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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에 다녀온 선비 -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금오신화 ㅣ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 고전 1
한교원 지음, 김언희 그림, 김시습 /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이솝우화처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에게 재미와 환상을 선물하는 책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조선시대 초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을 만들어낸 매월당
김시습. 생후 8개월에 글 뜻을 알고, 3살때 시를 지었다는 그의 천재성은 한문소설
[금오신화]에 여실히 나타난다. 한국 고전 번역원이 함께한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과 꿈, 환상이 가득한 세계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미국과 일본의 에니메이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만화와 에니메이션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고전의 향기가 가득한 우리만의 동화를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금오신화]에는 총 다섯편의 이야기들이 실려있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 세편의 이야
기를 담고있다. [저승길에서 만난 남녀(만복사저포기)]에서는 남원에 사는 양생이
왜적에게 죽임당한 혼령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
(이생규장전)] 은 이생과 최랑의 인연과 사랑, 홍건적에게 죽게된 최랑의 애틋한,
죽음도 넘어선 사랑이, [용궁에 다녀온 선비(용궁부연록)]은 고려시대 한생이라는
선비가 용마를 타고가 용왕을 만나는 환상적이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국적인 이미지
와 한국적인 멋이 그대로 표현되는 각 작품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려운 단어
에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돕고,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를 이해하기 쉽도록 부록을
통해 시대상을 설명해주는 친절함을 보인다. 또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서 궁금해 할
여러가지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하며, 이야기속 고사성어를 재밌게 담아낸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있다. 우리 땅에서 나는 것으로 우리몸을 채워야 한다
는 말이다. 단순히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나라마다의 독특한 기후,
환경적인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절대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단순히 먹는것,
한정되지 않아보인다. 우리 정서에 맞는 이야기들, 사랑과 인연, 평범한듯 재미있는
해학과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책이 외국 동화와 에니메이션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자못 궁금하지만 아마도 아이들에게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올거란 느낌이
든다. 화려하고 자극적이기 보다는 사랑스럽고 친근해보이는 그림들, 치밀하고 긴박한
구조보다는 조금 단순해보이지만 정감있는 이야기들이 멋스러움을 더하는 느낌이다.
옛 우리 조상들이 그러했듯 풍류 가득한 싯구가 흘러넘치는 이야기들, 혼령과의 사랑,
용왕과의 만남이라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할 것이다.
생육신의 한사람이었던 김시습, 평범함을 거부했던 그이기에 당시 중국의 역사와
문화의 틀속에 갖혀있었던 우리 문학에서 새로움을 창조한 [금오신화]를 내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더구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신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
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김시습의 꿈이 아니었을까? 자유연애, 꿈과 환상, 우리나라
를 배경으로한 문학을 통해 자주를 꿈꾼 혁명가의 모습으로 말이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삶을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편협되지 않은
다양한 접근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추천해주는 문학책과
문화들이 우리의 고전은 배제한체 막연한 동경에 외국것만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일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우리고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이것이 문화의 다양성을 인식하면서 재미와 환상까지
선물하는 한국고전번역원의 이번 작품들이 반가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