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UP
Vocals - Amy Lee / Lead Guitar - Ben Moody / Guitar - John LeCompt / Drum - Rocky Gray
극단적인 익스트림 애호가들이 천대하는(?) 고딕(Gothic)은 이제 당당한 장르로서 가치를 얻었지만, 극단성을
파괴성과 동일시하는 마초들이 대단히 혐오하는 음악이다. 그들의 본성은 파괴보다는 청승맞은 슬픔을 주축으로
하는 이 음악을 멀리하는 게 일반적이고, 어딜가나 빠지지 않는 여성 혐오론자들의 ' 여자가 밴드에 있으면 팀웍
은 개판을 치고, 연습보다는 쓸데없는 데 더 신경을 쓴다 (과연?)' 는 편견까지 근거로 들어 음악 자체의 가치마저
깎아내리기 일쑤이다. 이는 익스트림 계 중에서 가장 많은 필요조건을 달고 있으면서도 (예; 여성 소프라노 보컬,
클래식과 디지털 툴의 양방향 키보드 사운드), 그런 형식을 존중하면서 대중성을 타 장르보다 유리하게 갖춰간
고딕락/메탈의 그늘진 면이다. 그럼에도 대중성이란 이들이 고쓰락의 창세기 때부터 지니고 있는 든든한 무기이다.
어둠과 광명, 남성과 여성, 락과 클래식이라는 요소를 양쪽에 배치한 안정감이 고딕메탈 밴드들의 상징이었다면,
요즈음 등장하는 새로운 고딕밴드들은 팝과 고쓰락을 동시에 듣고 자라났다. 한때는 남자의 유약한 아름다움을..
내세운, 팝 차트를 정복한 고쓰나 고딕락들을 말이다. 음습한 아름다움은 멜로디의 힘을 빌 게 되고, 멜로디에 관대한 락 밴드들이 갈 길은 예측하기가 쉽다. 무엇을 표현하든,
청자들이 듣기 편한 멜로디 속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칸사스 주의 아름다운 다크락 쿼텟, 에반에센스의 태생은 벌써부터 마초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멤버들은 상대의 음악성에서 신선함과 아름다움 (그들이 쓸데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닌가)을 찾아 서로 접목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작곡자 벤 무디 (Ben Moody)
가 보컬리스트 에이미 리 (Amy Lee)를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10대였으며 음악을 공부하고 있었다. 김나지움의 학생캐프 때 여흥 삼아 열린 음악회에서, 벤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미트 로프의 <I'd Do Anything For Love>를 연주하는 소녀를 본다. 그 소녀가 에이미였다. 매우 감정적이고 극적인 클라이막스를 지닌, 위대한 사랑을 노래한 이 곡의 피아노 버전은
벤의 마음을 매료시켜놓았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에이미가 연주만큼이나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녔다는 것을 안 그는 앞으로 함께할 음악 반려자로 그녀를 점찍는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음악의 목표는 같았고, 이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곡을 쓴다. 이들이 처음부터 고딕밴드를 표방한 것은 아니었다. 에이미가 'Gothic' 보단 'Dark' 라는 표현
을더 즐겨 쓰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분명히 Wind-up 레이블에 발탁되기 직전 'Origin' 이라는 앨범을 발매하면서, 이들은 고딕밴드로 '길들여졌다'. 그 때의 익스트림 씬이란
고딕 계의 새로운 세력들이 속속 등장하던 시기였고, 데쓰나 블랙조차도 서정적이고 대중적이며, 파괴력속에서 예술성을 넣기 시작하던 때였으므로 이들 역시 그런 신진 세력속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 들은 락 밴드의 일원이 되고자 했고, 그러면서도 처절한 어움과 드라마틱한 구성을 넣고자 했다. 그런데 에이미가 락커로서 첫 발돋움을 했을 때, 그녀 주위
에는 (- 주위에만?) 장차 이들이 할 음악 스타일이라든지, 라이벌이 되어 줄 여성 아티스트를 대동한 밴드가 거의 없었다. 당연히 이들과 공연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없었으며,
초 극단적인 음악, 혹은 완전히 말랑말랑한 음악들 사이에서 이들이 설 자리는 없었다. 지금도 어둠 속에서 삶의 긍정적인 방향, 인간이 인간에게 전해줄 수 있는 따스함을 표방하는
데, 어떻게 극단적인 밴드라 칭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밴드는 '낯설고 이상한' 고쓰락과 비슷한 음악에 발을 디뎠다. 에이미를 비롯한 멤버들의 음악 배경이 전통 클래식이었고,
팝 애호가였기 때문에 이를 섞은 락을 하려면 적당한 음악이 없었던 탓이다. (설마 코어나 네오펑크, 그런지의 후예가 되겠는가). 이들은 대곡을 시도해 보고, 락커로서의 공격성을
기르기 위해 강력한 퍼즈나 디스토션 톤에도 친해지려 애쓴다. 그리고 뷰욕과 토리 에이모스처럼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에이미의 뜻에 따라,
슬프고도 아름다운 발라드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집어삼키는 이들의 잡식은 젊은 나이만큼이나 혈기왕성하고 거침없기에, 클래식으로 다져진 음악속에
래핑을 집어넣는 만용까지 벌이고 만다. 「Fallen」에서 에반에센스의 변신은 이럿듯 충분히 예고된 것이었다. 이들의 음악에서 독특한 대중성의 기미를 발견한 레이블은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이미 정규앨범을 발매한 밴드를 다시 끌어들여, 정규앨범 수록곡과 신곡들을 섞어 신인처럼 다시 출범시킨다. 에반에센스의 특이한 출범은 레이블이 이들을 키우려
고 한 태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콜링, 시더, 니클백 등 메인스트림의 젊은 뮤지션들이 집합한 영화 'DareDevil'의 사운드트랙에 Bring Me To Life, 비공식 첫 앨범의 수록곡이자
본작에도 수록된 <My Immortal>로 참여진 중 유일하게 두곡이나 실은 것. 에이미와 동년배이자,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Let GO>를 수록하며 함께 참여한 밴드 12 Stones 의 리드
보컬리스트 폴 맥코이 (Paul McCoy) 가 특별히 피처링해준 세련된 곡 Bring Me To Life 는 바로 밴드가 처음으로 미는 곡이다. 이 곡은 기존의 에반에센스를 알고 있던 팬들을
놀라게 한 파격과 고전이 공존하는 트랙인데, 멤버들은 업데이트 중인 팬페이지에 "특별한 게스트 폴이 참여해 준 곡이다. 우리의 음악이 변하기는 했지만 기본 모토는 바뀌지 않았
다. 우리는 여전히 슬픈 오케스트레이션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락 밴드이기에" 라고 언급하기도, 영화 데어데블은 영화속의 배경음악과 밴드들이 모인 사운드 트랙 두
가지로 발매된다. 에반에센스의 음악은 두 번째 사운드트랙에서 만날 수 있고, 블록버스터의 인기와 더불어 새로움을 높이 산 반응과, 전략적인 움직임 덕분에 'Bring Me To Life'
는 모던 락 차트의 강자로 군림하면서 이 때 늦은 신인의 출발에 청신호를 보내는 효자 트랙이 되었다. 그냥 출발햇다면 분명히 마이너로 쳐박히거나 미국의 신진 밴드들과 별다른
차이를 두지 못했을 테지만, 고딕가 현대적인 메인스트림 락을 적당히 섞은 데다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에이미 덕분에 에반에센스는 이토록이나 시선을 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