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맹보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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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쾌한 웃음을 원한다면 오쿠다 히데오를 찾고,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지닌 SF를 원한다면 호시 신이치를,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를, 조금은 울컥한 사랑을 원한다면 에쿠니 가오리와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에선 무라카미 하루키나 온다 리쿠를 만길 바라고 평범을 무섭도록 낯설게 그리는 능력을 지닌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무조건 만나보길... 그리고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필요하거든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이치카와 다쿠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순수하고 환상적인 사랑을 추억하던 많은 이들에게 다시금 그는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내려놓는다.

 

유코와 이노우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너는 나의>속에는 유코와 이노우에의 두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표제의 [너는 나의]와 [VOICE 보이스]. 두 이야기 모두 유코와 이노우에의 조금은 색다르고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이루어진다. [너는 나의]는 '벤자민 버튼...' 을 연상케하는 작품으로 어느 순간부터 어려지기 시작하는 아내 유코의 모습, 그 속에서 찾아가는 사랑의 이미지를 모아내고 있고, [VOICE 보이스]는 유코의 마음속 목소리를 듣게되는 이노우에의 안타까운 사랑과 이별을 그리고 있다.

 

"세상의 넓이, 인연이 있는 사람들의 숫자,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의 길이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아. 어차피 행복이란 이 조그만 마음속에 존재하는 거니까"

 

조금만 마음속에 그려지는 사랑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그려내는 작가 이치카와 다쿠지는 또다시 우리곁에 사랑이 주는 따스한 눈물 한 줌을 들고 다가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죽은 아내 미오가 잠시 남편과 아이, 타쿠미와 유지와 함께하는 6주간의 시간을 그려냈던 그 환상적인 설정과 사랑의 안타깝고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아직도 선명하다. 이렇듯 독특한 설정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그려냈던 이치카와 다쿠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독특한 두 이야기를 통해서 이기적이고 너무 쉬운 사랑을 배워가는 우리들의 가슴에 사랑만이 가능하게 만드는 특별한 사랑을 쏟아내고 있다.



'너의 인생은 짧았지만 그래도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고,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수없이 찾고 헤매이지만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와 버리는 것이 사랑이다. <아버지>라는 책속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랑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사랑은.. 내 아내입니다'라고 말하는... <너는 나의> 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이 보인다. 마지막 떠나가는 유코에게 조용히 작은 목소리로 "사랑해 유코...너는 나의 단 하나뿐인 둘도 없는 아내잖아" 라고 말하는 이노우에의 사랑이 바로 그렇다. 사랑은 아마도 동양화가 주는 느낌과도 비슷하다라는 생각을 갖게된다.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과 깊이 있는 여운... 사랑이 자리를 잠시 벗어났다고 해도 그 사랑이 간직했던 향기는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과 같이 말이다.

 

편안함 속에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VOICE 보이스]가 먼저 인터넷에 연재되었고, 그 다음에 [너는 나의]가 탄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너는 나의]속 '목소리'가 내게는 더 선명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유코와 이노우에,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의 등장으로 두가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한 착각을 갖게된 건 이 작품을 읽는 이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독특한 설정도 그렇지만 책을 읽는 동안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이치카와 다쿠지의 매력이 여기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온 세상을 돌고 돌아도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직 당신뿐!

 

작가는 여전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단 하나의 사랑만을 외친다. 그의 사랑은 여전히 따스한 온기를 지니고 있다. 현실의 사랑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순수하고 따스하지 못하기에 그가 그려내는 사랑에 많은 이들의 감성을 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쉬운 만남과 더 쉬운 이별이 가득한 세상속에서 순수하고 감동적인 향기를 지닌 이치카와 다쿠지식 사랑이야기는 또 그렇게 우리를 매혹시킨다. 사랑이라는 이름속에 환상과 현실이 부딛히고 어우러져 공존하듯, 그의 이야기속에 담긴 사랑이야기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즐거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있다. 섬세하게 그려낸 사랑의 작은 활자속에서 사랑, 이 두글자의 순수한 향기를 시간속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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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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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가 만들어 낸 가이아, 그리고 일곱개의 달. 가이아로 가는 문을 선물 받은 여섯개의 달과 창조신화에서 잊혀져 버린 마지막 일곱번째 달. 그 잊혀진 일곱번째 달에서 이 환상적이고 경이로운 판타지 세계의 빛이 시작된다. [2009.. 꿈을 걷다]를 시작으로 [인드라의 그물] 그리고 [피리새]에 이어 네번째로 만나는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이다. '경계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단편들의 주었던 신선함과 약간의 아쉬움을 지나 다시금 느껴지는 경계문학, 환상문학의 가능성, 그리고 이제 이 책의 소개대로 기존 판타지소설을 넘어서는 환상과 경이의 세계속으로 노블레스 클럽은 우리를 이끈다.

 

'[반지의 제왕]은 지루하다, '[해리포터]'는 시시하다' 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책의 소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지...와 해리포터' 판타지소설의 정석?이 되다시피한 이 작품들을 넘어 새롭고 창조적인 판타지적 상상력을 담아낸 대서사시의 등장, 얼마나 기대되고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그것도 환상문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 말이다.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라는 독특한 제목만으로도, 마법과 환상의 공간이 공존하는 듯한 표지 디자인이 이 책이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임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이제 익숙함을 넘어 친숙에 가까운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 그리고 그들 작품에 대한 기대감, 또 하나의 기대감을 가이아와 일곱번째 달 무르무르에 띄어본다.

 

'창조주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에 넓고 넓은 가이아를 만드시고 몹시 기꺼워 하시더라......'

이렇게 시작하는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의 프롤로그, 창조신화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같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하면 기억나는 것들이 많겠지만 영화의 메인음악과 더불어 영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도입부가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 현재의 시점에서 오래전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 보는 듯한, 역사적 깊이가 부족한 미국이란 나라의 역사를 신화적으로 끌어올리는 듯한 이런 시도는 과거속에서 미래와 환상을 찾는 또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면서 시리즈 전체의 전반적인 배경을 알려주고 스토리의 이해를 돕는다.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의 프롤로그 또한 그렇게 가이아와 일곱개의 달에 그려지는 환상의 세계가 어떻게 펼져질지 만족스런 시작을 알려준다. 더구나 이 작품을 읽게 될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시리즈화의 기대감속에서 창조신화는 가이아와 무르무르, 그리고 스포러의 환상 모험에 빛이 되어주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섯개의 달...청록의 달 그린, 적화의 달 레드, 황풍의 달 옐로, 벽파의 달 블루, 수정의 달 크리스털, 강철의 달 메탈'

그리고 가이가 생명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잊혀진 달 무르무르. 스포러, '포자' 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잊혀진 달 무르무르에서 태어난다. 암컷이 태어나지 않는 무르무르 일족, 그들은 암컷을 두번 품지 않는다. 그리고 암컷은 많게는 열명의 아이를 낳기도 하지만 아이를 낳고는 죽어버린다. 숲에 쓰러져 있어 주워온 암컷에게 아이를 가지게 만든 고돈. 단 한명의 아이를 낳고 얼마 후 죽어버린 암컷, 고돈은 주변의 위협을 벗어나 스포러를 데리고 안전하고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나선다. 그들의 앞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험난하고 환상적인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들은 예상이나 했을까?

 



 

안전한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 고돈과 스포러,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험난한 항해가 시작된다. 다른 종족에에게 쫓기게 된 그들은 '모듬' 이란 조직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스포러의 성장과 모험이 펼쳐진다. 나약하고 허약하게 태어난 스포러지만 치열한 생존을 위한 투쟁속에서 삶의 능력을 얻게 되고, 스포러가 지닌 배움에 대한 욕구는 조금은 특별함을 지닌 아이로 성장시킨다. 그리고 모듬과 함께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수록, 모험이 계속 될수록 그는 점점 더 강력한 존재가 되어된다.

 

오감(五感)을 자극할 판타지 세계, 그 시작을 알리다!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들을 많인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미 만나본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는 한층 그 깊이와 함께 재미를 누릴 수 있을만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전혀 낯선 세계의 창조라는 실로 어마어마한 상상력의 구체화는 좀처럼 시도하기도 표현해 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가장 먼저 이 점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고, 그 낯선 세계의 방대한 스케일과 거기에 담아낸 구체적이고 섬세한 묘사와 치밀한 구성, 기존의 판타지 작품들과는 또 다른 색다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업이나 사회나 국가나, 이들 모두 어떤 목표를 정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때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가 바로 문화, 주제의식을 갖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문학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책의 뒷편에서 소개하는 집단무의식, 페르소나, 아니마, 아니무스, 융의 원형적 상징들... 이런 말들이 조금은 낯설기도 해서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이 주는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해 보게도 되지만 짧게 무어라 단정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단지 책을 읽고 난후 재미와 더불어 무언가 전해지는 여운 같은 것이 울림처럼 계속되는 느낌과 함께할 수 있었다.

 

'이제 잊힌 달에서 무르무르 스포러와 고든의 이야기는 끝이 난 거지요.'

작가는 맨 마지막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고 있다. 묻고 싶은 것이 참 많지 않느냐고? 하지만 답이 필요하느냐?고 오히려 되묻고 있다. 스포러와 고든이 만난 수많은 종족, 새로운 세계, 돌연변이와 마법, 테라와 모둠원들, 그리고 스포러와 그의 어머니의 비밀... 짧지 않은 이야기속에 작가는 환상과 재미를 선사하며 짧게 이야기로 써내려간다. 짧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끝난걸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짧았구나라는 느낌을 선물해준다.

 

간단히 말한다면 이제 시작이다. 잊힌 달에서 고든과 스포러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가이아와 나머지 여섯개의 달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 것이다. 무르무를를 통해 기대를 얻었다면 남아있는 한개의 거대한 달과 여섯개의 작은 달이야기 속에서 감탄의 느낌표를 선물받고 싶다. '해리포터'와 '반지의제왕'을 넘어섰다고 아직은 말하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는 또다르고 신선한 즐거움과 신선함을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불꽃놀이를 위해 심지 끝에 조심스레 불을 지피는 아이의 설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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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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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책을 손에 드는 시간을 갖게된 건 그리 오래전부터의 습관은 아니다. 불과 몇년? 재미로 시작한 책읽기는 감동을 넘어 일상이 되었고 풍부한 상상과 섬세한 묘사로 가득한 한권의 책을 읽다보면 어느샌가 이 작품의 작가에 대한 질투가 새어나온다. 어떻게? 라는 말로 밖에는 도무지 형용할 수 없는 매혹과 감동! 혜초, 허균, 이순신... 다양한 역사인물의 삶을 재조명한 작가 김탁환이 말하듯 자신이 작가가 되어버린 이유가 읽은 책들과 그 책들에 대한 질투에서 였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어느새 공감으로 다가온다.

 

소설가 김탁환, 열정을 지닌 습작!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책쓰기의 즐거운 길을 이야기하다!

'예술은 과연 가르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것일까?' 오래된 이 질문에 대해 작가는 Yes! 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 대답속에는 테크닉과 지식이 아닌 예술하는 자의 자세가 담겨져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빼어난 관찰자이며 진중한 사색가가 작가라는 사람들의 특징이듯, 표현의 기술과 문학에 대한 지식이 넘쳐난다 해도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글쓰는 자의 자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16가지 강의로 이루어진 <천년습작 千年習作>은 글쓰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하고 진심어린 따듯함을 담고있다. 작가가 가져야 할 거룩함과 진심어린 글쓰기를 위해 '매혹과 불안'의 이중적 욕망을 살펴보고, 자기 자신을 기억하기 위한 일기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더 넓은 세상,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주는 인터뷰, 한 작가가 그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피땀 흘린 공간과 시간에 대한 주변인의 시선을 통한 탐구가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4강과 5강에 그려진다. 이야기의 본질에 관한 역사, 문화적 고찰이 이어지고, 이야기의 혁신적 변화를 6강과 7강에 걸쳐 말하고있다.

 

8강에서 10까에 이르러서는 등장인물에 대한 탐구가 진행된다. [남쪽으로 튀어]의 아버지, 돈키호테, 허균, 이순신 등 희비극의 주인공이 가진 고뇌와 고독을 이야기한다. 9강과 10강은 등장인물중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있다. 11강에서는 글씨기와 많은 부분 닮아있는 여행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키워드'에 대한 정돈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에 이어, 13강부터는 설화, 소설, 영화를 따뜻하게 품는 법과 중요성에 대해서 말한다. 작가는 왜 책을 쓰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이 물음에 대한 작가의 견해로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강의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천년습작 千年習作> 이 책속에는 참 많은 책들과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괴테, 카프카, 도스또예프스끼, 스트븐 킹, 릴케, 오쿠다 히데오, 오르한 파묵, 양귀자... 이들 작가와 작품들은 국내외,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가 말하는 따듯한 글쓰기의 사례가 되어 등장한다.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조금씩 조금씩 맛보는 재미도 즐겁지만 단지 문학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닌 영화와 다양한 예술 분야에 까지 글쓰기의 영역을 확장해서 배우는 기쁨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 글은 '읽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감(感)하고 동(動)하면서 글은 '느끼는'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 작자는 읽고 느끼고 품는 자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내 자신이 분명 '문청(文靑)'은 아닐테지만 그것이 단지 시간이라는 허울에 가두어 진것이라면 그 시간을 깨고 당당히 그 이름과 함께하고 싶어진다. '매혹'과 '불안'!이 공존하는 것만은 열정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틀림없어 보인다. 작가들의 방을 들여다보면서 꿈꾸었던 글쓰기를 위한 자신만의 방을 꾸미고 싶어진다. 매혹적인 책을 만나면서 그 책들에 대한 질투가 어느때보다 심해지고 있는 요즈음, 나 자신만의 방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품고 그 자체를 사실적으로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어느때보다 강하다.

 

일기를 써야겠다. 작가가 말하듯 테크닉과 지식보다 그 자세가 중요한것 처럼,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나는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가 바로 '일기'라는 생각이든다. 작가는 어떤 사람들일까?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상상을 하며, 한권의 책을 창조해내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들을 할까? 김탁환의 강의를 통해 그들의 숨겨진 비밀의 방을 조금 엿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치명적인 글쓰기의 유혹에 더욱 빠져버릴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글쓰기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천년습작 千年習作' 을 각오하라는 작가의 말을 가슴에 새겨야겠다. <천년습작 千年習作> ... 매혹적인 글쓰기의 치명적 유혹에 그렇게 빠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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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야 가의 전설 - 기담 수집가의 환상 노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5
츠하라 야스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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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담 , 이상 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담이라 부른다. 과학문명이 발달한 이 시대에도 종종 우리의 상식을 넘어서는 불가사의하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경성 기담]이나 [조선 기담]과 같은 책들은 시대의 아픔과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해 투영되는 독특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인 [도쿄기담집] 은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이야기들을 통해 기담이라는 독특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기담 談, 여기 또 한편의 미스터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쓰하라 야쓰미의 <아시야 가의 전설>은 책 표지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기모노를 입고 있는 매혹적인 여인, 빠져들것 같은 그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을 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란꽃인 듯한 아름다운 꽃과 일본 전통의 문양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표지 일러스트가 시선을 잡아 끈다. 미스터리와 환상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작가의 이력과 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떨지 표지그림 만으로도 사뭇 짐작이 가능하다. 평범했던 세계에 뜻밖의 오싹함을 선사하는 쓰하라 야쓰미의 펜끝을 주목한다.

 

서른이 넘은 나이이지만 특별한 직업도 없이 지내는 주인공 사루와타리와 드라큘라 백작이라고 불리는 괴기소설 작가의 만남으로, 총8가지 단편으로 구성된 <아시야 가의 전설>은 시작된다. 반곡터널에 있던 백작을 차로 칠뻔한 사루와타리, 차에게 기억력이 있다는 백작의 말에 느껴지는 오싹함, 그리고 터널에서 마주친 피투성이의 여자이야기 [반곡터널]을 시작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자기안의 여우를 두려워한 한 가문의 몰락과 근친혼을 다룬 [아시야 가의 몰락], 단 한번 어긴 약속때문에 스토커 여인에게 위협당하게 되는 [고양이등 여자],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선물한 [송장벌레]... 기괴와 환상이 가득하다.



매혹적인 표지에 끌려 펼쳐 들었던 작품이지만 이야기속에 몰입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기담이라는 것은 어쩌면 그 나라의, 지방의 특별한 정서가 일정 부분 반영되기도 하기에 일본의 문화나 역사가 묻어나는 부분들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쉽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또한 문장의 구성이 짧고 간결하게 끊어지고 이어지는 것이 아닌 조금은 길게 나열되면서 기담에 들어있어야할 짧고 선명한 이미지가 퇴색되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단편이 시작될때마다 백작과 사루와타리의 이력과 만남이 자꾸 언급되는것 또한 자꾸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조금은 간결하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소재들은 기담 談이 주는 매력과 환상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추리와 환상을 넘나드는 애드거 애런 포에 비견되기도 한다는 쓰하라 야쓰미는 포에 대한 오마주로 포의 대표작인 [어셔가의 몰락]과 [황금벌레]를 [아시야가의 몰락]과 [송장벌레]로써 존경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포의 그 작품들을 만나보지 못해서 조금은 아쉽다. 앨런 포의 작품과 쓰하라 야쓰미의 작품을 비교해보는 재미와 문화적인 차이 혹은 야쓰미만의 독특한 매력을 찾아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든다. 앨런 포의 작품들을 뒤늦게라도 만나보아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어느새 여름으로 내달리고 있다. 오싹한 공포, 환상적인 이야기, 미스터리속에서 찾게 되는 시원함.

바야흐로 공포 미스터리 작품들이 사랑받는 계절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독특한 정서와 문화가 결합된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로 밀려오는 더위의 시작을 말끔히 날려버릴 수 있었다. 기담 수집가 드라큘라 백작과 중년백수 사루와타리의 맛있는 두부 여행?이 계속되는한 이들 콤비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미스터리는 계속 이어질 줄 믿는다. <아시야 가의 전설>!! 기담 談의 매력이 이번 여름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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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한다 - 최병성의 생명 편지
최병성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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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 미디어를 통해 우리 한옥을 살린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재개발로 이내 사라져버릴뻔 했던 오래된 한옥집을 낯선 외국인이 소송을 통해 지켜냈다는 이야기였다. 개발논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각종 재개발과 신도시개발, 생태도시 개발 등... 수많은 개발 논리속에 자연과 우리에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은 우리 곁을 떠나버린지 이미 오래다. 정부에서 추진한다는 운하사업, 4대강 살리기운동이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정말 우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그것이 진정 자연친화적인 프로젝트일까? 그 해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명확해 보인다.

 

<알면 사랑한다> 라는 제목을 보고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구나 하는 선입견을 갖기도 했다. 사랑이야기는 맞다. 하지만 그 대상이 다르다는 사실을 책을 펼치고 알게되었다. 그 사랑의 대상은 바로 숲과 강, 모든 자연이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자연속에 살아 숨쉬는 작은 풀꽃들, 작게 지저귀는 산새들, 눈에 보일듯 말듯 숨어있는 새로운 생명들... 숲과 강을 어우르며 사는 생명들의 작지만 위대한 모습들을 알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가르침이 책과 함께한다.

 

'숲은 내게 학교입니다..친구처럼 신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스승처럼 삶의 지혜를 들려줍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서강 유역 쓰레기 매립장 건설에 반대하며 환경운동에 뛰어든 저자는 글과 사진으로 강과 숲의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지지 못할 자연의 위대함과 마주하게 만들고 있다. 봄에서 다시 겨울까지 사계를 담아낸 사진 한장 한장속에 담겨져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잊고 지내왔던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하고 자연의 신비, 우리가 자연과 함께 해야하는 이유를 느끼게 된다.



숲과 강가를 걸으며 듣고 배우는 생명의 소리가 책속에서 흘러나온다. 우체통속에 자리잡은 딱새 가족의 이야기도, 큰개불알풀이라는 우스운 이름이 생겨난 이유도, 피라미와 해오라기의 끈질긴 사투도, 느림보 달팽이 이야기, 새로운 희망을 품은 겨울 눈의 작고 여린 모습도.... <알면 사랑한다>는 그냥 지나쳐 버렸을지 모를 작고 소중한 자연이야기에 두 귀를 모으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할 즐거운 향기가 책속에서 풍겨 나온다.

 

서로 다른 종류의 철새들이 뒤섞여 평화롭게 어울리듯 이제 우리는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할 뿐 아니라 '너와 다른 나' 또한 받아들여야 합니다.

 

느릿느릿 달팽이가 주는 참된 삶의 의미, 과일 나무들을 통해 배우는 진정한 나를 찾고 참된 인생의 의미를 배우는 즐거움이 사계를 담아낸 멋진 사진들과 어우러져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철새들의 어울림을 통해 소통과 화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반성하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사진속에 담긴 자연의 풍경!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 가르침과 희망의 메세지가 담겨있는듯 보인다.

 

'겨울눈은 아주 작고 여리지만 희망이 담겨있습니다.' 오늘을 이겨내는 힘이 내일을 향한 희망이라는 마지막 느낌표가 가슴 깊이 자리한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자연속에 살아있는 이런 생명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사랑하고 보호해야할 자연의 고귀함을 새롭게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재개발이라는 명분하에 우리가 퍼올린 한 삽의 흙속에는 무수한 생명과 자연의 울음소리가 담겨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자연보호' 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숲과 강가를 걸으며 듣고 배우는 생명의 소리, 그 소리에 조금더 관심을 갖아야겠다. 숲과 강 그리고 자연! 그렇게 알면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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