란포상, 나오키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 대세 작가로 떠오르고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그의 이름을 넘나들게 만든 명실상부한 네임밸류를 갖춘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탄성을 믿어본다.

 

 

일본 다이호대학 의대대학 연구소에서 중요한 물건 두개가 없어진다. 그리고 3억엔을 준비하라는 협박성 메일이 연구소 소장에게 도착한다. 이 중요한 물건은 K-55라고 불리는 탄저균 생물학 무기로, 최근 해고당한 구즈하라라는 연구원이 그것을 불법적으로 만든 장본인이며 훔쳐간 것 또한 그로 추정된다. 그에게서 보내온 3억엔을 내놓으라는 협박 메일속에는 K-55가 숨겨진 것으로 보이는 설산의 모습과 테디베어가 담긴 사진 여러장이 함께 보내져왔다. 섭씨 10도 이상이되면 자동으로 탄저균이 보관된 용기가 깨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탄저균으로 인해 대재앙이 벌어질 것이다.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K-55로 인해 자신들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에 경찰에 신고 할수도 없고, 또 그 많은 돈을 모두 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구즈하라가 사고로 숨졌다는 사실을 경찰에게 듣게 된 연구소장 도고와 연구원 구리바야시는 경찰서에서 테디베어가 위치한 곳의 추적기 등이 담긴 구즈하라의 유품들을 가져오게 된다. K-55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속 테디베어의 위치를 찾아 직접 구리바야시 가즈유키가 가족과 함께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구리바야시의 아들 슈토, 스키장의 구조요원인 네즈와 그의 연인 치아키가 K-55를 찾아 고군분투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 뒤를 쫓는 또 다른 이들이 있었으니.... 쫓고 쫓기는 설원에서의 추격전이 쉽사리 넘겨지는 페이지들처럼 속도감있게 그려진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 최대 장점인 가독성만큼은 역시 빼어놓을 수 없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우려 만큼이나, 그리고 개인적인 우려가 또 다시 현실로 다가온다. 음.....

 

 

 

 

 

 

얼마전까지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꽤나 좋아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히든 싱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두 작품 모두 최근 너무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서바이벌 제도가 도입된 프로그램이라는 비슷한 점이 있는 작품들인데, 어쩌면 그 부분이 재미를 더욱 크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이 주는 특별함은 그 생존게임을 통해 보여지는 감동이란 부분에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나와서 신인가수들이나 할 법한 서바이벌 경쟁을 펼친다!는 컨셉의 '나가수'는 초반 많은 오해와 구설수를 만들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진정한 취지가 시청자들에게 전해지기도 했다.

 

 

물론 '히든 싱어' 역시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 초반 가수가 탈락하고 모창 가수들이 우승하기도 하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가수도 관객들도 모창 가수들의 열정과 노력에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박수를 보내기고 탄성을 연발하기도 한다. 기성 가수들에게는 또 다른 노래에 대한 열정을 일깨우고 가수 인생의 또 다른 터닝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했다는 인터뷰는 그들의 진정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보는 이들,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기에 이들 프로그램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장황하게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게 '나가수', 혹은 '히든 싱어'에 한번쯤 출연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서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최고의 작품이라 꼽을 수 있는 '용의자 X의 헌신'과 또 다른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들,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 '붉은 손가락', '백야행'과 '도키오', '동급생' 과 같이 참신한 작품들이 왜 요즘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을까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마 최근에 나온 작품중 툭 터놓고 이야기해서 좋았던 '명탐정의 규칙'이 있지만... 진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손끝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나본게... 언제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에는 그 어떤 마성의 힘이 붙어 있는 듯하다. 이번에도 역시 그의 이름 하나로 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에 대한 믿음, 아니 그를 믿고 싶은 열정이 독자들의 가슴속에는 끊고 있는 냄비처럼 뜨겁기 때문일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 자신도 이런 독자들의 충정?을 빨리 깨닫기를 바래본다. 문학판 '나가수'에라도 나가서 그 잃어버린듯한 열정을 되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책의 맨 앞에 써있던 자화자찬은 설마 그가 직접한 말은 아니겠지? 그치?

 

 

그럼에도 <질풍론도>를 탓할 수만은 없다. 나름 탄탄한 구성과 몇 안되는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활강 스키 같은 재미와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스키에 대한 지식이 문학속에 묻어 들어야지 '나 이만큼 고민하고 노력했어'하며 독자들에게 자랑하는 식의 나열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의 열정이 아직 식지 않았음에 안도하면서 약간의 아쉬움에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을 놓을 수 없음에 다시금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아쉽지만 선방했어요. 다음번에 큰 걸로 한방 부탁해요 작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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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신주혜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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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하나의 문화 현상을 이야기할때 B급 문화를 빼어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전세계를 사로잡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그 대표적인 코드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그 뒤를 이은 직렬5기통 크레용팝의 노래 역시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B급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선보이는 오래된 몸개그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케이블 TV에서는 섹시코드를 과감하게 접목한 예능들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B급이라면 쉽게 무시하고 하위문화로 취급당하던 시대를 건너 이제는 당당하게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주체로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주류문화를 벗어난 하위 문화(Sub-culture), 하지만 B급 문화는 기존 주류문화가 채워줄 수 없는 다양성으로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미 대중의 곁으로 찾아가기 시작했다.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런 우리의 문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이 작품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이 아마도 이런 B급 문화와 맞다아 있다는 느낌을 감출수 없어서 이다. 이름만으로도 설레이게 하는 일본 미스터리 대가들의 작품들속에서 히가시가와 도쿠야 만이 창조할 수 있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B급 미스터리의 진수! 바로 이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팬이길 자청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실제로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난것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후에' 이기에 불과 3년여도 안되었지만, 그의 작품들과의 꾸준한 만남은 꽤 오랜 친구와 사귄듯 그와 그의 작품들에 대한 친밀감을 더욱 높여준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그리고 그 이름과 떼놓을래야 뗄수없는 이카가와시(市) 시리즈! 간토 지방 해안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도시, 이카가와 시도 역시 어딘가에 꼭 존재할 것처럼 이제는 익숙한 지명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WELCOME TROUBLE!', 트러블 대환영!, 그리고 전설의 이름! 우카이 모리오 탐정사무소가 다시금 우리를 찾아온다. 이번 이카가와시 시리즈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의 주인공은 아마도 재개발 거리의 마돈나로 불리는 여명빌딩의 주인 '니노미야 아케미'가 아닐까싶다. 물론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고 풀어가는 인물은 두말할 나위없이 우카이 탐정이지만, 아케미는 다섯편의 단편 모두에 출동?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그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고로 우카이의 천적이자 우카이 웃음 코드의 완성! 아케미가 바로 주인공!이다. 반면 우카이의 조수 류헤이는 휴가중이란 설정과 함께 단 두 편에만 살짝 등장한다.

 

 

 

 

모두 다섯가지 이야기가 우카이를 또 다른 미스터리의 세계로 인도한다. 탐정 사무소 건물 벽으로 질주하며 피를 흘리고 쓰러진 남자와 옆 건물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남편의 불륜과 살인 그리고 또 다른 대학교수의 밀실 살인 미스터리, 오징어 탐정과 다잉 메세지, 벼랑 아래에서 죽은 남자와 반딧불이,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불타는 204호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 등 모두 다섯가지 미스터리가 웃음과 재미를 동시에 선물한다. 

 

'.... 도무라 류헤이였다. 그는 우카이 모리오 탐정 사무소의 일원이자 우카이의 유일한 부하, 혹은 조수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다. 우카이의 철저한 지도의 성과 때문인지 그의 행동은 실로 경솔, 경박, 경망스러웠다. 그야말로 탐정의 제자라 부를 수 있는 특수한 재능을 고루 갖춘 청년이다.' - P. 29 -

 

밀실 살인, 사라진 시체, 심령 현상과 같은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실로 놀라운 실력의 우카이 모리와 탐정의 추리는 역시 일품이다. 경솔, 경박, 경망이라는 3경을 두루 갖춘 코믹 탐정 치고는 정말 놀라울 정도의 추리를 선보이는, 우카이의 활약은 대.다.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시선이 머무는 것은 우카이와 아케미의 만담에 가까울 정도의 웃음 코드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위험스런 장면 속에서도 그들의 웃음은 끝을 모른다.

 

앞서서 언급했듯 B급 문화에 동화된 B급 미스터리,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미스터리를 이렇게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B급이란 용어는 문화의 등급에 대한 표시가 아니다. 다만 주류를 벗어난, 이 작품,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미스터리가 그러하듯 본격, 신본격, 사회파 미스터리적 장르를 조금은 벗어난 재밌고 유쾌한 작품이기에 B급 미스터리라는 수식을 붙인다고 다시한번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오해가 없어야 할 것이다. 아케미 때문에 한참을 웃고, 우카이의 추리에 놀란다. 무겁지 않아 좋다. 미스터리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독자들에게만 권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추리의 전당 우카이 모리오 탐정사무소에 잘 오셨습니다.' 마지막 단편에서 새로운 캐치프레이즈 선보이지만, 의뢰인인 여성의 신상에 대한 우카이의 추리가 완전히 빗나가버리는 장면에서 다시금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하나도 맞추지 못한 탐정이지만 '뭐, 가끔 틀리기도 하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점이 바로 우카이 탐정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 조금은 가볍다. 하지만 미스터리가 가져야할 재미와 흥미, 주인공의 매력을 모두 갖추면서도 유머리스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이란 제목에서 보여지듯 아케미와 우카이의 대결?이 더욱 재미를 더한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B급 미스터리가 우리를 조금은 밝게, 조금더 상큼하게, 그리고 조금더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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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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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잠에서 깨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눈을 부시시 비비며 아내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다. '애들은? 밥먹구? 그래, 고생하구!' 그리고 잠깐 딸아이, 아들녀석과 몇마디 단어들이 전화기를 통해 오고간다. 나에게 현재, 이시간 가장 소중한 한 단어는 바로 '가족'이다. 결혼을 하자마자 시작된 주말부부 생활이 벌써 5년이 넘어간다. 항상 눈앞에 아른거리는 가족들의 얼굴이, 왠지 안쓰럽게 느껴지는 그들의 목소리가, 익숙해질 법도한 기~~인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도 가족이란 이름은 나에게 촉촉하게 다가온다.

 

죽는 날까지 가져갈 당신의 단어는 무엇입니까?

 

문득 이런 질문을 받게 되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의 단어는? 여러가지 단어들이 문득문득 머릿속을 스치지만 앞서 말했듯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한 단어는 역시 '가족'이다. 인생의 목적어!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게 생각되는 단어에 대한 설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1위에서 44위까지 단어들과 순위 밖에 놓인 몇가지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단어인 '가족'은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도 그런가보다. 설문조사 1위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적어> 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바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에 대한 설문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작가는 그 단어들을 몇가지 의미들로 나누고 여섯가지 또 다른 이야기로 새롭게 꾸민다. 처음 이 자그마한 책을 받아들고는 왠지모를 즐거움이 맘속을 흔들어놓았다. 별거 아닌듯하지만 누군가에겐 소중한 인생의 단어들, 그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이야기들, 저자인 카피라이터 정철의 맘속에 담겨진 단어가 가진 또 다른 의미들! ... 이런 하나하나가 색다르고 독특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와 마음을 즐겁게 만든다. 그 느낌이 책을 펼치는 순간, 바람처럼 전해져온다. 저가가 그랬던 것처럼, 늦가을 흩날리는 비소리를 들으며 인생의 목적어, 그 단어들과 수다 떨고 싶어진다.

 

엄마!... 엄마를 네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해요. 열두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책을 여는 맨 첫번째 단어가 바로 '엄마'다. 아직도 이 단어가 귓속에, 맘속에 들려올때면 가슴이 져며온다.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 이름 만으로도 가슴에 비가 내린다. 나에게 엄마는 열일곱 글자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단어들로 시작해서, 외로움과 슬픔을 달래주는, 흔들릴때,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고, 나를 세우는 단어들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삶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인생의 목적어가 얼굴을 내민다. 내 가슴을 울리고 두드리는 단어들과 수다는 계속된다.

 

여유! ... 한손엔 긍정, 한손엔 배려, 두손을 한데 모으면 여유.

가족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였다면 '여유'는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중 한가지일 것이다. 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나이의 겹만큼 쌓여가는 것이 있다면 바로 조급함이 아닐까싶다. 사회에 대한 불만, 일정한 틀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 쳇바퀴 돌듯 흘러가는 일상에 조급함만이 쌓여간다. 여유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잠깐 커피나 한잔 할까? 라는 생각이 스친다. 설문조사 37위에 올랐다는 '일'이란 단어에 대해 온갖 동물들의 직업, 혹은 일을 정리해놓은 것을 읽다 빵~ 터진다. 거북이는 장수돌침대 모델, 갈매기는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 얼룩말은 평생 제주 도지사 후보! ㅋㅋ

 

 

 

열정! ... 새는 날개로 움직이고 사람은 열정으로 움직입니다. 열정은 신이 사람에게 달아준 보이지 않는 날개입니다.

단어조차 잊고 살았던듯 하다. 열정이란 단어 하나에 또 다른 단어들을 내포하는듯하다. 청춘이 그렇고, 꿈, 도전, 사랑이 그렇다. 쉽사리 그 열정들이 되살아나지는 않을 지라도 내 안에 몸을 낯추고 있던 열정이란 녀석이 이 책을 통해 고개를 내밀고 꿈틀거릴지도 모르겠다. '책' (설문 30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연을 말한다. 한권의 책이 나와 만날 인연! 나무로 살다 끝났을 수도 있었던 책이 나를 찾아온 이유! 그리고 <인생의 목적어> 이 책이 나와 함께하는 이유! 많은 생각들이 스친다.

 

재미! ... 멋진 인생이란 의미와 재미를 잘 섞은 인생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미도 재미가 없으면 오래갈 수 없습니다.

내가 책을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 그리고 책을 만나는 의미중 하나는 바로 '재미'이다. 재밌으면 그만이다. 책속에서 말하려는 의도와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테고, 삶에 커다란 교훈이 되는 책도 좋을테지만... 책은 재밌어야 한다. 물론 그 재미라는 의미는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분명히 재미있어야 한다. 난 재미없는 책은 읽고 싶지 않다. 삶도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재미와 의미를 잘 섞은 인생! 아마도 이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4장에서는 겨울을 녹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가족이 그 중심에 선다. 사랑, 밥, 아버지, 감사, 자식! 우리가 인생의 목적어로 가장 많이 선택 했다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가장 곁을 지키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게 만든다. 5장에서는 '나'를 이야기한다. 인생의 목적어로 '나'를 선택한 이들이 세번째로 많았다는 사실이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그토록 많은데, 우리의 현실은 자살율 1위라는 사실이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앞으로 조금더 자기애를 갖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실패! ... 실패했다. 앞의 두글자를 보지 마십시오. 뒤의 두글자를 보십시오. 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일입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난 박수 받을 수 없을것 같다. 실패조차 해보지 못했기때문이다. 아니 실패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도전하지도 시도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실패를 하지도 못했다. 늦었다고 생각했다. 늦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늦었다고 생각했다. 아직 시간은 많다. 실패해보자. 도전해보자.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난 박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난 그것을 안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응답하라 1994!' 소위 말하는 응사폐인중 한명이 나다. 그 속에 '추억' (20위)이 있다. 1994년 즈음에 대학을 다녔고 군대를 갔다왔다. 김일성이 죽었고, 월드컵이 있었으며, 서태지가 우뚝서 있었다. 추억은 역시 아름답다. 하지만 추억이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현재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연민과 집착이 아니라 미래에 추억이 될 현재를, 현재의 사람을, 시간들을 따스하게 꼭 안아줄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50개의 단어들을 만나봤다. 저자의 이야기도 있고 그 단어들을 통해 들여다본 나 자신의 이야기도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된 단어들에 붙여둔 포스트잇이 책을 가득 채운다. 반쯤 벗겨낸 바나나를 바라보는 고릴라처럼,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그 흐믓한 미소를 입가에 담아내게 될 것이다. 내게 필요한 단어들과 마주하고, 그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꺼내고 다듬게 될 것이다.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보고, 그를 통해 현재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울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하고, 도전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나만의 목적어를 찾는데 <인생의 목적어>가 커다란 도움을 줄것이다. 자! 이제 노랗게 잘 익은 바나나를 벗겨볼 준비가 되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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