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엔 아들만 둘입지요. 둘다 책을 참 잘봅니다.

잠수네의 책벌레코너에 등록한 책들(만화책, 잡지빼고)의 페이지수가 큰애가 24만점, 작은애는 18만점이 넘었습니다. (자랑... ^^;;) 

1. 책읽어주던 시절(큰아이 6살 때까지...)

제가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도서관같은 곳에 다닐 수 없었어요.
파김치가 되어서 집에 온 때가 부지기수였고,
근 3년동안은 주말부부 혹은 유사주말부부로 저 혼자 애들을 키웠기 때문에 꿈도 못꿨던 일이었답니다.

다만, 제가 한 일은 전집 서너질을 한꺼번에 들여놓은 후 매일 읽어줬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처음 애들한테 책다운 책을 안긴 때가 큰애가 28개월이 되었을 때입니다.
아가월드 전집을 네가지(미쳤다...)를 샀었지요.

그리곤 잠수네에 가입하게 되어서 거기서 소개된 단행본들을 매달 사들였었습니다.
지금도 책이 가득 들어있는 택배상자를 보면서 즐거워 소리지르던 아이들 모습이 생각납니다.

졸면서도 아이들과 자기전에 나란히 누워서 아이들이 읽고 싶다고 들고 온 책은 다 읽어줬었습니다. 물론 그러다가 졸기도 많이 졸았지요... 꾸벅거리면서.. 아님 눈뜨고 잔 적도 있어요. ㅎㅎ
전 테입도 CD도 틀어준 적이 거의 없거든요. 그냥 제가 읽었습니다.

덕분에 책읽어주는 시간이 아이들과 제게는 서로 감정을 교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되었고,  책읽는 재미(아울러 읽어주는 재미까지)를 아이들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2. 선무당이 사람잡다

그/런/데/

남들 아이들은 책보면서 혼자서도 글을 터득하더라, 누구는 간판을 읽는다더라... 뭐 이런 소리를 자주 듣다 보니 제게 욕심이 생겼습니다. ㅠ.ㅠ

내 애도 책을 가지고 한글을 떼게 하리라~
욕심이 생기니 그림책 가지고 아이를 괴롭히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었답니다.

"어머, 여기 사자가 있네~ 동현아, 다른데서 이거랑 똑같은 글자 찾아볼래?"

그걸 찾아낼 수 있는 아이였다면, 혼자서 버얼써 익힐 수 있었을 것을...
못찾아낸다고 아이를 윽박질렀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러워서 지금도 고개를 들수가 없습니다. 그냥 욕심에... 그랬던 거지요...

문제는 이걸로 끝난 게 아니었답니다.
이 "글자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아이를 붙들어 놓아서 한글을 여섯살 중반쯤 되어서야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었구요. 그것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이후에 말입니다.
또한 아이가 학습에 대해 주눅이 들게 만들었답니다. ㅠ.ㅠ
(이걸 극복하기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혹시라도 지금 글자를 모르는 아이 엄마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옆집 아이가 그랬다고, 잠수네 누구 아이가 그랬다고 내 아이도 그림책 읽어주면서 한글 떼게 해야지~하면서 아이 잡지 마세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가 정신을 일찍 차려서 책으로 아이잡기를 단념했다는 겁니다. ^^;;
아이의 겁먹은 얼굴과 눈물에... 정신이 확~ 듭디다.

그냥 책읽어줄 때에는 "책 읽어주는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자"하고 그 뒤에 감추고 있던 음흉한(^^;;) 마음을 버렸지요.
고맙게도 아이가 계속 책 보는 걸 좋아했구요.(얼마나 고마운지... )
그래서.. 작은애한테는 이런 짓 안했어요...

3. 대/전/환

주말부부 생활도 청산하고, 1년쯤 지나서 요란한 고민을 뒤로 하고 직장도 때려쳤습니다.
아이 잘 키워 보려구요.
정말 아이가 절 원하고 있을때 함께 있어야 할 것만 같아서요.

그런데 제가 집에 있게 된 이후로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떠듬거리면서 한글을 읽기 시작했던 여섯살 큰아들은 혼자서 제법 책을 읽기 시작했고, 억울한 다섯살 작은 아들(세돌이 겨우 지났던...)이 한글을 떼었답니다.
(제가 가르친 것 아닙니다. 돈 주고 가르쳤었습니다.....)

뭐 그리 우울한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더욱 생기있어졌고, 자신감있어하고, 집에 오는 거 좋아하고... 때려치운 보람이 있더군요.

요때쯤부터 도서관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도서관 가던 날 "가슴이 쿵쾅쿵쾅해!" 하던 큰아들놈의 상기된 얼굴이 생각납니다. ㅎㅎ

큰아이는 혼자서 쉬운 책은 볼 수 있었지만,
작은애는 그게 안되던 때라 도서관 구석에서 책 읽어줬었지요...
진짜 그땐 사람이 없었던 때라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는게 그리 시끄럽지 않던 때였어요.(아닌가? ^^;;)

이쯤에도 자기전에는 계속 책을 읽어줬구요...
책도 무지하게 사들였습니다....
보통 한 녀석이 읽어달라 들고 오던 책이 열권정도 되었으니... 하루에 스무권 정도 읽어줬던 것 같습니다.

4. 스스로 책 읽기를 즐기다

일곱살이 되면서 책읽기에 탄력이 붙더군요.
작은애도 제법 혼자 읽을 수 있게 되어서... 더 이상 제가 필요가 없습디다.
도서관에는 일주일에 한두번 다녔고, 보통때에도 하루에  20~30권은 거뜬하게 읽어내더군요. 작은애는 약간 못미쳤구요..

잠수네 책벌레도 큰 몫을 했습니다. 상장타는 재미에, 그리고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앞서는 재미가 붙어서 (사구아로 따라붙는 재미에... ㅋㅋㅋ) 정말 책 하나는 열심히 보더군요.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책보는 것이 한 템포 떨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노는 재미를 알게 되어서였는지... 다른 아이들은 제 녀석만큼 책읽는 아이가 드물다는 걸 알아서였는지, 별 필요를 못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잠수네 책벌레가 작년동안 읽었던 것은 무시하고 올해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만큼 소중했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는 것이었겠지요.

그리고 그림책을 시시해 하더이다.
또 좋아하는 책은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반복해서 보더니만 이제는 새 책만 찾더군요....

독서단계를 높여주어야 했고, 새로운 책을 접하게 해주어야 했습니다.

먼저 잠자기전 책읽어주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샬롯의 거미줄"을 사서 한 챕터씩 읽어줬습니다. 역시 좋아하데요..
한 며칠 읽어주다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 읽어줬어요.
궁금한 놈이 혼자서 다 읽어 버리더군요.

그 다음에 생각해내었던 것이 서점입니다.

물론 도서관에도 초등학생용 책은 많지만, 도서관을 시들해하길래 집에서 가까운 대형서점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반짝거리는 신간들이 가득있으니 정말 신이 났었나 봅니다.
작은 아이가 더 좋아했구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았다면,
서점에서는 가장 마음에 든다는 책을 한권씩 사줬습니다.

큰아이는 지금은 제법 두꺼운 책들(보물섬, 오즈의 마법사, 피터팬들의 완역본들요...)을 봅니다.
다 소화해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줄거리는 아는 것 같긴헌데.. 에미가 영어소설 읽듯 읽겠지요, 뭐... 모르는 건 대충 넘어가면서... ^^;;

작은애는? 대충 묻어갑니다. 다만 과학이나 수학쪽으로 편독하는 경향이 있어서 골고루 읽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요놈도 형에게 묻어서 독서수준이 올라가는 것이 보입니다.

5. 긴 글을 수습하면서... ㅎㅎ

그런데 저희애들이 뛰어난 애들이냐?
아닙니다.... ㅠ.ㅠ 그냥 그렇습니다.

우리말 책을 잘 읽는다는데 영어도 잘할까요?
한놈은 기대보다 잘하고, 한놈은 기대보다.... 그냥 그렇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도를 닦았는지...
에휴... 푸름이인가 그 녀석은 혼자서 영어도 척척~ 뭐도 척척~한다는데...하면서 아이를 두드려 잡지는 않습니다.

그냥 언젠가 때가 되면 잘할 날도 오겠지...하고 있지요.
그나마 책이라도 좋아하는게 어디냐~~하면서요. ^^

그러면서 한글책도 이리 잘보니... 언젠가는 영어책도 보지 않겠느냐~하는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습니다.(영어교실도 짤린 주제에... ^^;;)

저흰 요즘 서점과 도서관을 병행합니다.
일주일에 이틀을 하루는 서점에, 하루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봅니다.

도서관은 여섯시면 문을 닫지만, 서점은 백화점 영업시간까지 책을 볼 수 있으니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지니 엉덩이가 시려요... ^^)

물론 아직도 책도 사지요. 전집도 사고, 단행본도 사고...
학원보낸다~ 생각하고 그 돈으로 책사주고 있습니다.

잠수네 책벌레 상장은 두가지 다 줍니다.
올해것이랑 책벌레 히스토리 상장까지...

그리하여 제 결론은....

죽도록 책읽어줬고,
학원보낸다 생각하고 그 돈으로 책 사주고,
학원보낸다 생각하고 그 시간에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다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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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12-0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제가 요새 고민하던 것들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 있군요.

제가 요번 여름부터 많이 바빴지요. 거기에 작년 겨울부터는 직장 다닌다고 아이를 많이 방치시키고는 그러면서도 욕심만 엄청 부렸습니다.

울아들...요새 그렇게 어려워 하면서도 한글 교재 풉니다.

엄마가 관심 가져주니까요. 요새 반성합니다.

교구들이고 책이고 비디오고, 제가 혼자서 제 할 일하고 싶어서 샀던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정말로 정말로 책 좋아하게 만들어야지요.

책 속에 얼마나 많은 것이 들어있는데요.

스스로를 채찍질 하렵니다...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이등 2004-12-08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말씀을요... ^^;;

엄마가 책을 좋아하시니 반디님네 아이들도 반드시 좋아할겁니다.

이런 건 대개 유전(환경적인 ^^)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