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ino DJUNA의 Actor & Actress - 안나 파퀸편

안나 파퀸(Anna Paquin)은 이제 20살입니다. [피아노 The Piano] 이후 이 배우의 경력을 따라온 많은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겁니다. 이 정도면 한 고비를 넘긴 거죠. 20살이면 어른입니다. 지금 이 나이에 이 정도의 입지를 다졌으면 공식적으로 신동 아역 배우에서 유능한 성인 배우로 성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관객들에게 안나 파퀸은 아역 배우 징크스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져 왔습니다. 사실 이런 상징성은 과장된 느낌이 강해요. 아역 배우 징크스라는 것이 업계에 널리 퍼져 있기는 하지만 예전과는 같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할리우드에서 재능 있는 여자 아역 배우들이 살아남을 확률은 상당히 높아요. 나탈리 포트먼, 키어스틴 던스트, 크리스티나 리치…….예는 끝도 없이 들 수 있지 않습니까?

파퀸의 경력에서 흥미로운 건 오히려 그 보편적 상징성이 아니라 그 특별함입니다. 이 배우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동료들과는 조금 다른 성장 과정을 밟았습니다.

포트먼이나 리치는 데뷔 이후 별 무리 없이 할리우드 영화 시장의 내부에 진입했습니다. 그들은 그 이후 할리우드 주류 배우로 활동했지요. 하지만 파퀸은 늘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아주 가끔 주연을 맡았고 영화 선택은 툭하면 소규모 인디 쪽으로 기울었으며 늘 아마추어처럼 연기했지요.

파퀸의 경력에서 가장 분명한 개성은 그 아마추어의 느낌입니다. 웬만큼 경력을 쌓은 지금도 파퀸은 경험많은 아마추어 같습니다. 역시 던스트나 리치와 같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배우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드러납니다. 던스트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the Vampire]나 [스파이더 맨 Spider-Man]과 같은 영화들을 보세요. 던스트는 빈틈없이 노련합니다. 자기 동작과 대사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프로페셔널한 배우답게 자기의 가치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죠. 하지만 파퀸은 여전히 수줍고 소극적이며 아직도 자기가 배우라는 사실에 가끔 깜짝깜짝 놀라는 듯 합니다.

파퀸의 이런 영화에서 이런 느낌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작품은 [아름다운 비행 Fly Away Home[입니다. [피아노[와 [제인 에어 Jane Eyre[에서도 파퀸은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실제로 자기 힘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한 건 [아름다운 비행]부터죠.

이후 파퀸이 보여준 연기를 보면 각각 다르면서도 일종의 공통된 패턴이 있습니다. 파퀸은 기술적인 면에 늘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오세아니아 출신 배우답게 악센트와 사투리 변조에 능숙한 게 대표적인 예죠. 하지만 파퀸은 다른 할리우드 동료들처럼 100퍼센트 몸을 던지지 않습니다. 한 70퍼센트만 연기하고 나머지는 빈 채로 내버려 두지요. 그 결과 반쯤은 리드미컬하고 반쯤은 묘하게 헐렁한 파퀸 특유의 어법이 탄생합니다.

이런 스타일은 순전히 이 배우의 성장 과정과 성격 때문일 겁니다. 파퀸은 처음부터 할리우드 연예계에서 다져진 리치나 던스트와는 달랐습니다. 이 배우는 뉴질랜드 출신이고 교사 출신 부모 밑에서 자랐으며 몇 년 전부터야 미국에서 거주하기 시작했지요. [피아노] 이후 한 동안 앞으로도 배우 일을 하게 될 지 확신하지도 못했고요. 이런 입장인 수줍은 아이가 늘 영화 촬영 장소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건 당연합니다. 이 배우는 정말 많은 영화에서 그냥 구석에 숨었습니다. [쉬즈 올 댓 She's All That]이나 [올모스트 훼이모스 Almost Famous]와 같은 영화에서 아카데미 수상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작은 역을 맡았던 건 책임을 떨쳐내고 작업 자체를 즐겨보려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러나 파퀸이 언제나 수줍은 아마추어처럼 굴었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여전히 이 배우에겐 아마추어의 열린 느낌이 남아 있지만 그 동안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는 상당히 다양해졌거든요. 파퀸은 공포 영화에서부터 액션 영화, 미라맥스 아트 하우스 영화, 십대 영화, 시대극까지 아우르는 상당히 넓은 장르들을 커버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오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연극에 출연하면서 적극적으로 연기폭을 넓히려 시도하고 있고요. 여전히 살짝 빈 듯한 느낌은 남아 있지만 파퀸은 이전보다 훨씬 프로페셔널해 보입니다. 그래서 개성적인 연기보다는 직업 배우의 노련함과 안정됨이 더 필요한 [엑스 맨 X-Men] 시리즈에서도 대충 다른 배우들과 녹아드는 것이겠지만요.

이 사람의 앞길이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지금까지의 경력도 다양하긴 하지만 그만큼이나 덜컹거리거든요. 아직 영화 전체를 책임지는 주연보다는 별난 조연으로 출연하는 쪽을 즐기는 편이고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전 이 배우가 할리우드 주류 영화계에서 주연 배우로 활동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어요. 그러기엔 이미지가 그렇게 주류풍이 아니죠. 그러나 방향을 제대로 잡고 지금까지의 경쾌한 아마추어의 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 사람의 경력이 꽤 오랫동안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안나둘
다크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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