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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야
와루 글.그림 / 걸리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어머니와 그의 예쁜 딸이 살고 있었어. ...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더 아름다워 질 수 있는 곳을 찾아 먼 길을 떠나셨어. 그러데 어머니는 그 곳을 못 찾으셨는지 돌아오지 않으셨어. ... 그런데 말이야 그 마을에는 그걸 지켜보던 다른 엄마가 있었어. ... 그 다른 엄마는 그 아름다운 숙녀와 함께 하고 싶대.' - 본문 중에서
와루라는 작가를 만난게 '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이란 작품을 통해서니까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자기 자신의 모습인양 단발머리 소년? 아니 청년인 주인공 와루와 함께 떠나는 사진속 추억 여행 같았던 이 책은 너무나 인상적으로 머릿속을 가득채웠었다. 짧은 이야기들속에서 과거를 추억하고 감동하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이 작가 참 감성적이다! 라는 느낌이 아직도 새롭다. 그리고 조금도 더 커버리지 않은, 순수한 모습의 와루를 다시금 만난다.
요양차 한 시골마을을 찾은 와루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나기야>의 전반적인 스토리이다. 책의 표지를 가득채운 캐릭터들, 역시 와루의 모습이 가장 익숙하고 인상적이다. 그리고 한명 한명 자신만의 숨겨진 이야기를 간직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다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헝크러진 머리에 한복을 입은, 약간은 스산한 느낌의 아가씨 유진이다. 강물에 떠내려온 시체라는 오해로 시작한 만남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대하는게 영~ 이상함을 눈치채는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다. 그녀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는걸까?
마을에 도착한 낯선 외지인 와루에게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학교 가기 싫어하는 꼬맹이 초딩 영석이다. 그녀석을 통해 온몸에 문신 투성이인 구멍가게 주인과의 만남도 시작되고, 그를 찾아 헤메는 육상 선수 출신인 영석이 담임 여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모태솔로 주명씨도 알게 된다. 흰둥이인지 예쁘게 생긴 강아지에게 매번 돌팔매질을 하는 욕쟁이 할아버지, 공익 근무 중인 한류스타 종훈씨의 모습도 깨알같은 재미를 전해준다.
'내일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놀러 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서 가장 커다란 축을 이루는 스토리는 이상한 모습으로 음산하게 마을 주변을 떠도는 유진이의 이야기다. 신내림이라고 해야할까 어린 시절부터 조금은 이상한 모습 때문에 유진의 엄마 은지씨는 어린 유진을 데리고 이 마을로 오게 되었고, 그런 은지씨를 사랑한 가람씨가 있었다. 은지는 어린 유진만을 남기고 죽게 되고 고아원으로 보내졌던 유진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 다시 마을로 되도아온다. 마을로 돌아왔지만 유진은 마을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괴이한 행동을 일삼게 된다. 유진이 어린시절 했다는 3가지 예언, 그리고 유진의 이상한 행동들의 의도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마을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슴속에 품고 있다. 마을 이장 재오씨와 외국인 아내 수잔 그리고 멜리사. 욕쟁이 할아버지와 멍멍이는 또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고, 영석이 담임 선생님과 모태솔로 주명씨의 짝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요양차 마을을 찾은 상처받았던 영혼 와루와 역시 과거의 상처들로 아픈 추억들을 간직한 마을 사람들사이에 서로 어루만지고 토닥이는 따스한 이야기를 만나면서 가슴 한편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3년전 짧은 웹툰 속에서 느꼈던 감동은 이제 어느새 조금은 더 커져버린 이야기를 통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간직한 마음의 상처들,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요즘 대세를 이루는 '힐링' 이라는 단어를 실감케 된다. '26년', '이웃사람' 등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웹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영화와 에니메이션으로의 제작이 결정되었다고 하니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와루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김수현? 아니면....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일러스트,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저 짧은 컷에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구성이 돋보인다. 하나하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생동감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역시 이 작품을 빛나게 만든다. 와루의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을 통해 그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가슴이 따스해졌을 것이다. 흰둥이 원식이를 안고 돌아오는 와루에게 또 어떤 일들이 이어질지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기대해본다. 아픈 상처를 씻어내는 소나기처럼, 오늘 우리 마을에도 비가 내린다. 너무나 가슴 따스한 이야기, 고마워 와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