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ㅣ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창조주가 만들어 낸 가이아, 그리고 일곱개의 달. 가이아로 가는 문을 선물 받은 여섯개의 달과 창조신화에서 잊혀져 버린 마지막 일곱번째 달. 그 잊혀진 일곱번째 달에서 이 환상적이고 경이로운 판타지 세계의 빛이 시작된다. [2009.. 꿈을 걷다]를 시작으로 [인드라의 그물] 그리고 [피리새]에 이어 네번째로 만나는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이다. '경계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단편들의 주었던 신선함과 약간의 아쉬움을 지나 다시금 느껴지는 경계문학, 환상문학의 가능성, 그리고 이제 이 책의 소개대로 기존 판타지소설을 넘어서는 환상과 경이의 세계속으로 노블레스 클럽은 우리를 이끈다.
'[반지의 제왕]은 지루하다, '[해리포터]'는 시시하다' 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책의 소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지...와 해리포터' 판타지소설의 정석?이 되다시피한 이 작품들을 넘어 새롭고 창조적인 판타지적 상상력을 담아낸 대서사시의 등장, 얼마나 기대되고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그것도 환상문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 말이다.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라는 독특한 제목만으로도, 마법과 환상의 공간이 공존하는 듯한 표지 디자인이 이 책이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임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이제 익숙함을 넘어 친숙에 가까운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 그리고 그들 작품에 대한 기대감, 또 하나의 기대감을 가이아와 일곱번째 달 무르무르에 띄어본다.
'창조주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에 넓고 넓은 가이아를 만드시고 몹시 기꺼워 하시더라......'
이렇게 시작하는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의 프롤로그, 창조신화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같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하면 기억나는 것들이 많겠지만 영화의 메인음악과 더불어 영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도입부가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 현재의 시점에서 오래전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 보는 듯한, 역사적 깊이가 부족한 미국이란 나라의 역사를 신화적으로 끌어올리는 듯한 이런 시도는 과거속에서 미래와 환상을 찾는 또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면서 시리즈 전체의 전반적인 배경을 알려주고 스토리의 이해를 돕는다.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의 프롤로그 또한 그렇게 가이아와 일곱개의 달에 그려지는 환상의 세계가 어떻게 펼져질지 만족스런 시작을 알려준다. 더구나 이 작품을 읽게 될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시리즈화의 기대감속에서 창조신화는 가이아와 무르무르, 그리고 스포러의 환상 모험에 빛이 되어주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섯개의 달...청록의 달 그린, 적화의 달 레드, 황풍의 달 옐로, 벽파의 달 블루, 수정의 달 크리스털, 강철의 달 메탈'
그리고 가이가 생명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잊혀진 달 무르무르. 스포러, '포자' 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잊혀진 달 무르무르에서 태어난다. 암컷이 태어나지 않는 무르무르 일족, 그들은 암컷을 두번 품지 않는다. 그리고 암컷은 많게는 열명의 아이를 낳기도 하지만 아이를 낳고는 죽어버린다. 숲에 쓰러져 있어 주워온 암컷에게 아이를 가지게 만든 고돈. 단 한명의 아이를 낳고 얼마 후 죽어버린 암컷, 고돈은 주변의 위협을 벗어나 스포러를 데리고 안전하고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나선다. 그들의 앞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험난하고 환상적인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들은 예상이나 했을까?

안전한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 고돈과 스포러,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험난한 항해가 시작된다. 다른 종족에에게 쫓기게 된 그들은 '모듬' 이란 조직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스포러의 성장과 모험이 펼쳐진다. 나약하고 허약하게 태어난 스포러지만 치열한 생존을 위한 투쟁속에서 삶의 능력을 얻게 되고, 스포러가 지닌 배움에 대한 욕구는 조금은 특별함을 지닌 아이로 성장시킨다. 그리고 모듬과 함께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수록, 모험이 계속 될수록 그는 점점 더 강력한 존재가 되어된다.
오감(五感)을 자극할 판타지 세계, 그 시작을 알리다!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들을 많인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미 만나본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는 한층 그 깊이와 함께 재미를 누릴 수 있을만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전혀 낯선 세계의 창조라는 실로 어마어마한 상상력의 구체화는 좀처럼 시도하기도 표현해 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가장 먼저 이 점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고, 그 낯선 세계의 방대한 스케일과 거기에 담아낸 구체적이고 섬세한 묘사와 치밀한 구성, 기존의 판타지 작품들과는 또 다른 색다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업이나 사회나 국가나, 이들 모두 어떤 목표를 정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때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가 바로 문화, 주제의식을 갖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문학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책의 뒷편에서 소개하는 집단무의식, 페르소나, 아니마, 아니무스, 융의 원형적 상징들... 이런 말들이 조금은 낯설기도 해서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이 주는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해 보게도 되지만 짧게 무어라 단정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단지 책을 읽고 난후 재미와 더불어 무언가 전해지는 여운 같은 것이 울림처럼 계속되는 느낌과 함께할 수 있었다.
'이제 잊힌 달에서 무르무르 스포러와 고든의 이야기는 끝이 난 거지요.'
작가는 맨 마지막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고 있다. 묻고 싶은 것이 참 많지 않느냐고? 하지만 답이 필요하느냐?고 오히려 되묻고 있다. 스포러와 고든이 만난 수많은 종족, 새로운 세계, 돌연변이와 마법, 테라와 모둠원들, 그리고 스포러와 그의 어머니의 비밀... 짧지 않은 이야기속에 작가는 환상과 재미를 선사하며 짧게 이야기로 써내려간다. 짧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끝난걸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짧았구나라는 느낌을 선물해준다.
간단히 말한다면 이제 시작이다. 잊힌 달에서 고든과 스포러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가이아와 나머지 여섯개의 달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 것이다. 무르무를를 통해 기대를 얻었다면 남아있는 한개의 거대한 달과 여섯개의 작은 달이야기 속에서 감탄의 느낌표를 선물받고 싶다. '해리포터'와 '반지의제왕'을 넘어섰다고 아직은 말하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는 또다르고 신선한 즐거움과 신선함을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불꽃놀이를 위해 심지 끝에 조심스레 불을 지피는 아이의 설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