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 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
쓰지무라 나나코 지음, 박수현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단언컨대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높게 올라온 볼, 오뚝한 콧날, 살짝 곱슬곱슬한 금발, 매끈하고 햐얀 피부를 갖고 있었다. ... 얼굴의 각 부분별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부터 하나씩 가져와서 기적과도 같이 균형을 맞춰 조화롭도록 만들어낸 생물 같았다. 이 사람의 주변에서는 시간, 공기, 먼지 한톨까지 다른 리듬에 맞춰 흐르고 있었다. ...' - P. 12 -  


시간을 멈추어 버린 남자, 우리와는 또 다른 시간속을 사는 듯 아름다운 남자! '리처드 라나싱헤 드부르피앙' 이라는 다소 길고도 난해한 이름을 가진 그의 모습을 대학생인 나카다 세기는 위의 글처럼 표현하고 있다. 우연히 취객들에게 둘러싸여 곤경에 처한 리처드를 도와주게 된 세기, 이후 보석 딜러라는 리처드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할머니의 유품, 핑크 사파이어의 감정을 의뢰하게 된다. 그리고 오래전 그 보석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리처드는 세기에게 자신의 가게 '주얼리 에트랑제'의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게 되고...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시작된다.


<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은 바로 이 두 사람, 리처드와 세기의 수수께끼같은 일상과 보석에 관련된 과거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한다. 표지에서 보여지듯, 만화속에서 튀어나왔음직한 외모를 가진 스리랑카계 영국인 리처드와 자칭, 타칭 정의의 사도 나카다 세기가 펼치는 보석과 그 속에 담긴 특별한 이야기들은 화려한 보석에 대한 단순한 감정을 넘어, 누군가의 삶에 대한, 인생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시선이 담겨지게 된다.


핑크 사파이어를 시작으로 해서, 루비, 자수정, 다이아몬드, 그리고 로즈 쿼츠(홍수정)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석들에 관련된 다양한 지식들을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그 보석들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내면서 느끼게 되는 감동과 정서적인 울림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보석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단순한 이름을 넘어서는 특별함, 그리고 그것들을 담아내는 두 남자의 모습에서 잔잔한 울림이 느껴진다.



이런 비슷한 유형의 작품들을 이전에도 만난 기억이 있다.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는 오래된 고서점에서 '책'속에 담긴 추억들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내고, 다니 미즈에의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에서는 '시계'에, 미카미 엔의 또 다른 작품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에서는 바로 '사진'이 추억 비밀을 열게해준다. 마지막으로 나토리 사와코의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에서는 철도에서 '분실한 물건'들에 담긴 이야기들이 특별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보석상 리처드 씨의 수수께끼 감정>에서는 바로 '보석'이 책, 시계, 사진 등과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이런 유형의 작품들을 만나는 걸까? 이런 유형의 작품들을 보통 '라이트 노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일본에서 유래가 된 걸로 알려진다. 물론 그에대한 특별한 정의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젊은 층을 대상으로한 가볍고 재밌는 엔터테인먼트 소설류를 주로 말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간단히 말해 가볍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로 말할 수 있을까? 이 작품도 그렇다. 가벼운 맘으로 즐기고 느끼면 된다.


역시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리고 다양한 보석속에 담겨진 이야기들, 그리 굉장하고 소름끼치도록 특별하지는 않지만 시간을 품에 담은 보석, 아니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아름다운 보석상이, 당신의 고민을 감정해 드립니다.' 누군가에게 하나쯤 존재할 소중한 보석, 그 보석의 가치는 교환대상으로써의 금전적인 가치보다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있는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가진 최고의 보석은 무엇일까? 결혼식때 아내와 나누어 꼈던 결혼반지? 아니면 장모님이 선물해 주신 반지? 혹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보석은 바로 '가족'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 안에서 은은하게 빛을 더하고, 세상 어떤 보석과 비교해도 그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혼자보다는 함께 있을때 더욱 멋지게 빛나는, 이 보석때문에 지금 웃을 수 있고 앞으로도 더욱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리라. 보석상 리처드에게 굳이 나의 보석을 감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소중한 보석을 앞으로도 더욱 빛나고 아름답게 갈고 닦아 간다면 말이다. 세상에는 100여종이 넘는 보석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리처드와 세기 콤비를 만날 날이 앞으로도 그 보석의 종류 만큼 많을 거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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