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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무도회 1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4년 11월
평점 :
더벅머리에 중절모를 쓴, 일본 전통의상인 하카마를 입고 일본 나막신 게다를 신은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다시금 우리를 찾아왔다. 개인적으론 '삼수탑'이 마지막이였으니까 어언 2년여 만인것 같다. '백일홍 나무아래',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혼진 살인 사건' 이 그 사이에 출간되었지만 아쉽게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 작품 <가면무도회>로 오랫만의 재회를 하게된 것이다. 반갑습니당~~ 하며 정말 꾸뻑 절하고, 아니 꼬옥 껴안아 드리고 싶은 우리 탐정님 정말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
잠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여전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약 700여 페이지정도로 두권에 나뉘어 있는 <가면무도회>는 가루이자와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남성 편력이 있는듯한 여배우 오토리 지요코의 네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새로운 다섯번의 사랑에 서있는 인물들이 중요한 배역들을 차지한다. 작품의 내용을 간략하게 알아보면, 지난 일년 사이 지요코의 전 남편들이 죽는 사고, 사건이 발생한다. 두번째 전남편의 교통사고, 그리고 이어지는 첫번째 전남편의 자살 혹은 타살 의심사고, 그리고 그 사건후 일주기 전날 발생한 세번째 전남편의 죽음!
공교롭게도 이 사건이 발생한 가루이자와에 내려와있던 지요코와 그들의 전남편들! 그리고 지요코의 새로운 다섯번째사랑 아스카 다다히로! 긴다이치 코스케는 지요코의 연인 아스카의 의뢰로 이 사건에 발을 내딛게 된다. 사실 이야기의 시작은 다시로 신키치라는 예대 작곡과 학생의 자살 미수 사건이다. 그리고 다시로 신키치를 구하게 된 인물이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사실은 책의 중간에 알 수 있다. 다시로 신키치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된 <가면무도회> 그렇다면 가면무도회의 주인공은 신키치인가?
미스터리답게 처음부터 치열하게 머리싸움에 집착하게 된다. 왜 이 이야기를 여기에 배치 했을까? 범인은 음~~~ 누가 아닐까? 단정하다가도 뒤통수를 여러번 얻어맞은 기억이 번뜩 떠올라 그 말을 주워담는다. 살해 현장에 있던 성냥개비들의 나열, 시체의 옷에 붙어 있던 나방 사체, 도무지 알 수 없는 방정식 같은 메세지, 그리고 Sasuke Sasuke... 라고 적혀있던 글자들... 그리고 사건의 주변, 등장인물들의 곁에서 보여지는 검은 선글라스, 검은 배레모와 머플러를 두른 남자의 정체는.... 사건을 점점더 미궁속을 빠져들게 만드는 증거들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참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리 탐정님을 포함해 스무명이 넘게 등장하는 인물들중에 범인을 고르는 일은 차치하고서라도, 인물들의 중요도를 쉽게 구분하기조차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인물이 몇몇 있다. 그중 아스카 다다히로의 사위이자 바람둥이인 사쿠라이 데쓰오가 있다. 그가 불쑥 던진 '어리석은 자의 억측' 덕분에 사건의 실마리를 독자들도 조금 풀어 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말미에서도... 그의 말이 단순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의도적인것인지도 모르지만 작은 역할이지만 꽤 중요한 감초 역할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못한 마지막 반전으로 뒤통수를 내리치는 또 한 명도...

그런가하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인물들도 종종 보인다. 작가의 의도적인 트릭에 독자들은 속아 넘어가지 않길 바라며... ^^ 그런 와중에 다섯번째 지요코의 연인 아스카씨 역시 총에 저격당하고 마는데... 그렇게 미스터리는 마지막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를 통해서 긴다이치 코스케의 목소리가 아닌 살인의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서 사건의 진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씁쓸함에 독자들은 그리 상쾌하지 않은 뒷맛을 느끼게 될것이다. 그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오싹해짐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대가 만들어낸 아픔, 혹은 상처가 애절하게 다가온다.
"아니 내가 말하는 건 그런게 아냐. 나 언젠가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인간 세상은 가면무도회 같은 거래. 남자도 여자도 다들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 외국의 훌륭한 분이 그랬다나? 나 그 말에 너무나 감동했어." - 2권, P. 312 -
조금은더 편안하고 내추럴한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이 작품속에서 그려진다. 다른 작품들속에서 보다더 뛰어난 추리를 선보이지도 않고,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더벅머리를 긁어대며 흥분해서 말을 더듬는 탐정 아저씨의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그래서 그가 더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선택한 최고의 시리즈 10권중 하나로 이 작품을 꼽는다니 <가면무도회>에 대한 작가의 애정, 긴다이치 코스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역시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표지는 색다르다. 언제나 표지만으로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로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처음엔 몰랐지만... 언듯보면 서로 같은 표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1, 2권의 표지가 약간 차이가 난다. 예전에 즐겨하던 틀린그림찾기를 이 두 권을 놓고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잠깐 생각해본다. 뭐가 다를까? ^^ 자꾸만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대화속 '가면무도회'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누구는 가면무도회의 여왕이고 연출가이고 대왕님, 어릿광대... 우리도 지금 그 가면무도회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면무도회>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만큼 또 다른 뒷이야기를 가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후기 작품으로 알려진다. 작품을 집필하다가 한번 절필을 하고 10여년후 다시 작품을 쓰기 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다시금 펜을 잡은 요코미조 세이시, 하지만 그 당시는 본격 미스터리보다 사회 비판적인 사회파 미스터리가 인기를 끌던 시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다른 요코미조 세이시의 색깔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색깔은 기존의 요코미조 세이의 색깔을 뒤덥는 것이 아닌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도...
눈내리는 겨울의 문턱에서 이 짧지 않은 이야기를 내려놓을 수 없는 즐거움으로 함께 해서 너무나 행복하다. 오랫만의 만남이라 더욱 반가웠고 조금은 색다른 스타일이 만족스럽다. 긴다이치 코스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상적인 표지도 마음에 들고, 사회의 아픔을 보듬는 미스터리의 매력에 빠져든다. 아직도 만나야할 많은 시리즈들이 남아 있지만, 특히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시작 '혼진 살인 사건'과 시리즈 최후의 사건이 된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은 꼭 함께 하고 싶다. 깊어가는 이 겨울, 더벅머리 명탐정과 조금은더 가까워 질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