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1>
저 어제 큰아들 잡았습니다.
큰 애랑 작은애가 같이 영어수업을 합니다.
당근 숙제도 있지요.
밖에서 놀다놀다 지쳐서 집에 들어와서
형은 학교숙제를 하고, 동생은 영어숙제를 했습니다.
큰 놈이 학교숙제를 다 하고 보니 동생이 놀더란 말이지요.
빨리 숙제를 마치고 싶었겠지요?
제가 저녁을 하다 말고 방에 들어온 순간
딱 걸린 겁니다. 제게.... 화들짝 놀래더군요. -_-;;
동생 숙제 노트를 들추면서 소위 "배껴쓰기"를 시도하다가요.
이것은 도둑질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숙제를 그만두라 말했습니다.
그 손에서 공책을 빼앗아서 확~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꾸욱~ 눌렀습니다.
잘못했다 하더이다.
지금 너와 이야기하면 정말 화가 날 것 같으니까, 저녁먹고 다시 이야기하자
했습니다.
엄마가 저녁준비하는 동안 넌 방에 앉아 있으라고 했습니다.
숙제할 자격이 없으니, 숙제는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소리지르지 않았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 애는 더 쫍니다.)
눈물, 콧물 뚝뚝...
일단 저녁상을 차리고 애가 있는 방으로 갔습니다.
"엄만 적어도 두가지는 너에 대한 믿음이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을 해꼬지하는 나쁜 심성을 가진 아이는 아니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 네가 한 일을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아마도 그냥 궁금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배껴쓰려고 동생것을 일부러 보는 아이는 아니라고 엄마는 믿는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엉엉 웁디다. 잘못했다고 말하면서요..
무엇을 잘못했냐고 물었더니 "도둑질을 한 것과 같아서"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네가 네 잘못을 알았으니 용서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잘못은 잘못이기 때문에 내일은 놀이터에서 놀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알겠다고 합디다.
그럼 이제 저녁 먹자...했습니다. 한번 안아주고 나서요.
그렇게 상황종료!
<반성문 2>
이번엔 오늘 아침 편식하는 둘째 잡은 이야기입니다.
둘째는 마요네즈, 토마토케첩, 익히지 않은 토마토를 죽어라 안먹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메뉴는 샌드위치였습니다.
샌드위치빵에 접착제역할로 마요네즈를 바르는 걸 이 놈이 봤습니다.
게다가 내용물에 토마토까지 들어있었지요.
열흘전 쯤에 똑같은 걸 꼬셔서 먹였더니 "다음에 또 해주세요"하길래
잘 먹을 줄 알았었답니다. (완전한 착각이었더군요. ㅠ.ㅠ)
안 먹데요...
다른 식구 다 먹고, 출근하고 학교갔는데... 샌드위치 앞에 놓고
제사를 드리고 있는 겁니다.
먹어보라 했습니다.
먹어보지도 않고 미리 그 맛을 짐작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통 목소리로 나갔습니다.
마음속에서 '그래, 너 오늘 날 잘 잡았다. 오늘 내가 니 그 편식하는 버릇
한번 고쳐볼란다' 생각이 납디다.
엄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준비를 했는데,
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먹을 생각도 하지 않으니... 정말 화가 난다.
이렇게 안 먹고 있으면, 시간 지나가서 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것으로
다시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너 엄마 잘못 봤다.
먹어 보지도 않고 맛없다고 하는 것은 음식을 만든 사람을 우습게 아는거다.
엄마는 엄마를 우습게 보는 사람하고 이야기하기 싫다.
네가 알아서 해라...(얼마나 치사합니까! ㅠ.ㅠ)
이렇게 버티고 있으면 네가 여기 차려진 음식 다 먹을 때까진
아무 것도 안줄테니 그리 알아라... (의붓자식한테도 이렇게하진 않을텐데..)
집에 남겨두고 경비실에 물건을 전해주러 다녀오니
이 녀석이 그대로 버팅기고 있는 겁니다. (이제는 정말 화가 나더군요.)
네 눈에는 엄마가 이 토마토보다도 못하다는거냐? (제 목소리에 집안이 정정 울립디다.)
토마토 한입 먹어보는 것이 엄마한테 야단맞는 것 보다 낫더냐?
(정말 치사합니다...)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먹겠다고 합디다.
꾸역꾸역 먹더군요.... (이게 무슨 짓인지...)
유치원가는 시간이 되어서... 옷갈아입히고 나서
엄마는 네가 음식을 골고루 먹고, 튼튼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처음보는 음식이나 싫어하는 것이 들어갔다고 무조건 안 먹으려고 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어서 반드시 고쳐야되는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싫어도 먹어보려고 하는 것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이렇게 노력해 줘서 고맙다. 사랑한다....(서울우유 선전이 생각났습니다.)
이렇게 유치원 보내 놓고 생각하니... 어찌나 찜찜한지요...
어쩌면 이젠 다신 그 놈의 마요네즈나 토마토는 보기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콩알만한 놈하고 한시간동안이나 신경전을 했더니만...
아직도 뒷머리가 딸리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