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스머신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박재현 옮김 / 반니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밀​실 살인, 다잉(Dying) 메세지, 알리바이 트릭, 폐쇄된 산장 혹은 저택, 목없는 시체.... 우리가 흔히 알고 만나 보았던, 익숙한 미스터리의 소재 혹은 트릭들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일정한 패턴, 혹은 익숙한 소재들이 주는 단조로움때문에 이런 류의 미스터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런 익숙함을 조금만 변형하면 굉장히 창의적이고 기발한 미스터리가 된다는 말이 될수 있을 것이다. 바로 1990년대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진행중인 미스터리의 전성시대는 이런 그들만의 특별함이 그 이유가 된다. 평범하지 않는, 일정한 틀을 거부하는, 그리고 장르적인 다양성까지...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또 어떤 수식이 필요할까? 2013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녹스머신> 정말 이 핫한 책 한권이 나를 찾아왔다. 일본 미스터리를 좋아 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상들이 가지는 권위와 책들의 위엄은 이미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저자인 노리즈키 린타로는 사실 처음 만나보는 작가이다. 그런 낯설음으로도 이 대단한 수상경력들이 책을 펼치게 만드는 힘이 되어준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이 이 작품을, 이 작가를 극찬하게 만들었는지, 또 이 작품속에는 어떤 뻔한 미스터리 방정식이 아닌 특별한 매력이 담겨져있는지 궁금하기만하다. ^^

 

SF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녹스머신>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40여년을 훌쩍 넘긴 2058년의 미래이다. 이 책의 기본 소재가 되는 것은 20세기초에 활동했던 영국의 대주교이자 추리작가였던 로널드 A. 녹스(Ronald Arbuthnott Knox)가 남긴 '녹스의 십계'라는 탐정소설의 규칙이다. 그 중 제5항인 '탐정소설에 중국인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 한문장이 이 멋진 SF 미스터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인간의 손과 뇌가 창작을 하는 시대가 아닌 자동화된 문학이 생성되는 '오토포에틱스'라는 컴퓨터문학 제작 프로젝트가 대세가된 미래세계에 녹스의 이 규칙이 담고 있는 의미를 파헤친 SF 미스터리가 바로 <녹스머신>이다.

 

 

이 소설에는 탐정소설에 중국인을 등장시켜선 안된다는 녹스의 십계, 탐정소설의 규칙을 깨고 주인공으로 '유안 친루'라는 중국인이 등장한다.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해 소설이 만들어지는 시대, 유안 친루는 이와는 동떨어진 20세기 탐정소설을 연구하고 녹스의 십계를 통해 NO Chinaman 변환이라는 아이디어로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에 관심을 갖고 있던 국가과학기술국 장관에게 소환된 유안 친루는 녹스의 십계가 작성된 날인 1929년 2월 28일로 시간여행을 제안받게 되는데....

 

 

 

 

사실 <녹스머신>은 네 편의 미스터리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녹스머신'을 시작으로 해서 이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는 마지막 단편 '논리증발'이 작품을 마무리한다. '논리증발'은 녹스머신에 등장하는 유안친루의 양방향 시간여행보다 약 15년 정도 지난 2073년을 배경으로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정보와 수집 보관 관리하는 복합지성체인 골플렉스사에 근무하는 프라티바 후마얀이 최고정보책임자의 호출을 받게된다. 양자화된 텍스트가 불타 사라지고 있으며, 그 발화점은 엘리리 퀸의 '국명 시리즈' 중 '샴쌍둥이 미스터리'에서 시작되다는 사실을 듣게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위해 과거 유안 친루 박사의 행방을 쫓게 되는데...

 

이 두 단편의 사이에 명탐정 셜록홈즈와 아가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조수로 등장했던, 왓슨 박사와 헤이스팅스 대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들러리클럽의 음모'가 흥미진진한 재미를 전해준다. 소설속 조연들의 반란이랄까? 꽤나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바벨의 감옥'은 조금 난해한 작품이다. 사이클로프스인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갈라테이아 행성에 잠입해 그들의 독립운동을 지원하다 붙잡혀버린 지구인 공작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조금은 어렵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다시 한번 차근차근 만나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

 

SF와 미스터리 혹은 판타지의 만남!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조합이다. 쑈트-쇼트로 유명한 호시 신이치의 작품들이나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작품들, 혹은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와 같은 작품들에 굉장한 매력이 느껴진다. 앞서 언급했던 미스터리 소설의 일정한 틀, 규칙들을 깨는 다양한 시도들 그 한편에 이런 SF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결합이 있어 즐겁다. 이런 독특한 상상을 가능케하는 작가들의 뇌구조가 궁금하다. 더불어 진짜? 라는 가능성에 가깝게 만드는 제대로된 설정과 과학적, 역사적 근거를 제반하는 작가들의 노력과 열정에 감사하게 된다.

 

아직도 낯선 이름, 노리즈키 린타로! 그의 다른 작품들이 문득 궁금해진다.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로 국내에도 벌써 많은 팬층을 확보한 작가, 하지만 나에겐 아직도 낯설음! 그를 잘 아는 독자들에게 이번 작품은 어떻게 다가왔을지 매우 궁금하다. SF적 장르를 담아낸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은 분위기에서 조금 낯설면서도 색다른 재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이제 거꾸로 SF 미스터리 작가에서 신본격 미스터리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와 만나려 한다. <녹스머신>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전해주는 작가, 독특한 상상력과 내려놓을 수 없는 흡입력을 가진 천재적 스토리텔러 노리즈키 린타로를 만나 즐거움 가득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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