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 내일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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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時 수리합니다"

지난 가을의 끝자락에서 '추억의 시간을 수리한다'는 이 멋진 남자와 만났었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겨울의 끝자락, 봄이 새롭게 시작하는 길목에서 다시금 그와 눈을 마주친다. 역시나 수많은 시계 속에 파묻혀 지내는 이 남자, 추억 수리공 슈지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이 남자의 사랑, 헤어살롱 유이의 손녀 아카리도 있다. 표지속 그림으로 슈지의 모습은 뚜렷하지만, 아카리의 모습은 아쉽게도 찾을 수가 없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도 살짝 만날 수 있었으면... 좋을듯...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그 두번째 이야기를 만난다. 하지만 첫번째 이야기를 만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서설을 조금 길게 하자면... '마을에도 나이라는 게 있다면 여기는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여유 있는 행복에 젖어 있는 말년의 마을이다' 라는 표현처럼 한때는 번화가 였지만 지금은 쇠락해버린 상가마을을 지탱하는 젊은피 슈지와 아카리, 상가 주변 사람들, 그리고 시계와 연관된 추억 이야기가 잔잔하면서 미스터리컬 하게 그려진다.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추억 가계의 간판에는 '추억의 시(時) 수리합니다'라고 되어있는데.... 원래 간판에 있던 글자 '시계(時計)'에서 '계'자가 떨어져나가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가게를 찾는 이들은 시계 수리와 함께 그 속에 담긴 추억을 되돌리고 싶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보듬을 줄 아는 슈지는 그들의 시계와 그 속에 담긴 의뢰인들의 상처마저 치유해준다. 슈지는 그런 이들을 위해 간판의 글자를 바꾸지 않는지도 모른다. 추억 수리공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이 작품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 가는 하나의 힘이다. 더불어 그의 사랑스런 그녀, 아카리와의 좌충우돌 달콤한 연애, 그리고 엉뚱한 괴짜, 신사를 지키는 다이치의 활약도 이 작품이 가진 또 하나의 힘이다.

 

".....정말 추억을 수리해주는 걸까?"

모두 네가지 추억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하나같이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시계라는 이름속에 녹아내린다. 지금까지 만난적 없었던 아카리의 여동생 카나가 등장하는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마을 과일가게 부부의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사랑하는 그녀 아카리의 학교 선배가 등장해서 이 연인들의 새콤 달콤한 사랑과 추억이 곁들여지기도 하고, 낙뢰사고로 인한 노부부의 애잔한 추억도 읽는 이들을 감동으로 이끈다. 정말 추억을 수리해 주느냐고? 당신의 고장난 시계, 엉크러진 추억도 슈지에게 한번 의뢰해보는건 어떨까?

 

 

정형화된 장소, 정형화된 인물들이 일정한 틀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그렇게 같은 맥락을 쳇바퀴 돌듯 재미없는 이야기를 털어내는 작품들과는 역시 차별화된다. 잔잔하고 자극적이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도 미스터리가 가지는 복선으로, 작은 반전들로 이야기의 맛을 더해주고, 재미를 담아내는 작품이란 생각이든다. 만날수록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슈지라는 주인공이 있고, 엉뚱한 괴짜 다이치와 신사라는 공간이 전해주는 조금은 판타지적인 요소들도 작품의 색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톱니바퀴는 하나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아." .... "여러 가지가 서로 맞물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사람이라면 저 간판도 톱니바퀴 중 하나라고 생각해."

 

누군가에게 추억은 여러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한 장의 사진속에, 오래된 테잎이나 CD속에 담긴 노래 한 곡에, 혹은 자신의 손때가 묻어 있는 작은 책 한 권속에.... 그것이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라면 그 추억의 한 페이지들이 담긴 소품을 소중히 간직하게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시계처럼 고장이 났다면, 그것을 수리 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추억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떠올리게 하는 작업일 것이다. 만약 그것이 엉켜버린 추억의 결과 혹은 매개물이라면, 그것의 수리라는 것은 빗나가버린 톱니바퀴를 올바르게, 새롭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추억이 함께 할수 있는 그런 것들의 존재는 우리 맘을 알게 모르게 설레이고 쿵쾅거리게 만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시계이기에 추억 수리공 슈지를 통해 그 특별한 추억 속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는 그 첫번째 이야기가 담았던 것보다 더 촘촘해지고 섬세해졌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조금씩 조금씩 가슴 뛰게 만드는, 감동의 기법들이 세련되졌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 자신만이 아닐것이다.

 

"시계는 자신의 주인을 기억해. 함께 새겨간 추억과 사랑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가지는 가장 커다란 장점은 첫번째 이야기를 만나지 않았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편 하나하나가 거의 개별적인 느낌을 담아내고 있어 굳이 전편들을 만나보지 않았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 단편을 통해 아카리를 위해, 그녀만의 특별한 시계를 준비하고 있는 슈지의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알콩 달콩하는 이 공인 커플들의 조금은 더 뜨거워지는 사랑 이야기도 앞으로는 더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표지에 아카리의 모습이 살짝 보여졌으면... 개인적으로 기대해본다.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이들, 따스한 감동이 필요한 분들에게 추억 수리공 슈지와의 만남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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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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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을 본 사람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눈앞에 있는 건 당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것을 뭐라고 생각하든 그것은 당신 마음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참 많은 무서운 이야기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문득 문득 생각나는 것들을 써보자면 이렇다. '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도 있었고, '자정에 칼을 물고 거울을 보면...' 뭐 이런것도 있었고, '학교에서 2등에 의해 떨어져 죽은 1등이 통통통 다니며, 어! 여기도 없네!...' 어쩌구하는 이런 괴담들도 익숙하다. 이런 학교 괴담들이 특히 오싹한 공포를 전해주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런 저런 괴담들에 우리들이 다가선 이유는 바로 앞에 놓여져 있는 글처럼, 우리들의 마음이 다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유령, 혹은 귀신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좀처럼 마음이 굳건한 이들에게 유령이란 존재는 한낱 헛것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지만, 그만큼 신경이 예민하고 쇠약한 이들에게 유령은 흔하디흔한 존재가 아닐까? 여러가지 스트레스, 상처와 아픔, 고통과 말하지 못할 괴로움들이, 마음속에서 엉크러져 유령을 만들고 괴담이라는 이름을 달고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또한 공감 아닌 공감과 함께 상처입은 이들에게 물위 기름 방울처럼 쉽게 퍼져나간다.

 

지금 만나게 될 <테두리 없는 거울>은 '노스탤직 호러' 라는 수식과 함께 한다. 앞서 언급했던 우리들의 성장 과정속에서 만난 익숙한 공포의 소재들이 모두 이 작품속에 등장한다. 학교에서, 혹은 그 또래 아이들에게서 잉태되는, 잔인한 공포라기보다 그 아이들의 감성속에 담겨진 향수가 깃든 노스탤직 호러의 모습이 바로 <테두리 없는 거울>이다. 공포나 미스터리 소설속 주인공들중 학생 혹은 그 또래의 아이들이 많은 이유는, 성장의 고통과 아픔, 미래에 대한 환상과 다양한 감성이 공존하기에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존재들이 때문일것이다.

 

'계단의 하나코' 라는 학교 괴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시 익숙한 소재가 등장한다. 학교 계단 속에 사는, 옛날 음악실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소녀 유령에 대한 괴담이다. '계단에 사는 하나코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와 얼마전 계곡에서 죽은 채 발견된 한 학생에 관련한 오싹한 이야기!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학교 괴담이 책의 시작부터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든다. 이 단편을 포함해서 모두 다섯편의 이야기들이 책속에 담겨진다. 표제작인 '테두리 없는 거울' 의 소재 역시 '자정에 거울을 돌아보면 거울속에 자신의 미래가 순간 보인다'는 괴담을 소재로 한다. 표제작인 만큼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이야기 '8월의 천재지변' 은 왕따를 모면하기 위해 '유짱'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환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순수한 아이들의 감성과 우정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을 감동적이고 따스하게 장식한 멋진 작품이다. 이 외에도 분신사바를 소재로 한 '그네타는 다리'와 조금은 기괴하기 만한 '아빠, 시체가 있어요'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준다. 누군가의 죽음이 있고, 쉽게 접할 수 없는 공포가 있지만 조금은 유머러스하게, 어떨 때는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노스탤직 호러의 즐거움을 전해준다.

 

<테두리 없는 거울> 이란 제목이 가지는 '의미'는 두 가지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것 같다. 하나는 거울이란 사물이 가진 본래적인 특성, 무언가를 비추어보는 그 특성에 대한 비유일 것이다.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것, 다시말하면 앞서 언급했던 우리 눈에 비친 유령은 곧 우리 자신의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거울에 빗댄 것이 아닐까. 또 다른 하나는 거울속에서 보여지는 존재에 대한 부분이다. 거울속에 비쳐진 '나' 나 혹은 배경들은 실제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거울에 테두리가 없다는 것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졌다는 의미일 수 있기때문이다.

 

이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특히 아이들의 눈속에서 그 특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학교에서의 보이지 않는 폭력들, 왕따 문제나 혹은 선생들에 의해 가해지는 성폭력들이 대표적이다. 아이와 어른의 중간 단계에 선, 아이들에게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상처와 고민, 아픔과 좌절에 대한 표현 자체가 괴담의 형식을 빌어 우리 사회에 목소리를 내던지고 있다. 하나코는 왜 계단속에 살게 되었는지, 분신사바를 하고, 거울속에서 아이들은 왜 자신의 미래를 찾고 있는지, 왕따를 면하기 위해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처와 고통으로 가득한 우리 아이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바라보게된다.

 

세번째 만남이라 기억된다. '츠나구'와 '태양이 앉은 자리'를 통해 약간은 다른 장르적 특성을 가진 작품들로 만났던 '츠지무라 미즈키'는 다시금 만난다. 그때도 그랬지만 그녀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청소년기의 아이들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 어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물론 알지만 잊혀졌거나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그들만의 아픔과 상처를 현실과 환상의 경계 속에서 츠지무리 미즈키는 우리들에게 '호러'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아픔을, 공포를, 그리고 향수를 자극하는 그녀만의 독특한 색깔이 담긴 호러의 맛에 빠져든다. 너무 예쁜 표지에 매료되고, 향수와 감성을 자극하는 색다른 노스탤직 호러!를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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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삼킨 소녀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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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그리고 타우누스 시리즈! 이제 이들의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하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처음 이 타우누스 시리즈들의 독특한 제목에 시선이 머물렀다면, 다시금 그들의 하나같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표지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리고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이 독일 여성 작가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벌써 타우누스 시리즈와 넬레 노이하우스와 함께 아직도 그렇게 자주 만날 수 없는 유럽 미스터리 소설의 재미를 만끽한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여름을 삼킨 소녀>는 타우누스 시리즈를 잠시 떠나 '그동안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처럼 여러가지 부분에서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미스터리 소설을 잠시 벗어 내려놓고 청춘 성장 소설로 찾아온 넬레 노이하우스! 타우누스 시리즈의 상징처럼 느껴지던, 표지만으로도 아~~ 넬레 노이하우스! 타우누스 시리즈! 라고 느껴지던 모습들을 내려놓고 싱그러운 소녀의 모습으로 표지를 장식한다. 어떻게 다를까?

 

 

열다섯살 셰리든 그랜트의 뜨거웠던 여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두번의 여름이 더 지나가는 동안 상처받고 아파했지만 찬란하기만한 소녀의 시간들을 그려낸다. 부모님의 사고로 고아가 된 두 살 셰리든은 미국 네브라스카주 페어필드 한 농장의 버넌 그랜트와 레이첼 그랜트 부부에게 입양되게 된다. 그랜트 집안은 명망있는 가문이었고, 셰리든에게는 네명의 오빠가 있었다. 열다섯이라~~ 우리 나라에도 이들 때문에 전쟁이 나지 않는다는 설도 있고, 그들의 뇌구조적 이상과 병적인 증상을 통틀어 중이병이라고 일컫기도 하는데... 이 소녀 셰리든 역시 그 병에 걸려 있는듯 싶다. ㅠ.ㅠ

 

그날, 나는 난생처음 유치장에 갇혔다.

이야기 시작부터 셰리든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자신을 데릴러온 아빠에게 서슴없이 '아빤 정말 빌어먹을 개 같은 놈...'이라는 망발을... ㅠ.ㅠ 셰리든은 음악적 재능을 타고 났지만 그녀의 양엄마는 그녀를 강박적으로 억압하고 엄하게 길렀다.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불분명한 청춘의 분노와 갈등이 셰리든의 일상을 휘감는다. 셰리든의 삶의 목적은 18살이 되어 이 집을 떠나는 것이다. 셰리든의 첫사랑이던 제리가 어느날 돈을 벌기위해 떠나버리고 책을 통해 성적 환상이 커져가던 셰리든은 물빛 별장에서 농장의 일꾼이던 대니와 밀회를 갖게되지만 대니 마저도 떠나게된다.

 

내가 상상하는 엄마의 사악함은 초록색이다.

셰리든이 좋아하는 밴드활동과 뮤지컬 공연에 대해 엄마의 반대에 부딪히어 갈등이 생기고, 성에 눈을 뜬 셰리든은 또 다른 사랑이 아닌 일탈을 지속해나간다. 계속되는 엄마와의 갈등, 그 와중에 셰리든은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자신이 어떻게 그랜트 부부에게 입양되었는지 비밀을 조금씩 조금씩 파헤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셰리든을 기다린다. 성장소설의 틀을 빌렸지만 미스터리가 가지는 치밀하고 가슴 쫄깃하게 만드는 긴박감이 책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작가는 '넬레 뢰벤베르크'라는 이름을 썼다고 하는데, 이는 독자들에게 그녀의 이름과 타우누스 시리즈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만큼 기존 소설과는 다르게 썼고, 독자들 역시 기존 소설과 다른 느낌을 갖기를 작가가 원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의도는 그랬지만 국내 표지를 보자면 아쉽게도 여전히 넬레 노이하우스는 '백설공주에게....'와 함께 한다. 빼놓고 싶지만 그래도 빼놓을 수 없는... ^^

 

이 작품을 성장소설이라 말했다. 이 표현은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게 포장한 것이고 조금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은 아침드라마적(?) 성격을 띄기에 충분하다. 쉽게 말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열다섯살의 순수함보다는 중이병이 제대로 걸리신 우리 나라로 따지면 껌 좀 씹고, 반창고 좀 부친 누나의 모습들이 그려지는데, 이거 살벌하다. 짝사랑에 가까운 첫사랑까지는 그렇다쳐도, 열다섯살이 농장의 일꾼을 상대로 첫경험을 하고, 오빠가 동생을 겁탈하려 하고, 성폭행에 낙태, 종교적인 문제에 불륜까지...

 

'나는 주인공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와 가독성은 다른 타우누스 시리즈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성과 사랑, 가족과 미래에 갈등하고 아파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려낸 것 또한 넬레 노이하우스만의 필치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생각되기도 하다.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미스터리를 풀어내고 일기장에서 암호를 찾아내는 흥미진진한 셰리든의 활약은 마지막까지 긴장감 있는 무게와 속도감있게 그려진다.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즐거운 여정처럼 마지막 여름을 삼키는 소녀의 모습은 온전히 예전 넬레 노이하우스의 모습과 전혀 떼어놓을 수는 없으리라.

 

충분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야기들이 '열다섯'이라는 이름속에 등장한다. 물론 조금만 조금만 덜 자극적이었다면 조금은 더 편안하게 독서를 즐겼을 수도 있겠지만, 워낙 우리 주변에서 막장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아서일까 그에 대한 거부감과 선입견이 너무나 컷다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아이들을 둔 아빠라는 이름속에 갇혀서 그런 감정들이 더 해졌는지도 모를일이다. 중이병에 혹독하게 걸려버린 아이들의 행동을 반대편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도 하나의 수확이라면 수확이 아닐까.

 

 

가까이에서 중이병에 걸린 조카들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조마조마한 감정 역시 셰리든을 통해서도 느껴지는 걸 보면,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완성도 역시 짐작 가능할 것 같기도하다. 어쨌든 지금까지와는 다른 넬레 노이하우스의 다른 색깔을 담은 지극히 자극적인 성장소설이었다는건 확실해보인다. 온전히 주인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 역시 확실히 반영된 작품이다. 여름을 집어 심어 삼키고 조금은 더 성장한 셰리든이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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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 앤 새디 vol.4 - 완결|마조와 새디의 치열ㆍ낭만 육아 생활툰 마조 앤 새디 4
정철연 글 그림 사진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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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지 어느새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큰 딸아이(이슬)는 여섯 살이 되었고 작은 녀석(이한)은 네 살, 하나에서 넷이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란 이름을 얻었다. 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결혼할 때, 아이를 낳고 나서, 그리고 그 녀석들이 자라가는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잊어버리고 잊혀지고 내려놓고 그렇게 살아간다. 간혹 아이들이 어릴때 사진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곤하는데, 아이들이 커가는걸 보는것도 그렇지만 나나 아내가 이렇게 조금씩 나이들어 변해가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속에서 우리 가족은 언제나 웃고 있다. 그렇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 시간들을 받아들이고, 힘겹게 사회와 싸워가고, 각종 사고와 위험속에서도 아이들은 쑥쑥 자라난다. 오늘 아이들은 어린이 집에서 눈썰매를 타러간단다. 어느새 이렇게 컸을까 대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사진속 아이들은 조심스레 걸음마를 떼고 있다. 할머니와 엄마품에 안져 쌔근쌔근 잠이든다. 두 녀석을 번쩍 안은 아빠의 모습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젊은것 같아보인다. 그렇게 사진속 우리들은 밝게 웃음 짓는다.

 

 

오랫만에 사진들을 꺼내본 이유는 정말 오랫만에 만난 반가운 책 한 권 때문이다. 삼 년여전이었나 처음 만났던 <마조 앤 새디>라는 카툰을 오랫만에 다시 만났다. 다시라기보다 삼년전에는 이 부부들의 처음 이야기를 접했고, 오늘은 그 마지막 이야기와 함께 한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던 마조와 새디 부부의 소소하고 알콩달콩한 이야기와 일상의 재미를 살짝 들여다보았던게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마조앤새디, vol 4> 이제는 그들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게 된다. 그 이름하여 '깨비'!!! 그렇게 이 부부들의 변화하는 일상을 들여다본다.

 

<마조앤새디, vol 4>는 그들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주된 소재가 되지만, 그 중간중간 일상의 이야기들, 자신의 생각들을 담아낸 이야기에서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통화 쪼금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필요해, 이름은 슬픈 요금제!' 라던가, 새로 이사간 마조웍스의 먹을거리로 가득찬 탕비실 인증샷이라던가! 부럽기도하고 공감가는 이야기들에 킥킥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도 가까운 제부도로 찾아가는 대하원정대?에서는 반갑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새벽 공복을 자극하는 대하구이와 전어무침에 침이 꼴딱거리기도 한다. ㅠ.ㅠ

 

 

이제 본격적으로 아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오랫만에 새록새록 떠오르는 이 공감!!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미소를 짖게 만든다. 심상치않은 새디의 입덧에 고생하는 마조, 하지만 잠든 새디의 배를 어루만지며 '건강하게만...'하고 말하는 장면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끄덕임을 자아내게 만든다. 나 자신을 포함해 세상 모든 아빠들의 모습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뱃속에 있을때가 행복한거야!' , '얘 태어나면 극장도 끝이여' , '육아는 실전이야 존x아!' , '나 다시 돌아갈래~' ... 짧게 짧게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에 정말 공감공감을 꾸욱꾸욱 누르고 싶을 지경이다. 아마도 지금 육아에 전념하고 계신 부모님들이라면 웃다울다를 반복하지 않을까? 육아는 정말 전쟁이니까.... ㅋㅋ

 

 

참 지금은 웃으면서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정말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공감이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듣고는 그럴거같다라는 막연함은 <마조앤새디, vol 4>의 재미를 조금 반감시킬 수도 있을 것같다. 그만큼 아이를 키워본, 지금도 육아중이거나, 얼마지나지 않은 부모들이라야 확실한 공감을 담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임신했을때는 임산부가 보이더니, 이제는 남의 집 아기들이...' 언제나 사람들은 자기 중심적이다. 나의 앞에 놓인 것에 무한 관심을 갖게되는것 같다. 지금 현재 나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역시 아직도 아이들의 장남감들이다. 또봇, 카봇, 슈퍼윙스, 미니특공대....

 

 

 

오랫만에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 아이들과 함께했던 만남의 시간들을 추억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꽤 많은 시간이 흐른것처럼 잊고, 잊혀지고 살아온것 같다. 아이들이 조금 크면서 찾아 온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우리 부부가 다시 극장이라는 곳을 찾고 거기서 웃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작은 아이가 지난해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찾아온 정말 반가운 변화이다. 아이들을 낳기 전에는 정말 영화를 즐겨 보곤 했었는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처음으로 극장에 발을 내딛었을때, 그 감동을 뭐라 표현해야할까? 감동이라니 좀 거창하지만... 역시나 그 표현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랬다.

 

 

마조와 새디, 그리고 깨비까지... 마조 역시 이제 조금씩 완성된 가족을 실현하고 있는듯하다. 이번 네번째 이야기가 <마조앤새디>의 마지막이라지만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래본다. 아이들은 계속 커나갈 것이고, 그 와중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책속에서 깨비는 5일 동안 변을 못봤지만 우리 딸아이는 15일을 그지경이었다. 병원에 다녀와서야... ㅠ.ㅠ 우리 작은 아들녀석은 습관성 탈구로 일주일에 병원을 4번 다녀오기도 하고, 하루에 두번을... ㅠ.ㅠ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과 함께여서 웃을 수 있고, 그 아이들에게 '희망' 이라는 것을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마조와 새디 부부에게도 넘쳐날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이 아닌 잠시 잠깐의 휴식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마조앤새디> 다음 시즌의 즐거운 이야기들로 다시 만날날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깨비 너두 많은 에피소드들 만드는거 잊지마! 건강하게 잘 자라라 깨비!!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해요, 우리 가족들! 사랑한다 이 슬, 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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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머신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박재현 옮김 / 반니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밀​실 살인, 다잉(Dying) 메세지, 알리바이 트릭, 폐쇄된 산장 혹은 저택, 목없는 시체.... 우리가 흔히 알고 만나 보았던, 익숙한 미스터리의 소재 혹은 트릭들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일정한 패턴, 혹은 익숙한 소재들이 주는 단조로움때문에 이런 류의 미스터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런 익숙함을 조금만 변형하면 굉장히 창의적이고 기발한 미스터리가 된다는 말이 될수 있을 것이다. 바로 1990년대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진행중인 미스터리의 전성시대는 이런 그들만의 특별함이 그 이유가 된다. 평범하지 않는, 일정한 틀을 거부하는, 그리고 장르적인 다양성까지...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또 어떤 수식이 필요할까? 2013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녹스머신> 정말 이 핫한 책 한권이 나를 찾아왔다. 일본 미스터리를 좋아 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상들이 가지는 권위와 책들의 위엄은 이미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저자인 노리즈키 린타로는 사실 처음 만나보는 작가이다. 그런 낯설음으로도 이 대단한 수상경력들이 책을 펼치게 만드는 힘이 되어준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이 이 작품을, 이 작가를 극찬하게 만들었는지, 또 이 작품속에는 어떤 뻔한 미스터리 방정식이 아닌 특별한 매력이 담겨져있는지 궁금하기만하다. ^^

 

SF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녹스머신>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40여년을 훌쩍 넘긴 2058년의 미래이다. 이 책의 기본 소재가 되는 것은 20세기초에 활동했던 영국의 대주교이자 추리작가였던 로널드 A. 녹스(Ronald Arbuthnott Knox)가 남긴 '녹스의 십계'라는 탐정소설의 규칙이다. 그 중 제5항인 '탐정소설에 중국인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 한문장이 이 멋진 SF 미스터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인간의 손과 뇌가 창작을 하는 시대가 아닌 자동화된 문학이 생성되는 '오토포에틱스'라는 컴퓨터문학 제작 프로젝트가 대세가된 미래세계에 녹스의 이 규칙이 담고 있는 의미를 파헤친 SF 미스터리가 바로 <녹스머신>이다.

 

 

이 소설에는 탐정소설에 중국인을 등장시켜선 안된다는 녹스의 십계, 탐정소설의 규칙을 깨고 주인공으로 '유안 친루'라는 중국인이 등장한다.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해 소설이 만들어지는 시대, 유안 친루는 이와는 동떨어진 20세기 탐정소설을 연구하고 녹스의 십계를 통해 NO Chinaman 변환이라는 아이디어로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에 관심을 갖고 있던 국가과학기술국 장관에게 소환된 유안 친루는 녹스의 십계가 작성된 날인 1929년 2월 28일로 시간여행을 제안받게 되는데....

 

 

 

 

사실 <녹스머신>은 네 편의 미스터리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녹스머신'을 시작으로 해서 이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는 마지막 단편 '논리증발'이 작품을 마무리한다. '논리증발'은 녹스머신에 등장하는 유안친루의 양방향 시간여행보다 약 15년 정도 지난 2073년을 배경으로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정보와 수집 보관 관리하는 복합지성체인 골플렉스사에 근무하는 프라티바 후마얀이 최고정보책임자의 호출을 받게된다. 양자화된 텍스트가 불타 사라지고 있으며, 그 발화점은 엘리리 퀸의 '국명 시리즈' 중 '샴쌍둥이 미스터리'에서 시작되다는 사실을 듣게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위해 과거 유안 친루 박사의 행방을 쫓게 되는데...

 

이 두 단편의 사이에 명탐정 셜록홈즈와 아가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조수로 등장했던, 왓슨 박사와 헤이스팅스 대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들러리클럽의 음모'가 흥미진진한 재미를 전해준다. 소설속 조연들의 반란이랄까? 꽤나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바벨의 감옥'은 조금 난해한 작품이다. 사이클로프스인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갈라테이아 행성에 잠입해 그들의 독립운동을 지원하다 붙잡혀버린 지구인 공작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조금은 어렵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다시 한번 차근차근 만나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

 

SF와 미스터리 혹은 판타지의 만남!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조합이다. 쑈트-쇼트로 유명한 호시 신이치의 작품들이나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작품들, 혹은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와 같은 작품들에 굉장한 매력이 느껴진다. 앞서 언급했던 미스터리 소설의 일정한 틀, 규칙들을 깨는 다양한 시도들 그 한편에 이런 SF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결합이 있어 즐겁다. 이런 독특한 상상을 가능케하는 작가들의 뇌구조가 궁금하다. 더불어 진짜? 라는 가능성에 가깝게 만드는 제대로된 설정과 과학적, 역사적 근거를 제반하는 작가들의 노력과 열정에 감사하게 된다.

 

아직도 낯선 이름, 노리즈키 린타로! 그의 다른 작품들이 문득 궁금해진다.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로 국내에도 벌써 많은 팬층을 확보한 작가, 하지만 나에겐 아직도 낯설음! 그를 잘 아는 독자들에게 이번 작품은 어떻게 다가왔을지 매우 궁금하다. SF적 장르를 담아낸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은 분위기에서 조금 낯설면서도 색다른 재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이제 거꾸로 SF 미스터리 작가에서 신본격 미스터리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와 만나려 한다. <녹스머신>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전해주는 작가, 독특한 상상력과 내려놓을 수 없는 흡입력을 가진 천재적 스토리텔러 노리즈키 린타로를 만나 즐거움 가득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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