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지 어느새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큰 딸아이(이슬)는 여섯 살이 되었고 작은 녀석(이한)은 네
살, 하나에서 넷이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란 이름을 얻었다. 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결혼할 때, 아이를 낳고 나서, 그리고 그
녀석들이 자라가는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잊어버리고 잊혀지고 내려놓고 그렇게 살아간다. 간혹
아이들이 어릴때 사진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곤하는데, 아이들이 커가는걸 보는것도 그렇지만 나나 아내가 이렇게 조금씩 나이들어 변해가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속에서 우리 가족은 언제나 웃고 있다. 그렇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
시간들을 받아들이고, 힘겹게 사회와 싸워가고, 각종 사고와 위험속에서도 아이들은 쑥쑥 자라난다. 오늘 아이들은 어린이 집에서 눈썰매를
타러간단다. 어느새 이렇게 컸을까 대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사진속 아이들은 조심스레 걸음마를 떼고 있다. 할머니와 엄마품에 안져 쌔근쌔근
잠이든다. 두 녀석을 번쩍 안은 아빠의 모습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젊은것 같아보인다. 그렇게 사진속 우리들은 밝게 웃음 짓는다.

오랫만에 사진들을 꺼내본 이유는 정말 오랫만에 만난 반가운 책 한 권 때문이다. 삼 년여전이었나 처음 만났던
<마조 앤 새디>라는 카툰을 오랫만에 다시 만났다. 다시라기보다 삼년전에는 이 부부들의 처음 이야기를 접했고, 오늘은 그 마지막
이야기와 함께 한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던 마조와 새디 부부의 소소하고 알콩달콩한 이야기와 일상의 재미를 살짝 들여다보았던게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마조앤새디, vol 4> 이제는 그들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게 된다. 그 이름하여 '깨비'!!! 그렇게 이 부부들의
변화하는 일상을 들여다본다.
<마조앤새디, vol 4>는 그들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주된 소재가 되지만, 그 중간중간 일상의 이야기들, 자신의 생각들을 담아낸 이야기에서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통화 쪼금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필요해, 이름은 슬픈 요금제!' 라던가, 새로 이사간 마조웍스의 먹을거리로 가득찬 탕비실 인증샷이라던가! 부럽기도하고
공감가는 이야기들에 킥킥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도 가까운 제부도로 찾아가는 대하원정대?에서는 반갑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새벽
공복을 자극하는 대하구이와 전어무침에 침이 꼴딱거리기도 한다. ㅠ.ㅠ

이제 본격적으로 아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오랫만에 새록새록
떠오르는 이 공감!!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미소를 짖게 만든다. 심상치않은 새디의 입덧에 고생하는 마조, 하지만 잠든 새디의 배를 어루만지며
'건강하게만...'하고 말하는 장면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끄덕임을 자아내게 만든다. 나 자신을 포함해 세상 모든 아빠들의 모습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뱃속에 있을때가 행복한거야!' , '얘 태어나면 극장도 끝이여' , '육아는 실전이야 존x아!' , '나 다시 돌아갈래~' ... 짧게
짧게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에 정말 공감공감을 꾸욱꾸욱 누르고 싶을 지경이다. 아마도 지금 육아에 전념하고 계신 부모님들이라면 웃다울다를 반복하지
않을까? 육아는 정말 전쟁이니까.... ㅋㅋ
참 지금은 웃으면서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정말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공감이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듣고는 그럴거같다라는 막연함은 <마조앤새디, vol 4>의 재미를 조금 반감시킬 수도
있을 것같다. 그만큼 아이를 키워본, 지금도 육아중이거나, 얼마지나지 않은 부모들이라야 확실한 공감을 담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임신했을때는 임산부가 보이더니, 이제는 남의 집 아기들이...' 언제나 사람들은 자기 중심적이다. 나의 앞에 놓인 것에 무한 관심을 갖게되는것
같다. 지금 현재 나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역시 아직도 아이들의 장남감들이다. 또봇, 카봇, 슈퍼윙스, 미니특공대....

오랫만에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 아이들과 함께했던 만남의 시간들을 추억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꽤 많은 시간이
흐른것처럼 잊고, 잊혀지고 살아온것 같다. 아이들이 조금 크면서 찾아 온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우리 부부가 다시 극장이라는 곳을 찾고 거기서
웃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작은 아이가 지난해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찾아온 정말 반가운 변화이다. 아이들을 낳기 전에는 정말
영화를 즐겨 보곤 했었는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처음으로 극장에 발을 내딛었을때, 그 감동을 뭐라 표현해야할까? 감동이라니 좀
거창하지만... 역시나 그 표현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랬다.
마조와 새디, 그리고 깨비까지... 마조 역시 이제 조금씩 완성된 가족을 실현하고 있는듯하다. 이번 네번째 이야기가
<마조앤새디>의 마지막이라지만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래본다. 아이들은 계속 커나갈 것이고, 그 와중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책속에서 깨비는 5일 동안 변을 못봤지만 우리 딸아이는 15일을 그지경이었다. 병원에
다녀와서야... ㅠ.ㅠ 우리 작은 아들녀석은 습관성 탈구로 일주일에 병원을 4번 다녀오기도 하고, 하루에 두번을... ㅠ.ㅠ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과 함께여서 웃을 수 있고, 그 아이들에게 '희망' 이라는 것을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마조와 새디 부부에게도 넘쳐날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이 아닌 잠시 잠깐의 휴식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마조앤새디>
다음 시즌의 즐거운 이야기들로 다시 만날날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깨비 너두 많은 에피소드들 만드는거 잊지마! 건강하게 잘 자라라 깨비!!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해요, 우리 가족들! 사랑한다 이 슬, 이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