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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하이에크 -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
니컬러스 웝숏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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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와 하에에크, 하이에크와 케인스.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들어봤음직한 80년 이상 묵은 이름들.

오래된 이름들이지만 두 사람의 논쟁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쉽게 어느 한 쪽이 우세하지 않은 채 영원한 평행선을 걸을 두 이름, 케인스와 하이에크. 두 상반된, 그러나 때로는 공유의 시간을 나누기도 했던, 일생에 걸친 학자적 신념과 논쟁을 다룬 이 책 <케인스 하이에크>는, 거장들의 삶에 직접 바칠만한 값어치가 있는 책이다.


총 18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마치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소설 속 남자와 여자 주인공 이야기처럼 두 인물 사이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지 못하게 만든다. 1919년부터 2008년 이후까지, 혹은 2030년 내지는 2050년까지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600 페이지가 넘는 양을 자랑하고 있다. 

다소 나이 차이가 있고, (출발 시기가 다르기에) 명성의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영어냐 독어권이냐의 차이가 있던 두 사람의 논쟁은 마치 속편에 속편을 거듭하는 영화와도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로 가득차 있다. 어찌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한낯 경제학사에 불과한 이야기를 이처럼 몰입감 있게 재구성한 덕분에 이 책은 600페이지 짜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물론, 2인분에 해당하기에 산술적으로는 1명당 (보통 책 분량인) 300페이지 정도에 불과하고, 두 사람의 공통 분모를 제외하면 아마도 250페이지에 해당하는 지극히 '준수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페이지의 수량에 달려 있지 않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20세기 정치, 경제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된 100페이지에 달하는 참고문헌, 인명 및 용어 사전은 20세기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거장에게 바치는 저자 니콜라스 웝숏의 지극한 정성이 드러난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서로 앙숙인 2명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 케인스: 동성애자, 198cm 의 거한, 등이 굽은 콧수염 남자라는 비현실적이지만 누구보다 현실을 걱정하는 사나이.




- 하이에크: 짧은 영어를 구사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호랑이굴로 직접 쳐들어 간 괴짜같은 사나이.



- 그 외: 두 사람을 위해 싸우는 용병들, 평생의 지지자, 배신자 또는 배신 당하는 인물(여인) 등등


두 등장 인물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 하이에크: 경제는 거시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상호 작용을 고려해야만 하며 그것조차 일부만 이해 가능
- 케인스: 경제는 전체를 파악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 경제의 작동을 바라보는 '거시경제학' 입장

하이에크는 경제 이론 자체에 몰입하고 정치와는 거리를 두었지만, 케인스는 경제학을 통해 타인의 삶에 직접 관여하고자 하였다. 뉴딜정책으로 대표되는 케인스의 방침은, 돈을 쓰는 것 자체가 중요하며 따라서 낭비를 할지언정 일단 쓰는 것이 중요하며, 소비가 발생하면 자산이 증가한다는 주의였다. 만약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민간에 부족하다면 정부가 도로와 통신 등 공공사업을 통해서 직접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두 사람의 논쟁이 너무나 상반되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걱정이 되었다. 
저자가 어느 한편의 입장에 치우쳐 버리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 3자적 입장에서 저자는 최대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요한 것은 책에서 누가 더 비중있고, 의미있고, 가치있게 다루어 졌는가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결국 중요한 것은 그때 그때 시대가 요구는 철학에 따라 두 사람의 희비가 끊임 없이 교차해 왔다는 사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케인스와 하이에크 중에서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판가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2차 대전 직후부터 케네디 시대를 겪으면서는 그야말로 케인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오일 쇼크와 함께 물가상승과 실업이 동시에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대가 접어들면서 수많은 케인스 지지자들이 사라진 대신 그 빈자리를 하이에크가 대처와 레이건의 입을 빌려 부활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케인스가 완전 사망한 것은 또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헬리콥터로 돈을 쏟아 붓는 양적 완화가 본격화되면서 케인스가 다시 부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에는 또…


밀튼 프리드먼이 1966년에 했다는 말이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 동안 머리 속에 머물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지금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들이고, 다른 의미에서 보면 이상 케인스주의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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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2 1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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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스트의 시대
로버트 스코블, 셸 이스라엘 지음, 박지훈, 류희원 옮김 / 지&선(지앤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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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에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4'에는 삼천포라는 인물이 나온다.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삼천포는 지역 어른들이 이웃 지역 사람들과 행정 구역 합병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에 휘말리게 된다. 조정 과정을 거쳐 삼천포 시는 사천 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삼천포라는 이름 대신 사천이라는 이름이 채택된 이유 중 하나로는,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의 어감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참 잘 나가다가 '삼천포'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화 중에도 종종 발생한다. 그것은 마치 뜨거운 육개장을 먹으면서 '어 시원하다'라고 하는 것이 결코 정말 차가워서 그런 것이 아닌 것처럼, 때로는 어떤 상황은 숨겨진 의미라던지 그 전후 상황이 중요한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맥락'이며 영어로는 컨텍스트(Context)라고 한다.

IT 관련 유명 저널리스트인 Robert Scoble 로버트 스코블은 수많은 IT 혁신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오늘날이 '컨텍스트의 시대'라는 것을 규정하였고,  그 결과물로  작가인 셸 이스라엘과 함께 책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그 책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번역된 것이 바로 한국어판 '컨텍스트의 시대'이다.


저자(들)는 모바일 기기,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센서, 위치기반 서비스라는 5가지 세상을 바꿀 기술을 언급하고 있다. 개별적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이것이 바로 '컨텍스트의 시대'가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컨텍스트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바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요소들이 하나로 뭉쳐 진화한 결과물이 바로 구글 글래스라고 주장한다. 즉,  저자는 현존하는,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제품 중에서 구글 글래스만큼 상황을 잘 인식하고 맥락 속에서 움직이는 제품은 없다는 매우 강하면서 매우 낯선(우리 상당수는 아직 실물을 본 적도 없다) 강한 주장을 펴고 있다.

결국 이 책은 구글 그리고 구글 글라스에 관한 책이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마이크로 커미션(소액 수수료)라는 개념이다. 구글 글래스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컨텍스트를 인식하고 사용자의 순간 순간에서 가장 적합한 광고 추천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물건/서비스를 구매하게 되면 맥락 인식 사업자(구글과 같은)는 상품 가격의 작은 일부를 수수료로 받게 될 것이다. 즉, 일종의 인텔리전트 삐끼가 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호객 행위는 단순히 아무 고객을 아무 시점에 아무 가게로 추천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즉, 단순해 보이는 호객 행위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상당히 정교한 분석이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앞서 말한 5가지 기술 요소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 글래스에 대한 지나친 극찬과 낙관주의만 제외한다면 이 책은 제법 흥미로운 관점에서 쓰여져 있다. 엄청난 폭풍우를 불러올 기술인 모바일,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센서, 위치기반 서비스라는 5가지 요소에 대한 정의와 개별적인 소개가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각 요소 간의 관계와 영향력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미흡한 편이다. 물론 이러한 단점 조차도 '구글 글래스가 최고다. 안 써봤으면 말을 마세요'라는 편향된 결론 앞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편향되고 낙관적이면서 방어적인 시각이 담겨 있어 읽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함을 준다는 점이다. 지나친 낙관주의 특히 기술에 대한 낙관주의는 일단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글 글래스가 가져오는 생활의 편리함을 모르는 사람은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나 있어라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지나친 오만함은 미래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태도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요즘 유행하는 기승전O라는 표현을 빌자면, 책은 결국 기승전'구글글라스'이다.


우리는 책을 집필하면서 자동차 산업이 컨텍스트 기반 기술 자체와…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구글 글래스와 같은 디지털 안경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서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실망했다. (P.127)


그런데 놀라운 점은 저자의 태도가 막판에 가서 극적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11장까지 컨텍스트, 웨어러블, 구글 글래스에 대해서 극찬만을 나누다가 마지막 12장에 가서는 약간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의 미덕만을 극찬해 온 논조를 반성하고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부작용을 살짝 언급한다. 모든 컨텍스트 비서(PCA; Personal Contextual Assistant)는 사용자의 허가에 기반하여 설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용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고, 회사의 투명도가 적어도 구글 수준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회사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와 새로운 세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책 전반에 걸친 지나친 기술 낙관주의 시각으로 미루어 보건데 마지막 장의 충고는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책 전반에 걸쳐서 제시했던 유토피아로의 입장권과는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는 오히려 그 앞의 모든 지나쳤을 지언정 강렬한 주장마저도 가볍게 만들어 버렸다.


<사족: 또 다른 단점>

책을 번역한 박지훈 씨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에 근무하는 IT  전문 인력이다. 그런데 책의 기본 번역의 일부는 전혀 IT 전문가스럽지 않은 부분이 존재해서 의아했다. 물론 공동 번역자 류희원씨가 기술 인력이 아니라 일반인 관점에서 접근했다고는 하지만, 책의 타겟을 잘 못 잡았거나 (어떤 이유에서간에) 번역가가 IT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 제법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친절하여 마치 독자의 수준을 의심하고 있는 듯한 주석도 제법 있었다. 이는 번역의 스타일이고 독자의 선호도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주석을 통해서 지나치게 독자와 교감을 직접 나누려고 하는 점이 다소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다. 쓸데 없는 주석을 너무 많이 달아서 흐름을 깨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은 번역의 큰 아쉬움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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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2014-05-16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역자 박지훈입니다.
먼저 <컨텍스트의 시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자인 로버트 스코블이 '구글 글래스'에서 영감을 얻은 책이라 기승전'구글글래스'으로 느껴지실만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가해주신대로 다른 흥미로운 관점으로 쓰여졌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아래 '사족'부분을 보고 좀 더 자세한 의견을 얻고자 답글을 남겨봅니다.
어떠한 부분이 아쉬움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좀더 넓은 독자층에게 다가가고자 번역 및 주석 작업을 하였습니다. 내용자체도 단순히 IT뿐만아니라 삶, 비즈니스 부분에서
다가올 변화이기에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작업을 했는데 일관된 '컨텍스트'를 갖추지 못했었나봅니다.

어떤 부분이 불편하셨으며, IT 기본번역의 문제를 알려주시면 다른 독자들에게 도움되도록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편하신 방법으로 연락주시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facebook.com/alexjipark , @alexjipark , alexjipark@gmail.com




2014-05-20 09: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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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살아가는 힘 -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인생법
문요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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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구나. 어제도 열심히 살았고, 아마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내 삶은 왜…?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말 남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열심히 사는 것이 열정이나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내지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뭔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면서, 나아가 만에 있을지 모를 실패에 대한 사전 면죄부가 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이를 소외된 능동성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p.30). 행동은 존재하나 주체는 없기 때문이다.

소외된 능동성이라니! 어제의 내 삶, 오늘의 내 삶, 그리고 아마도 내일의 내 삶을 묘사하는데 이보다 적확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저자 문요한 씨는 심리 훈련 전문가이지 정신과 전문의로서 닦아온 메스를 이처럼 폐부에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대고 있다.

 

 

저자의 전작 <굿바이 게으름> 30만부 이상 팔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책 이름이나 혹은 저자의 이름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렇고 그런 멘탈 힐링을 빙자한 뻔한 책이 한 권 더 늘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고 또 넘길수록 초기의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지게 되었다. 너무나 식상한 표현이지만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새삼 되새겨보면서, 진정한 자율성을 찾기 위해 를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거창한 심리학적이나 정신분석학적 이야기가 아니라 자잘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는 점이다. 책의 큰 주제인 자율성 그리고 능동성에 관해서 정신과 의사로서 본인의 상담 사례를 적절히 섞어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말고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결정 장애와 관련하여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한다. 애초에 후회 없는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데 무결점의 결정을 내리기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서, 오히려 그렇기에 결정을 못하거나 주객전도의 상황에 빠지곤 한다는 것이다. 추억을 잘 담기 위한 카메라를 고르던 사람이 가격비교 사이트 등에서 수 많은 기종과 다양한 가격대라는 선택지를 마주하면서 어느새 본질과 목적은 상실해버리고 단지 조금이라도 좋은 제품을 싸게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가격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왜,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가가 핵심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의 단점은 사례가 지나치게 많이 언급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장점이긴 하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한 것이다. 왜냐하면, 저자가 인용하는 사례의 상당수가 해외의 논문과 연구 결과에서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생생한 목소리를 담으려는 것은 좋으나, 대한민국 3040의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거나 혹은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아카데믹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 보면 생생한 장점조차 희석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하나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정확한 독자가 누구이며 자율성을 회복하는 대상이 누군지에 대해서 다소 불명확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는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3040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듯하나, 한편으로는 3040 본인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3040을 이야기하면서 그들 자녀의 자율성을 논하는 지점에 이르게 되면 이 책의 목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일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챕터 말미에 다양한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어 나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순탄한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 중 대다수가 어느 순간에는 비포장도로에서 길을 헤매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다시 평탄한 길로 접어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평탄한 길은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닫고 그 대신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으면서 울퉁불퉁한 비탈길에서도 이 차의 주인은 나다. 운전은 내가 한다라는 마음을 잃지 않는 마음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람마다 시기는 다르지만 대개 스무 살을 넘으면 인생은 방향 표시도 제대로 없는 비포장도로에 접어든다. 누구나 아찔한 어지럼증에 시달리기 쉽다. 그러한 인생에 가장 좋은 멀미약은 포장도로를 찾기보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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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처럼 반론하라 - 원하는 대화를 하고 싶다면
우에노 마사루 지음, 김정환 옮김 / 끌리는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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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쿄 지방 검창철 검사로 30년 간 일한 뒤, 변호사로 활동 중인 우에노 마사루 씨가 말하는 '원하는 대화를 이끌어 내는 반론 방법'에 관한 책이다.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문에는 상당히 의미 심장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검사와 변호사로 5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반론'이란, 자신에게만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토론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머리 속에, 마음 속에 고여 있고 막혀 있던 답답한 생각 또는 느낌이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반론'의 진정한 의미가 될 것이다.

진정한 반론은 자기 자신만의 승리가 아니라, 상대의 이익과도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반론이란 무엇일까? 때로는 질문을 던지면서 반박을 하기도, 때로는 웃으면서 부드럽게 받아 치기도 하다가 어떨 때는 강하게 주장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엉뚱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다가, 때로는 멋적게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반론의 방법은 이처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반론은 다섯 손가락처럼>

 

그렇다면,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진짜 '반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본 책에서 총 5가지 챕터로 분류된 53가지 반론의 기술에 대해서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있다.

 

1장 노를 "예스"로 바꾸는 반론

2장 불리할 때 사용하는 반론

3장 약점을 드러내지 않고 이기는 반론

4장 심리트릭을 활용한 반론

5장 유형별 효과적인 반론

 

그 중에서도 몇 가지 특별히 인상적인 것들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01. 원정 그라운드를 홈 그라운드로 바꿔라: 불가피한 원정일 경우 일찍 가서 사전에 정보를 습득해라

03. 큰 반론을 성공시키려면 먼저 작은 반론을 하라: Foot in the door

08. 마음을 열지 않는 상대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여라

12. 이야기 도중에 상대가 우쭐거릴 만한 화제로 유도하라

17. 반론을 듣지 않는 상사는 손해 보기 쉽다

27 불행의 이유를 '행복의 이유'로 바꿔라

33. 과도한 경어나 상투적 표현으로 반론을 봉쇄하라: 정나미를 떨어트려라

35. 약한 '' '우리'로 바꿔 말하라

44. 거절하고 싶을 때는 먼저 칭찬하라

 

53개 전부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일부 반론 기술은 아래와 같이 그림으로 도식화된 설명이 주어지고 또 어떤 기술은 본인의 에피소드 혹은 과거 역사, 문학 또는 영화 등 예술 작품 속 이야기 등의 사례로 설명하고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다.

 

<이런 상사는 사절이다>

 

 

일부 반론 기술은 서로 중첩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고, 어떤 것들은 딱히 반론의 기술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민망하거나 당연시될 정도의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의도가 무뎌지거나 무의미해진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제목이 자극적이면서 극단적인 구석이 있기는 하다.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변호사"와 같은 반론을 펼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지만, (일단은 아쉬운대로 본인이라도, 나아가 만약 가능하다면 상대방도 포함해서)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일례로, 어릴 적의 나는 평소에는 퉁명하고 무뚝뚝했지만, 용돈이 아쉬울 때가 되면 아침부터 상냥하고 잘 웃는 아이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는 하지만, 당시의 내 전략은 너무나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었나 싶다. 웃는 얼굴로 안방에 들어가는 순간, 항상 어머니는 "오늘은 또 뭐가 필요하니?"라고 말씀하셨으니까.  만약 내가 서로 기분 좋은 중장기적 전략을 쓸 줄 알았더라면, 아마 과자 한 봉지는 더 사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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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 행복을 결정짓는 작은 차이
조르디 쿠아드박 지음, 박효은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 조르디 쿠아드박 지음 / 북로드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헌혈 센터 직원도 아니고, 간혹 혈액형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xx형입니다라고 하면, “!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대꾸를 해줘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고작 4가지 분류로 나눠놓으면서, 이상하기 짝이 없는 스테레오 타입에 껴맞춰서 그 사람은 xxx한 사람이야. 왜냐하면 xx혈액형이니까 말이야라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함을 넘어 부당함 내지는 무지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성격 대신 행복에 관해서 논하는 이 책은 적어도 그런 면에 있어서 만큼은 혈액형에 비하자면 훨씬 합당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아니 오히려 흥미로운 점이 많은 책이다. 52가지 섹션을 6개 장에 나누어 담은 행복학에 관한 이 책은 수 많은 주제(섹션)별로 심리학자, 경영학자, 의학자 등이 세월에 걸쳐 연구한 각종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행복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학문적 근거 있음이라는 든든한 빽과 함께 외롭지 않다는 안도감을 건네 준다.

오늘날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행복은 주관적 안녕감으로서 부정적 감정은 피하고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며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다. 주관적 안녕감은 무엇이며,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다 필요 없다. 삶의 만족감과 관련된 것이라고만 생각하자.

 

삶의 만족감과 행복에 관한 본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행복에 대한 진지한 잡담

2장.       행복한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3장.       지극히 사적인 행복

4장.       행복을 오해하지 마라

5장.       진정한 행복의 비결

6장.       행복은 실천하는 것

 

이 책의 특징은 행복에 관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 있다. , 한 섹션에 3-5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단 분량에 부담이 없고,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또한 다루는 내용도 돈, 주거지, 건강, 미모, 자녀, 나이, 결혼, 섹스, 친구, 목표, 직업 등 다양한 주제에서의 행복의 의미와 이를 증대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사람살이의 모든 측면에서 볼 수 있는 행복을 소소한 것부터 거시적인 국가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존에 알고 있는 관념을 깨어 부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4장 행복을 오해하지 마라. 이 특히 대표적이다.

 

20. 돈이 행복하게 해줄까?

21. 직장에서 머나먼 전원주택과 직장 옆 원룸 중 어디가 행복할까?

22. 건강해야 행복할까? –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한다!

25. 가장 행복한 나이는? – 65~85세라고 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행복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이 좋은 점 또 하나는 각 섹션 별로 레퍼런스(참고문헌)이 모두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많은 한국 번역서들이 원 저자의 노고를 애써 무시해가면서 참고문헌 정리하고 인쇄해봐야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참고문헌 자체를 빼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고맙게도 이를 모두 살려주어 만약 연구 결과의 원문이 궁금하다면 이를 직접 찾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정상비정상으로 만든 좋은 사례라고 해야 할까?

 

행복에 관한 대표적인 개념 중 하나는 GDP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 지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한국의 낮은 순위일 것이다. 책에 따르면, 행복은 개인적인 목표에서 온다고 했다. 행복이 되었든, 경제력이 되었든 간에 무의미한 거시 숫자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짜 행복과 성공과 만족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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