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1 ㅣ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
조완선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6월
평점 :
'70여권의 한국 고서, 전설의 책....' HCD+227, 전설의 책의 비밀을 밝혀라!!
1996년 느낌표라는 TV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위대한 유산 74434, 제목이 나타내는
것은 외국으로 약탈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의 숫자였다. 많은 이들의 관심속에 방영
되었던 이 프로그램은 국민들에게 우리 문화재의 중요성, 반환 요구와 노력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하기에 충분했다. 병인양요때 약탈당한 외규장각도서, 일본으로 유출된 많은
문화재들. 아직도 우리의 손을 떠나 이국의 어두운 수장고에서 신음하는 우리 문화재들의
존재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 그보다 더 오래되었다고
전해지는 고금상정예문, 우리만이 아닌 세계속 위대한 유산이지만 그 실체를 보기도 어렵고
현재로서는 그 존재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과거 프랑스의 TGV도입과 관련하여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움직임을 보이던 프랑스와의 협상은 잊혀진듯 자포 상태에 와있는듯 하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전설의 책과 문화 선진국들의 국수주의, 그리고 살인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놀라운 역사속 비밀의 문이 열린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은 프랑스 국립도서관(BNF) 관장인 세자르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는 한국과의 외규장각도서 반환 협상의 책임자이면서 3년전 죽은 동료 왕웨이가 남긴
수첩속에 담긴 암호의 비밀을 풀게되고 그로인해 죽음을 당하게된다. 반환협상을 몇일
남긴 시점, 세자르의 죽음에 의문을 갖게되는 그의 친구였던 정현선 박사와 AP통신의
기자 토마스, 토트라는 조직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헤럴드 박사... 이 세사람은 세자르가
죽으면서 명함에 남긴 게마트리아 숫자, 세자르의 줄무늬 넥타이속 따오기 문양, 왕웨이가
남긴 의문의 암호...들을 통해 살인사건의 실체와 배후를 찾아 나선다. 세자르 살인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던 그들은 BNF를 그만 둔 상트니와 마사코의 의문의 죽음과 차례로 마주하게
되고 그 죽음의 그림자는 그들에게도 서서히 다가오는데... 프랑스와 독일의 문화재 반환을
위한 비밀협상, 왕웨이와 중국간의 모종의 거래, 사건을 담당한 에시앙에게 다가오는 압력,
살인사건을 풀어갈 단서를 제공하는 익명의 제보자.. 숨가쁘게 살인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헤럴드와 정박사, 전설의 책과 HCD+227의 실체와 문화재를 두고 벌이는 각 나라들의 숨막
히는 소리없는 전쟁,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책을 읽는 내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함께한다.
실제로 직지심경(直指心經·직지심체요절)의 존재를 처음 세계에 알린 사람은 재불 역사
학자인 박병선 박사였다. 이 책속에 정현선 박사의 모델이 바로 박병선 박사인 것이다.
그녀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을 찾아냈고 직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 시킨 일등공신이다. 그녀는 1979년 조선왕조의궤를 찾아낸 직후 비밀을 누설
했다는 이유로 파리국립도서관을 그만두게된다.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과거역사와 현재의
가공된 상상이 가미되어 한편의 멋진 추리소설이 완성되었다. 책속에는 [다빈치 코드]와 닮아
보이는 설정이 엿보인다. 살인사건, 역사학사이자 고서전문가, 프리메이슨과 비슷한 토트라는
조직, 마지막의 반전, 하지만 차이점이라면 다빈치코드에서 보이던 액션이나 비밀조직과의
대결 보다는, 추리에 더 힘을 싣고 단순한 한 조직이 아닌 문화재와 관련된 여러나라와의
관계에 더 촛점이 맞춰진 것이 이 작품의 특징으로 볼 수 있을것 같다. 더불어 세계 최고
문화재를 가졌다는 민족적 자부심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속에는 문화를 사랑하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어두운
이면과 문화재를 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신들이 약탈한 문화재의
반환에는 소극적이면서도 자신들의 문화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반환을 위해
노력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뚜렷하다.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약탈해간 문화재 반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프랑스, 독일이나 중국 또한 우리의 문화재를 제공하는 대신
자신들의 문화재를 얻어내려는 추악한 모습이 책속에 나타난다. 책속에서 나타난 내용
이지만 현실도 그리 다르지 않을것이라 생각된다. 대영박물관이난 루브르 박물관을 약탈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의 대부분이 이집트를 비롯한 그들이
제국주의 시절 약탈에 의해 얻은 것이기때문이다. 따라서 약탈문화재 반환의 선례가 그들
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라는 것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한 나라의 존재이유, 그리고 민족적 자긍심까지도 담겨
있는 것이기에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가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닐까?
한편의 거대한 추리소설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식혀준다. 시원한 아이스라떼처럼..
우리의 역사속에서 깨어난 세계문화유산, 직지, 그리고 고금상정예문, 왕오천축국전!!
민족적 자부심이 이런 우리의 문화재속에 함께한다. 더불어 우리의 문화재에 대해서 소홀
했던 우리자신에 부끄러운 마음을 갖게된다. 국보1호를 잃어버린 국민들의 가슴에 아직도
눈물이 흐른다. 아직도 어둠속에 묻혀있을, 고국의 품에 안기기를 소망하는 많은 문화재들.
잃어버린 문화재를 찾고 우리 품으로 되돌리려는 더 많은 노력들이 절실해 보인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많은 이들에게 올 여름 휴가계획이 되었으면 좋겠다. 긴장감
넘치는 한편의 역사추리소설을 통해 조상의 숨결속에서 문화적 자긍심을 일깨우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것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