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콤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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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지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은 아마도 유령같은 존재와 함께했던 것이 아닐까? 온 나라가 꼭두각시 대통령, 아니 유령같은 한 사람과 그녀의 수족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하려했던 권력의 시녀들과, 그리고 대기업이 한통속이 되어 우리 이 소중한 대한민국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렇게 유령같이, 유령과 같은 삶을 살아온 대통령때문에...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들은 너무나 허탈하고 아프고 상처받았다. 유령같은 그들과의 기묘한 동거 때문에 말이다.


우리가 지나온 이 기나긴 아픔과 상처의 시간들, 눈에 보이는듯 보이지 않는 유령들과의 기막힌 동거를 한 이들이 우리말고도 또 있었다.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라는 작은 책 속에 그 주인공들이 있다. 보증금도 관리비도 없고 단돈 만삼천엔에 이용 가능한 연립주택 '테후테후장'의 파격적?인 조건에 유혹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단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이곳에 유령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정도? 유령?!!! 6개의 방으로 구성된 테후테후장, 그렇게 각 방에는 나름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과 또 다른 이유를 가진 유령들이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누군가는 마음에 상처가 가득해 세상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에 나약하기만하다. 전과자라는 색안경에 씌워진 사람과 몸도 아프고 꿈과 희망의 끈도 놓쳐버린 복학생도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여자, 그리고 이 시대가 낳은 괴물? 은둔형 외톨이도 이 테후테후장에 있다. 이 사회에서 조금씩 뒤쳐지거나 사회에 제대로 적응해나가지 못하는, 혹은 잘못된 사람들의 시선에 아파하기도 하고 사회의 편견에 자신만의 세상에 갖혀버리기도 한 이들! 그런 이들에게 작은 위로의 말을 건네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들은....?


'진심이 깃든 노력은 절대로 부질없지 않아.'  

상처받고 고통받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세계속에서 웅크리는 것이었다. 범죄에 유혹을 느끼기도 하고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테후테후장에 숨어버린 그들에게 각 호실에 살아가며 인간들과 기묘한 동거를 하는 이 '유령'은 상처받은 그들에게 따끔한 질책 혹은 작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가끔은 기대어 울수있는 작은 어깨를 빌려주기도 하고, 힘겨워하는 그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준다. 오싹할 줄만 알았던 유령들과의 이 기묘한 동거를 오히려 우리 인간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건넨다.



이누이 루카. 2014년 봄 '여름빛'이라는 호러 작품집으로 그녀를 처음 만났었다. '호러여왕 강림' 이라는 수식과 함께 하던 그녀와의 첫 만남은 인상적인 표지와 함께 꽤 오랫동안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섬뜩하면서도 왠지 구슬프고 안타까움마저 들던 색다른 호러의 이미지를 담아냈던 그녀, 2년여만에 다시 만난 그녀의 작품 <테후테후장...>은 그때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담아낸다. 그렇지만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판타지적인 요소들속에서 긍정과 희망의 메세지를 담아낸 이누이 루카만의 작은 감동이 이어진다.


상처로 가득한 세상이다. 몸이 아픈것보다 마음에, 가슴에, 이성에 찟기듯 상처들로 가득하다. 학교에서 진학에 취업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허탈감에 빠진 국민들은 이 어이없는 상황들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자신들의 자리에서 제정신을 쥐어짜내듯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아직도 엉크러진 실타래는 제대로 풀어내어 질지 어떨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그래서 더 상처받고 아프다.


이누이 루카의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가 그런 우리들의 상처를 잠시나마 어루만저 줄 수 있을것 같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굳건한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즐거운 생각 한 두가지를 떠올리며 살아갈 희망을 얻기도 한다. 돈의 가치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기도 하고, 살아있으니 죽기 살기로 발버둥치는, 발버둥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항상 우리를 감싸는 삶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는 방법을 우리는 <테후테후장...>의 그들?로부터 건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속에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책 한 권과 함께 하면 좋은 시간이 우리에겐 있어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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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스케치 - 오롯이 나를 위한 행복한 5분 5분 스케치 시리즈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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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펜 혹은 색연필을 손에 쥐는 경우가 종종 있다. 7살 딸아아와 5살 아들 녀석과 함께 하는 저녁시간, 혹은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책상에 앉아 그림그리기 놀이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가장 많이 그리게 되는 녀석들이 동물들, 아니면 과일이 아닐까 싶다. 그럴수록 아빠의 그림그리기 실력이 이것밖에 안되는게 아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처음 몇번이야 그럭저럭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래도 꽤? 그릴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빠의 그림실력을 한계를 드러내고야 만다. ㅠ.ㅠ



학창 시절에는 수채화 그리기를 참 좋아했던것 같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림'이라는 단어는 좀처럼 우리 생활에서 가까울 수 없는 평행선이란 생각속에 놓이게 되었었다. 그리고 결혼하고 지금의 아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다시금 '그림'이 탄생한 것이다. "아빠, OOO 그려줘!", "아빠, 이것두 그려줘!" 아이들의 주문을 날이 갈 수록 늘어가지만 상대적으로 아빠의 그림 실력은 그렇게 초라해져만 간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연신 "와~!!!"를 떠뜨리지만... 언젠가 아빠의 실력도 뽀록?이 나겠지. ㅠ.ㅠ





펜 한자루로 시작하는 해피 스케치 라이프! 

그러던 중에 손안에 쏘~옥 들어오는 아주 작고 예쁜 책 한 권과 만나게 된다. <5분 스케치>, 펜 한자루로 우리 일상의 모든 것들을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해주는 책! 옷 무늬 스케치에서 동물, 나무, 꽃, 사람의 머리카락, 손, 누드 스케치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책이 이끄는대로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스케치가 즐거운 일상이 되어있을듯 느껴지기까지 하다.


재미있는 캐릭터들 스케치 하고 있자니 아들 녀석이 다가와 "우와~ 아빠 잘 그린다!"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아들 녀석을 보며 '그래 아빠가 조금만 연습해서 네가 좋아하는 터닝메카드, 카봇두 그려줄테다!' 다짐해본다. 동물, 과일들도 쉽지 않은 스케치들이지만 사람만큼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도 없는것 같다. 책의 오른쪽에 있는 다양한 스트로크 연습들을 통해서 우선은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준다. 그런다음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하얀 종이에 다시한번 그 그림들을 따라 그려본다. 와~ 정말 조금씩 스케치가 그림이 된다!




'이 책은 누구나 미술을 취미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이자 스스로 그림 그리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워크북입니다. ... 소질이나 열정 따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내 손 끝에서 무언가가 탄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낙서도 예술이고 그림치도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오 년여전에 담배를 끊었다. 물론 지금도 끊었다는 말이 무색할만큼 가끔은 담배 생각이 간절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당시 담배를 끊어야 겠다고 마음먹고 단번에 20년동안 피워온 녀석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필요'와 '자극'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지금 다섯살 아들 녀석이 태어날 즈음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몸이 별로 안좋아 그런 결정을 했었었는데...


이 책 <5분 스케치>속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나를 변화 시키는 원동력은 간절함과 용기' 라고 말이다. 담배를 끊을때 가졌던 '필요'와 '자극'이 아마 이 말과도 맞닿아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을 그리는 습관, 매일 매일 5분의 짧은 시간이 나의 삶, 우리의 삶을 바꾸게될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일상을 이런 작은 스케치로 꾸며 간다면, 가까이 볼때 아이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더욱 늘어날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일상의 습작이 가능한 색다른 경험과 마주할 수 있기때문이다.


'잘 들여다보고 이해하자!' 좋은 스케치를 위한 첫걸음이 바로 이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다른 이를 돕고 나를 구하는 일인 것처럼, 대상을 잘 관찰하고 그것을 이해한다면 좋은 그림을 그리고 표현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아직도 많은 시간 이 작은 책과 함께 해야 할 것같다. 그리고 간절함과 용기로 오랜 시간을 꿋꿋이 펜을 손에 들어야 할 것이다. 행복한 생활을 위한 해피 스케치 라이프! 이 펜 한자루가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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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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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몇가지가 존재한다. 우선, 작가주의를 빼놓을 수 없을것 같다. 이름만 들어도 책을 펼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그런 작품들이 존재한다. 최근에 만나는 작가중에는 아오사키 유고의 관시리즈, 미카미 엔의 작품들을 꼽을 수 있을듯... 다음으로는 표지와 제목을 들수 있을것 같다. 표지만 봐도 느낌 퐈~악 오는 그런 미스터리들을 언제나 배신할줄을 모른다. 마지막으로 미스터리 관련 수상작들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등...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미스터리를 선택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 기준중 두번째 즈음에 포함된다. 허름한 체육복을 걸친 소녀와 땡땡이 꽃무니 바지를 입어주신 할머니 한 분, 그리고 땅에 뭍혀있는 듯한 네 명의 발바닥! (물론, 띠지를 벗겨내야 그들의 발바닥이 나옴을 확인 할 수 ...) 그들의 표정이 왠지 알듯 모를듯 의미심장하다. 재밌겠다! 첫 인상이 그랬다. 사실 개인적으로 국내 작가의 작품을 즐겨 만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조영주 작가의 '붉은 소파'라는 작품은 이런 개인적인 생각에 변화를 가져다준 아주 특별한 작품이다. 치밀하고 섬세하고 또 우리 정서와 어울려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 이후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그렇게 처음 만난 작품이 바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였다.


여든 살 시골 노파 홍간난 여사와 스물 한 살 도시 처녀 강무순양이 아슬아슬한 동거가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걱정하는 자식들의 효심에 충청남도 운산군 산내면 두왕리 첩첩 산중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만원 열장과 함께 남겨지게된 청년백수 무순양의 모험이 시작된다. 하루하루 지루한 일상, 그러던 무순에게 15년전 자신이 그린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지도 한장이 손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보물이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산 유씨 종갓집에 잠입(?) 하게 되고 드디어 보물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보물상자 속에는 무순의 것이 아닌 종갓집 외동딸의 물건들이 들어있는데...



 



15년전 갑작스럽게 사라진 네 명의 소녀들, 그리고 15년이 지난 오늘 삼수생 강무순과 욕쟁이 홍간난 여사, 그리고 경산 유씨 종가집 중학생 꽃돌이가 펼치는 재기 발랄한 코지 미스터리가 무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책의 중간중간 '주마등'이라는 이름이 달린 책속 또 다른 이야기는 초반 누구의 시점과 이야기인지 혼란을 더해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과연 범인이 누구일까? 두왕리 삼총사는 사라진 네 명의 소녀를 찾아낼 수 있을까?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드라마 '연애시대', 그리고 최근 '청춘시대'라는 드라마로 사랑을 받으며 정말 '글 잘쓰는' 작가로 알려진 박연선 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책을 펼치는 순간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왠지 모를 가독성에 빨려들어 갈듯 재미를 담보하는 그런 작품이다. 홍간난 여사와 무순의 대화, 4차원 백수 강무순의 시선, 꽃돌이와의 모험속에서 작가의 이런 개인기(?)를 충분히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쉴새 없이 쏟아지는 웃음 폭탄이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향연, 표지에서 느껴졌던 첫인상에 담겨져 있던 재미, 첫장 첫줄부터 웃음을 전해주는 작가의 개인기! 독자들도 함께 추리하는 독특한 즐거움! 모든 것들이 이 여름을 쉽게 지나칠수 없게 만드는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어느것 하나 쉽게 추측하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독특한 코지 코믹 미스터리! 평범함을 거부한 웰메이드 미스터리가 이 여름의 무더위를 사르르 녹여준다. 개인적으로 우리 작품에 대한 고정관념 역시 사라지게 만드는 그런 색다른 작품이다. 흩어뿌린 작은 빗방울에 가을 같은 여름이 찾아온 요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와 함께 한다면 이 즐거운 계절을 더욱 기분 좋게 만날 수 있을것 같다. 이제 행복해지는 코믹 미스터리와 만날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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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이 온다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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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우리 사는 동안에! 혼자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이 그리운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피어있습니까 그 기억!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리고... 다시 사랑이 온다!!!


12년 만에 새 시집을 내게 되었다. 


벌써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나? 사실 지난 겨울 이정하 시인을 잠깐 만난 기억이 있어 그런 생각이든걸까? 직접 만났다는 건 아니고, '너는 물처럼 내게로 오라'

(http://blog.naver.com/easlle2/220627472191) 라는 시 산문집을 통해 그를 만났었다. 이 작품은 그가 이제까지 써온 시와 시에 대한 시작노트, 그리고 작가 자신의 진솔한 고백들을 담고 있어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참 좋은 선물이 되었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말하듯 우리를 찾아온 이 작은 시집이 12년 만이라는 말이 사실은 조금 놀랍다.


젊은 시절, 청춘이란 이름으로 참 푸르르던 그 시절을 이정하 시인과 함께 했었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또 그 열정만큼이나 사랑에 아파하고 이별에 고통스러워했던 시간들속에 그가 있었다. 참 좋아했던 아이에게 힘겹게 고백을 했다가, 그녀가 나에게 선물해준 첫번째 책이 바로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였다. 한마디로 차였었다. 그게 벌써 강산을 몇개나 넘겨버린 시간이니 기억이 가물가물할때도 됐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한건 그만큼 그 사랑이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정하 시인의 작품은 사랑이면서도 사랑이 아니면서도, 아프면서도 또 마음을 토닥이는 그런 사랑과 이별, 아픔과 또 다시 사랑이라는 이야기들을 담고있다. 이별에 아파할때는 참 많은 위로를 건네주고, 잠시 머뭇거리고 사랑에 주저할때는 나름은 용기를, 사랑이라는 이름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런 작은 토닥임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12년 그는 <다시 사랑이 온다>는 말로 우리 가슴을 다시금 위로한다.



그토록 반가운 그의 시를 만났는데, 한 편 정도 읊조리고 가는것이 옳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스친다. 책장을 열면 가장 먼저 펼쳐지는 시 한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 이 모든 것을 합치면 ]

 

안녕

미안해

걱정 마

잘 될 거야

당신에게 건네는

이 모든 말들을 합치면

사랑한다는 말이 되었다


눈물

한숨

아련함

그리고 기대

당신을 향한

이 모든 마음을 합치면

사랑하는 마음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랑'에 대한 이미지, 역할도 조금씩 변함을 느낀다. 청춘의 푸르른 시간을 가득채우던 열정적인 사랑이 있었다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나의 가정을 꾸리며 가장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어깨를 들쳐 메고난 지금의 나의 모습, 그리고 나의 사랑이 있다. 결혼을 하고 사람들은 부부간의 사랑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말하곤 한다. 우정, 우정, 그래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기는 있는듯 하다. '사랑'이라 쓰지만 그 의미는 나이에 따라, 어떤 위치에 따라,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슴을 갖기도 하기때문이다.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혼이라는 이름 뒤에 한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사랑은 조금 변화한다. 애틋함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동질감이랄까? 요즘 같은 현실에 자신들의 아이들과 행복을 위해 달리는 두 사람에게 사랑은 열정보다는 현실에 맞서는 투쟁이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에서 들리는 저 위로의 말들, 말없이 들리는 한숨과 눈물이 모두 사랑의 말이 된다. 그래서 사랑의 마음과 말이 하나가 되어 부부의 사랑을 이끌어간다. 서로를 위로하고 토닥이고 서로 대화하고 아이들을 보며 위안하고 힘을 얻는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 역시 사랑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갖게 한다. 부모라는 이름의 내리 사랑! 지금까지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랑을 부모라는 이름을 얻은 후에 느껴보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사랑의 의미 처럼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노란 리본을 보면 지금도 눈가가 촉촉해진다. 아이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아픔을, 역시 무어라 쉽게 위로할 수 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우리 현실은 그들에게 가만있으라고 한다. 그래서 더 아프다. 그럴 수록 노란색은 더욱 강렬해 질것이기에 아프지 않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그게 바로 부모의 마음인데...


12년만에 만난 이정하 시인, 그리고 <다시 사랑이 온다>를 통해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젊은 시절의 소중한 추억과 마주하고, 우리 가족의 사랑과 행복을 되새김 해본다.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사랑하는 연인을, 또 누군가에게는 헤어진 그, 그녀를 떠올리게 만들것이다. 문자 하나로 이별을 통보하는 낯선 이 시대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쉽지도, 가볍지만도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또 아파하고 상처받고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시 사랑은 온다. 시인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이라고 하니 두서없이 많은 일들이, 이야기들이 떠오른듯하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닌 현재 진행형이기에 참 많은 에피소드들을 잉태한다. 내 가족을, 연인을, 부모님을, 선생님을, 친구들을, 직장동료들을, 그리고 잘 알지 못하지만 소외되고 아파하는 낮은 곳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 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일, 그것은 바로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사랑의 언어로 가득한, 12년 만의 만남이, 개인적으로 '사랑'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불러들인다. 불안하고 조금은 어둡고 분열되고 상처로 가득한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사랑'임을 <다시 사랑이 온다>로 문득 깨닫는다. 그 어떤 사랑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새삼 느낀다. 그렇게 다시 사랑이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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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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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보어 로데, 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를 연상시키는 작가의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아저써 배우야 작가야! 신은 역시 불공평하다. 하지만 그나마, 이 작품 <모나리자 바이러스>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그에게 하나의 칼날이 날아들었으니... 그것은 '댄 브라운의 귀환'이라는 수실이 아닐까 싶다. 작가 티보어 로데는 이런 수식을 마음에 들어 할까? 살짝 그런 의문이든다. 그 누구보다도 댄브라운을 좋아하지만... 그리고 이런 수식때문에라도 이 책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이 작품 <모나리자 바이러스>는 티보어 로데만의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세상은 정말 수많은 아름다움으로 넘쳐난다. TV를 틀어도 아름다운 여성과 조각 근육을 한껏 뽐내는 남자들이 넘쳐나고, 얼굴책과 같은 SNS속에서도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하다. 얼마전 우리나라 미스코리아 후보들이라고 올라온 사진을 얼굴책에서 본적이 있다. 참가번호는 다르지만 이건 도대체 누가 누군지, 내가 한국 사람들 얼굴을 잘 구분못하는 외국인이라도 된 , 비슷비슷한 얼굴들이 미스코리아 후보라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제는 차라리 성형을 한 사람을 출전 못하는 미스 춘향 선발대회에 오히려 관심이 가니.... 대. 다. 나. 다. 성. 형. 대. 국!!!


<모나리자 바이러스>는 이런 외모 지상주의, 아름다움에 대한 테러를 담아내는 작품이다. '댄 브라운의 귀환'이라는 수식을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댄 브라운의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특징들이 이 작품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주인공은 학자이거나 전문직을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 이들은 커플로 작품속에서 종횡무진한다. 세계 전지역을 넘나드는 스케일과 그 시간들이 오랜 시간이 아니라 불과 몇일, 아니면 단 몇주안에 사건이 해결된다는 특수성을 가진다. 이런 특징들을 펼쳐놓으며 이제 <모나리자 바이러스>를 조심스레 들여다본다.


 

 


몇가지 사건들이 한꺼번에 휘몰아친다. 멕시코로 본선무대 프로그램 촬영을 떠난 미스 아메리카 후보들이 납치를 당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전 세계 벌떼들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어가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이어진다. 또 하나 황금비율을 공격하는 바이러스가 전세계 컴퓨터와 인터넷을 공격하면서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들이 좀비처럼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헬렌 모건의 딸 매들린이 입원하던 병원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헬렌 모건! 과거 패션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녀는 현재 38세, 신경미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로 등장한다. 책의 마지막 표지에 작은 그림속에 살짝 등장하는데,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와우~~! 그런 그녀에게 거식증을 앓고 있는 매들린이라는 딸 아이가 있다. 하지만 매들린이 병원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고, 파트리크 바이시라는 인물에게 연락을 받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 역시 갑자기 실종되었고 거기에 매들린이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듣게된다. 그리고 그의 제안에 따라 폴란드 바르샤바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그렉 밀너, 미스 아메리카 후보들의 납치사건과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벌떼들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조사하는 FBI 요원이다. 휘몰아치듯 전세계를 동요시키는 일련의 사건들을 파헤치면서 헬렌과 만나게되고 이들 사건의 연관성을 찾아내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아마도 이 작품의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그가 단독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작품마다 헬렌과 같은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겠지만... 아니면 매혹적인 여인 헬렌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갈지도 모를일이다.


 

 


'황금비율은 모든 악의 근원입니다.' 

납치된 미스 아메리카 후보들이 흉측한 몰골로 하나둘 발견되기 시작하고, 벌떼들의 죽음과 컴퓨터 영상을 훼손하는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더불어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들에 폭탄테러가 발생하기에 이른다. 헬렌의 딸 매들린의 실종, 바이시 바이러스의 창립자 파벨 바이시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루카 파치올리... 이들의 이름이 르네상스 시대와 함께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간의 연관성 무엇일지, 책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계속되는 물음표들과 함께 속도감 넘치는 스릴을 선물한다. 


댄 브라운의 귀환이란 수식을 다시한번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티모어 로데는 그리 즐거운 표정을 짓지 않겠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신경미학 학자와 FBI요원 커플! 미국 보스턴, 멕시코 아카풀코, 폴란드 바르샤바,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브라질 상파울로, 독일 라이프치히... 등 다양한 지역 나아가 시간을 넘나드는 스케일, 사건의 시작부터 해결까지 1, 2주 정도의 시간소요... 역시나 영화 한 편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가 댄 브라운을 안떠올릴수가 없게 만든다. 그만큼의 재미를 담보한다는 말일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복수! 너무나 천편일률적인 미,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일 수도 있는 작품이다. 어쩌면 지나친 부에 대한 경고의 목수리일 수도 있을것 같다. 중반 이후 혼란스럽게 뒤엉켜있던 퍼즐들이 제자리를 찾았음에도 이야기는 롤로코스터에서 좀처럼 내려올줄 모른다. 숨가쁘게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면서 펼쳐지는 액션, 미스터리 스릴러의 섬세함을 간직하는 재미, 더불어 작가가 말하려는 사회적 메세지까지, 역시 쉽게 읽히면서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넬레 노이하우스, 안드레아스 그루버 등 조금은 익숙해진 이 미스터리 작가들과 더불어 앞으로는 티보어 로데라는 이름 역시 친숙하게 다가올 것 같다. 법학을 전공하고 저널리스트, 변호사와 대학 강의까지 하고 있다는 그의 다양한 이력 덕분에라도 그의 다음 작품들에 담겨질 다양성과 색다른 이야기,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을 기대하게 된다. 다음에 만날때는 티보어 로데표 액션 스릴러라는 이름과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그와 그의 작품속 끊없는 진화를 앞으로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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