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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용서받고 싶었던 여자, 세상이 용서한 남자
<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최고의 연애소설! 이런 수식이 어울리는지 어리둥절하다.
연애소설이라... 벽과 벽사이 모퉁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여인, 안녕 안녕~~ 하는 이 책의 제
목은 아마도 이 여인에게서 흘러나온 목소리인듯한데... 아마도 이별 이야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이별때문에 더 아름다운게 사랑이니까... 이별조차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겠구
나... 그랬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요나라 사요나라>는...
"그 사람, 악인인 거죠?" 하며 묻던 그 남자의 이야기(악인)보다도, "'당신은 귀가 들리지
만, 그런건 신경 쓰지 않아요.' 라는 말 들어본적 있어?"하던 어여쁜 교코의 이야기(사랑
을 말해줘) 보다도 더 깊고, 진한 메세지가 숨어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네살 메구무의 시체가 가쓰라가와 계곡에서 발견되고 아이의 엄마인 사토미가 가장 유력한 용의
자로 지목된다. 얼마 후 사토미는 경찰에 체포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한다. 가쓰라가와
사건을 취재하던 와타나베 기자는 파견회사에서 나온 운전기사 스다로 인해 사토미의 옆집에 살
고있는 슌스케가 대학시절 야구부에서 집단성폭행사건에 대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 사건에 관심을 갖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 무렵 사토미는 자신과 슌스케가 내연의
관계였다는 자백을 하고 슌스케의 아내 가나코 또한 그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증언을 하게되면
서 사토미가 범인이라 생각했던 이야기는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와토대학 강간사건
에 관심을 갖았던 와타나베 기자는 당시 피의자 슌스케와 동료들 그리고 피해여성 미즈타니 나쓰
미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면서 생각치도 못했던 엄청난 비밀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어두운 바다로 가라앉은 그랜드피아노, 그 다리에 연결된 밧줄, 그랜드 피아노의 무게,
바달 끌려들어가는 여배우의 무표정한 얼굴.... (P. 146)
<사요나라 사요나라>의 표면에 드러나는 사건은 유아살인사건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16년전 발
생했던 집단성폭행사건이 보다 큰 무게로 자리잡는다. 어쨌든 이 두 소재는 우리 사회에서 매스
컴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이며 같은 특징을 지닌다. 사회적 약자, 아이들과 여성들에 대
한 폭력이라는 사실이다. 요즘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얘기로 매스컴이 시끄럽다. 너무나 자극적이
고 충격적인 사건들에 노출된 우리는 어느새 사건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갖을 뿐 그 피해자나 가족
들, 혹은 가해자들이 갖게 될 이후 삶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만다. 이 작품은 피해를 입은 사회
로 부터 수없이 용서받고 싶어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이면서, 피해를 입혔지만 사회로 부터
쉽게 용서받은 남자, 하지만 자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던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편견에 사
로잡힌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편견에 낙인찍히고 편견이란 낙인을 찍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
이다.
유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해서 과거 집단성폭행사건의 미스터리가 하나씩 베일을 벗게 되면서
이야기는 반전 아닌 반전의 묘미를 선물한다. 독자는 실제 사건의 한가운데 놓여진듯한 착각속에
서 섬세하게 묘사되는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듯 이야기속에 빠져든다. 저자 자신도 이 작품에
대해서 어떤 작품이다 라고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듯이 작품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글 머리에 요시다 슈이치 최고의 연애소설! 이라는 말이 어리둥절 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말은 정정해야겠다. <사요나라 사요나라>는 요시다 슈이치 최고의 연애소설이다.
안녕~ 이라고 써놓았다는 그녀의 마지막 편지속에 이 작품이 하고자하는모든 이야기, 그와 그녀
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때문이다.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가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이 작품을 그와 유사한 소설
작품으로 부르기보다는, 쉽게 드러나진 않지만 '사랑'이란 말 하나로 모든 문제를 담아낼 수 있
기에 연애소설이란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이 짧은 소설은 요시다 슈이치의
대표작 <악인>을 뛰어넘는 최고의 작품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것같다.
모습을 감추면 용서한 게 된다. 함께 있으면 행복해져 버린다. (P. 223)
<사요나라 사요나라>의 표지. 그녀를 벽과 벽사이 모퉁이로 밀어넣은건 바로 우리사회, 우리 자
신 이였지만 아픔을 걷어내고 우리에게 먼저 미소지은건 그토록 용서받고 싶었던 그녀였음을 우
리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더이상 낙인을 찍고 찍히는 어리석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안
타까우면서 사랑스럽고 눈물겨우면서 감동적인, 표지만큼이나 제목만큼이나 아름다운 작품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가볍지만 무거운, 최고의 연애소설과의 만남을 그런기억속에 내려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