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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1
스제펑 지음, 차혜정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적벽대전...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펼치다.
청소년 필독서중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책이 있다. 바로 [삼국지]란 이름이다. 누구나 한번
쯤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에 왜 그 이름이 있을까? 우선 한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대륙의 역사속에서
영웅들이 펼치는 야망과 의리, 사랑... 이 그대로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물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인물들이 펼치는 영웅담과 지략대결, 처세술, 충정과 의리... 하나하나가 커다란 이야기속에 또 다른
작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얼마전 [삼국지]를 펴낸 황석영 작가의 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들여다
보면 삼국지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을 것같다.
'...내가 예순이 다 돼서 [삼국지] 번역을 마쳤는데 참 개개 인물이 다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이름
없는 촌부도, 패장도 그렇게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잖아? 다들 무척 근사해. 나는 옛날에 조조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번역을 하면서 조조도 좋아졌어....'

<적벽대전>은 후한(後漢)말 몰락하던 한 제국과 그 속에서 치열한 각축을 펼쳤던 당대 영웅들의
일대기중 한의 승상을 자처한 조조와 천재지략가이자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 주유,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이름 유비, 장비, 관우, 제갈량 연합군이 적벽에서 벌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중 하나로
불리는 적벽대전을 그 배경으로 하고있다. 난세의 영웅호걸들이 펼치는 손에 땀을 쥐는 지략대결
과 함께 적벽대전이 사랑받는 이유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라는 코드에 있다. 바로 소교와 주유의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조조가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에 이 아리따운 소교에 대한
소유욕도 포함된다. 계속되는 패배로 형주 유표에게 의탁하게되는 유비, 손책의 뒤를 이어 동오를
지키지만 아직은 유약한 손권, 천하재패를 꿈꾸며 계속 숨통을 조여오는 조조... 이야기는 유표의
형주에서 시작된다. 채모와 괴월, 채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형주 땅, 그리고 유표. 조조의 인질
요구가 시작되고 그에게 찾아온 유비일행은 유표의 도움으로 삶의 발판을 마련해가지만 유표의
죽음은 형주를 또 다른 혼란으로 이끌고... 형의 부인인 대교를 가슴에 품은 손권의 동오 또한
조조의 야심가득찬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할 길이 없고... 조조의 대군은 마지막 승리를 위해
남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들은 적벽에서 만나는데...

이 책을 만나기전 영화 <적벽대전>을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책속의 주인공들을 찍어낸것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화려한 영상, 애절한 사랑이 압권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원작과 비교해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을 책을 만난 후 알 수 있었다. 우선 가장 커다란 특징은 인물에 대한 것이다.
<적벽대전>의 중요인물은 조조도 손권도 아닌 바로 주유와 제갈공명이다. 그들의 완벽에 가까운
지략과 전술이 조조의 수십만 대군을 무찌를 수 있었던 힘이었다. 하지만 영화속 주유와 제갈량이
예를 숭상하고 뛰어난 지략을 선보이며 인재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등... 대범한 영웅호걸의 모습
을 하고 있었다면 책에 보여진 그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뛰어난 외모와 지략을
선보인 주유는 조금은 독선적이고 내세우기 좋아하는 모습으로, 제갈량은 뛰어난 지략에 비해
조금은 계산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 모습은 유약한 유비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동남풍을
부른 제갈량을 죽이라고 지시하는 주유, 제갈량이 조식의 [동작대부]가 조조의 마음을 나타내는
거라 말하자 쉽게 흥분에 전쟁에 참여하는 주유. 조조의 입장이 되었다면 자신도, 유비도 모두
같은 모습이었을 거라고 속마음을 비추는 제갈량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 화려한 영상 이면에
비치는 실제 모습처럼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모든 일은 백성이 근본이 되는것인데 백성을 버리고 우리끼리 도망가서 무얼 하겠소."
(적벽대전 1권 P.228 강릉으로 피난하는 유비의 말)
책속에는 다양한 영웅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춘화를 보면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취미라는 주유,
영화속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손권이 사랑한 여인이자 형의 아내인 대교에 대한 애틋한 마음,
반대로 조조를 맘속에 담고있는 대교, 백성을 위하는 척하지만 결국 그들을 방패막이로 피난길에
오르는 유비, 유비를 맘속에 담고있는 유표의 부인 채씨의 이야기등... 반대로 영화에서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했던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은 책속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적벽대전>의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두말할 것없이 주유와 제갈량의 지략대결이다. 장간을
역이용하는 계략을 써 조조에 투항했던 수군장 채모와 장윤을 처리하는 장면과 주유가 고육지계를
써 조조의 수군을 대파하는 장면, 그리고 제갈량이 10만개의 화살을 얻어내고, 동남풍을 불러오는
장면이 역시 이 작품의 압권이 아닐까 싶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짧지만 임팩트 강한 영웅들이
만들어내는 액션과 그 속에 숨겨진 사랑이라는 코드가 특별함을 선물해준다.
영화속에서 주유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른다. "이 전쟁의 승자는 없오." 김 훈의 [칼의 노래]
속에는 전쟁의 비참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속에는 그저 죽고 죽이는 자 밖에는 존재치 않는다.
도대체 전쟁의 승자는 누구인가? 피폐해진 땅에는... 누가주인이든 마음놓고 먹고 쉴수 있으면
제일이라는 서민들의 공허한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있을 뿐이다.
과거 전쟁과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서 참혹한 과거를 살다간 그들의 솔직한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여러가지 다양한 삶의 교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전쟁이 아닌 원만한 소통의 세상이
되길 조심스레 바래보기도 한다. 이문열, 황석영의 [삼국지]와는 또 다른, 같은 인물들이지만 또
다른 느낌이 영웅과 여인들, 서민들의 모습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잠시 잊었던 오랜 친구들을 만난 느낌, 한동안 그 반가움이 오래도록 간직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