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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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 George Orwell 조지 오웰 )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의 이 말에서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본다. 물론 이 말은

단순히 고전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만은 아닐것이다. 역사도, 사회도, 문화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말만을 듣고 말하려 하듯이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고전의 필요성을 역설

하는 말로 들린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과거를 찾고 과거를 올바로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말의 요지로 보인다. 따라서 고전을 알고 만나고 일깨우는 일이 곧

새로운 미래를 여는 초석이라 생각할 수 있는것이다.

 

민음사의 11년에 걸친 고전 알리기의 노력이 세계문학전집 200권이라는 우리 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잡게 되었다. 더욱이 그 200번째 작품으로 선정된 작품이 우리 고전의 정수인

<홍길동전>이라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조선시대를 배경을 시대적 억압과 사회부조리

를 바로잡는 영웅의 활약상을 담아낸 이 작품이 문학사의 새로운 이정표, 그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뿌듯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단순히 외국 고전작품들의 번역에 머물지

않고 구운몽, 춘향전과 같은 국내 작품들의 격을 한단계 상승시키는데에도 민음사의 노력을 크

게 빛을 바라고 있는듯 보인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우리의 영웅, 홍길동과 [혜초], [방각본살인사건]...등 수많은 작품들로 독특

한 역사적 시각과 재미를 선물해주었던 김탁환의 만남이라는데서 이 작품 <홍길동전>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억압된 신분제도, 관료들의 부조리와 백성들의 착취, 승려들

의 부패 등 조선시대 전반에 걸친 사회적 병폐들을 한 영웅의 등장에 의해 꿈꾸듯 풀어나간 환상

소설이 바로 <홍길동전>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꼭 만나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홍길동의 마지막

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잊고 지내왔었다. 임금에게 병조판서를 제수받고 조선을 떠나 제도로 들

어 가는 길동과 요괴 을동을 만나 그들을 처치하고 세명의 부인을 얻게되는 일, 율도국을 정벌

하는 장면 등 잊고 있었던 홍길동의 마지막을 새로운 느낌으로 만난다.

 


 

초반 길동을 죽이려하는 의붓어미 초낭이 보낸 자객을 물리치는 장면부터 활빈당에서 축지법과

변신술을 부리는 모습까지 환상소설의 특성을 띄는 이 작품속 길동의 모습은 당시 시대상 속에서

내제된 사회 문제와 병폐를 해결하고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신분제로 꽉 막혀있는

사회구조, 승려와 탐관오리들의 오래된 병폐, 백성들의 신음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

로 현실을 뛰어넘는 영웅의 활약인 것이다. 임진왜란으로 얼룩진 가족사와 현실을 뛰어넘고자 하

는 사회적 갈망이 엇갈리던 문장가이자 혁명가인 허균이 꿈꾼 이상향을 <홍길동전>속에 담아낸

듯 보인다. 자신이 꿈꾸던 세상, 환상적인 영웅의 아니고서야 바뀔 수 없을것 같은 조선시대의

뿌리깊은 병폐들을 바로잡으려했던 혁명가 허균의 모습이 홍길동의 뒷모습속에 오버랩된다.

 

얼마전 자신의 눈과 가슴을 뜨겁게 달군 100권의 책을 한권에 담아낸 김탁환의 [뒤적뒤적 끼적

끼적]이란 작품의 출간소식을 들었다. 작가로서도 그렇지만 독자로서 그가 만난 특별한 작품들

의 이야기가 책속에 담긴듯하다. 이 작품 <홍길동전>을 만나고 김탁환이라는 작가만의 매력과

책을 대하는 열정을 떠올리며서 김탁환이 추천하는 100권의 특별함이 담긴 책들!을 꼭 만나봐

야겠다는 마음의 약속을 하게된다.

 

<홍길동전>은 완판본과 경판본 그리고 영인본 세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판본의 약간

딱딱함보다는 완판본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이야기구성이 맘에 든다. 또 하나의 잊고 있었던

고전을 만났다. 정진홍 교수는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속에서 새로움을 위한 기본을

이야기하는 인문, 그 인문학의 근본에 고전이 있다고 말한다. 새로움을 위한 기본이 바로 고전

과 만나는 일인것이다. <홍길동전>을 만나는 일, 이것은 잊혀졌던 고전과 만남으로써 새로움을

찾고 밝아올 또 다른 미래와 조우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서 민음사의 세계

문학전집시리즈를 만날 용기와 김탁환이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세계와 함께 할 기회를 선물받

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또한 이시대 홍길동과 같은 영웅을 꿈꾸는 우리를 발견하면

서 변하고 바뀌어야 할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것인지 잠시 생각해보게된다.

사실은 영웅을 꿈꾸는것이 아니라 영웅이 필요없는 그런 사회를 꿈꾸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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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추파춥스 키드
최옥정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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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고 내려놓으면 마음이 아픈...


누군가에게 반하는데는 1분 , 누군가를 좋아하는데는 1시간 , 누군가를 사랑하는데는

하루.  그러나 ..........................................누군가를 잊는 건 평생이 걸린다.

 

이별의 반댓말은 사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의 반댓말은 무엇일까? 이별? 안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싫어한다? 사랑했었다? 누군가는 사랑의 반댓말이 무관심이라고도 말한다.

다 맞는 말인것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반댓말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짧은 시간

만나고 호감을 갖고 사랑하고 그리고 이별하고, 사랑은 이별과 그림자처럼 놓여져 있다. 사랑이

라는 만남은 짧지만 이별이라는 여운은 오래다. 누군가를 잊는다는 건 평생이란 시간이 필요한지

도 모르니까.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고 내려놓으면 마음이 아픈'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끝났지만 내려놓을 수 없는 사랑, 그 사랑이 바로 사랑의 반댓말이 아닐까?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을 기다립니다........ 자작나무의 꽃말이야.'     ( P. 70 )

운명처럼 마주친 두 남녀, 희수와 대희. 불꽃튀는 첫만남도 아니었다. 그저 그들은 자신들에게 다

가온 사랑이라는 이름을 우연히, 운명처럼, 그렇게 받아들이게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

게 취업을 준비하는 희수와 조금은 베일에 싸여있는 듯한 남자 대희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마

음의 문을 열고 추억이라는 이름의 사랑여행을 시작한다. 대희가 간직해온 아픔, 그 아픔을 치유

하지 못하고 결국 떠날 수 밖에 없는 그와 아무 이유도 없이 이별을 맞이 해야했던 희수의 사랑

이야기가 잔잔한 파도처럼 일렁인다. 자작나무를 그리워한 남자와 자작나무가 되어버린 여자의

상처와 치유가 그려진다.



 

'그때 정말 외로웠는데. 그나마 이 사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 P. 206 )

가게에서 추파춥스 사탕을 슬쩍 주머니에 넣는 남자. 그 사탕의 달콤함속에 어린시절 간직했던

위안과 안식이 비춰진다. 어린 시절 가졌던 상처와 아픔은 20살을 넘어버린 지금에서도 커다란

흉터처럼 가슴에 남아있는듯 하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주던 추파춥스 사탕, 그 사탕을 좋아하

던 남자, 하지만 다시말해 그 사탕을 물고 있는한 과거 자신을 억눌러온 상처는 치유되지 않을

것같다. 추파춥스라는 과거를 입에 물고, 자작나무 라는 미래를 꿈꾸는 대희. 그래서인지 현재

그의 사랑은 오래 지속될 수 없어보인다.

 

우연히 운명처럼 만났지만 사랑의 날, 발렌타인데이에 이별을 맞게 된 희수. 이별의 상처는

사랑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둘만의 공간, 노래, 물건, 추억들....그렇게 그들만의 여행이 시작된

다. 하지만 갑작스런 이별은 쉽게 그 사랑이란 이름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든다. 조금씩 천천히

나와 내 주위를 돌아보며 그렇게 상처는 서서히 아물어 간다.

 

책속에선 온통 음악이 흐른다. 유투의 With or without you 를 비롯한 경쾌한 음악들도 있고, 

Over the rainbow 와 같은 잔잔함도 있다. 엄마가 부르던 '동숙의 노래' 같은 구슬픈 가락도

있다. 만나고 사랑하고 아파하고 이별하는 과정속에서 음악이 있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된다.

 

'시작을 하면 또 끝이 오겠지. 끝이 오면 시작이 오는건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이.'

                                                                         (P.317)

<안녕 추파춥스 키드>를 통해서 섬세하고, 흥겹고, 신선한 재미와 마주하게된다. 사랑을 시작하는
설레임, 나쁜남자와의 안타깝고 아픈 사랑, 그리고 예기치 못한 이별의 상처를 작가는 섬세하게
그려낸다. '사랑'은 '끝'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잠시 내려놓음과 또 다른 시작이 있을
뿐이다. 사랑은 상처속에서도 끝없는 이름으로 계속된다. 추파춥스의 달콤함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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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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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람에서 그렇게 다시 요람으로...

향기없는 꽃은 꽃이 아니듯 매력없는 문학은 훌륭한 문학이 될수 없다고 했다. 스콧 피츠제럴드,

사람들은 그를 가르켜 잃어버린 세대를 대변하는 대표적 작가라고 말한다. 전쟁 이후 경제적인

번영과 소비, 향흥이 활성화되던 1920년대를 가르켜 Jazz시대라고 일컫는데 그 피츠제럴드는

외형상 버블로 가득했던 그시대, 상대적으로 정신적 빈곤에 빠진 사회분위기를 현실감있게 표현

한 대표작가로 불려진다. <위대한 개츠비>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그

작품을 만나보지는 못한 아쉬움이 있다. Jazz시대를 독특한 향기로 꽃피워낸 작가 피츠제럴드,

그의 향기 가득한 작품세계 속으로 들어가보려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 책으로 이 작품을 만나기전 먼저 극장에서 영상으로 작품

을 만나게되었다. 브래드피트라는 유명배우의 네임밸류때문에서가 아니라 처음 이 작품에 관심

을 갖게 된것은 바로 독특한 상상력 때문이었다.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진다는 기발하고도

전혀 생각치 못했던 상상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하는 궁금증으로 발길은 어느새 극장을 향

하고 있었다. 잔잔하면서도 뭔가 커다란 여운 하나를 가슴에 품고 그곳을 나섰고 그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책과 만나는 일이었다. 그렇게 이 책 <벤자민 버튼의 시간...>과 만난다.



 

육십하고도 열살 더 먹은 아기, 쉬고 있는 요람의 난간위에 발을 척 걸치고 있는 아기..

70살로 태어나 조금씩 젊어지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 극장을 나서면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이 책을 만나는 일이었다고 했을 정도로 영화는 풍부한 상상력을 갖추고 재

미와 커다란 감동을 선물했다. 누군가 영화와 같은 영상매체와 책중에서 같은 작품을 두고 더 재미

있는 쪽을 선택하라면 주저없이 책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있다. 그만큼 영화를 본 후, 책에 대한

기대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독특한 소재를 제외하곤, 영화속에

서 데이지와 사랑을 조심스레 엮어가던, 사랑이 중심을 이루던 벤자민의 이야기는 책속에선 쉽게 찾

기 힘들다.

 

책속에서 이 작품을 만나고 가장 먼저 놀랐던 점은 우선, 이 작품이 단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영

화속 데이지(책속에서는 힐더가드)와 어긋남과 만남의 관계속에서 사랑을 키워가고, 지인들의 죽음

을 접하게 되면서 거꾸로 가는 삶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커다란 감동과 재미로 보여주었다면 책에서

는 단순히 벤자민의 삶에 그 촛점이 맞추어져 이야기가 전개될 뿐이다. 영화와는 어쩌면 단순히 소

재만 비슷할 뿐 혀 다른 스토리라는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은 곧 작은 실망과도 연결되는

것이기에...



 

 

슬프게도 인생은 최고의 대목이 제일 처음 오고 최악의 대목이 맨 끝에 온다.

                                                           - P. 391  마크트웨인

피츠제럴드는 마크트웨인의 이 말에서 이 작품 <벤자민 버튼의 시간...>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노인으로 태어나 아이로 삶을 마친다는 설정이 너무 근사하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50페이지

남짓의 짧은 글속에 벤자민의 그 특별한 삶을 담는다는것이 말처럼 쉽지 만은 않았던듯 하다. 이

작품속에는 [벤자민 버튼..] 말고도 10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판타지와 풍자를 담아낸 작품

도 있고, 종전 후 Jazz시대의 허황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소를 머금고 수많은 상상력을 자

극하는 작품들도 있다.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에 대한 아쉬움을 이 다양하고 향

기있는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조금은 위안받을 수 있었던것 같다.

 

'노인으로 태어나서 아이가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린시절에는 조금더 나이를

먹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나이가 든 후에는 젊음에 대한 미련을 갖게되는것 같다. 하지만 벤자

민과 같이 일반적인 인생 Cycle과 다르게 삶이 흘러간다면 어떨까? 그건 어쩌면 인생에 있어 신

이 내리는 벌이나 저주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늙어가

고 조용히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나이에 맞게 열정을 불태워 일하고, 사랑하고,

늙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된다.

 

기대했던 특별함과 색다름은 조금 부족했지만, 스콧 피츠제럴드라는 색깔과 향기가득한 작가를 만

날 수 있었던 너무나 멋진 기회를 선물받았다. 덕분에 <위대한 개츠비>를 만나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도 있을것 같다. 가끔 거울을 보면서 늘어가는 주름살을 보고 마음상해하고 시간을 잠시라

도 붙잡고 싶어 안타까워 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시간속

에 자신을 맡기고 그렇게 늙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이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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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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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 용서받고 싶었던 여자, 세상이 용서한 남자

<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최고의 연애소설! 이런 수식이 어울리는지 어리둥절하다.

연애소설이라... 벽과 벽사이 모퉁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여인, 안녕 안녕~~ 하는 이 책의 제

목은 아마도 이 여인에게서 흘러나온 목소리인듯한데... 아마도 이별 이야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이별때문에 더 아름다운게 사랑이니까... 이별조차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겠구

나... 그랬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요나라 사요나라>는...

"그 사람, 악인인 거죠?" 하며 묻던 그 남자의 이야기(악인)보다도, "'당신은 귀가 들리

만, 그런건 신경 쓰지 않아요.' 라는 말 들어본적 있어?"하던 어여쁜 교코의 이야기(사랑

을 말해줘) 보다도 더 깊고, 진한 메세지가 숨어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네살 메구무의 시체가 가쓰라가와 계곡에서 발견되고 아이의 엄마인 사토미가 가장 유력한 용의

자로 지목된다. 얼마 후 사토미는 경찰에 체포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한다. 가쓰라가와

사건을 취재하던 와타나베 기자는 파견회사에서 나온 운전기사 스다로 인해 사토미의 옆집에 살

고있는 슌스케가 대학시절 야구부에서 집단성폭행사건에 대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 사건에 관심을 갖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 무렵 사토미는 자신과 슌스케가 내연의

관계였다는 자백을 하고 슌스케의 아내 가나코 또한 그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증언을 하게되면

서 사토미가 범인이라 생각했던 이야기는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와토대학 강간사건

에 관심을 갖았던 와타나베 기자는 당시 피의자 슌스케와 동료들 그리고 피해여성 미즈타니 나쓰

미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면서 생각치도 못했던 엄청난 비밀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어두운 바다로 가라앉은 그랜드피아노, 그 다리에 연결된 밧줄, 그랜드 피아노의 무게,

바달 끌려들어가는 여배우의 무표정한 얼굴....                            (P. 146)

<사요나라 사요나라>의 표면에 드러나는 사건은 유아살인사건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16년전 발

생했던 집단성폭행사건이 보다 큰 무게로 자리잡는다. 어쨌든 이 두 소재는 우리 사회에서 매스

컴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이며 같은 특징을 지닌다. 사회적 약자, 아이들과 여성들에 대

한 폭력이라는 사실이다. 요즘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얘기로 매스컴이 시끄럽다. 너무나 자극적이

고 충격적인 사건들에 노출된 우리는 어느새 사건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갖을 뿐 그 피해자나 가족

들, 혹은 가해자들이 갖게 될 이후 삶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만다. 이 작품은 피해를 입은 사회

로 부터 수없이 용서받고 싶어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이면서, 피해를 입혔지만 사회로 부터

쉽게 용서받은 남자, 하지만 자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던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편견에 사

로잡힌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편견에 낙인찍히고 편견이란 낙인을 찍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

이다.

 

유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해서 과거 집단성폭행사건의 미스터리가 하나씩 베일을 벗게 되면서

이야기는 반전 아닌 반전의 묘미를 선물한다. 독자는 실제 사건의 한가운데 놓여진듯한 착각속에

서 섬세하게 묘사되는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듯 이야기속에 빠져든다. 저자 자신도 이 작품에

대해서 어떤 작품이다 라고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듯이 작품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글 머리에 요시다 슈이치 최고의 연애소설! 이라는 말이 어리둥절 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말은 정정해야겠다. <사요나라 사요나라>는 요시다 슈이치 최고의 연애소설이다.

안녕~ 이라고 써놓았다는 그녀의 마지막 편지속에 이 작품이 하고자하는모든 이야기, 그와 그녀

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때문이다.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가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이 작품을 그와 유사한 소설

작품으로 부르기보다는, 쉽게 드러나진 않지만 '사랑'이란 말 하나로 모든 문제를 담아낼 수 있

기에 연애소설이란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이 짧은 소설은 요시다 슈이치의

대표작 <악인>을 뛰어넘는 최고의 작품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것같다.  

 

모습을 감추면 용서한 게 된다. 함께 있으면 행복해져 버린다.             (P. 223)

<사요나라 사요나라>의 표지. 그녀를 벽과 벽사이 모퉁이로 밀어넣은건 바로 우리사회, 우리 자

신 이였지만 아픔을 걷어내고 우리에게 먼저 미소지은건 그토록 용서받고 싶었던 그녀였음을 우

리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더이상 낙인을 찍고 찍히는 어리석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안

타까우면서 사랑스럽고 눈물겨우면서 감동적인, 표지만큼이나 제목만큼이나 아름다운 작품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가볍지만 무거운, 최고의 연애소설과의 만남을 그런기억속에 내려놓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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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1
스제펑 지음, 차혜정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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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적벽대전...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펼치다.

청소년 필독서중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책이 있다. 바로 [삼국지]란 이름이다. 누구나 한번

쯤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에 왜 그 이름이 있을까? 우선 한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대륙의 역사속에서

영웅들이 펼치는 야망과 의리, 사랑... 이 그대로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물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인물들이 펼치는 영웅담과 지략대결, 처세술, 충정과 의리... 하나하나가 커다란 이야기속에 또 다른

작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얼마전 [삼국지]를 펴낸 황석영 작가의 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들여다

보면 삼국지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을 것같다.  

 

'...내가 예순이 다 돼서 [삼국지] 번역을 마쳤는데 참 개개 인물이 다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이름

없는 촌부도, 패장도 그렇게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잖아? 다들 무척 근사해. 나는 옛날에 조조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번역을 하면서 조조도 좋아졌어....'

 



 

<적벽대전>은 후한(後漢)말 몰락하던 한 제국과 그 속에서 치열한 각축을 펼쳤던 당대 영웅들의

일대기중 한의 승상을 자처한 조조와 천재지략가이자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 주유,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이름 유비, 장비, 관우, 제갈량 연합군이 적벽에서 벌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중 하나로

불리는 적벽대전을 그 배경으로 하고있다. 난세의 영웅호걸들이 펼치는 손에 땀을 쥐는 지략대결

과 함께 적벽대전이 사랑받는 이유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라는 코드에 있다. 바로 소교와 주유의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조조가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에 이 아리따운 소교에 대한

소유욕도 포함된다. 계속되는 패배로 형주 유표에게 의탁하게되는 유비, 손책의 뒤를 이어 동오를

지키지만 아직은 유약한 손권, 천하재패를 꿈꾸며 계속 숨통을 조여오는 조조... 이야기는 유표의

형주에서 시작된다. 채모와 괴월, 채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형주 땅, 그리고 유표. 조조의 인질

요구가 시작되고 그에게 찾아온 유비일행은 유표의 도움으로 삶의 발판을 마련해가지만 유표의

죽음은 형주를 또 다른 혼란으로 이끌고... 형의 부인인 대교를 가슴에 품은 손권의 동오 또한

조조의 야심가득찬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할 길이 없고... 조조의 대군은 마지막 승리를 위해

남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들은 적벽에서 만나는데...





이 책을 만나기전 영화 <적벽대전>을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책속의 주인공들을 찍어낸것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화려한 영상, 애절한 사랑이 압권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원작과 비교해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을 책을 만난 후 알 수 있었다. 우선 가장 커다란 특징은 인물에 대한 것이다.

<적벽대전>의 중요인물은 조조도 손권도 아닌 바로 주유와 제갈공명이다. 그들의 완벽에 가까운

지략과 전술이 조조의 수십만 대군을 무찌를 수 있었던 힘이었다. 하지만 영화속 주유와 제갈량이

예를 숭상하고 뛰어난 지략을 선보이며 인재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등... 대범한 영웅호걸의 모습

을 하고 있었다면 책에 보여진 그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뛰어난 외모와 지략을

선보인 주유는 조금은 독선적이고 내세우기 좋아하는 모습으로, 제갈량은 뛰어난 지략에 비해

조금은 계산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 모습은 유약한 유비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동남풍을

부른 제갈량을 죽이라고 지시하는 주유, 제갈량이 조식의 [동작대부]가 조조의 마음을 나타내는

거라 말하자 쉽게 흥분에 전쟁에 참여하는 주유. 조조의 입장이 되었다면 자신도, 유비도 모두

같은 모습이었을 거라고 속마음을 비추는 제갈량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 화려한 영상 이면에

비치는 실제 모습처럼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모든 일은 백성이 근본이 되는것인데 백성을 버리고 우리끼리 도망가서 무얼 하겠소."

                                 (적벽대전 1권  P.228 강릉으로 피난하는 유비의 말)

책속에는 다양한 영웅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춘화를 보면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취미라는 주유,

영화속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손권이 사랑한 여인이자 형의 아내인 대교에 대한 애틋한 마음,

반대로 조조를 맘속에 담고있는 대교, 백성을 위하는 척하지만 결국 그들을 방패막이로 피난길에

오르는 유비, 유비를 맘속에 담고있는 유표의 부인 채씨의 이야기등... 반대로 영화에서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했던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은 책속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적벽대전>의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두말할 것없이 주유와 제갈량의 지략대결이다. 장간을

역이용하는 계략을 써 조조에 투항했던 수군장 채모와 장윤을 처리하는 장면과 주유가 고육지계를 

써 조조의 수군을 대파하는 장면, 그리고 제갈량이 10만개의 화살을 얻어내고, 동남풍을 불러오는

장면이 역시 이 작품의 압권이 아닐까 싶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짧지만 임팩트 강한 영웅들이

만들어내는 액션과 그 속에 숨겨진 사랑이라는 코드가 특별함을 선물해준다.

 

영화속에서 주유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른다. "이 전쟁의 승자는 없오." 김 훈의 [칼의 노래] 

속에는 전쟁의 비참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속에는 그저 죽고 죽이는 자 밖에는 존재치 않는다.

도대체 전쟁의 승자는 누구인가? 피폐해진 땅에는... 누가주인이든 마음놓고 먹고 쉴수 있으면

제일이라는 서민들의 공허한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있을 뿐이다. 

과거 전쟁과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서 참혹한 과거를 살다간 그들의 솔직한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여러가지 다양한 삶의 교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전쟁이 아닌 원만한 소통의 세상이

되길 조심스레 바래보기도 한다. 이문열, 황석영의 [삼국지]와는 또 다른, 같은 인물들이지만 또

다른 느낌이 영웅과 여인들, 서민들의 모습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잠시 잊었던 오랜 친구들을 만난 느낌, 한동안 그 반가움이 오래도록 간직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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