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큰놈 올해 1학년입니다.
명랑하고, 약간은 얼얼하고, 이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로 무서워하는 아이입죠.

그런데...
이 녀석이 아까 학교다녀와서 간식을 먹다 이러는 겁니다.

"애들이 자꾸 나더러 강아지 흉내를 내래"
"그래? 니가 강아지 소리를 잘내니까 재미있으니까 그러나 보구나?"
"아니야, 난 하기 싫은데, 자꾸만 강아지 흉내를 내래. ㅠ.ㅠ"
"그럼 흉내내기 싫다고 말하면 되쟎아!"
"흉내 안내면 안경 빼앗아간다고 했단 말이야, 그래서 강아지 흉내 자꾸만 낸단말이야... ㅠ.ㅠ"

난감하더이다.
제깐엔 안경은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걸 잃어버리고 맨 눈으로 집에 왔다가는 엄마한테 경을 칠터이니...
시키는 데로 개 흉내를 내고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어떻게 말할까... 하다가

"동현아, 너한테 자꾸 강아지흉내 내라고 하는 친구한테 싫다고 말해.
난 누가 시켜서 억지로 개흉내 내는 것은 싫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시키는데로 하지 않았다고 네 안경을 빼앗아 간다면
때려줘도 돼.(사실은 박살을 내줘라! 라고 말했습니다. ^^;;)
엄마가 책임질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안경은 백개를 부러뜨려와도 상관은 없지만(왜 상관이 없겠습니까! 근시억제 렌즈라고 해서 애들 안경이 알값만 십칠만원이나 줬는데...허나)
네가 위협에 굴복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해."

입학하고 3월달부터 여태까지 하기 싫은 개 노릇을 해왔었나 봅니다.
안경뺏길까봐서요...

큰놈은 내일부터는 안경생각하지 않고 붙어 싸우기로 하고 저랑 힘내자고
하이파이브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세상이 다 제 맘같지 않으니....
제 애말도 어쩌면 백프로 믿을만한 것이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자기 좋자고 남이 싫다는 일을 위협을 해서라도 억지로 시키는지...
그것도 1학년 친구끼리...
발상이 참으로 발칙해서요...
내가 시키는 데로 안하면 안경뺏을거야! 했다는 게요...

사실 제 속은요, 이 녀석이 맞붙어 싸워서 코피라도 터뜨려 줬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대판 싸워서 이겨봐야 일종의 자신감도 붙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요것은 제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올바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자기 몸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남도 함부로 보지 않겠지요?

이 놈이 허우대는 멀쩡한데... 깡다구가 없어놔서...

그건 절 안닮은 것 같습니다.
전 어릴 적부터
"힘으로 안되면 돌로 까라!(ㅋㅋㅋ) 절대로 맞고 다니지 말라!"는 선친의 말씀대로 살아왔는데...

참... 담임선생님한테 편지 써줄까?하며 물었더니... 그건 싫다네요.
어디 이 녀석이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5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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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6-19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속상하시겠네요.
우리 딸아이는 아직 3살밖에 안되지만, 친정 큰조카도 초등 1학년이라 실감 팍팍 납니다.
조카가 유치원 다닐 때 반 친구를 때려서 선생님께 벌 받은 적이 있었어요.
새언니가 왜 때렸는지 이유를 꼬치꼬치 캐물으니
상대 아이가 영어시간 끝난 뒤 조카보고 콩글리쉬 하는 애랑 앞으로 안 논다고 했다네요.
새언니 신조가 '영재교육 한다고 애 잡지 않는다'였는데 그 말 들은 순간 눈앞이 캄캄했대요.
언니는 일단 어쨌든 친구를 때린 건 잘못이라고 아들을 혼냈지만,
속이 상해 밤새 잠을 설쳤다고 합디다.
그 말 전해듣고 저도 억장이 치밀어 올라 조카에게 전화했지요.
그딴 말 하는 애들은 친구가 아니니까 앞으로도 때려줘도 된다고. 쩝.

이등 2004-06-2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글은 한달전에 모 사이트에 썼던 글이어서요... 모아두는 차원에서 여기로 가지고 왔거든요.
그 후기가 있지요.
이 일이 있은 열흘 후정도 되었던가?
그 친구가 교실에서 강아지 흉내내라고 또 그랬다지요?
그래서 "웃기고 있네..."했다는군요. 그리하야 싸움이 붙고 서로 주먹이 오갔나봅디다.
교실에서 그랬었기 때문에 선생님도 아시게 되었고,
옆에서 보던 여자아이가 사실 그대로 말씀드려서
친구가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걔는 팔에 피가 나서 울었다데요. 아들은 안 울었데요.
잘 했다 했습니다. 더 아프게 때려주지...라고도 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