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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철학자 50
夢 프로젝트 지음, 박시진 옮김, 배일영 감수 / 삼양미디어 / 2008년 8월
평점 :
모든 학문의 왕이라 불리었던 철학이 우리 곁에서 조금 멀어진 이유를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과학의 진보가 철학적 탐구를 무효화 시켰기 때문이라는 것과
인간과 진리라는 철학의 대명제가 다양한 현대사회의 가치관에 의해서 나뉘어져
버린 이유 때문이라고 말이다. 과학의 진보와 다양화된 가치관의 정립으로 철학은
현대 사회에서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철학은 그 말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철학(哲學, philosophy)은 알려고 하는 노력이다. 한자 그대로
표현하자면 배움을 밝히는 학문이다. 哲은 知'와 같은 의미이며 지혜를 찾는 학문
이다. 철학, philosophy는 그리스어의 Philos(사랑)과 Sophia(지혜)의 합성어
Philosophia에서 유래된 것으로 '지혜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철학자
는 결국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 '지혜의 친구'라는 의미가 된다. 과학문명과 다양
화된 가치관이 현대사회를 이끌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진리와 지혜의
탐구를 갈망하고 그것은 현대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인간이 존재사는 수많은 시간
동안 필요하고 유지되어 나갈것이 명백해보인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철학자 50>은 고대부터 현대, 포스트 모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동서양의 수많은 철학자들과 학문을 이야기한다. 인간이 찾고자
하는 진리, 지혜는 시간이라는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인다. '만물의 근원은 물'
이라고 말한 탈레스에 의해서 철학이라는 의미가 탄생한다. 피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말을 남긴다. 이 명제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모든 만물의 중심을
인간이 느끼는것에 놓아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진실은 개개인이 느끼는
다양성에 놓여지게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노예제도에 기반한 고대 도시국가에서
철학은 신학과 분리되는 또다른 학문으로서의 길을 걷게된다. 중세 봉건시대하에서
철학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르스토텔레스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철학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발전한다. 지(知)에 대한 열정적 탐구와 이데아, 그리고 행복추구에 까지..
근세에는 베이컨과 루소를 중심으로한 영국의 경험론과 데카르트, 흄 중심의 합리론
이 충돌한다. [나]를 바탕으로한 인식론이 철학의 주류를 이룬다. 절대왕정에서
자본주의로 이행되는 과정의 근대철학은 칸트의 관념론, 헤겔의 변증법 등 근세
경험론과 합리론이 남긴 대립과 좌절을 비판한다. 세계대전의 상처와 시대적 변화
에 직면한 현대철학은 기존 철학을 뛰어넘는 다양한 선구자들이 등장하게된다.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드, 융 등... 사회와 신앙, 꿈과 무의식에 대한 다양한 철학
적 사고는 내려놓고있다. 그리고 구조주의의 선구자 소쉬르, 자크 데리다, 들뢰즈
등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포스트 모던 사상가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동양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아로부터 탈피를 설법한 석가모니의
가르침, 인과 예의 공자, 도교의 노자와 장자, 성선설과 성악설 맹자와 순자, 그리고
원효, 이이, 이황, 사이쵸와 구카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철학 또한 역사와 함께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철학과 역사의 중심은 동양이 아니라 서양이었다. 이 책도
기존의 그런 이론, 학설, 역사의 구성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동양철학에
대해서 마지막에 단 몇 페이지를 할애해 뭉퉁거려 놓은 것이 참 마음이 편치않다.
고대, 근세, 현대로 이어지는 역사적흐름과 철학사적 인물구성에 동양철학이 들어갈
자리가 그토록 좁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동양 철학의 중심인
유교, 불교 등에 대한 언급에 있어 일본의 유입이나 역사를 인용한것은 더욱 언짢게
느껴진다. 동양의 철학은 대륙의 역사와 함께한다. 일본의 그것은 대륙의 것과는
조금은 다른 결국, 파생된 것에 불과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결국 이 책은 일본의 철학
을 인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것일까? 일본의 역사나 철학적 연구가 우리나라에 비할
수 없이 활발하고 적극적이라는 사실, 그것이 일본철학의 부흥을 대변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이황과 이이의 주기, 주리론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학인가?
철학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 라고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정반합의 변증법적 이론을 배우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신과 이성, 찬성과 반대.... 다양한 목소리와 역사를 알아야한다. 정답은 이미
하나가 아니기때문에 이런 노력들이 철학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이유인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편협하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동양철학은 한 모퉁이 치우치고,
역사적 흐름속에서 배제되는 느낌이다. 서양의 철학이 시대적 흐름과 그 맥을 같이
한다면 동양 철학도 시대의 흐름과 같은 궤를 형성한다. 정치적 이념, 반 정치적
목소리, 사회적 진리탐구 등 다양한 인물과 역사적 과정속에서 철학을 발굴하고
찾아낼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진리와 지혜를 찾는 철학의 의미가 책속에서는 결여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순한 과거 자료의 반복에 불과한 철학이야기는 매력적
이지 않아보인다. 상식으로 알아야할 철학자들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양 철학이 중심이 된 철학사와 학자들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 책을 통해 세계 철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생각, 철학이 가지는 의미, 우리에게
주는 그들의 목소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동양철학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인 느낌
때문에 조금은 안타깝게 다가왔지만 철학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고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던 시간이다. 기존에 생각했던것 처럼 철학은 그렇게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아보인다. 생각을 키우고 진리와 지혜의 탐구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한다면 우리 모두가 철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과 진리를 찾아 떠났던
철학여행!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진리 탐구의 여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