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쿠 살인사건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도슈샤이 샤라쿠, 1910년 독일의 우키요에 연구가인 율리우스 쿠르트 박사에 의해

발표 된 [SHARAKU]를 통해 샤라쿠라는 이름은 일본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쿠르트

박사는 렘브란트, 벨라스케스와 더불어 그를 세계 3대 초상화가 라면서, 세상에서

가장 으뜸가는 풍자화가라고 평가했다. 우리에게 샤라쿠라는 이름이 알려지고 관심

을 갖게된 계기는 한일고대사학자 이영희 교수의 저서 때문이다. '또 한사람의 샤라쿠'

에서 그는 샤라쿠가 조선시대 대표적인 풍속화가였던 김홍도라고 주장한다. 1794년

5월부터 불과 열달 남짓한 시간동안 홀연히 나타나 140여점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고 

자취를 감추어버린 샤라쿠의 행적이 김홍도의 그것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샤라쿠의

그림에서 보여지는 해학적인면과 화풍, 붓터치, 그리고 그림속 글들의 내용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이다. 이 교수의 이런 주장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얼마전에는

김재희의 '색, 샤라쿠' 라는 소설을 통해서 샤라쿠가 김홍도가 아닌 신윤복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샤라쿠는 일본과 우리나라, 공통의 관심사이면서 그만큼

회화사적으로도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있는 인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렇듯 베일에 쌓여있는 화가 샤라쿠, 그와 관련한 새로운 미스터리가 <샤라쿠 살인

사건>을 통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샤라쿠 살인사건>은 일본 회화의 한 방식으로 목판화가 주를 이루는 우키요에 연구자

이자 '우키요에 애호회'를 이끌어가는 사가 아츠시의 자살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아 아츠시의 라이벌이자 '에도 미술협회'의 니시지마 슌사쿠 교수의 제자,

츠다 료헤이는 우연히 샤라쿠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기요치카의 화집을 죽은 사가의

처남, 미즈노에게 선물 받게 되고, 니시지마 교수의 제자이면서 선배인 고쿠후와 함께

그 화집을 통해 샤라쿠의 실체를 찾아 나서게된다. 마침내 샤라쿠의 존재를 증명 할

가설을 완성해낸 츠다, 하지만 샤라쿠의 수수께끼와 관련된 또 다른 죽음의 그림자와

엄청난 음모, 그리고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자살사건을 시작

으로 샤라쿠의 정체를 찾아 헤메는 한 젊은이의 추리와 모험이 가득한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 주는 재미, 섬세함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돋보인다.



 

얼마전 소설 [색, 샤라쿠]를 읽었던 터라 신윤복, 혹은 김홍도, 그리고 샤라쿠에 대한

관심을 갖게되었다. 이런 샤라쿠에 대한 관심은 처음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시선을 모으

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가진 샤라쿠에 대한 생각과 가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샤라쿠를 

어떻게, 어떤 인물로 바라보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이 책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샤라쿠가 어디선가 나타나 홀연히 사라졌다고 하더니 그게

아니라 죽임을 당한 것이구나 하는 여러가지 추측들을 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도 샤라쿠

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 실체를 찾기 위한 노력은 상당해 보인다. 책에 나오는 샤라쿠

별인설, 공방설, 개인설 .. 등 다양한 가설과 샤라쿠 별인설에 제기되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조명이 재미있게 연출된다. 하지만 책의 제목처럼 샤라쿠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은 여지없이 어긋나버렸다. 제목에 샤라쿠와 살인사건 사이에 콤마(,) 하나만

찍어줬으면 그런 나만의 상상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 소설이면서도 일본 회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한편으로는 상당히 부럽게 느껴진다. 샤라쿠의 실체를 파헤치면서

보여지는 우키요에의 다양한 작가들, 그들의 그림에 대한 설명과 연결고리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 섬세하고 조화롭게 펼쳐진다.

 

이 책은 얼마전 있었던 이중섭, 박수근 위작사건이 떠오게 한다. 2007년 10월 2800

점이 넘는 이중섭과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가짜라는 판명이 났던 사건 말이다. 이전에도

예술가와 미술품에 관련된 많은 추리소설들이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세익스피어... 그들의 명성을 만들어낸 작품과 관련한 살인사건, 인물의 정체, 숨겨진

비밀들.... <샤라쿠 살인사건>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런 멋지고 유명한 소설들과 나란히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기발하고 흥미 진진한 재미를 선사하는 추리소설이었다.

의문의 살인사건, 샤라쿠라는 인물의 정체를 파악해가면서 찾아낸 실체와 가설, 그와는

별개라 생각했던 또 다른 살인사건, 그리고 그속에서 펼쳐지는 반전....추리소설이 주는

매력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완전히 묻혀 있던 사람을 자신의 힘으로 발굴하고 평가받게 만든다. 이것은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평생 키워나가는 꿈이다." (P. 64)

츠다의 이 말을 통해, 역사속에서 빛나지만 조명되지 못한 인물들,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작품의 발굴을 위한 우리의 활동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쿠르트 박사에 의해

샤라쿠가 새롭게 조명되었고, 우리의 문화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일본의 문화가

세계에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사실이 우리가 얼마나 우리것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소홀했고 게을렀는지를 대변하고 있다. 우리의 문학작품이 다른 나라들의

그것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우리것을 그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된다. 그것은 단순히

예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독도와 동해 등 역사와 모든 문화에 해당되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더이상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세계의 정서에 함께하고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는 멋진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책을 내려놓으며 갖게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