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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 제56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요코제키 다이 지음, 이수미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갑작스레 차가워진 날씨 때문인지 왠지 더 외롭고 쓸쓸하기만한 겨울의 한 자락을 거닐고 있다. 어느새 훌쩍 흘러가버린 한 해의 마지막! 이런
외로움 때문인지 사람들이 그립고,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해 성탄절이다 연말, 새해다 해서 더욱 왁자지껄 시끄럽고 수다스러워지고....
그런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이맘때쯤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의 미소가 그립다. 나이가 한 두살 더 먹어가면서 사람들이 그립다. 추억속에 함께
했던 친구들, 예전 직장 동료들, 은사님들... 따스한 차 한잔과 어울리는 이런 추억속 인물들과의 '재회' 가 그리운 계절이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라는 타이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스터리 작가들 중에서도 익숙한 이름에 대해서는 전작주의를 표방하는 일인이지만
새롭게 만나는 작가들에 대한 기대 역시 그 못지 않다. '요코제이 다이' 라는 낯섬도 잠시, 익숙한 이름의 수상작품이라는 수식이 더 큰 기대를
갖게 만든다. '몇 번이나 도전하여 마침내 큰 성과를 얻은 수상자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작품평에 기대감은 더욱 무르익는다. 8번의
도전 끝에 이 대단한 수상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요코제키 다이! 그리고 <재회>. 그 특별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제목처럼 이야기는 오랫만의 만남을 소재로 한다. 네 명의 초등학교 동창생, 마키코와 나오토, 준이치 그리고 게스케! 미하루다이 초등학교
동창생들인 이들이 23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이들을 만나게 만든 계기는 살인사건 때문이다. '당신 아들이 도둑질을 했어!' 이 말을 남긴
전화 한 통화로 이 모든 사건은 시작된다.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마키코는 동창생인 게스케와 결혼 했지만 이혼을 하게 되었고 그들 사이에는
마사키라는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이 마키코의 친구인 나오토의 형 히데유키의 가게에서 물건을 훔쳤고 히데유키는 그 CCTV로 마키코를 협박하기에
이른다.
마키코는 게스케와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하게 되고, 히데유키가 요구한 돈을 주지만 그는 또 다른 것?을 요구한다. 두번째 만나기로 한 장소를
찾은 마키코와 게스케. 하지만 히데유키는 이미 살해되고 만다. 한편 이 사건을 맡게 된 것은 그들의 또 다른 동창생 준이치였다. 형사가 된
준이치, 그리고 형이 살해된 나오토 까지... 23년만에 네 명의 동창생들은 그렇게 뜻하지 않은 <재회>를 하게 된다. 준이치와 함께
나라 형사가 이 사건을 풀어가게 되고, 마키코의 알리바이가 의심받는 가운데,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인물이 나타나는데...

한편 히데유키의 살인사건은 현재 진행형과 함께 과거 23년전 또 다른 사건과 맞물려 이야기가 진행된다. 당시 게스케의 경찰이었던 게스케의
아버지의 죽음, 그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의 폐교, 그리고 네 명의 친구들, 그들이 없애고 싶었던 것들을 묻었다는 타임캡슐의 존재까지...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쉴새없이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들의 손놀림을 재빠르게 만든다. 제7장으로 구성된 이야기속에서 각 장의 마지막 즈음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남겨져 있던 한조각 퍼즐 마저 제자리를 찾게된다. 온다 리쿠는 이 작품에 대해
'정성스런 스토리, 뛰어난 안정감'이라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정성스러움이 모든 독자들에게 전해질 것같다.
초반 이야기는 단순한 구성을 갖는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예측 가능할 정도로 뻔해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누군가의 몇마디 말로 이야기는 예상을 벗어나 버린다. 그리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됨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온다 리쿠가 말한 안정감속에서 진행된다. 기존 미스터리 답지않은 안정감이 묘한 매력처럼 다가온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현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현재속에서 진행되는 과거속 진행형의 사건들! 반전의 반전! 안정감 속의 반전! 요코제키 다이! 정말 매력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나이에 경찰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게스케는 이혼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마키코 역시 이혼과 아들의 진학, 양육이라는 짐을 지고
있다. 경찰인 준이치는 술만 마시면 동거녀를 때린다. 회사를 운영하는 나오토 역시 죽은 형에게 끝임없는 괴롭힘을 당하고... 하나같이 현실에서
상처와 아픔,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네 명의 친구들! 그들에게는 과거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이 폐교가 된 초등학교 교정에 묻었다는
타임캡슐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담겨져 있는 것인지, 그들의 과거와 현재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누구나에게 묻어 버리고 싶은 아픔이 있다. 살인사건으로 예기치 않게 시작되었던 왜? 라는 질문이 하나씩 퍼즐이 맞춰지듯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숨겨져 있던 과거, 아픔이 드러난다. 사랑과 우정, 뜨거웠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타임캡슐을 꺼내면서 상처로 되살아난다.
하지만 그 상처는 아픔만을 남기진 않는다. 서로 보듬고 치유하면서 이야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라는 수식이 절대
아쉽지 않다는 느낌! <재회>와 마주한 독자라면 꼭 느껴보게 될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 안정감과 치밀함이 돋보이는
탄탄한 스토리텔링. 이 겨울 이 미스터리를 만나서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