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몇가지가 존재한다. 우선, 작가주의를 빼놓을 수 없을것 같다. 이름만 들어도
책을 펼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그런 작품들이 존재한다. 최근에 만나는 작가중에는 아오사키 유고의 관시리즈, 미카미 엔의 작품들을 꼽을 수
있을듯... 다음으로는 표지와 제목을 들수 있을것 같다. 표지만 봐도 느낌 퐈~악 오는 그런 미스터리들을 언제나 배신할줄을 모른다. 마지막으로
미스터리 관련 수상작들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등...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미스터리를 선택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 기준중 두번째 즈음에
포함된다. 허름한 체육복을 걸친 소녀와 땡땡이 꽃무니 바지를 입어주신 할머니 한 분, 그리고 땅에 뭍혀있는 듯한 네 명의 발바닥! (물론,
띠지를 벗겨내야 그들의 발바닥이 나옴을 확인 할 수 ...) 그들의 표정이 왠지 알듯 모를듯 의미심장하다. 재밌겠다! 첫 인상이 그랬다. 사실
개인적으로 국내 작가의 작품을 즐겨 만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조영주 작가의 '붉은 소파'라는 작품은 이런 개인적인 생각에 변화를
가져다준 아주 특별한 작품이다. 치밀하고 섬세하고 또 우리 정서와 어울려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 이후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그렇게 처음 만난 작품이 바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였다.
여든 살 시골 노파 홍간난 여사와 스물 한 살 도시 처녀 강무순양이 아슬아슬한 동거가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걱정하는 자식들의 효심에 충청남도 운산군 산내면 두왕리 첩첩 산중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만원 열장과 함께 남겨지게된
청년백수 무순양의 모험이 시작된다. 하루하루 지루한 일상, 그러던 무순에게 15년전 자신이 그린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지도 한장이 손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보물이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산 유씨 종갓집에 잠입(?) 하게 되고 드디어 보물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보물상자 속에는
무순의 것이 아닌 종갓집 외동딸의 물건들이 들어있는데...
15년전 갑작스럽게 사라진 네 명의 소녀들, 그리고 15년이 지난 오늘 삼수생 강무순과 욕쟁이 홍간난 여사, 그리고 경산 유씨 종가집
중학생 꽃돌이가 펼치는 재기 발랄한 코지 미스터리가 무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책의 중간중간 '주마등'이라는 이름이 달린 책속 또 다른 이야기는
초반 누구의 시점과 이야기인지 혼란을 더해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과연 범인이 누구일까? 두왕리 삼총사는 사라진 네 명의
소녀를 찾아낼 수 있을까?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드라마 '연애시대', 그리고 최근 '청춘시대'라는 드라마로 사랑을 받으며 정말 '글 잘쓰는' 작가로 알려진
박연선 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책을 펼치는 순간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왠지 모를 가독성에 빨려들어 갈듯 재미를
담보하는 그런 작품이다. 홍간난 여사와 무순의 대화, 4차원 백수 강무순의 시선, 꽃돌이와의 모험속에서 작가의 이런 개인기(?)를 충분히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쉴새 없이 쏟아지는 웃음 폭탄이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향연, 표지에서 느껴졌던 첫인상에 담겨져 있던 재미, 첫장 첫줄부터 웃음을 전해주는 작가의 개인기! 독자들도 함께
추리하는 독특한 즐거움! 모든 것들이 이 여름을 쉽게 지나칠수 없게 만드는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어느것 하나 쉽게 추측하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독특한 코지 코믹 미스터리! 평범함을 거부한 웰메이드 미스터리가 이 여름의 무더위를 사르르 녹여준다. 개인적으로 우리 작품에 대한 고정관념 역시
사라지게 만드는 그런 색다른 작품이다. 흩어뿌린 작은 빗방울에 가을 같은 여름이 찾아온 요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와 함께 한다면
이 즐거운 계절을 더욱 기분 좋게 만날 수 있을것 같다. 이제 행복해지는 코믹 미스터리와 만날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