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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기리하타 교타로의 <1UP 라이프> 입니다. 오늘밤도 여기 우에노 스튜디오에서 보내드립니다. '
벌써 만7년, 월요일에서 토요일, 밤10시부터 새벽1시 까지, 기리하타 교타로는 그렇게 밤시간을 책임지는, 나름 인기있는 나쁘지 않은 청취율을 자랑하는 디제이다.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그 작은 인기에 한 몫을 하지만, 반대로 그의 외모는 정말 별로라 기리하타는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하자면, 34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거기에 모태솔로라는 점 또한 컴플렉스라면 컴플렉스일까?
그런 기리하타에게 아지트로 불릴 그런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부터였을까? 친구들이 함께 하기 시작했다. 방송이 끝난 새벽 단골바인 if에서 그와 친구들의 시간이 시작된다. 사소한 농담과 몇 잔의 술이 이들 삶의 특별한 즐거움이다. if의 마담 데루미와 호스티스 모모카, 해충방제업자인 이시노자키씨 그리고 50년 넘게 불상조각을 삶의 보람으로 여기는 시게마쓰씨 까지 언제나처럼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속에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투명 카멜레온>, 개인적으로는 참 오랫만에 만나는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이다. '술래의 발소리', '구체의 뱀' 이후로 만나는 작품이니까 4년여만에 만나는... 지금까지도 푸욱~ 빠져있는 일본 미스터리 문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작가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에게는 특별한 작가, 특별한 작품! 그리고 이번에 만나는 <투명 카멜레온>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생활 10년을 집대성한 작품이라 평가받는 작품이기에 그 만남이 더욱 특별하게 생각된다.
"죽였다!"
<투명 카멜레온>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평소처럼 if 에서 소소한 농담을 주고 받던 기리하타와 친구들 앞에 앳되 보이는 한 여자가 들어온다. 빗물을 흠뻑 뒤집어 쓰고는, "코스터...코스터..."라는 말을 내뱉는... 멍한 눈빛에 컵받침을 바라보는.... 컵바침을 뜻하는 '코스터'라는 말이 아닌, '죽였다'라는 뜻의 코로시타라고 그녀가 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말 그녀는 누군가를 죽인 것일까?
미카지 케이! 어제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음날 다시 if를 찾은 그녀는 이런 저런 엉뚱한 말들을 늘어놓다가 '1UP 라이프'의 애청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레이카씨를 기리하타 교타로로 착각하고 만다.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없었던 기리하타는 레이카를 설득해 자신인척 연기하게 하고, 기리하타 자신은 매니저인척 하게 된다. 첫눈에 반해버린 연애고자 기리하타는 미카지 케이우 우연찮게 만남을 이어가게 되고 메일을 주고 받는다. 방송을 통해 살짝 마음을 내비추기도 하지만, 미카지 케이가 실망할까봐 자신을 계속 숨기게된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지?"
하지만 결국 미카지 케이에게 이 사실을 들키고만다. 그리고는 드디어 사건이 시작된다. 이것을 이유로해서 미카지 케이는 그녀가 계획하고 있던 특별한 일에 기리하타를 포함해 if 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수수하고 착하기만한 if 사람들과 미카지 케이, 엉뚱하고 소란스러운, 거기에 유쾌함을 더한 살인청부가 이야기를 즐거움으로 이끈다. 라디오 디제이가 들려주는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 그리고 흘러나오는 달콤한 음악이 귓가를 적신다.
<투명 카멜레온>이란 제목을 보고는, 미치오 슈스케라는 이름을 듣고는, 미카지 케이의 등장을 보고서는, 이 작품의 장르를 무조건 미스터리 작품으로 단정지었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란듯이 빗나가고 평범함속에 작은 긴장을 품듯 이야기는 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유쾌하면서도 순수한, 뭔가 깊이 있는 감동이 아래에서 끊어 오르듯 이야기는 독특과 특별 사이를 오가는 둣 느껴진다.
“웃고 울며 계속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에 그때까지의 재미를 훌쩍 뛰어넘는 결말이 기다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또한 독자가 인생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찾을 수 있어야 좋은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하므로 그런 작품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 미치오 슈스케 -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은 읽는 이들에게 편안한 재미를 가능하게 한다. 미소가 지어지는 엉뚱한 소란들, 그리고 그 속에서 작은 사랑이 싹트고, 숨겨져 있던 반전 가득한 이야기들이 고개를 들때쯤 미치오 슈스케가 담아내고자 하는 작품세계가 독자들의 시선속에 펼쳐진다. 10년여에 걸친 작품 세계의 집대성! 우리들은 미치오 슈스케의 내공으로 써내려간 감성의 깊이에 온몸을 빠뜨리고 만다.
옮긴이의 말을 들여다보다보면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미치오 슈스케가 작가생활의 제 3기에 접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초창기 미스터리 요소가 강한 작품들로 문단을 휩쓸었던 1기, 그리고 트릭에 집중하기 보다는 순문학으로 감동을 주던 2기, 그리고 지금이 바로 <투명 카멜레온>으로 대표되는 마지막 3기라고 말이다. 그 말에 많은 공감이 되면서 순문학이 가미된 독특한 감성 미스터리가 바로 이 특별한 작품임을 다시한번 인식하게 된다.
"매우 사소한 선택과 짧은 말 몇 마디였을 뿐인데."
그래도 세상은 크게 변하고 말았다. - P. 396 -
<투명 카멜레온>이 드리운 착한 거짓말, 투명한 그 거짓말이 바꾸게 될 세상이 궁금하다. 평범해 보이지만 가슴에 새겨진 상처 하나정도 간직하지 않은 이가 없듯, 믿고 바라고 진심으로 원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만지고 일으킬수 있을 것이다. 트릭도 있고 반전도 존재하면서 해맑은 캐릭터들이 선물하는 기분좋은 웃음과 감동이 있어 즐거운 작품이다. 오랫만에 만난 미치오 슈스케! 그가 쌓아올린 거대한 성에 기꺼히 갖혀버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난 오늘도 행복을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