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를 리뷰해주세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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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현정부의 시작과 함께 많은 기대도 함께 부풀어 올랐어야 할 2008년의 시작은, 현정부가 정권인수위 시절부터 온갖 혼란스런 정책들을 내뱉고 불협화음을 연출한 탓에 기대보다는 '또 다시 5년을 견뎌야 하나!'라는 염려와 체념의 싹이 자라기 시작한 시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자라는 또 다른 싹이 있었으니..... 그런 염려와 체념과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이었습니다. 학교 자율화 조치와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타결에 대한 반응으로 처음 촛불을 든 여중고생들의 행동은 아마도 염려와 체념속으로 가라앉아가던 평범한 이들의 마음속에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일깨워준 계기가 된 듯 거침없이 사람들을 거리로 모아들였습니다. 거리에는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염려와 체념이 아니라 그동안 자신들이 가슴속에 쌓았던 생각과 말들을 뱉어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그들이 외친 말들이 참의미는 바로 '내가,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다'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이었고, 또한 '우리를 인정해 주고, 우리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너무도 당연한 요구였습니다. 물론 주권자로서의 촛불시위자들의 말은 번번히 외면당했고, 충돌했고, 낙인이 찍혔지만, 열린 광장에서 서로 꿋꿋이 연대하며 진화하여 우리 현대사에 또 다른 의미있는 메시지를 남겼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는 촛불이 밝혀진지 1년여가 돼가는 길목에서 이 책은 2008년의 촛불에 대한 의미있고 좋은 기억들을 문자로 옮긴 기록이고, 또한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찾아서 정리하고자 한 노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관자..... 난 여러 의미에서 2008년의 촛불에 대한 방관자였던 듯 합니다. 지리적으로, 시기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인 위치와 생각의 차이 등으로 인해 멀리서 바라만 보던 촛불의 방관자였습니다. 그러한 방관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은 촛불시위 안에서 이루어지던 여러 의미있는 생생한 사건과 이야기들보다는 기존 언론매체에 의해 전해지는 각색된 기사들에 의존해야 한다는 말이고, 그만큼 한쪽으로 편향된 판단을 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인터넷이 있다고는 하지만, 반듯하게 정리된 신문기사나 방송뉴스가 더 그럴 듯하게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었고, 그 말에 더 귀를 기울인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광우병에 대해서는 촛불집회자들의 경우 광우병에 대한 실상의 확인을 뒤로 한채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보수 언론과 정부의 주장을 더 신뢰하는 편이었고, 신문과 뉴스에 나오는 폭력시위 장면에 염려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뒤에 편집과 조작이라는 속임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PD 수첩이 주저앉는 소와 한 여자를 광우병 환자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사실들의 교묘한 왜곡을 지적하는 의견들을 보면서 그런 부정적인 방관자의 위치는 더 강화되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한데, 이 책의 촛불집회 진행과정에 담겨있던 생생한 이야기들은 내가 일방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또 다른 각도에서, 또 다른 의미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촛불의 시작과 진행이 단순한 학교 자율화 반대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구호에 머물러 있는 현상이 아닌, 자신의 정당한 주권을 주장하는 시민사회와 권력을 틀어쥐고 질주본능을 과시하려고 하던 현정부와의 대결, 정책과 비젼과 가치관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는 면이 있고, 그렇다면 내겐 전혀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생각 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 아직도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와 의미, 성취와 실패에 대한 것들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진행형이고, 그 안에서 우리사회의 다양한 가능성과 한계를 찾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노력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도 기억속으로 사라져가는 현장의 기록이라는 의미와 함께,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촛불집회에 대한 다양한 이들의 의미있는 기억, 긍정적인 내용과 미래의 희망과 바람에 대한 기록들이 담겨 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처럼, 2008년 촛불집회 자체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귀닫은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항의와  경고,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보인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한 가능성 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 대한 반성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힘을 하나로 이끌어 내지 못한 시민단체나 시민 단체 지도자들의 무능력함에 대한 반성, 변화나 변혁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일방적인 승리의 선언으로 허탈하게 끝나버린 것에 대한 반성 등..... 하지만 거대한 시민사회의 힘을 눈으로 보고 듣고 체험한 사람들, 그리고 그러한 촛불의 계속을 꿈꾸는 책이라고 말하기에는 자신이 생각하던 가치와 의미, 소망과 정당성에 대해서는 과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 뒤에 담긴 이면에 대한 냉철한 반성에는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의 '촛불과 시민권에 대한 성찰'이라는 차병직 교수의 글마저 없었다면, 내게는 이 책이 마지막 촛불축제의  일방적인 승리 선언만큼이나 허탈한 촛불의 자화자찬으로 여겨질 뻔 하였으니 말입니다.  

"촛불의 권리는 추상적이다. 추상적인 권리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손아귀에 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신 상징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권리를 획득하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 땅에서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시민권은 구체적인 권리다. 구체적 권리는 그 내용의 목록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만 실현할 수 있는 권리다. 구체적인 권리를 향유하는 데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 촛불집회를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책임이다. 촛불집회는 헌법적 자항권의 발동이었는가, 아니면 시민불복종의 행동이었는가, 혹은 그 자체로 모두 정당한 구체적 시민권의 행사였는가. 헌법적 저항권이었다면 목적은 혁명일 수밖에 없고, 혁명의 성공여부에 따라 논공행상되거나 처벌받을 것이다. 정당한 시민권의 발동이었다 하더라도, 의도하지 않게 타인에 끼친 손해는 배상하고 불가피하게 행한 실정법 위반 부분에 대해선 대가를 받아야 한다. 시민 불복종이라고 주장한다면 기꺼이 비폭력 무저항주의의 자세로 부당한 법의 개폐까지 요구하며 자발적으로 체포되어야 옳다. 이런 원칙적 문제까지 면밀히 검토하여 평가해야, 가슴속에 남겨둔 불씨를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몇 가지 문제만 훓어보더라도, 지금까지의 촛불집회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럽다......" (p135-6, '촛불과 시민권에 대한 성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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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2008년 촛불집회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정리해, 그 의미와 성과를 묻고, 새로운 연대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 촛불의 정신을 망각하지 않고 발전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한 고민의 첫걸음을 담았다는 점 등.....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촛불을 외부에서만 바라보던 방관인들, 촛불을 냉소하거나 야유했던 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촛불 안에 있었지만 그 의미와 결과를 혼돈스러워했을 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차병직 교수의 '촛불과 시민권에 대한 성찰' 전문 (p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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