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 제56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요코제키 다이 지음, 이수미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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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갑작스레 차가워진 날씨 때문인지 왠지 더 외롭고 쓸쓸하기만한 겨울의 한 자락을 거닐고 있다. 어느새 훌쩍 흘러가버린 한 해의 마지막! 이런 외로움 때문인지 사람들이 그립고,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해 성탄절이다 연말, 새해다 해서 더욱 왁자지껄 시끄럽고 수다스러워지고.... 그런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이맘때쯤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의 미소가 그립다. 나이가 한 두살 더 먹어가면서 사람들이 그립다. 추억속에 함께 했던 친구들, 예전 직장 동료들, 은사님들... 따스한 차 한잔과 어울리는 이런 추억속 인물들과의 '재회' 가 그리운 계절이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라는 타이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스터리 작가들 중에서도 익숙한 이름에 대해서는 전작주의를 표방하는 일인이지만 새롭게 만나는 작가들에 대한 기대 역시 그 못지 않다. '요코제이 다이' 라는 낯섬도 잠시, 익숙한 이름의 수상작품이라는 수식이 더 큰 기대를 갖게 만든다. '몇 번이나 도전하여 마침내 큰 성과를 얻은 수상자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작품평에 기대감은 더욱 무르익는다. 8번의 도전 끝에 이 대단한 수상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요코제키 다이! 그리고 <재회>. 그 특별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제목처럼 이야기는 오랫만의 만남을 소재로 한다. 네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 마키코와 나오토, 준이치 그리고 게스케! 미하루다이 초등학교 동창생들인 이들이 23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이들을 만나게 만든 계기는 살인사건 때문이다. '당신 아들이 도둑질을 했어!' 이 말을 남긴 전화 한 통화로 이 모든 사건은 시작된다.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마키코는 동창생인 게스케와 결혼 했지만 이혼을 하게 되었고 그들 사이에는 마사키라는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이 마키코의 친구인 나오토의 형 히데유키의 가게에서 물건을 훔쳤고 히데유키는 그 CCTV로 마키코를 협박하기에 이른다.

 

 

마키코는 게스케와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하게 되고, 히데유키가 요구한 돈을 주지만 그는 또 다른 것?을 요구한다. 두번째 만나기로 한 장소를 찾은 마키코와 게스케. 하지만 히데유키는 이미 살해되고 만다. 한편 이 사건을 맡게 된 것은 그들의 또 다른 동창생 준이치였다. 형사가 된 준이치, 그리고 형이 살해된 나오토 까지... 23년만에 네 명의 동창생들은 그렇게 뜻하지 않은 <재회>를 하게 된다. 준이치와 함께 나라 형사가 이 사건을 풀어가게 되고, 마키코의 알리바이가 의심받는 가운데,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인물이 나타나는데...

 

 

 

 

 

 

 

한편 히데유키의 살인사건은 현재 진행형과 함께 과거 23년전 또 다른 사건과 맞물려 이야기가 진행된다. 당시 게스케의 경찰이었던 게스케의 아버지의 죽음, 그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의 폐교, 그리고 네 명의 친구들, 그들이 없애고 싶었던 것들을 묻었다는 타임캡슐의 존재까지...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쉴새없이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들의 손놀림을 재빠르게 만든다. 제7장으로 구성된 이야기속에서 각 장의 마지막 즈음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남겨져 있던 한조각 퍼즐 마저 제자리를 찾게된다. 온다 리쿠는 이 작품에 대해 '정성스런 스토리, 뛰어난 안정감'이라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정성스러움이 모든 독자들에게 전해질 것같다.

 

 

초반 이야기는 단순한 구성을 갖는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예측 가능할 정도로 뻔해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누군가의 몇마디 말로 이야기는 예상을 벗어나 버린다. 그리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됨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온다 리쿠가 말한 안정감속에서 진행된다. 기존 미스터리 답지않은 안정감이 묘한 매력처럼 다가온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현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현재속에서 진행되는 과거속 진행형의 사건들! 반전의 반전! 안정감 속의 반전! 요코제키 다이! 정말 매력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나이에 경찰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게스케는 이혼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마키코 역시 이혼과 아들의 진학, 양육이라는 짐을 지고 있다. 경찰인 준이치는 술만 마시면 동거녀를 때린다. 회사를 운영하는 나오토 역시 죽은 형에게 끝임없는 괴롭힘을 당하고... 하나같이 현실에서 상처와 아픔,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네 명의 친구들! 그들에게는 과거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이 폐교가 된 초등학교 교정에 묻었다는 타임캡슐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담겨져 있는 것인지, 그들의 과거와 현재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누구나에게 묻어 버리고 싶은 아픔이 있다. 살인사건으로 예기치 않게 시작되었던 왜? 라는 질문이 하나씩 퍼즐이 맞춰지듯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숨겨져 있던 과거, 아픔이 드러난다. 사랑과 우정, 뜨거웠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타임캡슐을 꺼내면서 상처로 되살아난다. 하지만 그 상처는 아픔만을 남기진 않는다. 서로 보듬고 치유하면서 이야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라는 수식이 절대 아쉽지 않다는 느낌! <재회>와 마주한 독자라면 꼭 느껴보게 될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 안정감과 치밀함이 돋보이는 탄탄한 스토리텔링. 이 겨울 이 미스터리를 만나서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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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무도회 1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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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벅머리에 중절모를 쓴, 일본 전통의상인 하카마를 입고 일본 나막신 게다를 신은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다시금 우리를 찾아왔다. 개인적으론 '삼수탑'이 마지막이였으니까 어언 2년여 만인것 같다. '백일홍 나무아래',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혼진 살인 사건' 이 그 사이에 출간되었지만 아쉽게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 작품 <가면무도회>로 오랫만의 재회를 하게된 것이다. 반갑습니당~~ 하며 정말 꾸뻑 절하고, 아니 꼬옥 껴안아 드리고 싶은 우리 탐정님 정말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

잠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여전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약 700여 페이지정도로 두권에 나뉘어 있는 <가면무도회>는 가루이자와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남성 편력이 있는듯한 여배우 오토리 지요코의 네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새로운 다섯번의 사랑에 서있는 인물들이 중요한 배역들을 차지한다. 작품의 내용을 간략하게 알아보면, 지난 일년 사이 지요코의 전 남편들이 죽는 사고, 사건이 발생한다. 두번째 전남편의 교통사고, 그리고 이어지는 첫번째 전남편의 자살 혹은 타살 의심사고, 그리고 그 사건후 일주기 전날 발생한 세번째 전남편의 죽음!

공교롭게도 이 사건이 발생한 가루이자와에 내려와있던 지요코와 그들의 전남편들! 그리고 지요코의 새로운 다섯번째사랑 아스카 다다히로! 긴다이치 코스케는 지요코의 연인 아스카의 의뢰로 이 사건에 발을 내딛게 된다. 사실 이야기의 시작은 다시로 신키치라는 예대 작곡과 학생의 자살 미수 사건이다. 그리고 다시로 신키치를 구하게 된 인물이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사실은 책의 중간에 알 수 있다. 다시로 신키치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된 <가면무도회> 그렇다면 가면무도회의 주인공은 신키치인가?

미스터리답게 처음부터 치열하게 머리싸움에 집착하게 된다. 왜 이 이야기를 여기에 배치 했을까? 범인은 음~~~ 누가 아닐까? 단정하다가도 뒤통수를 여러번 얻어맞은 기억이 번뜩 떠올라 그 말을 주워담는다. 살해 현장에 있던 성냥개비들의 나열, 시체의 옷에 붙어 있던 나방 사체, 도무지 알 수 없는 방정식 같은 메세지, 그리고 Sasuke Sasuke... 라고 적혀있던 글자들... 그리고 사건의 주변, 등장인물들의 곁에서 보여지는 검은 선글라스, 검은 배레모와 머플러를 두른 남자의 정체는.... 사건을 점점더 미궁속을 빠져들게 만드는 증거들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참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리 탐정님을 포함해 스무명이 넘게 등장하는 인물들중에 범인을 고르는 일은 차치하고서라도, 인물들의 중요도를 쉽게 구분하기조차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인물이 몇몇 있다. 그중 아스카 다다히로의 사위이자 바람둥이인 사쿠라이 데쓰오가 있다. 그가 불쑥 던진 '어리석은 자의 억측' 덕분에 사건의 실마리를 독자들도 조금 풀어 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말미에서도... 그의 말이 단순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의도적인것인지도 모르지만 작은 역할이지만 꽤 중요한 감초 역할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못한 마지막 반전으로 뒤통수를 내리치는 또 한 명도...


 

 

 

  

그런가하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인물들도 종종 보인다. 작가의 의도적인 트릭에 독자들은 속아 넘어가지 않길 바라며... ^^ 그런 와중에 다섯번째 지요코의 연인 아스카씨 역시 총에 저격당하고 마는데... 그렇게 미스터리는 마지막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를 통해서 긴다이치 코스케의 목소리가 아닌 살인의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서 사건의 진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씁쓸함에 독자들은 그리 상쾌하지 않은 뒷맛을 느끼게 될것이다. 그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오싹해짐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대가 만들어낸 아픔, 혹은 상처가 애절하게 다가온다.

 

"아니 내가 말하는 건 그런게 아냐. 나 언젠가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인간 세상은 가면무도회 같은 거래. 남자도 여자도 다들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 외국의 훌륭한 분이 그랬다나? 나 그 말에 너무나 감동했어." - 2권, P. 312 -

 

조금은더 편안하고 내추럴한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이 작품속에서 그려진다. 다른 작품들속에서 보다더 뛰어난 추리를 선보이지도 않고,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더벅머리를 긁어대며 흥분해서 말을 더듬는 탐정 아저씨의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그래서 그가 더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선택한 최고의 시리즈 10권중 하나로 이 작품을 꼽는다니 <가면무도회>에 대한 작가의 애정, 긴다이치 코스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역시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표지는 색다르다. 언제나 표지만으로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로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처음엔 몰랐지만... 언듯보면 서로 같은 표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1, 2권의 표지가 약간 차이가 난다. 예전에 즐겨하던 틀린그림찾기를 이 두 권을 놓고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잠깐 생각해본다. 뭐가 다를까? ^^ 자꾸만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대화속 '가면무도회'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누구는 가면무도회의 여왕이고 연출가이고 대왕님, 어릿광대... 우리도 지금 그 가면무도회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면무도회>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만큼 또 다른 뒷이야기를 가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후기 작품으로 알려진다. 작품을 집필하다가 한번 절필을 하고 10여년후 다시 작품을 쓰기 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다시금 펜을 잡은 요코미조 세이시, 하지만 그 당시는 본격 미스터리보다 사회 비판적인 사회파 미스터리가 인기를 끌던 시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다른 요코미조 세이시의 색깔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색깔은 기존의 요코미조 세이의 색깔을 뒤덥는 것이 아닌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도...

 

눈내리는 겨울의 문턱에서 이 짧지 않은 이야기를 내려놓을 수 없는 즐거움으로 함께 해서 너무나 행복하다. 오랫만의 만남이라 더욱 반가웠고 조금은 색다른 스타일이 만족스럽다. 긴다이치 코스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상적인 표지도 마음에 들고, 사회의 아픔을 보듬는 미스터리의 매력에 빠져든다. 아직도 만나야할 많은 시리즈들이 남아 있지만, 특히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시작 '혼진 살인 사건'과 시리즈 최후의 사건이 된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은 꼭 함께 하고 싶다. 깊어가는 이 겨울, 더벅머리 명탐정과 조금은더 가까워 질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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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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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생각이 바로 이 세 글자에 담겨져있다. 역시 책은 가을이라는 계절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그리고 이런 호러 소설의 경우는 어둠이 내린 '밤'에 그 느낌이 배가 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고, 다시금 그의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단순히 '무섭다!'라는 이 세마디, 그리고 그 느낌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을거라 확신해보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표지부터가 무섭다. 이름 모를 붉은 꽃을 든 작은 소녀의 모습에 왠지모를 긴장감이 감돈다. <노조키메>는 '엿보는 나무의 아이'라는 말에서 파생되었다고 하니 아마도 이 표지속 소녀가 바로 '노조키메'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이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통해서 처음 그를 만났다. 그때도 역시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심취해 열독하고 있던때 였다. 그리고 미스터리와 호러라는 장르의 만남, 그 독특하고 색다른 경험에 미쓰다 신조라는 이름이 각인되었었다.

 

일본이란 나라는 참 독특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결코 내세울만한 것들이 없을텐데 그들이 가진 세계관이나 새롭게 쓰는 역사관을 보면 혀를 내두를만큼 독특하고 특별함을 느낄때가 참 많다. 판타지에 뿌리를 둔 깊은 역사를 가진 유럽, 역사가 짧은 미국은 미래라는 시간에 목을 매고, 어쩌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들의 짧은 역사속에서도 미래를, 그리고 새로운 틀에 박히지 않은 판타지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리고 그들의 이런 역사관은 소설 작품속에서도 실제인지 허구인지 모를 긴장감을 간직한체 새롭게 작품!이란 이름을 달고 태어난다. 아마도 우리땅 독도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하지만....

 

"'제거할 필요가 있는 나무뿌리'란 뜻의 노조키네를 베면, '엿보는 나무의 아이'란 뜻의 노조키네란 괴물이 나온다.... 그런 얘깁니까?" ...

"베어서는 안되는 나무인 '노조키네'를 벤 자는 이윽고 누군가이 시선을 받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그래도 누군가에게 주시당하고 있다는 감각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하루종일, 언제 어디서나 그것의 시선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정신이 나가버린다........ 라는 모양입니다." ...

"... '이 노조키네에서 파생되었다고 여겨지는 것에 노조키메가 있다' 라는 문장입니다." - P. 24, 25 -

 

어찌 되었건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을 만나다보면 일본 특유의 토속적 신앙과 풍습, 그리고 전래되어오는 괴담, 기담들이 실제와 혼재되어 독특한 분위기와 느낌을 전해준다. <노조키메> 역시 마찬가지다. 더불어 다른 기담집이나 괴담을 다룬 호러 작품들보다 더 섬뜩하고 오싹한 느낌을 전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실제와 허구 사이의 괴리가 없다는 점도 한 몫을 할 것이다. 마치 실제 이야기를 다룬것처럼 구성된 이야기도 그렇고, 아이자와의 대학노트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허구를 실제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책과 함께 하는 시간동안 정말로 독자 역시 누군가의 시선을 받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만든다. 그래서.... 무섭다!!!

 

 

 

 

 

재야 민속 연구자 아이자와 소이치가 언급했다던 '노조키메', 그리고 그 기록들이 담겨져 있는 미발표 자료노트가 있다. 그리고 여러 경로를 거쳐 그 노트가 우편물로 작가인 주인공에게 도착한다. 자신에게 이 노트의 존재를 알게하고 그것을 팔아넘기려 했던 나구모는 그 노트를 읽지 말라고 경고 한다. 왜? 라는 물음에 '그것이 엿보러 오니까....'라는 소름 돋히는 말을 남긴다. 그것, 어떤것... 이 무엇일까? 노조키메라는 존재의 공포감을 배가시키며 이야기는 두 가지로 이어진다. '엿보는 저택의 괴이'와 '종말 저택의 흉사'!

 

'뭔가가 엿보고 있는 것 같다는 감각이 계속 이어진다면 얼른 이 책을 덮기 바란다. 그 증상이 가벼워서 별다른 영향이 없었을 경우, 이 책을 다시 펼칠지 말지는 당신 자유다.' - P. 49 -

 

아이자와의 대학노트속에 담겨진 이 두 이야기속에서 공통적으로 노조키메의 존재가 등장한다. 방울소리, 그리고 소녀! 명확하지는 않지만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래서 소름이 돋고 오싹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쉽게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작가가 던진 작은 경고가 더 몸을 움츠러지게 만든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페이지를 자랑하지만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전달되는 공포와 오싹함이 재미를 더해준다. 미쓰다 신조의 펜끝에서 또 다시 넘나든다.

 

정말로 누구나 한번쯤은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오픈 된 공간에서는 물론이고 그것이 밀폐된 공간이라면 그 공포는 두말 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가끔 인터넷에 공개되어 망신을 당하는 예상치 못한 사진들을 볼때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눈이 확실히 있기는 있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ㅋㅋ 그것과는 또 다른 우리 차원이 아닌 신?들의 세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공포!를 미쓰다 신조만큼 잘 표현하는 작가가 있을까 싶다.

 

공포라는 말은 어쩌면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전에는 정말 무서웠던 '전설의 고향'이 지금은 그리 무섭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성장하기도 했지만 내적인 믿음과 확신이 어느정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그만큼 작가가 읽은 이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공포를 이끌어내는 힘이 탁월하다는 반증이 아닐까싶다. 아닌줄 알면서도 혹독한 공포감을 이끌어내는 힘! 바로 미쓰다 월드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색다른 미스터리, 호러와 미스터리의 융합! 미쓰다 신조를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은 이유이다. 미쓰다 월드에 빠지고픈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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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코 서점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4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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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가 반가운 이유는 삶의 한 단편 속에서 같은 추억들을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추억이란 것이 그렇듯 시간이 어느정도 흐른 후에는 아름다움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행복이란 이름의 것들로 기억되어지기 일쑤다. 그렇기에 그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한 이들에 대한 애틋함과 즐거움은 뭐라 쉽게 표현하기도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나의 주변에 함께하는 오래된 물건들, 시간의 발자취들, 그리고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의 삶 속에서 특별한 하나의 시간과 함께했던 책 한권의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듬 그 자체일 것이다.

 

슈카와 미나토의 <사치코 서점> 역시 나에게는 그렇다. 일본 미스터리에 빠져 지내던 그 때, 호러와 미스터리를 섞어놓았지만 무섭다기보다 기묘하고, 공포스럽기보다 독특함과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던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이 아직도 특별하게 남아있다. 탐정 혹은 경찰이 등장하거나 매력적인 인물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식의 미스터리적 틀을 가진 익숙한 작품이 아닌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전해준 다른 색깔을 가진 작품! 슈카와 미나토라는 이름에 대한 특별함 또한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만나게 하는 기회를 전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4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다시금 그 특별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일본 도쿄 아카시아 상점가로 이사를 하게 된 고지와 히사코. 그들이 도착한 이 동네에서는 얼마전 '희랑정'이라는 라면가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사건 현장을 맴도는 한 남자를 발견한 고지. 혹시 그 남자가 이 사건의 범인일까? 아니면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수국이 필 무렵] 에 담긴 이야기이다. <사치코 서점>에는 이처럼 조금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조각조각 숨겨져 있다. 1970년대 도쿄의 서민동네인 아카시아 상점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묘하고 환상적인 일들을 담아낸다.

 

하지만 정말로 두려운 일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두려운 일은 어느 날 갑자기 열기가 식어, 자신으로 돌아가는 순간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어머니라는 사실을 히사코가 떠올리는 순간 위조된 꿈은 실로 간단하게 깨져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깊이, 격렬하게 사랑했다. 서로를 생각하는 것밖에 모르는 어리석은 생물체처럼 혼신을 다해 사랑했다. 지금 그 마법은 풀렸다. - P. 45~46 , 수국이 필 무렵 中에서 -

 

헌책방인 '사치코 서점'과 책방 주인 할아버지, 그리고 '가쿠지사'라는 절이 7편의 단편들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하나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가쿠지사라는 절에는 이승과 저승을 오고 가는 문이 있다고 전해지는데 이런 이유 때문인지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일들이 아카시아 상점가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사치코 서점과 그 주인이 이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가 없다. 각 단편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나 시점들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사치코 서점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주인 할아버지의 등장으로 각자의 이야기가 연결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형, 아내와 딸을 지키려는 남자,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 등 가족과 사랑이라는 테마속에 깜짝 놀랄 미스터리의 반전과 재미를 녹여놓은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고양이의 영혼이 등장하고, 죽음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남자 등 환상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작품도 있다. 사치코 서점은 사실 모든 이야기속에 등장하지만 특히 두 단편에서는 꼭 필요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사랑의 책갈피]에서는 이야기의 주요 무대가 되고, [마른 잎 천사] 속에서는 드디어 비밀스런 헌책방 할아버지의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오랫만에 다시 만났지만 역시 슈카와 미나토의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여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환상적이고 기묘한 미스터리! 뭐라 달리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생각이된다. 미스터리의 재미, 반전과 엉크러진 퍼즐을 짜맞추어가는 재미와 함께 생각치도 못한 감동적 이야기들이 마음 한켠을 따스하게 만든다.

 

4년전 이 책과 함께 했던 그 시간, 개인적으로는 첫째 딸아이를 만나고 한달여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경이롭던 새로운 만남, 그 와중에 만났던 책 한 권이 전해준 감동! 그래서 다시금 이 책을 통해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고, 그 감동을 되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 아이는 다섯살이 되었고 동생도 생겼다. 이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그 시간속 또 다른 책들과의 시간은 또 다른 추억으로, 시간을 거슬러 우리의 삶이 일부분이 된다. 또 몇년이란 시간이 흐른뒤 다시 만난 <사치코 서점>은 어떤 이야기를, 추억들을 만들어낼까?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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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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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겐야와 소녀 아카네가 온과 현실을 넘나들며 펼치는 판타지 세계를 그린 작품, 쓰네카와 고타로의 '천둥의 계절'이 문득 떠오른다. 벌써 5~6년 전쯤으로 기억되는 이 특별한 만남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남아있다. 한참 일본 미스터리와 일본 문학에 빠져들 즈음 만난 이 환상의 세계,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세계관에 매혹되는 시간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던듯 싶다. 당시 국내에서 인기있는 소설이라면 가족이나 연애 감정을 담은 작품, 혹은 역사 소설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그 때, 미스터리와 판타지는 물론이고 장르의 다양성과 재기넘치는 다양한 작가들의 붓 끝에 매료된 것이 바로 이 즈음이었던것 같다.

 

평범한 길을 걸어 왔고,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조차 어긋남으로 받아들여지는 우리 현실에서 작가들의 독특한 상상, 나아가 독자들의 욕구 충족은 그리 쉽지 않은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 달랐다. 그리고 그런 다름을 대변하는 또 다른 이름을 여기 지금 이 시간 만난다. <십이국기>, 어느새 '20' 이라는 나이를 훌쩍 넘겨버린 이 작품이 새롭게 우리를 찾아왔다. 십이국기 그 첫번째 이야기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이제 그 기~~인 여정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설레인다. 결코 평범하지 않을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세상의 한가운데에 숭산이 있어.... 그리고 숭산 사방에 동서남북의 산이 있어.... 봉산, 화산, 곽산, 항산.... 이 오산 주위에 황해가 있어. 바다라고 해도 물이 있는 바다가 아냐. 거친 바위산과 사막, 늪지대와 밀림이라고 해.... 황해주위를 다시 동서남북의 사 금강산이 둘러싸고 있어.... 금강산 주위 사방에 네 바다가 있고, 팔방을 여덟개의 나라가 둘러싸고 있어. 그 주위가 허해지. 육지와 아주 가까운 곳에 커다란 네 섬이 있어. 이 네나라와 금강산 주위의 여덟 나라, 전부 십이 국.'

 

<십이국기>는 말 그대로 새로운 세계, 십이국으로 나뉘어진 세계를 배경으로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평범한 고등학생 소녀 요코다. 한달 전쯤부터 계속되는 악몽에 시달리는 요코, 그리고 결국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게이키라는 기묘한 남자, 적이 몰려온다고 말하는 그... 그리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믿기 힘든 현실! 그렇게 게이키에 의해 요코의 손에는 검 하나가 쥐어지고, 그녀의 모험은 시작된다. 평범한 일상속 여고생에게 찾아온 예기치못한 운명의 모험! 십이국기의 첫번째 에피소드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것으로 요코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예기치 못한 것은 주인공인 요코만이 아니다. <십이국기>라는 제목만 익숙?한 나에게도 그 충격은 쉽사리 헤어나오기 힘든 것이었다. 도대체 이 작가, 오노 후유미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상상이 가능한거지?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을 어떻게?... 치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 이런 단순한 수식만으로 이 작품을 설명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아니 어려워보인다. 시작부터가 그렇다. 게이키가 등장, 태보는 무엇이고, 평범한 여고생 요코를 움직이는 조유는? 고조와 가이코, 효키, 한쿄!... 정말이지 그 치밀한 구성과 캐릭터에 놀라지 않을수 없다.

 

 

 

게이키와의 만남, 그리고 허해를 건너 십이국으로 들어간 요코! 그녀를 죽이려는듯 괴롭히는 요마들을 조유와 수우도(칼)의 도움으로 물리치며 전진한다. 많은 이들로부터 상처와 배신 받으며 누구도 믿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점점더 강해지는 요코! 하지만 반인반수 라쿠슌의 도움으로 자신이 허해를 건너 이곳 십이국에 온 이유와 게이키, 그리고 그녀가 의문을 품어오던 비밀들이 하나 둘씩 풀려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요코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판타지라는 장르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십이국기> 사백여페이지가 훌쩍 넘는 대서사시의 시작이 첫번째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굉장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쉽사리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가제본이기에 일러스트가 들어있지 않지만... 정식 출간되는 작품에는 야마다 아키히로라는 일러스트 작가의 표지와 삽화가 들어 있다고 하니, 등장하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이야기 내용을 즐기는데 더욱 더 재미가 배가되리라 생각된다. 더불어 책의 앞부분에 컬러 일러스트들이 담겨진다고 하니 기대를 갖게 된다.

 

이제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 가을 정말 즐거운 책 여행이 시작되었다. <십이국기>라는 이름이 친근한 독자들도 많겠지만, 아직 익숙한 이름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들에게도 설레임을 줄 수 있는 작품임에 확신이든다. 쓰네카와 고타로를 처음 만났을때와는 또 다른 가슴 뛰는 즐거움! 내려놓을 수 없는 마법과도 같은 재미를 간직한 <십이국기> 그 첫번째 이야기에 아직도 가슴이 설레인다. 낯선 세계에 들어선 요코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상상을 허하지 않는 오노 후유미의 특별하고 매력적인 판타지 세계을 앞으로도 설레임으로 기대해본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그 설레임과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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