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샤라쿠요, 즐거움을 그린다는 뜻이래요."

김홍도, 김득신과 함께 조선의 3대 풍속화가라고 불리는 신윤복! 그의 존재에 대한

역사적 사료는 그리 많지 않다. 그의 조부 신한평은 화원이었으나 신윤복이 화원

이었는지 조차 사실로 확인할 수 없다. 후세에 전해진 그의 그림을 보면 기생과 한량

들, 그리고 남녀사이의 애정과 풍류를 즐겨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말도 전해진다.

하지만 어느것 하나 그에 대한 정확한 사료적 근거는 남아있지 않은듯 보인다. 그가

언제 죽었는지 또 어떤 삶을 살았는지, 김홍도와 동시대인이지만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의 성별이 어떠했는지... 이 모든것이 의문에 쌓여있다. 어쩌면 이런 베일속에 가려진

그의 존재감 때문에 역사팩션소설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이 더욱 다채롭고 신비스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즐거움을 그린 작가, 신윤복! 역사속에서 그가 새롭게 태어난다.

 

18세기 마네, 모네, 빈센트 반 고흐 등 인상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도슈샤이

샤라쿠 등장. 단, 10개월간의 행적과 그가 남긴 그림들은 수많은 화가들에게 뛰어난

영감을 주게된다. 샤라쿠가 조선 최고의 풍속화가 김홍도라는 학계의 주장과는 다르게

<색, 샤라쿠>에서 저자는 그가 김홍도가 아닌 신비에 쌓인 화가 신윤복이라고 가정한다.

50세의 나이에 이른 김홍도가 일본에 나타나 떠들썩한 활약을 펼친다는 것이 설득력

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이 알려지지 않고 김홍도의 그림을 잘 모사했던 신윤복

이 김홍도의 제자였을 것이고 그가 바로 샤라쿠라고 말한다. 그리고 거기에 정조가 구상

했던 갑자년 계획이 등장한다. 신윤복과 김홍도, 정조대왕 그리고 당시 일본의 정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편의 흥미진진한 첩보소설이 탄생한다.

 

"호랑이를 찾게, 자네가 할 일은 그것이야."

18세기 조선, 조선 최고의 화원인 김홍도, 한량과 다를바 없었던 화원 신가권(신윤복).

당시 김홍도는 정조의 명을 받고 일본의 정세를 은밀히 정탐하는 간자들을 양성하고

있었다. 막부의 꼭두각시에 다름아닌 백제의 후예인 일왕은 교서를 보내 조선에 도움

을 청하려 하지만 교서는 도중에 누군가에게 빼앗기게 된다. 이에 그 교서를 되찾기

위해 적임자를 물색하던 김홍도는 당시 무뢰한과도 같던 신가권을 눈여겨 보게 되고,

그를 지도하기에 이른다. 일본으로 건너온 가권은 샤라쿠라는 이름을 쓰며 우연한

기회로 에도에서 목판화를 인쇄해 판매하는 쓰타야라는 인물을 만나 도움을 받으며

판화가로써 활약하게 된다. 그의 뛰어난 그림실력과 일본과는 다른 화풍은 당시

사람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게된다. 초상화를 그려주던 가권은 오이란이라는 예인

집단의 사유리라는 수습 오이란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다. 한편 에도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내리운다.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가권의 곁에도 그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오는데.. 어떤 비밀은 간직한 듯 보이는 사유리와의 애틋한 사랑, 에도의 마치부교

하시모토와의 관계, 그리고 일왕의 교서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신가권. 쉴새없이 터지는 

사건과 화가로서의 예술혼과 애절한 사랑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첩보활동... 읽는이로

하여금 한순간의 숨돌릴 틈도 허락하지 않는다.



 

당시 조선과는 다른 서양 문물이 유입된 일본의 시대상이 이채롭다. 판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서양 의사와 의술, 그리고 게이샤와는 조금 다른 오이란이란 집단도 특별해

보인다. 단순히 조선의 풍속화가들로 생각했던 김홍도와 신윤복이 나라의 운명을 건

첩보 활동을 담당한 주인공었다는 기발한 상상만으로도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치밀한 구성과 시대적인 요구가 절묘하게 맞아든다는 느낌이다.

억지스러운 설정보다는 실제 역사속에 존재했던 베일에 쌓였던 인물과 비밀 조직의

실체를 찾고, 그 활약상을 세심히 뒤따라가는 느낌이 든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사랑

이라는 코드가 적절히 녹아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역사적 사실인양, 정조앞에서

펼쳐진 단원과 혜원의 대결속에서 보여진 풍속화나, 샤라쿠의 초상, 사유리를 그렸

다는 미인도 등 곳곳에서 볼수 있는 이런 그림들이 이야기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독자들에게 팩션소설의 매력을 만끽하도록 만든다.

 

임진왜란 이후 약200년이 지난시점에서 펼쳐지는 정조의 남벌 계획! 그리고 단원과

혜원이 비밀 첩보요원이었다는 독특한 설정! 이 두가지 사실만으로도 흥분과 기대를

받기에 충분해 보이는 작품이다. 거기에 최고의 화가들의 불꽃튀는 대결과 예술혼,

당시 조선과 일본의 시대상속에서 펼쳐지는 스릴과 박진감 넘치는 첩보대결, 그리고

애틋한 사랑까지 어느것 한가지 모자람 없이 오감을 만족시키는 재미를 주고 있다.

이제 신윤복의 작품을 볼때마다 그의 삶과 사랑,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를 것

같다. 아리따운 모습을 하고 풍류를 즐기는 천재작가의 모습보다는 남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며 애틋한 사랑을 간직한 좀더 인간적인 모습의 신윤복으로 말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많은 금기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1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란에서는 여성의 축구경기관람이 금기시 된다. 혹시라도 보기를 원한다면 배우자,

아버지, 자식과 함께여야 한다. 한국연예인이 해서는 안될 3가지는 음주운전, 마약,

그리고 섹스비디오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금기 (忌) 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함.' 이다. 금기는 비밀, 범죄, 처벌.. 등과 같은 말들을

연상하게 한다. 꼭 지켜져야할 것 같고 깨뜨려서는 안될 신성함까지 간직된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간혹 고정관념이란것을 금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것 같다. 금기는

사회 안녕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인 반면, 고정관념은 단순히 관습적인 것에 대한

강제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종교적으로 역사적인 이유로 금기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또한 수많은 금기가 있다. 살인, 의료과실과 죽음, 자살, 배신, 공금유용....등 금기로

일컬어지는 다양한 소재들이 가득담긴 작은 방의 문이 열린다.

 

<수많은 금기>에서는 그동안 익숙하게 보아왔던 외계인도, 우주선도, N씨도 보이지

않는다. SF적인 내용보다는 조금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들이 생동감있게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미스터리적인 부분은 몇몇 쇼트쇼트에서 보이는 귀신들의

등장과 등에 업힌 노인정도 라고 할까? 이전 플라시보 시리즈와 차별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결국 호신신이치의 결말의 의외성과 특별함은 고스란히 간직된다.

누구도 결말을 쉽게 예상하기 힘든, 그만의 독창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그만의

작품 스타일인 쇼트쇼트 만으로도 문학계에 존재해오던 어떤 금기를 깬 하나의 사건

인지도 모를 일이다. 쇼트쇼트는 어쩌면 콩트와도 비슷한 미니소설이지만 그보다

더 짧고, 그 짧은 소설속에 사건의 발생과 원인, 그리고 결말은 고스란히 담아낸다.

작가의 기발한 재치와 상상, 그리고 예측하기 힘든 결말, 등장인물의 성장이나 삶에

대한 조명보다는 현재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촛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전지적 작가 시점보다는 한 대상에 대한 시점이 많고, 결말이 주는 여운이 매력적인

구성을 갖는다. 이런 호시신이치 만의 쇼트쇼트가 기존 소설들이 가지고 있던 소설은

이러이러해야한다는.... 나름의 금기, 혹은 고정관념을 깨어버린 것이 아닌지...

 





문뜩, 그런생각이 스친다. 호시신이치의 쇼트쇼트의 이 체크무늬를 어디선가 보았다

고 생각했는데,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무도 없던 집 마루에

자리하고 있던 상! 맛있는 나물과 물, 고구마 한접시, 밥 한그릇.. 그리 푸짐한 상은

아니지만 엄마의 사랑이 가득담긴 그 상위에 놓여있던 (밥)상보의 색깔이 이러했던것

같다. 오색찬란했던 그 빛깔. 언제나 그 상보를 열어볼때면 무언지 모를 설레임이

가득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들에 나가 일을 보기전에 학교에서 돌아와 배고파 할

아들을 생각하며 정성스레 준비해주신 어머니의 밥상. 그 사랑을 덮고 있던 체크무늬.

이제는 그 설레임이 책으로 전해진다. 호시신이치라는 이름만으로도, 쇼트쇼트나

플라시보 시리즈라는 말로도, 그리고 그 옛날 엄마의 사랑을 추억하게하는 이 체크

무늬 만으로도 설레이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어느새 나만의 즐거움을 넘어 호시신이치를, 플라시보 시리즈를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선물하고 싶어진다. 모를때는 그렇게 모르는게 당연했는데 그를 만난 이후로

다시만나게될 그 날을 기약하는것이 설레임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쩌면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거의 다 비슷비슷한 내용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어느것 하나 나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결말을 나타내는 그의 작품을 본적이

있는가? 항상 허를 찌르듯, 숨을 탁~ 막히게 만드는 탁월한 그의 상상과 특별함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1000편이 넘는 호시신이치의 작품. 너무 조급한맘이

아닌 그 설레임을 간직하고 서서히 조금씩 조금씩 나의 옆자리를 내어주고 싶어진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그 추억속 체크무늬 처럼 가슴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머릿속에는 꽃집 앞에서 본 갈색 코스모스가 흔들리고 있었다. (P. 504)

온다리쿠만의 색깔을 꼽으라면 누구도 쉽게 이거다라고 선뜻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청춘소설부터 SF판타지, 연애소설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그녀의 작품세계가 하나의 색깔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작품도

여러가지 색깔이 흩날리는 코스모스와 같은 작품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색깔을 고집하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그녀만의 새로움 색깔을 창조하는

그 열정속으로 들어가보자.

 

"세상에 천재란 게 정말 존재하는군요."

신고쿠사이 극장 개관공연에서 세리자와 다이지로의 연극의 극본을 쓰기로 한 가미야.

우연히 그의 눈에 들어온 묘한 소녀! 사사키 아스카! 어린나이 이지만 오랜 무대

경력과 충분한 배우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아즈마 교코! 처음 흉내내기에 능한 그

소녀, 아스카를 만난 가미야는 대학 1학년생, 연극을 처음 시작한 아스카의 첫공연에서

그녀의 천재성을 발견하게 된다. 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개관공연의 오디션이

펼쳐지고 아스카와 다른 3명의 경쟁자들의 불꽃튀는 연기대결이 펼쳐진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그 구성속에서 시선을 뗄수가 없다. 천재소녀의 연기에 몰입하는

관객이라도 된듯이 그녀가 펼쳐보이는 신기에 가까운 몰입과 열정에 함께 호흡하게 된다.

대사를 단번에 외우고 그 역할에 몰입하고 상황에 따른 탁월한 연출능력 등 그녀의

연기를 바라보는 소설속 다른이들과 같이 감탄과 탄성을 연발하게 된다. 두번의 오디션,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마지막 선택받게 되는 두명의 여인이 누가 될 것인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턱의 각도, 눈을 뜨는 방식, 시선의 움직임, 눈썹과 입매의 곡선. 이런 사소한

것이 모여 한사람의 표정을 완성한다.                      (P. 233)

하늘에서 뚝 떨어져내린것 같았던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소녀 아스카, 소설의 중반을

지나 그녀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가미야가 보고 감탄했던 흉내내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아즈마 교코의 흔들리는 열정도 마지막이 되어

서야 그 실체와 결말이 드러난다. 연극이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온다리쿠의 연극에 대한

애정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현장 분위기에 빠져들어 상황 상황을 이해하고

몰입하도록 만드는 작가의 구성이 탁월해 보인다. 두차례에 걸친 오디션 장면에서는

같은 내용을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표현하는 작가의 특별한 재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오디션에서 무대에선 두 연기자들의 불꽃튀는 대결,

스릴넘치는 전개가 보는 이의 맘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이야기 하나 없으면서도 이렇게 로맨틱하고 대결이나 긴장관계가 아니면서도

독자들을 흥미진진한 몰입의 세계로 이끄는 작품이 또 있을까? 절대 짧지 않은 분량의

작품이지만 역시나 쉽게 읽어버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아직도 온다리쿠만의 작품색깔을

이야기하라고 말한다면 쉽게 어떤색!!이다 라고 말하긴 쉽지 않을것 같다.

앞서말했듯이 이번 작품을 그녀가 가져다놓은 제목과 같이 코스모스의 색깔과 닮았다고

말해야 할것 같다. 아니면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있지만 하나같이 선명하게 나눌 수 있는

무지개와 같은 색이라고 말할까?

혹시 다음 이야기가 이어질까? 누구나 꿈꿔온 무대, 그 무대를 밟게 된 두명의 최고

여배우!! 오디션을 통해 서로를 천재라 불렀던 그녀들과 조금더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한다. 갈색의 초콜릿 코스모스에서 또 다른 색깔의 코스모스가 되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정끝별 해설, 권신아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란 쓰지 않고는 못 배길때 쓰는 것이다." - 유치환

시란 무엇일까?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 새벽을 표현하는 소리, 사랑의 또다른 표현..

현대시 100년사를 정리하며 현역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이 우리곁을

찾아왔다. 문학사적 의미를 지니는 베스트시가 아닌 입에 착착붙은 애송시가 담겨

있는 이 책은 낯익은 작가들은 물론이고 조금은 낯선 작가와 새로운 시들도 만날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가슴으로 만나기를 바랬던 시를 우리는 학창시절 달달 외우면서 눈으로, 머리속으로

먼저 만났다. 김춘수의 꽃, 이육사의 광야, 이상화의 빼앗긴들에도 봄은 오는가...

학창시절 그 깊은 의미보다는 은유법, 과장법....등등 표현법과 역사적 의미를 정형

화된 틀속에서 암기식으로 만나왔던 시인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는 이

아름답고 고귀한 언어들속에서 틀린답을 찾고 정답을 논하는 도구로 시를 배워오게

되었다.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잘못된 현실인가? 물론 그것은 현재에까지 이어

지고 있을것이다.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그 감동을 담아내기위한 시인의 고통과 열정

이 고스란히 담긴 시들을 만난다.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을까?

 

위대한 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쓰면서 자기 시대를 그린다고 했다. 이 책속에 담긴

애송시에도 현대사 1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이상화, 이상, 윤동주,

기형도, 이육사....시인이기 이전에 나라의 독립을 갈구하던 지사이자 독립투사였던

이들의 시 속에서 우리는 그토록 그들이 원하던 독립을 원하는 조선의 의지를 읽는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시는 그들에게 독립의 의지를 일깨우고 알리는 또하나의 표현

이었다. 7~80년대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과정속에 놓인 대한민국, 그 속에는 김지하와

박노해와 같이 민중을 대변하고 그들의 삶을 노래하는 시인들이 있었다.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쓰린가슴을 차가운 소주로 대변하고 빛을 주는 노래가 있었다.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처럼 개발과 도시화의 이면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현대시

100년사 속에는 가슴을 울리는 영롱함과 역사를 노래하는 비장함이 깃든 풍성한

시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현역시인 100명의 추천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은 김수영의 [풀] 이었다고

한다. 애송시 100편을 두권으로 나눈 이 책의 첫번째에는 [풀]은 담겨있지는 않다.

대신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정지용의 '향수', 김춘수의 '꽃' 등 베스트 10위안에

드는 작품들 다수가 함께한다. 얼마전 오락프로그램에서 윤동주 선생님의 생가인

용정의 모습을 본적이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어떻게 이런 영롱한 언어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라고 하던 그들의 말이 떠오른다. 28살, 꽃다운 나이에 민족의 독립을 위해 사그러져

버린 젊은 영혼 윤동주, 외로운 양심과 젊은 이성!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가슴에 새긴

그 시들을 만난다. 진달래 꽃처럼 선명한 색깔의 김소월을, 눈에 그려지듯 고향의

향기에 흠뻑 취하게 하는 정지용의 향수를, 나를 가르치는건 언제나 시간이라는 기도

하는 시인 김남조를...눈이 아닌 가슴으로 시를 받아들이는 시간, 그 시간이 찾아온다.

 

가슴을 통해 만나는 시와 시인들, 작품의 뒷부분에 있는 정끝별작가의 해설이 시속에

담겨진 의미와 시인의 인생, 삶, 그리고 자신이 느낀 시가 가진 특징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내고있다. 권신아의 일러스트는 그런 감성적인 느낌에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준다.

학창시절 처음 그들을 만났을때 느낌과는 조금은 다른, 더 깊은 감동과 문학사 그리고

조국의 역사까지도 함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선물해주는 책이다. 가슴으로 읽고

눈으로 느끼는 감동! 진정으로 가슴에 꽃피는 시의 향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이여, 안녕!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3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1935년 그리고 오늘, 여든 넷의 노작가는 아직도 그의 생각과 희망을 햐얀 종이

위에 그려넣고 있다. 얼마전 타계하신 우리의 박경리 선생님이 노벨 문학상에 가장

가까운 작가로 기대를 모았었지만 결국 그렇게 우리 곁은 떠났다. 그래서 인지 오에

겐자부로라는 위대한 작가를 품에 안고 있는 일본의 독자들이 더욱 부러운 이유인

지도 모른다. 1994년 소설 [만연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작가.

아직도 펜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작가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던

마지막 여정이 펼쳐진다.

 

안녕, 나의 책이여!

죽어 마땅한 자의 눈처럼, 상상했던 눈도 언젠가 감겨야만 하리니. (P.457)

<책이여 안녕>은 핵무기에 대한 공포와 저항, 위협에 대한 저항과 폭력에 대항하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사실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건 마지막

3부작이라 말했던 전작들을 만나보지 못한터라 새로움속에 책을 열게되었다. 소설가

고기토와 어릴적 친구인 건축가이자 폭파장치의 고안자인 시게루, 두 노인이 폭력에

대항하는 모의 테러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중인 고기토

에게 시게루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화기애애한 재회였지만 그들의 유년시절은 그리

유쾌한 관계만은 아니었다. 시게루와의 재회속에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고기토.

그와 함께 지내기로 하면서 블라디미르와 싱싱, 다케 다케시 형제의 등장, 시게루의

계획, 그리고 폭파의 실행.... 두 노인의 시각과 사상이 그들의 토론과 그들이 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들의 대화속에 묻어있다. <책이여 안녕>은 조금은 천천히 차분한 맘으로

만나볼 시간이 필요한 책이다.



 

노인은 탐험가가 되어야 한다. 현세의 장소는 문제가 안된다.

우리는 나즈막이 나즈막이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 

"'노인의 어리석은 짓'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오에 겐자부로

가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한 말이다. 그리고 'late style' 에 대한 고찰과 특권에

대해서 에드워드 W. 사이드의 말을 인용한다. 후기작품을 쓰는 노년작가는 원숙함과는

무관하게, 대립하는 요소를 모순이 있는 그대로 첨예하게 긴장된 상태로 표현하는 특징을

가진다고 말한다.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두 노인의 어리석은 짓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가진 주장을 그대로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대변하는 고기토와 또 다른 노인을

내세워 그가 하고픈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를 꼬집는 작가로 유명하다. 일본사회의 우경화!!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 그것이 바로 그가 말년 작가의 후기작품 기조로 결정짖게된 이유인것이다.

불안과 광기에 대한 노인의 공포심!! 을 통해서 일본 사회의 잘못된 흐름과 역사인식

에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국가권력, 폭력에 대한 저항을 담은 작가의 인생을 건 3부작

에 담긴 진정한 의미가 가슴에 와닿는다.

 

소설가는 노인이 되어서도 여전이 그가 살고 있는 사회의 자식인 것입니다.
일제침략기인 1935년 태어난 오에 겐자부로. 그가 보아온 국가의 폭력, 실망감, 공포감..

을 있는 그대로 노인의 어리석은 짓으로 그에 대항하려한다. 그는 전쟁포기를 선언한

일본헌법 9조 수호를 위해 작은 정치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국가 권력에 대항하는

작가, 자신의 생각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전달하려는 지식인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갑다. 일본이 아직은 새롭게 태어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비뚤어진 역사의식

으로 가득한 정치인들, 야스쿠니 참배, 독도 문제 등으로 한없이 우경화의 길을 걷고있는

그들에게 오에 겐자부로라는 인물은 어떤 의미일까? 여전히 그가 살고있는 사회의 자식

인 작가의 가슴에도 국가를 사랑하는 뜨거움이 있을 것이다. 잘못된 길 에서 벗어나

올바른, 정의로운 길로 인도하려는 그의 모습이 애처러우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정치권력이 아닌 국민의 진정성을 매도하고, 작가라는 이름의 허울속에 국가권력에 기생

하는 국내 모 정치문학인?이 그런 의미에서 더욱 부끄럽게 느껴진다. 작은 차이가 완전

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노작가의 앞선 마지막 3부작을 뒤늦게라도 꺼내 보려한다. 그가

걷고자하는 폭력에 대한 저항의 길, 그 뜨겁고도 머언 길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