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야! OO노래 틀어줘!, 시리! 오늘 날씨 어때?,
기가지니! OOO TV 틀어줘!...' 요즘 대부분 집이나 혹은 누군가의 휴대폰을 통해서나 이런 인공지능 기기들과의 대화를
한번쯤은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원하는 노래를 찾아서 들려주고, TV를 켜고 끄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 프로그램선택도 자유자재인 인공지능
스피커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곤 한다. 대화를 할 수록 진화하는 이런 인공지능 기기들의 모습은 이제 그리 놀랄 일도 아닌듯하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후 달라진 아주 흔한 우리시대의 모습들이랄까? 얼마전 많은 인기를 끌었던 '영미~!!'의 팀킴의 컬링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도
이제는 놀라운 일도 아니기에...
이쓰키 유의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는 역시 표지에 끌리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인 느낌이랄까? 표지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 배신한
적이 한번도 없는 개인적 신념 때문에 이 작품 역시 선뜻 손이 간 작품이다. 물론 그 와중에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이라는, 거창한 타이틀
역시 마음을 뺏기에 충분했고 말이다.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속에 대상을 차지한 '무지개 그녀'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온다
리쿠, 미치오 슈스케, 아리스가와 아리스.... 이 쟁쟁한 심사위원들의 작품평을 기대하며(책의 마지막에 담겨진) 열심히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본다.
'게임은 하나의 세계이다. 현실 세계가 허무하다면 다른 세계에서
지내면 된다. 고양이가 좁은 장소를 좋아하듯이 하루는 작은 세계의 주민이 되는 것을 선호한다. 이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게임오버! 건물 옥상 미즈시나 하루는 양팔을 펼쳤다. '리빙데드 시부야'라는 게임을 만든 천재소녀는 건물 옥상에서 자신이 만든 게임과
연동된 드론이 발사한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다. 게임을 컨트롤한 준야와 다른 플레이어들, 그 누구도 그것이 실제 일어난 사건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렇게 자신의 게임속에서 미즈시나 하루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6년이 흐른 2020년 어느날, 이야기의 화자가 바뀌어 몬스터
브레인이란 회사에서 인공지는 연애 앱 프리쿠토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구도 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경은 바둑 대국 현장,
'금성전'이라 불리는 컴퓨터와 인간의 혼합 토너먼트전이 펼쳐진다.
바둑 소프트웨어 슈퍼판다가 준결승에서 인간을 물리치고 결승에 다가간 순간, 이 작품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2020년을 그려간다. 알파고의
이야기도 나오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대결이라는 소재는 조금 익숙하기도 해서 관심을 갖게 만든다. 훨씬 더 진화한 인공지능은 앞서도 언급했든
인간과 연애하는 앱으로까지 진화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구도 겐은 죽은 사람의 인공지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구도 겐을 눈뜨게 한 인물이 바로 6년전 죽은 미즈시나 하루! 였다. 그녀가 선택된 이유는, 가족도 없고 지금까지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이며, 독특한 범죄를 저지른 미스터리하고 아름다운 여자이기때문이다.

그렇게 미즈시나 하루를 모델로 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하루, 그녀의 과거를 쫓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구도 겐은 몇 명의
미스터리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하루의 곁에 있었다는 미스터리한 존재 '아메', 그리고 하루에 대해 조사하려하는 구도 겐을 협박하는
'HAL'이라는 ID를 가진 인물들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게임속 음악 '문 리버(moon river)와 연관된 수수께끼 같은 말들을 했던
하루, 하루를 더이상 조사하지 말라는 협박과 함께 벌어진 폭력들.... 미스터리한 그녀 하루와 아직도 그녀를 둘러싼 수수께끼들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자신의 결점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처신한다. 이것은 허영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어떻게든 결점을 고치려고 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은 성장한다.' - 니체 -
프리랜서 웹엔지니어로 활동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는 이쓰키 유의 독특한 이력이 이런 환상적인 소재를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가
담아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이라는 조금은 우리와도 가까워진 소재들이 조금은 딱딱하게 진행될 것 같던 이야기들에, 사랑이라는 심장을
통해 따스한 혈액을 전해준다. 미스터리한 그녀 하루에게 조금식 다가가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냉소적이지만 겸손의 가면을 쓴 구도 겐과의 만남이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거장하진 않지만 조금은 익숙한 SF, SF를 그리지만 그속에 사랑을 숨긴, 인공지능을 말하면서도 사람의
이야기를 작가는 써내려가고 있다.
이제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에 대한 작품평이 궁금해졌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착지점을 예상치 못하게 만드는 반전에 큰 점수를,
미치오 슈스케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높이 칭찬했고, 내용과 제목이 일치했던 작품이라는 평가를 온다리쿠는 하고 있다. 구러카와 히로유키는 드론과
게임이 연동된 범죄라는 소재적인 특징에 마음을 빼앗긴듯 하다. 단순히 거창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치밀하면서도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특성 답게
반전의 매력도 담으면서, 캐릭터들이 주는 멋짐 폭발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즐거움이 바로 이 작품을 끌어가는 힘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속에 나오는 '무지개'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 작은 답이 이 작품이 던져주는 반전, 혹은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하는 바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양한 색깔을 담고 있는 무지개, 그리고 그것이 말하는 바는 작품에 대한 결론 역시 하나나
둘 처럼 단순한 것이 아닌 다양성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녀 미즈시나 하루가 기다리던 무지개 역시 그럴 것이다. 책을 내려놓을때 즈음 그
작은 해답을 찾을 수 있을것이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너무나 예쁜 표지만큼이나 재미와 여운을 전해준 작품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평에서처럼 다양한 장르속에서 폭넓게 활동할 '이쓰키 유'의 모습을 기대해봐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