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란 무엇인가 - 천재들의 생각을 훔칠 단 하나의 방법 북클럽 은유 1
김용규.김유림 지음 / 천년의상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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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만 하다보면 “자세한 건 2,3권에서..” 라면서 더글로리, 카지노마냥 끊어간다. 그런데 정작 파트1이자 기본 개념 정의에 해당하는 1권이 매력적이지 못해서
2,3권은 하나도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마치 종이의 집 힌국판 시즌2마냥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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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in ESG - ESG 경영 실무를 위한 Social
CSES 사회적가치연구원.임팩트온 지음 / 파라프로젝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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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마도 5년 뒤 돌이켜보면 2020-21년은 크게 3가지 키워드로 기억될 시기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전세계를 마비시키고 주저 앉게 만든 코로나 혹은 COVID-19 바이러스이고, 두번째는 가상이 현실을 만나고 넘보기 시작한 소위 '메타버스'가 본격화된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5년 뒤에는 더욱 크고 넓게 퍼져있겠지만, 'ESG'라는 개념이 기업-투자-사회 전반에 걸쳐 공론화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그렇게 2020-21년은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널리 알려진것처럼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그리고 지배구조(Governance) 3가지 관점을 의미하며, 이를 준수하고 강화하는 기업만이 소비자에게 그리고 투자자에게 인정 받게 될 것이라는 미래 지향적이면서 동시에 실시간으로 중요시되는 가치이다. 이러한 전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사회적가치연구원은 2021년 2월 <ESG Handbook: Basic> 편을 출간한데 이어 후속편으로 <S in ESG>라는 책을 최근 선보였다.

<S in ESG> 책은 크게 3+1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은 S 소셜 생태계의 역사적 흐름에 대해서 다루면서, S가 주목받는 이유와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국내외의 주요 이니셔티브와 규제 등을 다루고 있다. Part 2에서는 Social 핵심 동향과 전망이 주요 주제인데, 글로벌 관점에서의 S 동향과 국내에서의 동향 및 전망을 다루고 있다. Part 3는 실제 S를 실행하기 위해서 수반되어야 할 주요 핵심지표와 체크리스트를 담고 있는데 실제로 경영에서 S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여러 세부 지표에 맞춰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일종의 번외로 네번째 DE&I FOCUSED 파트에서는 S 내에서도 중요한 3대 가치인 다양성, 포용성, 형평성(Diversity, Equity, Inclusion)을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서 벤치마킹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Part 1. 소셜 생태계의 역사적 흐름

이 파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ESG라는 키워드가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사실 한국은 특히 탄소중립과 기후 변화로 대표되는 E에만 큰 관심이 쏠려있는 반면 유럽과 북미에서는 S 분야도 점점 주목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DE&I(다양성, 포용성, 형평성)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강조되면서 글로벌 리포트, 투자사 그리고 기업 차원에서 각각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주주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으로 확대되어 가는 추세가 ESG 경영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일종의 행동강령 형태인 자율 규범으로써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S와 관련된 규제와 논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Part 2. Social 핵심 동향과 전망

글로벌 기업들은 인권 증대 관점에서 시작하여 특히 최근 COVID-19 이후 기업 내외부의 부정적인 이슈에 대응하고자 직원, 소비자 그리고 협력업체 등 안팍의 이해관계자와 공존하기 위해 S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사실상 E 와 S는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주로 저소득 계층 거주 지역에 환경에 해로운 시설, 설비 등이 위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곧 환경에 반하는 행위는 소셜에도 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E 와 S는 분리하기 어려운 상호의존적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확대 해석하면, E에서는 '하는 척'하는 그린 워싱이 비판받고 있다면 S에서도 역시 '하는 척만 하는' 워크 워싱(Woke Washing, 깨어 있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안하거나 반하는 행동)이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이러한 워크 워싱에 대해 언급하면서, "S에 대한 기업의 선언이 단순 홍보 활동으로 그치게 되면, 큰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라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글로벌 차원에서 S에 관한 다양한 강화 추세와 동시에 반성 및 성찰이 강조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 입법(예고)와 자국 및 글로벌 기업의 변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이어서 다루고 있다. 해외에 비해 한발 늦고 아직은 초기 단계인 감이 적잖아 있지만 본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여러 사례들처럼 점차 국내에서도 S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Part 3. 체크리스트

세번째 파트는 실제 S의 도입과 실천을 위해서 우선 어떤 지표를 KPI로 삼을 것인지를 소개하고, 이어서 각 세부 지표별로 글로벌과 국내를 나누어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도록 체크 리스트를 보여주고 있다. S를 핵심지표화하고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가 진단하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는데, 본 책에서는 이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에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핸드북에 이어 후속작 개념으로 출간된 <S in ESG>은 'S'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리고 기업과 투자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고 실제 국내외의 정책 흐름과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기업 경영에 도입하기 위한 핵심지표 설정과 체크리스트를 제공함으로써 실제 실행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념서이면서 동시에 좋은 실무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우면서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G'에 대해서도 E와 S 못지 않게 주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E와 S는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G도 빠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E'의 관점에서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와 소비자 그리고 협력업체 등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S'의 중요성을 본 책을 통해 알렸다면, 다음 후속작으로는 'G'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고 세계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기업 경영에서 어떻게 접목시키고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꼭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대기업 지배구조 등의 오래된 이슈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견기업 나아가 스타트업에서조차 지배구조에 관한 여러 부정적인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만큼, 이론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다면 'ESG 경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책에서도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인용하는 것으로 <S in ESG>에 대한 리뷰와 동시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사회 다양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배구조 투명성 리스크가 큰 기업들의 공통점은 천편일률적인 - 특히 백인 중년남성들로 구성된 - 이사회로 구성돼, 리스크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반성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p.97)


ESG 시대에 직원을 고려하지 않는 경영은 주가하락, 자본조달 위기, 평판 붕괴 등 다양한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 P59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워크 워싱에 대해 우려를 밝히며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업의 선언이 단순 홍보 활동으로 그치게 되면, 큰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 P61

조사 결과, MZ세대는 보수의 안정성과 높은 소득 수준 보장과 더불어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향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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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유럽 현장에서 답을 찾다 -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꼭 필요한 실전경제 필독서
김윤태 지음 / 새라의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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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일을 쉬고 이것저것 책을 읽는 동안 그 전에는 가져보지 않았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개미지옥과 같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왜 우리는 성장해야 하는가?’ 

‘성장의 혜택은 무엇이며 누구에게 가는가?’ ‘

성장하지 않는다면 대안은 없는가?’ 

물론, 당연히 여전히 답을 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어렴풋이 가지게 된 탈성장에 대한 해답 중 하나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마을, 커뮤니티, 협동조합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레 미국식 자본주의가 아닌 유럽의 수많은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우석훈 박사가 강조했던 스위스의 협동조합 모델, 복지와 행복이 정비례하는 북유럽 모델, 협동조합의 대표격인 FC 바르셀로나와 몬드라곤의 스페인, 히든 챔피언으로 대변되는 독일의 강소기업 모델 등 유럽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니 알지못했던 대안적 생활과 성장이 이미 자리잡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주말 낮에 서점을 배회하다, 최근 이러한 내 관심사를 알기라도 한 것처럼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 경제, 유럽 현장에서 답을 찾다>>라는 책이다. 사실 ‘한국 경제’가 현재 어떻고 앞으로 어떠해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너무나 거시적인 표현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럽 현장’이라는 부분에서 시선이 한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 동네’에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항상 궁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자가 KOTRA 런던무역관장이자 그 전에는 루마니아, 스위스 등에서도 근무했었다는 이력을 보고 나니 올 한해 내내 지녀왔던 나의 부질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사회학자, 심리학자 혹은 경제학자는 아니다. 따라서 인간 행동의 복합적인 상호 작용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그 부분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인이라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유럽 현장이라는 그들 내부에 대해서는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5장 히든 챔피언과 그들의 길>에서는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스위스 강소기업의 여러 케이스가 잘 다루어져 있어서 우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의 Lesson learned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렇듯 유럽 현지의 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과의 오랜 교류를 통해 생긴 저자만의 시각과 해석은 2017년 현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로 하여금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의 답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질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왜 우리는 매일 같이 야근을 하면서도 여름 휴가 5일 가는 것도 힘들 정도로 일에 치여 사는 걸까?

수학능력시험이라는 전국가적 이벤트를 아직 보지 않은 학생 혹은 그 학생의 부모라면 이런 고민도 해봤을 것이다.

왜 스위스는 대학 진학률이 30% 밖에 되지 않는데 국민소득이 10만불인 반면, 대학진학률이 70%를 넘지만 연애도, 취업도, 결혼도 포기한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에는 이토록 많은 걸까?

이 책 <한국 경제, 유럽 현장에서 답을 찾다>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정답은 아닐지언정 힌트 혹은 그 이상의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불편함 점도 적잖게 있었다. 정부 기관인 KOTRA에서 그것도 외국에서 오랜 세월 근무해온 저자의 이력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수많은 오글거리는 문장들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 DNA와, 우리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 정부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려 민관이 함께 협력하면 더욱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사생결단식의 고객만족 전략, 경쟁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과감한 실행력, 한국인 특유의 과감한 결단성이 유럽시장에서 성공한 핵심요인’

2017년 한국 사회는 개인화, 파편화되면서 더 이상 집단의 목표라는 대의명분으로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기는 커녕 강요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저자는 여전히 국민, 기업, 정부, 그리고 국가에 대해서 각기 별개의 존재가 아닌 하나의 거대한 운명 공동체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일부는 다소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기관의 직원으로써 오랜 시간 일해왔다는 경력은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장은 알지만 현실은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눈여겨 볼만한 책이다. 비록 일부 부분에서 중학생의 연애편지처럼 오글거리는 기분이 들거나, 미합중국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몰면서 외계인을 물리치는 영화를 막 보고난 것처럼 거북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특히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정관계의 사람이거나, 해외 시장 특히 유럽 시장에 진출해서 강소기업이 되고픈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는 현장에서 들려주는 이러한 생생한 목소리가 무척 반가울 것이다. 국민 하나하나가 행복해야 기업이 행복하고 성장하며, 기업이 성장해야 국가가 발전하고, 국가가 발전해야 다시 국민이 행복해지는 순환 고리 속에서, 우리는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 답은 유럽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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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종말 - 불확실성의 시대, 일의 미래를 준비하라
테일러 피어슨 지음, 방영호 옮김 / 부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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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서점에 부쩍 퇴사 관련 책이 많아졌다. 회사 아니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모습이 싫어서 그만둔 사람도 있고, 계획된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그만둔 사람도 있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오게 된 사람도 있다.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공통요소 중 하나는 바로 ‘창업’이다. 창업을 위해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과감한 도전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사업가이자 강연자, 비즈니스 컨설턴트라 소개되는 테일러 피어슨 Taylor Pearson은 수많은 창업가를 만나고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하여 <직업의 종말>이라는 책을 썼다. 바로 이 책 역시도 최근의 출판 트렌드, 나아가 경제 트렌드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축소되는 것과 동시에 (쓸만한) 일자리 자체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에 어딘가에 속해서 매달 월급을 받는 ‘직업’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 널리 알려진 사실일 것이다. 자동화로 인한 인간 대체, 글로벌 생산시대가 되면서 국경 밖으로 넘어가버린 일자리, 이제는 나아가 인공지능과 로봇이 아예 사람을 몰아내고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시대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직업을 가지고 9 to 6 일을 하며, 매달 25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당장 다음달에도 9시에 출근해야만 하는지, 25일에 월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는 시대인데도?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은 직업과 창업을 단순하게 개념화했다.
직업: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따라 일하는 것
창업: 시스템을 고안, 창출, 연결하는 것. 비즈니스, 아이디어, 사람, 프로세스 등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남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서 따라가는 것은 반드시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최근처럼 글로벌 경제와 기술 발전이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는 시대에는 직업이 지속가능한 모델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리라. 그렇기에, 저자 피어슨은 직업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는 대신, 창업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직업이 종말하는 것과 별개로 현대는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과 같은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한계비용이 0에 수렴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지구 어디에서라도 1주일 안에 창업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언뜻 대담하면서도 논리적이며 타당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큰 모순에 빠져 있다. ‘남이 만든 시스템’을 따르는 게 직업이라지만, 정작 본인도 ‘남’에게 너무나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원판은 2015년에 나왔고 번역본은 2017년에 나왔다. 2015년임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보는 내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롱테일의 크리스 앤더슨, <몰입>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무어의 법칙’, 심지어 과학적 관리법을 창시한 프레더릭 테일러와 같은 “옛 선인”들이 줄기차게 나온다. 

그닥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들을 한데로 모아 ‘직업의 종말’이라는 화두를 던지고자 한 부분은 그래도 높게 평가해줄만 하다. 그런데,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가 ‘남’의 이야기이다. 영화 <콘택트>(2017)은 SF작가 테드 창의 원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각색하여 만든 영화다. 모든 책이 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겠지만, 내가 궁금했던 것은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그런데, 100년전/60년전/20년전/10년전 인물들의 이야기만 듣고 있다면, 거대한 화두의 진정성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원제도 <The End of Jobs> 이지만, 이 책의 진짜 내용은 직업의 종말이 아니라 창업 컨설턴트의 창업 회유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같다. 분명 패러다임이 바뀌고 시대가 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부분에 대한 깊은 통찰이나 이해는 매우 미흡하며, '상황이 이러이러한데도 창업을 안 한다니 당신 참 용감한 사람이군요’라는 메시지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현재 창업을 고려 중인데 아직 용기를 얻지 못했다면 이 책을 일독할 것을 권한다. 반복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정도 설득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덧) 모든 이가 창업에 나서는 그 순간이 저자에게는 직업의 종말이 될 수 있을지도.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날리 없기 때문에, 저자는 계속해서 대담해 보이는 주장을 펼쳐나가고 누군가를 설득하고 회유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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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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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두자. Rutger Bregman. 네덜란드어로는 ‘뤼트허르 브레흐만’으로 읽는다고 한다. 뭐라 읽어야 할지조차 어색한 이 이름이 언젠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에게 거스 히딩크나 하멜 포류기의 하멜처럼 익숙한 네덜란드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 

서두의 찬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활활 타오른다. 지그문트 바우만, 스티븐 핑커, …. 유럽 작은 국가의 젊은이가 낸 책에 이 정도의 사상가들이 찬사를 보낼 정도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특히 마크 주커버그가 극찬한 책인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낸 스피븐 핑커의 추천사는 이 책의 핵심을 단 한문장으로 요약해낸다.


“진부한 논쟁과 케케묵은 좌우파의 상투적 주장에 지쳤다면 이 책이 펼치는 대담한 사고, 신선한 개념, 생생한 산문, 증거에 기초한 이 위대한 논쟁을 즐겨보라”


책은 5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제목에서 말하는 ‘유토피아’에 대한 역사적 사실부터 검토해보면서 낯설지만 친숙한 ‘그 곳’에 대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한다. 본문은  브레흐만의 주장에 따라 1) 기본 소득 지급 2) 주당 15시간 노동 3) 국경 없는 세계라는 3개의 파트와 하위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라는 10번째 챕터인데, 브레히만이 설정한 3가지 목표가 실현될 수 있는 유토피아라는 곳에 이르기 위한 ‘미친’ 아이디어가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하고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2017년은 우리 아니 선조가 꿈꿔왔던 유토피아인가? 

굶주려 고통 받는 사람보다 비만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보건과 교육 환경이 놀랍도록 개선되었으며, 150세를 넘어 어쩌면 영생을 누릴 수도 있는 시대에 막 접어들기 시작한 2017년은 과연 어떤 시대일까?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우리는 여전히 아니 어쩌면 더욱 황량한 시대를 살고 있다. 굳이 ‘헬조선’이 아니더라도 상당수 선진국 젊은이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비참한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고, 부모 세대는 자기 자녀가 자기보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데 이토록 힘든걸까?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어딘가 갈 수 있는, 가야만 하는 곳이 있기는 있는 걸까? ‘더 나은 세상’이라고 믿은 채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이라는 진보의 시대를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만든 이 세상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유토피아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성취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선조들이 꿈꾼 유토피아가 있었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 사상을 물려받고 더 확장해 나가는 새로운 - 끊임없는 - 유토피아가 필요한 것이다. 완성된 형태으 유토피아가 아니라 상상과 희망이 살아 있는 그곳으로 저자와 함께 떠나보자. 책 제목은 ‘리얼리스트’라고 어쩌면 그는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테러가 해당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는 사실 ‘로맨티스트’다. 



3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저자는 매우 능수능란하고 때로는 교묘하다. 

도발적인 제목과 내용을 던지면서 호기심 절반, 반감 절반을 일으키고는 이내 엉뚱한 이야기를 한참 한다. 뜬금 없이 50년 전 이야기, 500년 전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한참 듣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반감은 사라지고 그의 주장에 설득되고 매료되기 시작한다. 인터넷 댓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순한 불평 불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그의 주장이 결코 외롭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오래전부터 전세계 다양한 곳에서 논의되고 시행되어 온 것임을 밝히고 있다. 본인이 결코 미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동료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선포하는 전략인 것이다. 그의 주장이 허튼 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참고문헌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논문 못지않게 두툼한 레퍼런스를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요즘 책과 다르게 빡빡한 편집 디자인만 보더라도 결코 가볍게 씌여진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주목받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 중 한 가지 핵심은 바로 프로토 타입(Prototype)이다. 프로토 타입이란, 최소한의 핵심 기능만을 담은 채 과연 그 기능이 소비자에게,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계속해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기 위한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기능을 담으려하다보면 결국 이도저도 안되고 덩치만 큰 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비단 App을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고, 개개인의 삶의 태도에도 반영할 수 있다. 모든 진보는 이렇게 작은 곳에서 시작했던 것이다. 이 책을 집어드는 그 순간이 당신 개인에게는 하나의 프로토타입이 될 수도 있고, 개개인이 모여 연대하고 꿈꾸고 확장해나가는 것도 프로토타입이 될 것이다. 당신은, 우리는 이미 유토피아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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