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사랑한다 - 최병성의 생명 편지
최병성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전 미디어를 통해 우리 한옥을 살린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재개발로 이내 사라져버릴뻔 했던 오래된 한옥집을 낯선 외국인이 소송을 통해 지켜냈다는 이야기였다. 개발논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각종 재개발과 신도시개발, 생태도시 개발 등... 수많은 개발 논리속에 자연과 우리에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은 우리 곁을 떠나버린지 이미 오래다. 정부에서 추진한다는 운하사업, 4대강 살리기운동이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정말 우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그것이 진정 자연친화적인 프로젝트일까? 그 해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명확해 보인다.

 

<알면 사랑한다> 라는 제목을 보고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구나 하는 선입견을 갖기도 했다. 사랑이야기는 맞다. 하지만 그 대상이 다르다는 사실을 책을 펼치고 알게되었다. 그 사랑의 대상은 바로 숲과 강, 모든 자연이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자연속에 살아 숨쉬는 작은 풀꽃들, 작게 지저귀는 산새들, 눈에 보일듯 말듯 숨어있는 새로운 생명들... 숲과 강을 어우르며 사는 생명들의 작지만 위대한 모습들을 알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가르침이 책과 함께한다.

 

'숲은 내게 학교입니다..친구처럼 신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스승처럼 삶의 지혜를 들려줍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서강 유역 쓰레기 매립장 건설에 반대하며 환경운동에 뛰어든 저자는 글과 사진으로 강과 숲의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지지 못할 자연의 위대함과 마주하게 만들고 있다. 봄에서 다시 겨울까지 사계를 담아낸 사진 한장 한장속에 담겨져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잊고 지내왔던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하고 자연의 신비, 우리가 자연과 함께 해야하는 이유를 느끼게 된다.



숲과 강가를 걸으며 듣고 배우는 생명의 소리가 책속에서 흘러나온다. 우체통속에 자리잡은 딱새 가족의 이야기도, 큰개불알풀이라는 우스운 이름이 생겨난 이유도, 피라미와 해오라기의 끈질긴 사투도, 느림보 달팽이 이야기, 새로운 희망을 품은 겨울 눈의 작고 여린 모습도.... <알면 사랑한다>는 그냥 지나쳐 버렸을지 모를 작고 소중한 자연이야기에 두 귀를 모으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할 즐거운 향기가 책속에서 풍겨 나온다.

 

서로 다른 종류의 철새들이 뒤섞여 평화롭게 어울리듯 이제 우리는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할 뿐 아니라 '너와 다른 나' 또한 받아들여야 합니다.

 

느릿느릿 달팽이가 주는 참된 삶의 의미, 과일 나무들을 통해 배우는 진정한 나를 찾고 참된 인생의 의미를 배우는 즐거움이 사계를 담아낸 멋진 사진들과 어우러져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철새들의 어울림을 통해 소통과 화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반성하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사진속에 담긴 자연의 풍경!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 가르침과 희망의 메세지가 담겨있는듯 보인다.

 

'겨울눈은 아주 작고 여리지만 희망이 담겨있습니다.' 오늘을 이겨내는 힘이 내일을 향한 희망이라는 마지막 느낌표가 가슴 깊이 자리한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자연속에 살아있는 이런 생명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사랑하고 보호해야할 자연의 고귀함을 새롭게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재개발이라는 명분하에 우리가 퍼올린 한 삽의 흙속에는 무수한 생명과 자연의 울음소리가 담겨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자연보호' 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숲과 강가를 걸으며 듣고 배우는 생명의 소리, 그 소리에 조금더 관심을 갖아야겠다. 숲과 강 그리고 자연! 그렇게 알면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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