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콤마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지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은 아마도 유령같은 존재와 함께했던 것이 아닐까? 온 나라가 꼭두각시 대통령, 아니 유령같은 한 사람과 그녀의 수족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하려했던 권력의 시녀들과, 그리고 대기업이 한통속이 되어 우리 이 소중한 대한민국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렇게 유령같이, 유령과 같은 삶을 살아온 대통령때문에...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들은 너무나 허탈하고 아프고 상처받았다. 유령같은 그들과의 기묘한 동거 때문에 말이다.


우리가 지나온 이 기나긴 아픔과 상처의 시간들, 눈에 보이는듯 보이지 않는 유령들과의 기막힌 동거를 한 이들이 우리말고도 또 있었다.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라는 작은 책 속에 그 주인공들이 있다. 보증금도 관리비도 없고 단돈 만삼천엔에 이용 가능한 연립주택 '테후테후장'의 파격적?인 조건에 유혹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단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이곳에 유령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정도? 유령?!!! 6개의 방으로 구성된 테후테후장, 그렇게 각 방에는 나름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과 또 다른 이유를 가진 유령들이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누군가는 마음에 상처가 가득해 세상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에 나약하기만하다. 전과자라는 색안경에 씌워진 사람과 몸도 아프고 꿈과 희망의 끈도 놓쳐버린 복학생도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여자, 그리고 이 시대가 낳은 괴물? 은둔형 외톨이도 이 테후테후장에 있다. 이 사회에서 조금씩 뒤쳐지거나 사회에 제대로 적응해나가지 못하는, 혹은 잘못된 사람들의 시선에 아파하기도 하고 사회의 편견에 자신만의 세상에 갖혀버리기도 한 이들! 그런 이들에게 작은 위로의 말을 건네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들은....?


'진심이 깃든 노력은 절대로 부질없지 않아.'  

상처받고 고통받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세계속에서 웅크리는 것이었다. 범죄에 유혹을 느끼기도 하고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테후테후장에 숨어버린 그들에게 각 호실에 살아가며 인간들과 기묘한 동거를 하는 이 '유령'은 상처받은 그들에게 따끔한 질책 혹은 작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가끔은 기대어 울수있는 작은 어깨를 빌려주기도 하고, 힘겨워하는 그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준다. 오싹할 줄만 알았던 유령들과의 이 기묘한 동거를 오히려 우리 인간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건넨다.



이누이 루카. 2014년 봄 '여름빛'이라는 호러 작품집으로 그녀를 처음 만났었다. '호러여왕 강림' 이라는 수식과 함께 하던 그녀와의 첫 만남은 인상적인 표지와 함께 꽤 오랫동안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섬뜩하면서도 왠지 구슬프고 안타까움마저 들던 색다른 호러의 이미지를 담아냈던 그녀, 2년여만에 다시 만난 그녀의 작품 <테후테후장...>은 그때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담아낸다. 그렇지만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판타지적인 요소들속에서 긍정과 희망의 메세지를 담아낸 이누이 루카만의 작은 감동이 이어진다.


상처로 가득한 세상이다. 몸이 아픈것보다 마음에, 가슴에, 이성에 찟기듯 상처들로 가득하다. 학교에서 진학에 취업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허탈감에 빠진 국민들은 이 어이없는 상황들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자신들의 자리에서 제정신을 쥐어짜내듯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아직도 엉크러진 실타래는 제대로 풀어내어 질지 어떨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그래서 더 상처받고 아프다.


이누이 루카의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가 그런 우리들의 상처를 잠시나마 어루만저 줄 수 있을것 같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굳건한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즐거운 생각 한 두가지를 떠올리며 살아갈 희망을 얻기도 한다. 돈의 가치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기도 하고, 살아있으니 죽기 살기로 발버둥치는, 발버둥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항상 우리를 감싸는 삶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는 방법을 우리는 <테후테후장...>의 그들?로부터 건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속에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책 한 권과 함께 하면 좋은 시간이 우리에겐 있어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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