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우리 사는 동안에! 혼자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이 그리운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피어있습니까 그 기억!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리고... 다시
사랑이 온다!!!
12년 만에 새 시집을 내게
되었다.
벌써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나? 사실 지난 겨울 이정하 시인을 잠깐 만난 기억이 있어 그런 생각이든걸까? 직접 만났다는 건 아니고,
'너는 물처럼 내게로 오라'
(http://blog.naver.com/easlle2/220627472191) 라는 시
산문집을 통해 그를 만났었다. 이 작품은 그가 이제까지 써온 시와 시에 대한 시작노트, 그리고 작가 자신의 진솔한 고백들을 담고 있어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참 좋은 선물이 되었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말하듯 우리를 찾아온 이 작은 시집이 12년 만이라는 말이 사실은 조금
놀랍다.
젊은 시절, 청춘이란 이름으로 참 푸르르던 그 시절을 이정하 시인과 함께 했었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또 그 열정만큼이나 사랑에 아파하고
이별에 고통스러워했던 시간들속에 그가 있었다. 참 좋아했던 아이에게 힘겹게 고백을 했다가, 그녀가 나에게 선물해준 첫번째 책이 바로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였다. 한마디로 차였었다. 그게 벌써 강산을 몇개나 넘겨버린 시간이니 기억이 가물가물할때도 됐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한건 그만큼 그 사랑이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정하 시인의 작품은 사랑이면서도 사랑이 아니면서도, 아프면서도 또 마음을 토닥이는 그런 사랑과 이별, 아픔과 또 다시 사랑이라는
이야기들을 담고있다. 이별에 아파할때는 참 많은 위로를 건네주고, 잠시 머뭇거리고 사랑에 주저할때는 나름은 용기를, 사랑이라는 이름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런 작은 토닥임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12년 그는 <다시 사랑이 온다>는 말로 우리 가슴을 다시금 위로한다.

그토록 반가운 그의 시를 만났는데, 한 편 정도 읊조리고 가는것이 옳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스친다. 책장을 열면 가장 먼저 펼쳐지는
시 한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 이 모든 것을 합치면 ]
안녕
미안해
걱정 마
잘 될 거야
당신에게 건네는
이 모든 말들을 합치면
사랑한다는 말이 되었다
눈물
한숨
아련함
그리고 기대
당신을 향한
이 모든 마음을 합치면
사랑하는 마음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랑'에 대한 이미지, 역할도 조금씩 변함을 느낀다. 청춘의 푸르른 시간을 가득채우던 열정적인 사랑이 있었다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나의 가정을 꾸리며 가장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어깨를 들쳐 메고난 지금의 나의 모습, 그리고 나의 사랑이 있다. 결혼을 하고
사람들은 부부간의 사랑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말하곤 한다. 우정, 우정, 그래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기는 있는듯 하다. '사랑'이라 쓰지만
그 의미는 나이에 따라, 어떤 위치에 따라,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슴을 갖기도 하기때문이다.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혼이라는 이름 뒤에 한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사랑은 조금 변화한다. 애틋함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동질감이랄까? 요즘
같은 현실에 자신들의 아이들과 행복을 위해 달리는 두 사람에게 사랑은 열정보다는 현실에 맞서는 투쟁이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에서 들리는
저 위로의 말들, 말없이 들리는 한숨과 눈물이 모두 사랑의 말이 된다. 그래서 사랑의 마음과 말이 하나가 되어 부부의 사랑을 이끌어간다. 서로를
위로하고 토닥이고 서로 대화하고 아이들을 보며 위안하고 힘을 얻는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 역시 사랑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갖게 한다. 부모라는 이름의 내리 사랑! 지금까지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랑을
부모라는 이름을 얻은 후에 느껴보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사랑의 의미 처럼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노란 리본을 보면 지금도 눈가가
촉촉해진다. 아이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아픔을, 역시 무어라 쉽게 위로할 수 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우리 현실은 그들에게 가만있으라고 한다. 그래서 더 아프다. 그럴 수록 노란색은 더욱 강렬해 질것이기에 아프지 않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그게 바로 부모의 마음인데...
12년만에 만난 이정하 시인, 그리고 <다시 사랑이 온다>를 통해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젊은 시절의 소중한
추억과 마주하고, 우리 가족의 사랑과 행복을 되새김 해본다.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사랑하는 연인을, 또 누군가에게는 헤어진 그, 그녀를 떠올리게
만들것이다. 문자 하나로 이별을 통보하는 낯선 이 시대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쉽지도, 가볍지만도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또 아파하고 상처받고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시 사랑은 온다. 시인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이라고 하니 두서없이 많은 일들이, 이야기들이 떠오른듯하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닌 현재 진행형이기에 참 많은
에피소드들을 잉태한다. 내 가족을, 연인을, 부모님을, 선생님을, 친구들을, 직장동료들을, 그리고 잘 알지 못하지만 소외되고 아파하는 낮은 곳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 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일, 그것은 바로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사랑의 언어로 가득한, 12년 만의 만남이,
개인적으로 '사랑'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불러들인다. 불안하고 조금은 어둡고 분열되고 상처로 가득한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사랑'임을 <다시 사랑이 온다>로 문득 깨닫는다. 그 어떤 사랑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새삼 느낀다. 그렇게 다시 사랑이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