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
한호택 지음 / 달과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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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요! 서동설화! 백제의 무왕과 신라 진평왕의 세째 딸인 선화공주의 아름답고

예쁜 사랑이야기를 노래한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심어주고

있다. 몇년 전 [서동요]라는 TV드라마를 통해서 신라와 백제를 넘나드는 사랑이야기

를 만났고 그 시대의 독특한 복식,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뛰어난 문화에 매혹

되기도 했다. <연서>는 설화 서동요를 모티브로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과 시대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백제 무왕, 장에 대해서는 백제 법왕의 아들이라 하기도하고

위덕왕의 서자라 하기도 하는등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위덕왕의

서자라는 타이틀이 소설로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것 같다. 우리가 좋아하는 숨겨진

출생의 비밀, 그리고 미혼모인 어머니와 어려운 환경속에서 역경을 헤쳐가고 드디어

왕의 신분에까지 오르는 파란만장한 히스토리가 이야기를 만나는 이들에게 더 커다란

재미를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500년전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특별한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을 새롭게 만나본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 놓고, 서동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서동요의 한대목이다. 예전 드라마에서 장은 어린시절 만났던 선화공주와의 인연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이런 노래를 아이들에게 퍼뜨려 그녀와의 사랑을 맺어가게 된다.

하지만 책속에서 이 노래를 퍼뜨리는 역할은 장이 아니라 오히려 선화공주의 몫이

된다. 장을 돕고 장과 함께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는 선화공주의 지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선왕인 성왕의 죽음을 자신의 잘못이라 여긴 현재 백제의 왕인 위덕왕과

수련, 그리고 장의 출생 비밀. 그 비밀을 알게된 장은 지광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여러가지 수련을 통해 거듭나게 된다. 왕평을 새로운 스승으로 모시고 일본으로

건너가기 위한 여비를 마련하는 중에 지명과 웅의 도움을 받게된다. 일본으로 건너온

장과 왕평. 당시 일본은 백제의 반식민지와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곳에 아좌태자와

선화공주를 만나게 되는 장. 아좌태자와 함께 한 형제간의 조우, 그리고 선화공주와의

만남과 조금씩 싹터가는 사랑이 감미롭다. 왕평이 새로운 왕권을 세우기 위해 벌이는

의외의 사건들 그리고 그들의 죽음. 장과 선화 공주가 백제와 신라로 돌아오면서

전개되는 백제의 운명적 미래, 그리고 그들의 달콤한 로맨스가 숨가쁘게 이어진다.



 

한 영웅의 파란만장한 삶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연서>속에서도 장이 스승인 지광과 도공, 아미지의 고된 수련을 받으며 새로운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닫는 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그려진다. "군자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백성이 죽는다" 지명과의 대결후에 이런 배움을 얻게되고, [백제기]를 던져

주는 지광의 "열매를 맺고 싶으면 뿌리부터 알아야 한다"는 말로 부터 영웅의

새로운 등장을 예고한다. "이기고 싶거든 이기려는 마음까지 태워버려라" 라고

말하는 불대장의 말속에도, "장사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어떤 장사나

기본은 듣는 것이다" 라는 왕평의 말도 영웅이 되기위해 꼭 필요한 교훈들이 들어

있다. 이런 혹독한 훈련들을 통해 장이 새로운 영웅으로 재탄생해가는 모습이 재미를

더한다. 또한 소설을 재밌게 하는 한 요소는 역사속 숨겨져있던 이야기들의 등장이다.

고구려의 건국과 백제로 넘어온 소서노와 온조, 그리고 비류.. 소서노의 칼과 연관된

이야기들,  일본의 국보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전래, 아좌태자와 왕비해진의

이야기, 성덕태자의 초상, 그리고 서동요가 불려지게된 새로운 시각 등 역사적사실,

그리고 허구와 상상을 넘나드는 매력이 넘쳐흐른다.

 

한권에 담기에는 정말 커다란 스토리를, 긴장감 넘치고 스피디한 전개를 통해 재미를

더해준 작품이었다. 출생의 비밀과 역경과 고난을 딛고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

던 영웅의 모습과 사랑이 어우러진 로맨스가 적절히 어우러진, 잘 차려진 밥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펼치기전 드라마 서동요를 생각했을 것

이다. 하지만 그 내용과는 전혀 다른, 같은 점이라곤 주인공과 역사적 인물 몇몇에

지나지 않는, 전혀 색다른 재미에 빠져들게 만든다. 백제와 왜, 신라와 고구려를 넘나

들면서 당시의 시대상을 읽어갈 수 있고 그속에서 올바른 우리 역사의 위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갖게된다. 대륙을 지배하고 섬나라를 경영하면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백제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영웅들의 이야기, 하지만 따스하고 감동적인 사랑의 이야기

들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사랑속에 녹아있는 영웅이야기.

<연서戀書>를 통해 새로운 영웅의 탄생과 꿈꾸듯 아름다운 사랑을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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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쿠 살인사건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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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슈샤이 샤라쿠, 1910년 독일의 우키요에 연구가인 율리우스 쿠르트 박사에 의해

발표 된 [SHARAKU]를 통해 샤라쿠라는 이름은 일본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쿠르트

박사는 렘브란트, 벨라스케스와 더불어 그를 세계 3대 초상화가 라면서, 세상에서

가장 으뜸가는 풍자화가라고 평가했다. 우리에게 샤라쿠라는 이름이 알려지고 관심

을 갖게된 계기는 한일고대사학자 이영희 교수의 저서 때문이다. '또 한사람의 샤라쿠'

에서 그는 샤라쿠가 조선시대 대표적인 풍속화가였던 김홍도라고 주장한다. 1794년

5월부터 불과 열달 남짓한 시간동안 홀연히 나타나 140여점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고 

자취를 감추어버린 샤라쿠의 행적이 김홍도의 그것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샤라쿠의

그림에서 보여지는 해학적인면과 화풍, 붓터치, 그리고 그림속 글들의 내용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이다. 이 교수의 이런 주장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얼마전에는

김재희의 '색, 샤라쿠' 라는 소설을 통해서 샤라쿠가 김홍도가 아닌 신윤복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샤라쿠는 일본과 우리나라, 공통의 관심사이면서 그만큼

회화사적으로도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있는 인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렇듯 베일에 쌓여있는 화가 샤라쿠, 그와 관련한 새로운 미스터리가 <샤라쿠 살인

사건>을 통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샤라쿠 살인사건>은 일본 회화의 한 방식으로 목판화가 주를 이루는 우키요에 연구자

이자 '우키요에 애호회'를 이끌어가는 사가 아츠시의 자살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아 아츠시의 라이벌이자 '에도 미술협회'의 니시지마 슌사쿠 교수의 제자,

츠다 료헤이는 우연히 샤라쿠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기요치카의 화집을 죽은 사가의

처남, 미즈노에게 선물 받게 되고, 니시지마 교수의 제자이면서 선배인 고쿠후와 함께

그 화집을 통해 샤라쿠의 실체를 찾아 나서게된다. 마침내 샤라쿠의 존재를 증명 할

가설을 완성해낸 츠다, 하지만 샤라쿠의 수수께끼와 관련된 또 다른 죽음의 그림자와

엄청난 음모, 그리고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자살사건을 시작

으로 샤라쿠의 정체를 찾아 헤메는 한 젊은이의 추리와 모험이 가득한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 주는 재미, 섬세함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돋보인다.



 

얼마전 소설 [색, 샤라쿠]를 읽었던 터라 신윤복, 혹은 김홍도, 그리고 샤라쿠에 대한

관심을 갖게되었다. 이런 샤라쿠에 대한 관심은 처음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시선을 모으

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가진 샤라쿠에 대한 생각과 가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샤라쿠를 

어떻게, 어떤 인물로 바라보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이 책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샤라쿠가 어디선가 나타나 홀연히 사라졌다고 하더니 그게

아니라 죽임을 당한 것이구나 하는 여러가지 추측들을 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도 샤라쿠

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 실체를 찾기 위한 노력은 상당해 보인다. 책에 나오는 샤라쿠

별인설, 공방설, 개인설 .. 등 다양한 가설과 샤라쿠 별인설에 제기되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조명이 재미있게 연출된다. 하지만 책의 제목처럼 샤라쿠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은 여지없이 어긋나버렸다. 제목에 샤라쿠와 살인사건 사이에 콤마(,) 하나만

찍어줬으면 그런 나만의 상상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 소설이면서도 일본 회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한편으로는 상당히 부럽게 느껴진다. 샤라쿠의 실체를 파헤치면서

보여지는 우키요에의 다양한 작가들, 그들의 그림에 대한 설명과 연결고리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 섬세하고 조화롭게 펼쳐진다.

 

이 책은 얼마전 있었던 이중섭, 박수근 위작사건이 떠오게 한다. 2007년 10월 2800

점이 넘는 이중섭과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가짜라는 판명이 났던 사건 말이다. 이전에도

예술가와 미술품에 관련된 많은 추리소설들이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세익스피어... 그들의 명성을 만들어낸 작품과 관련한 살인사건, 인물의 정체, 숨겨진

비밀들.... <샤라쿠 살인사건>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런 멋지고 유명한 소설들과 나란히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기발하고 흥미 진진한 재미를 선사하는 추리소설이었다.

의문의 살인사건, 샤라쿠라는 인물의 정체를 파악해가면서 찾아낸 실체와 가설, 그와는

별개라 생각했던 또 다른 살인사건, 그리고 그속에서 펼쳐지는 반전....추리소설이 주는

매력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완전히 묻혀 있던 사람을 자신의 힘으로 발굴하고 평가받게 만든다. 이것은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평생 키워나가는 꿈이다." (P. 64)

츠다의 이 말을 통해, 역사속에서 빛나지만 조명되지 못한 인물들,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작품의 발굴을 위한 우리의 활동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쿠르트 박사에 의해

샤라쿠가 새롭게 조명되었고, 우리의 문화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일본의 문화가

세계에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사실이 우리가 얼마나 우리것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소홀했고 게을렀는지를 대변하고 있다. 우리의 문학작품이 다른 나라들의

그것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우리것을 그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된다. 그것은 단순히

예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독도와 동해 등 역사와 모든 문화에 해당되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더이상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세계의 정서에 함께하고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는 멋진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책을 내려놓으며 갖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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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에 다녀온 선비 -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금오신화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 고전 1
한교원 지음, 김언희 그림, 김시습 /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이솝우화처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에게 재미와 환상을 선물하는 책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조선시대 초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을 만들어낸 매월당

김시습. 생후 8개월에 글 뜻을 알고, 3살때 시를 지었다는 그의 천재성은 한문소설

[금오신화]에 여실히 나타난다. 한국 고전 번역원이 함께한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과 꿈, 환상이 가득한 세계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미국과 일본의 에니메이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만화와 에니메이션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고전의 향기가 가득한 우리만의 동화를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금오신화]에는 총 다섯편의 이야기들이 실려있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 세편의 이야

기를 담고있다. [저승길에서 만난 남녀(만복사저포기)]에서는 남원에 사는 양생이

왜적에게 죽임당한 혼령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

(이생규장전)] 은 이생과 최랑의 인연과 사랑, 홍건적에게 죽게된 최랑의 애틋한,

죽음도 넘어선 사랑이, [용궁에 다녀온 선비(용궁부연록)]은 고려시대 한생이라는

선비가 용마를 타고가 용왕을 만나는 환상적이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국적인 이미지

와 한국적인 멋이 그대로 표현되는 각 작품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려운 단어

에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돕고,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를 이해하기 쉽도록 부록을

통해 시대상을 설명해주는 친절함을 보인다. 또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서 궁금해 할

여러가지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하며, 이야기속 고사성어를 재밌게 담아낸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있다. 우리 땅에서 나는 것으로 우리몸을 채워야 한다

는 말이다. 단순히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나라마다의 독특한 기후,

환경적인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절대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단순히 먹는것,

한정되지 않아보인다. 우리 정서에 맞는 이야기들, 사랑과 인연, 평범한듯 재미있는

해학과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책이 외국 동화와 에니메이션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자못 궁금하지만 아마도 아이들에게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올거란 느낌이

든다. 화려하고 자극적이기 보다는 사랑스럽고 친근해보이는 그림들, 치밀하고 긴박한

구조보다는 조금 단순해보이지만 정감있는 이야기들이 멋스러움을 더하는 느낌이다.

옛 우리 조상들이 그러했듯 풍류 가득한 싯구가 흘러넘치는 이야기들, 혼령과의 사랑,

용왕과의 만남이라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할 것이다.

 

생육신의 한사람이었던 김시습, 평범함을 거부했던 그이기에 당시 중국의 역사와

문화의 틀속에 갖혀있었던 우리 문학에서 새로움을 창조한 [금오신화]를 내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더구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신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

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김시습의 꿈이 아니었을까? 자유연애, 꿈과 환상, 우리나라

를 배경으로한 문학을 통해 자주를 꿈꾼 혁명가의 모습으로 말이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삶을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편협되지 않은

다양한 접근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추천해주는 문학책과

문화들이 우리의 고전은 배제한체 막연한 동경에 외국것만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일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우리고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이것이 문화의 다양성을 인식하면서 재미와 환상까지

선물하는 한국고전번역원의 이번 작품들이 반가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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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감동한 사랑 -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숙영낭자전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 고전 4
신승철 글, 강현정 그림 /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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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누구나 '춘향전'을 떠올릴 것이다. 춘향전이

세대와 연령을 초월해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남녀간의 예쁜 사랑이야기도 그렇지만

시대적 상황와 사상을 초월한 애틋한 사랑이 우리민족 특유의 코믹과 해학으로 함께

하기 때문일 것이다. 숙영낭자전 또한 이런 감동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제 누구에 의해서 쓰여진 소설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 세종대왕 시대를 배경

으로 하고 있다.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했던 시대, 가문과 효를 중시하던 그 시대,

자유연애와 감동적인 사랑이 이야기를 주도한다는 설정 자체가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고전' 시리즈의 네번째 이야기인 <하늘도 감동한 사랑>

은 숙영낭자전을 현대 정서에 맞게 펼쳐놓고 있다. 세종시절 경상도에 살던 백선군

은 꿈속에서 숙영낭자를 만나고 사랑을 키워오다 그녀와 만나게되고 부부의 연을

맺고 살게 된다. 과거시험을 치루기위해 먼길을 떠난 백선군. 그 와중에 시녀 매월

의 질투와 시기, 시부모의 의심과 오해로 숙영낭자는 자결하게되고 과거에 급제한

선군이 돌아오고 그녀의 죽음과 억울한 누명은 벗겨지게 된다. 선군의 애절하고

애틋한 사랑은 하늘을 감동시키고 다시 환생한 숙영낭자와 선군은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하늘도 감동시킨 애절한 사랑이야기, 그 사랑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사랑을 가로막는,

그 시대를 지배하던 사상을 초월하고, 의심과 시기가 가득한 역경을 이겨내며, 굳건히

사랑을 지켜나가는 남녀의 모습이 감동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이 읽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가슴을 울리는 것이다. 우리의 고전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런 순수한 정서와 감동을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우리만의 정서를 이해

하도록 돕고 지혜와 감성을 선물하게 된다. 우리고전 시리즈 전체에서 보여지는

시대를 읽는 눈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그 시대의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값진

시간을 약속하고 있다. 하나의 고전 이야기를 통해서 역사과 문화, 사상과 문학을

배울 수 있는 멋진 기회를 갖게되는 것이다.

 

사랑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한(恨)과

정(情)의 문화 라고 말한다. 시대의 틀에 짜맞추어진, 억압과 강요속에서 쌓여온

한(恨)을 사랑이라는 이야기속에서 새롭게 변화시키고 억압과 강요를 거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이런 이야기들이 많은 이들의 정(情)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고전은 오래된 것이지만 미래를 담고 있다고 한다. 고전이 단순히 낡고 버려야할

것들로 가득하다는 생각은 그릇된것이다. 외국의 클래식음악에는 심취하면서

우리의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부족한 우리에게 이런 우리 고전 시리즈는

고전에 대한 새로운 관심으로 자리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이들에게

재미와 함께 배움과 교훈이 함께하고 고전에 관심갖고 이해하는 폭넓은 시각을

선물하는 멋진 시리즈였다.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많은 고전의 발굴과 재조명이

앞으로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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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철학자 50
夢 프로젝트 지음, 박시진 옮김, 배일영 감수 / 삼양미디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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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문의 왕이라 불리었던 철학이 우리 곁에서 조금 멀어진 이유를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과학의 진보가 철학적 탐구를 무효화 시켰기 때문이라는 것과

인간과 진리라는 철학의 대명제가 다양한 현대사회의 가치관에 의해서 나뉘어져

버린 이유 때문이라고 말이다. 과학의 진보와 다양화된 가치관의 정립으로 철학은

현대 사회에서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철학은 그 말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철학(, philosophy)은 알려고 하는 노력이다. 한자 그대로

표현하자면 배움을 밝히는 학문이다. 哲은 '와 같은 의미이며 지혜를 찾는 학문

이다. 철학, philosophy는 그리스어의 Philos(사랑)과 Sophia(지혜)의 합성어

Philosophia에서 유래된 것으로 '지혜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철학자

는 결국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 '지혜의 친구'라는 의미가 된다. 과학문명과 다양

화된 가치관이 현대사회를 이끌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진리와 지혜의

탐구를 갈망하고 그것은 현대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인간이 존재사는 수많은 시간

동안 필요하고 유지되어 나갈것이 명백해보인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철학자 50>은 고대부터 현대, 포스트 모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동서양의 수많은 철학자들과 학문을 이야기한다. 인간이 찾고자

하는 진리, 지혜는 시간이라는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인다. '만물의 근원은 물'

이라고 말한 탈레스에 의해서 철학이라는 의미가 탄생한다. 피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말을 남긴다. 이 명제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모든 만물의 중심을

인간이 느끼는것에 놓아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진실은 개개인이 느끼는

다양성에 놓여지게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노예제도에 기반한 고대 도시국가에서

철학은 신학과 분리되는 또다른 학문으로서의 길을 걷게된다. 중세 봉건시대하에서

철학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르스토텔레스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철학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발전한다. 지(知)에 대한 열정적 탐구와 이데아, 그리고 행복추구에 까지..

 

근세에는 베이컨과 루소를 중심으로한 영국의 경험론과 데카르트, 흄 중심의 합리론

이 충돌한다. [나]를 바탕으로한 인식론이 철학의 주류를 이룬다. 절대왕정에서

자본주의로 이행되는 과정의 근대철학은 칸트의 관념론, 헤겔의 변증법 등 근세

경험론과 합리론이 남긴 대립과 좌절을 비판한다. 세계대전의 상처와 시대적 변화

에 직면한 현대철학은 기존 철학을 뛰어넘는 다양한 선구자들이 등장하게된다.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드, 융 등... 사회와 신앙, 꿈과 무의식에 대한 다양한 철학

적 사고는 내려놓고있다. 그리고 구조주의의 선구자 소쉬르, 자크 데리다, 들뢰즈

등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포스트 모던 사상가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동양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아로부터 탈피를 설법한 석가모니의

가르침, 인과 예의 공자, 도교의 노자와 장자, 성선설과 성악설 맹자와 순자, 그리고

원효, 이이, 이황, 사이쵸와 구카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철학 또한 역사와 함께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철학과 역사의 중심은 동양이 아니라 서양이었다. 이 책도

기존의 그런 이론, 학설, 역사의 구성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동양철학에

대해서 마지막에 단 몇 페이지를 할애해 뭉퉁거려 놓은 것이 참 마음이 편치않다.

고대, 근세, 현대로 이어지는 역사적흐름과 철학사적 인물구성에 동양철학이 들어갈

자리가 그토록 좁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동양 철학의 중심인

유교, 불교 등에 대한 언급에 있어 일본의 유입이나 역사를 인용한것은 더욱 언짢게

느껴진다. 동양의 철학은 대륙의 역사와 함께한다. 일본의 그것은 대륙의 것과는

조금은 다른 결국, 파생된 것에 불과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결국 이 책은 일본의 철학

을 인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것일까? 일본의 역사나 철학적 연구가 우리나라에 비할

수 없이 활발하고 적극적이라는 사실, 그것이 일본철학의 부흥을 대변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이황과 이이의 주기, 주리론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학인가?

철학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 라고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정반합의 변증법적 이론을 배우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신과 이성, 찬성과 반대.... 다양한 목소리와 역사를 알아야한다. 정답은 이미

하나가 아니기때문에 이런 노력들이 철학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이유인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편협하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동양철학은 한 모퉁이 치우치고,

역사적 흐름속에서 배제되는 느낌이다. 서양의 철학이 시대적 흐름과 그 맥을 같이

한다면 동양 철학도 시대의 흐름과 같은 궤를 형성한다. 정치적 이념, 반 정치적

목소리, 사회적 진리탐구 등 다양한 인물과 역사적 과정속에서 철학을 발굴하고

찾아낼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진리와 지혜를 찾는 철학의 의미가 책속에서는 결여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순한 과거 자료의 반복에 불과한 철학이야기는 매력적

이지 않아보인다. 상식으로 알아야할 철학자들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양 철학이 중심이 된 철학사와 학자들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 책을 통해 세계 철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생각, 철학이 가지는 의미, 우리에게

주는 그들의 목소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동양철학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인 느낌

때문에 조금은 안타깝게 다가왔지만 철학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고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던 시간이다. 기존에 생각했던것 처럼 철학은 그렇게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아보인다. 생각을 키우고 진리와 지혜의 탐구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한다면 우리 모두가 철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과 진리를 찾아 떠났던

철학여행!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진리 탐구의 여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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