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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시대 - 생존을 위한 통찰과 해법
기디언 래치먼 지음, 안세민 옮김 / 아카이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2008년 세계를 강타했던 경제 위기는 국제 관계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았다. 세계화의 흐름이 더 이상 모든 강대국에게 편익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또한 미국은 새로운 라이벌 국가의 등장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 세계는 기후 변화, 핵확산 같은 진정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문제들에 맞닥뜨려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국가간의 경쟁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또한 세계는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국가간 협력의 시대를 끝내고, 경쟁과 분열이 지배하는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윈윈 세계는 제로섬 세계에 자리를 내주었다. -p8, 프롤로그 '다보스 2009'  

  2000년은 새천년을 맞이하는 기대를 담아 구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때였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나지 않은 2008년 발생한 경제위기는 그러한 새천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아무런 근거가 없었음을, 차라리 새로운 천년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 시대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거대한 위험에 인류가 처해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불안의 시대 또는 혼돈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불안의 시대'의 의미도 우리가 안고 사는 시대의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서구인의 시각으로 쇠약해져 가는 서구 선진국의 입장에서 현재 세상의 변화를 읽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008년 경제위기가 이러한 불안과 혼돈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서로의 공통점을 간추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지난 30여년 동안의 세계 정치와 경제를 크게 전환의 시대, 낙관의 시대, 불안의 시대로 구분하고, 이 시대의 커다란 두 사건으로는 1978년 중국의 개방과 2008년 경제위기를 들고 있습니다. '전환의 시대'는 1978년 중국의 개방에서 시작하여 1991년 소련이 지도에서 사라지던 때까지의 시기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세계화를 수용하고 중국과 인도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낙관의 시대'는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시작해서 2008년 국제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던 시기로, 저자는 세계화가 강대국간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윈윈 세계를 창출했던 시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불안의 시대'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로 국제 정치가 더 위험하고 불안정한 쪽으로 흘러가며 제로섬 세계라는 위험한 논리로 빠져들 수 있는 불안 요인을 안고 있는 시대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물론 독자들이 저자의 시대 구분을 바라보면서 유의해야 할 점은 저자가 <파이낸셜 타임스>나 <이코노미스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 세기동안 세상을 지배하던 서구의 시각에서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를 불안스레(?)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라는 생각입니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제1의 강대국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서구 선진국들이 세계 질서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서구인의 시각에서는 아무래도 그러한 질서가 영구적으로 견고하지 못하고 균열이 가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러한 힘의 이동이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지난 30여년간의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정리하며 현시기를 불안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에도 그러한 시각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구의 시각이 아닌 이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로 불리는 중국이나 브릭스 국가들,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가는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불안정한 정세가 단순히 불안의 시대라기보다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대로, 더 나아가서는 세계 정치경제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부로 나아가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역동적이고 극적인 변화의 시대로 인식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가 저자에게는 불안의 시대로 불리겠지만,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를 담고 있는 새로운 도전의 시대, 기회의 시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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