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 책 <축구공으로 붉을 밝혀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유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영감을 불러일으킬 좋은 책
제목이 재미있지요? 어떻게 축구공으로 불을 밝힐 수 있을까요? 우리가 공을 뻥하고 차면, 공이 굴러가면서 운동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이 에너지를 모아 공안에 들어있는 건전지를 충전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모은 전기로 불을 밝히는데, 30분 축구를 하면 3시간 동안 전등을 밝힐 수 있어요. 미국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이 발명한 축구공입니다. 우리가 상상의 나래를 편다면 어디서든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에너지를 쓰고 삽니다. 에너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지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제일 많이 쓰고 있는 에너지가 석유, 석탄, 가스입니다. 이런 화석연료는 채굴하는 과정에서 많은 환경오염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화석연료를 태우게 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기후변화를 일으킵니다. 지난 130여 년 동안 지구평균온도는 0.85도가 올랐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에서는 폭염, 홍수, 폭설, 슈퍼태풍과 같은 기상이변으로 재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화석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꿔야 합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에너지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화석연료가 가진 문제점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도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태양 에너지, 지열 에너지, 물 에너지, 바람 에너지는 환경오염도 덜 일으키고 얼마든지 재생 가능합니다. 태양은 매일매일 뜨니까 태양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매일 연료를 공급하지 않아도 되지요. 바이오에너지도 있습니다. 식물연료로 자동차가 달리고,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전기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한다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재생가능에너지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폐식용유를 자동차 연료로 활용할 수도 있고, 에너지가 되는 나무곰팡이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인간이 원인이라면 그 해법도 우리가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대안을 찾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흥미로운 지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영감을 불러일으킬 좋은 책입니다.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기후변화 시대에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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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좋은 어린이 책 <어린이를 위한 발명과 발견 교과서>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원석(과학저널리스트, 과학교사)

 

옴니버스 형식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최근 교육이나 사회 전반에 부는 가장 핫한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융합’일 것입니다. 이는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통섭형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문 간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여 통섭형 사고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교과서들은 철저하게 세분화되어 있고, 다른 영역을 기술하거나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것은 금기처럼 여겨집니다.


기존의 역사서들을 보면 그러한 학문적 단절이 잘 드러납니다. 대부분의 역사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라는 각각의 관점에서 서술될 뿐이며, 간혹 과학이나 기술은 곁다리로 붙여 놓는 정도에서 그칩니다. 물론 과학사학자의 입장에서도 과학사를 기준으로 과학의 흐름만 짚어갈 뿐 방대한 역사적 흐름을 모두 아우르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어린이를 위한 발명과 발견 교과서』도 장구한 역사의 흐름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얇은 분량에 그러한 작업을 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수박 겉핥기식의 그렇고 그런 어설픈 책이 되어 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욕심을 내지 않고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발명과 발견이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간단하고 위트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어 내려 가는 일이 결코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습니다. 나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나사가 어떻게 비행기와 배와 관련이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저자가 그만큼 주변 사물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짧은 글을 통해 주변의 사물들 사이의 관련성을 놀랍도록 잘 엮어낸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근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빅 히스토리Big History’는 빅뱅에서 시작되어 인류의 역사까지 포함하는, 소위 완전한 우주의 역사를 기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책의 경우에는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 인류의 문명이 탄생하게 된 역사를 다루고 있어 빅 히스토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생겨난 이후 인류의 탄생과 문명의 발생에 이르는 역사를 짧지만 흥미롭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명이 탄생하고 역사가 흐르는 동안 인류가 고안해 낸 갖가지 발명과 발견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단순히 물건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굳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사물의 역사는 손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책도 단순히 발명과 발견의 역사만 기술했다면 읽을 만한 가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발명과 발견 교과서』는 발명과 발견을 ‘과학-기술-사회(STS :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의 관점에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혹시 책을 언뜻 보고 아는 내용을 써 놓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그냥 덮어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꼼꼼히 읽어 보십시오. 읽는 동안 아는 듯 보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발명과 발견의 역사를 마치 옴니버스 형식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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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크리스 반 알스버그 공식 홈페이지(www.chrisvanallsburg.com)와 원작출판사 홈페이지(http://www.houghtonmifflinbooks.com)에 실린 인터뷰를 참고로 하여 독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과 『캘빈의 마술쇼』에 관련된 알스버그의 답을 정리했습니다.


-자료제공 : ㈜사계절출판사

 

당신의 작품에는 빠짐없이 희고 작은 개가 등장하는데, 특별히 개를 등장시키는 이유가 있나요? 혹시 그런 개를 키우고 있나요?


저의 처녀작인 『압둘 가사지의 정원(The Garden of Abdul Gasazi)』에 프리츠(Fritz)라는 개가 등장합니다. 프리츠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저는 프리츠가 불테리어(bull terrier)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불행히도 저는 그때까지 불테리어가 어떤 개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죠. 그래서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불테리어에 관련된 사진을 찾기는 했지만 제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죠. 저한테 필요한 것은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살아 있는 불테리어였던 거죠.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에 들른 데이비드(David)-데이비드는 제 처남이에요-가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를 분양받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연의 일치도 그런 우연의 일치가 없었죠. 저는 데이비드에게 불테리어 사진을 보여줬고, 데이비드는 다른 개들과 구별되는 매력적인 불테리어의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어서 얼마 안 있어 새끼 불테리어를 한 마리 분양받았습니다. 데이비드는 그 강아지에게 윈스턴(Winston)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그렇게 해서 프리츠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윈스턴이 모델이 된 것이죠. 윈스턴은 저한테는 일종의 조카 같은 존재였어요. 어찌되었든 처남의 강아지였으니까요. 그런데 불행히도 윈스턴은 다 자라기도 전에 하늘나라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제 첫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윈스턴을 기념하기 위해서 제 작품마다 윈스턴과 같은 불테리어를(일부라도)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주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저는 다양한 곳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얻어냅니다. 예를 들어서, 어느 날 아침 부엌에 서 있는데, 싱크대 위에 개미 두 마리가 보이는 거예요. 분명히 뒤뜰 어딘가에 있던 녀석들이 부엌까지 들어온 모양인데, 문득 뒤뜰에서 부엌까지 이 개미들의 여정은 어땠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개미 두 마리와 집안을 무대로 한 그들의 특별한 여행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장난꾸러기 개미 두 마리(Two ants)』입니다.


또 이런 적도 있습니다. 네 살배기  딸아이인 소피아(Sophia)의 방을 청소하고 있을 때였어요.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피터팬(Peter Pan) 색칠 공부책이 눈에 띄더군요. 타이거 릴리( Tiger Lily)가 나오는 면이 펼쳐져 있었는데, 연못에 빠진 타이거 릴리가 애타게 피터팬을 찾는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저희 딸아이가 타이거 릴리의 얼굴을 초록색과 보라색 줄무늬로 칠을 해 놓았더군요. 그걸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저희 딸아이가 저지른 짓 때문에 타이거 릴리의 얼굴색이 그렇게 변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그 일을 발단으로, 색칠 공부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기 시작했어요. 책장이 펼쳐지고 자기 모습에 색이 칠해질 순서가 됐을 때, 캐릭터들이 느끼는 기분은 어떨까하고 말이에요.


이야기 소재는 사방에 널려 있어요. 하지만 그 소재들은 이야기의 시작점에 불과하죠. 작가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느냐는, 그것이 무서운 이야기든, 재미있는 이야기든 혹은 슬프거나 신나는 이야기든, 이야기의 발단이 되어준 소재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이야기의 결말은 온전히 작가의 몫이며, 그 작가가 어떤 인생관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죠.

 

자녀가 있나요?


딸 아이 둘이 있어요. 소피아와 안나(Anna)에요. 소피아는 1991년생이고, 안나는 1995년에 태어났죠. 가끔씩 제 딸아이를 모델로 해서 등장인물을 설정하기도 하는데, 『자수라(Zathura)』에서는 형제로 등장하는 남자아이들 둘의 모델이 되어 주었어요.

 

『리버벤드 마을의 이상한 하루(Bad Day at Riverbend)』의 그림은 혹시 따님인 소피아가 도와준 것인가요?


몇몇 그림은 소피아가 크레용으로 그린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만큼 그림이 거칠지가 않아서 제가 다시 손을 봐야 했죠.

 

성장기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되기도 했지만, 크로켓 존슨(Crockett Johnson)의 『해럴드와 보라색 크레용(Harold and the Purple Crayon)』이에요. 지금까지도 그만한 그림 동화는 없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제가 이렇게 대답하면 사람들이 종종 놀라곤 하는데, 크로켓 존슨의 삽화가 제가 그리는 세밀한 그림들과는 달리 아주 단순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바로 그런 단순한 붓놀림과 놀라운 소재들 때문에 제가 크로켓 존슨을 존경하는 것입니다.

 

책 한 권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이야기를 쓰고 그림까지 그리면 7개월에서 9개월 정도 걸려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이야기를 쓰는 일보다 더 오래 걸리죠. 저는 거의 모든 경우, 완성된 책에 인쇄된 그림보다 원본 을 더 크게 그리는 편이에요.

 

이야기부터 먼저 쓰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림부터 그리시나요?


저는 그림보다는 언제나 이야기부터 써요. 하다못해 이야기의 큰 줄거리라도 먼저 정해 놓는 편이죠. 그림 작업을 시작할 즈음엔 이야기가 거의 완성되었거나, 아니면 손을 조금 보면 되는 정도로 만들어 놓는데, 거의 변함없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왜 어떤 작품은 흑백이고 어떤 작품은 색깔이 있나요?


미술대학 시절, 저는 그림 화법이나 회화에 대해서 전혀 배우지를 않았어요. 제 전공은 조각이었죠. 제가 만들 조각 작품을 구체화하기 위해 스케치를 하는 정도였는데, 그 때문에 드로잉 수업을 몇 개 이수한 것이 전부였어요. 스물아홉 살에 첫 그림책을 내놓았을 때도 목탄 연필로 그림을 그렸었죠. 제가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제 작품에 색이 없어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흑백 사진이나 흑백 영화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흑백으로 그린 그림도 좋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갔고, 그림을 그리는 게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다른 재료들로 그림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죠. 드라이 파스텔과 오일 파스텔을 비롯해서 크레파스, 크레용, 색연필, 물감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했어요. 이제는 작품에 색을 입힐 것이냐 아니면 흑백으로 할 것이냐는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달려 있어요.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짧은 단편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 이야기의 분위기가 상상이 되죠. 가끔은 흑백, 또 어떨 때는 색깔이 있는 이야기가 되는데, 정확하게 이렇다 할 이유를 설명하기는 힘들어요.


어린 시절 저는 미국의 중서부 지방에서 자랐는데, 자동차나 만화 캐릭터 그리고 토네이도 대피소를 무척이나 세밀하게 그렸었어요. 그 외에 소년 시절 제가 좋아했던 취미 활동은 모형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자동차 모형, 비행기 모형, 보트 모형, 뭐 그런 것들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꽤 잘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고, 모형 만드는 일도 뜸해지게 됐지만, 손재주와 모형 만들기에 대한 흥미는 여전했기 때문에 결국 조각을 가르치는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됐죠.

 

세밀화처럼 섬세하면서도 환상적인 화풍을 구사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 작품은 대개가 판타지물입니다. 판타지처럼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독자들이 그 이야기를 실제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제가 세밀화를 고집하는 거죠. 그림에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저는 실제 인물들을 제 이야기의 모델로 사용하며 원근법과 빛을 적절하게 섞어서 그림 속의 장소를 실제 장소처럼 표현합니다.

 

대다수 작품에서 다룬 형제간의 경쟁 구도는 당신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인가요? 제 작품들은 대개가 아버지가 되기 이전에 쓴 것들이에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자 사람들이 이제 조금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쓸 것인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죠. 저는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거나, 아니면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지어낼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지금껏 제가 작업해오던 방식과 완전히 다른 것이니까요. 저는 애초부터 제 딸아이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딸아이들이 한 살 두 살 커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관계가 무척이나 극적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들 안에 내재되어 있는 본성으로서 사랑을 토대로 이루어진 형제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반목과 갈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죠.


 

『캘빈의 마술쇼』는 지금껏 당신이 고수해오던 판타지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게 변한 이유라도 있나요?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저는 무대 위에서 속임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마술사 이야기를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책 작가로서 마술사가 펼치는 환상적인 속임수를 그림으로 표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그러면서 그 마술사를 동경하는 어린아이 캐릭터를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니 이번에는 마술사 견습생도 하나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마술사에게 최면술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 최면술을 보고 완전히 매료되었던 기억이 떠올랐던 거예요. 어찌되었든 저는 주인공 캘빈이 제 손끝에서 탄생한 정교한 무대 마술과 초자연적인 마법을 마지막까지 잘못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캘빈은 로맥스의 최면술에 완전히 매료되어서 집에서 최면술을 해보기로 하지요.최면에 걸린 적이 있었나요?아니요.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절대로 없습니다.


『캘빈의 마술쇼』 그림에 촉감이 살아 있어요. 그림에 사용한 화법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저는 60년 전, 아직 마술사가 극장에서 마술 공연을 했던 시대(공연장의 인기가 서서히 시들어가던 시대)를 배경으로 선택했지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봤을 때, 책과 제 이야기의 분위기가 약간은 고풍스러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야기 속의 계절이 아주 무더운 여름날이었기 때문에, 배경의 밑바탕이 되는 색을 따뜻한 느낌을 풍기는 갈색(구운 시에나토 염료)으로 선택했죠. 구운 시에나토 염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세피아 물감’보다 훨씬 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저는 우선 파스텔을 이용해서 밑그림을 거칠게 완성한 다음, 연필을 이용해서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세밀한 부분들을 완성했습니다. 파스텔로 그린 밑그림 위에 연필의 질감을 꼼꼼히 살려서 ‘촉감이 살아있는 그림’을 완성한 것입니다.


『캘빈의 마술쇼』에 등장하는 시대와 장소는 그랜드래피즈(GRAND RAPIDS)*에서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 한 것입니까?

 

그보다는 20년 더 앞선 이야기라고 해야겠죠. 제가 주인공 캘빈의 나이였을 때는 1961년이었으니까요. 『캘빈의 마술쇼』의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 초반입니다. 그리고 장소는, 제 기억에 남아 있던 그랜드래피즈의 풍경이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겠네요. 캘빈이 사는 동네를 조금 더 작게 묘사하기는 했지만, 그랜드래피즈의 지리는 아직까지도 제 기억 속에 정확히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이웃마을에서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을 걸어야 했는데, 가는 길에 높은 언덕도 몇 개를 넘어야 했죠. 저도 몇 번인가 시내까지 걸어가긴 했지만, 열두 살밖에 안된 남자아이가 무더운 여름날에 자기 여동생을 짐수레에 태우면서까지 가고 싶은 거리는 결코 아닙니다.

 

* 그랜드래피즈(GRAND RAPIDS): 미국 미시간 주 중서부에 있는 도시.

 

당신의 작품 중에 세 작품이 블록버스터 영화로 재탄생했는데,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나요?

 

아니요. 물론 영상으로 만들어진 각각의 작품은 영화로서뿐 아니라 책을 통해서 제가 보여주고자 시도했던 부분들에 있어서도 성공적으로 전달이 되었습니다. 제가 그런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제 몹쓸 상상력 때문에 영화에 다 담지 못한 것들을 계속해서 아쉬워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완성된 영화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를 하기 보다는 지나친 비판을 하게 되죠. 하지만 어쨌거나 저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온 것에 대해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영상기술과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가진 영화 제작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니까요!

 

지금까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할 때마다 저는 언제나 “다음 작품”이라고 대답해요. 그렇게 대답하는 이유는 다음 작품이 그 이전들 작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낫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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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작은 발견>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지은(어린이청소년문학 평론가)

 

풀려나온 몇 가닥의 실은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콜라주는 ‘풀로 붙이기’를 뜻한다. 1912년경에 브라크와 피카소 등의 입체파 화가들이 유화 그림의 일부분에 신문지나 벽지, 악보 등을 풀로 붙였던 ‘파피에 콜레’가 시작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실밥, 머리카락, 깡통, 사진 등 캔버스와 이질적인 재료를 오려 붙이는 기법으로 확장되었다. 일상생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요소들이 충동적으로 모인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부조리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를 풍자할 수 있었다. 또한 이미지의 현실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콜라주의 장점이었다.

 

<작은 발견>은 섬세한 콜라주와 포토몽타주로 그림책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은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신작이다. 둘 이상의 사진을 한 화면에서 재촬영하여 조립된 이미지로 만드는 포토몽타주 기법은 이 책에서 멀고 먼 시대와 오늘의 독자를 하나의 관계로 묶어 주는 절묘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녀는 그림책 안에서 목화 실, 옷감, 나뭇잎, 옛날 사진 같은 실물 소재에 밀도 높은 드로잉을 결합시켜 하나의 독창적인 공간을 만든다. 조각조각 선택된 사물의 이미지가 얼핏 냉정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해서 그녀의 작품을 처음 본 독자는 약간의 거리감을 고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잠재된 실물의 온기가 느껴진다. 실 한 가닥, 빛바랜 사진 한 장, 둥글게 모서리가 닳은 낡은 물체가 주는 사실적인 힘은 독자를 그림 안쪽의 진실 곁으로 바짝 끌어당긴다. 어린이 독자는 곧 만져질 것 같은 그림책 속 사물을 보면서 이야기에 한층 가까이 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어린이가 즐겨하는 뜯어 붙이기 놀이처럼 자유롭게 전개되는 이미지는 속 시원한 해방감도 함께 선사한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2011년과 2013년 볼로냐 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다. 반세기를 넘긴 라가치상의 역사에서 한 작가가 두 번이나 라가치상 대상을 받은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대부분의 그림책을 한국 출판사를 통해서, 오랜 파트너인 기획자 이지원 씨와 함께 펴낸 그녀는 어느 인터뷰에서 한국을 ‘창작의 조국’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작은 발견> 은 폴란드 현지에서 출간되었으나 여전히 우리와 무척 친근한 작가다. 그녀는 꾸준히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을 해왔고 이 그림책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5그램짜리 실패에 적혀있는 상표 ‘ROTECH’나 ‘REGIA’는 오래 전 동부 유럽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제품의 실재했던 브랜드 이름이다. 여기 나오는 실패 중 몇 가지는 라이프치히 민속박물관에 모셔져 있을 정도로 그 지역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이제는 희귀해져버린 물건들이다. 작가는 이 해묵은 실타래를 가져와 우리 곁의 살아 있는 인물로 변신시켰다.

 

실은 가늘지만 길고, 여려 보이지만 가닥가닥 모여서 힘을 합하면 그 무엇보다 끈질기고 강하다. 작가는 어느 폴란드 할머니의 반짇고리에 남아 있었을 것 같은 실패 몇 개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간의 역사를 복원해낸다. 이웃집 아저씨와 아줌마들로 의인화된 각양각색의 5그램 실패들은 저마다 대단치 않아 보이는 작은 일에도 자신의 몸통을 기꺼이 내놓는다. 그들이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몸에서는 실이 풀려나오고 그들은 작아진다. 풀려나온 몇 가닥의 실은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양복 단추를 꿰매기도 하고 소녀의 구슬 목걸이를 엮어주기도 했지만 송아지의 목에 방울을 달아주기도 하고 볏단을 묶거나 거대한 물건을 들어 올리는 밧줄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절벽에 드리운 실 한 가닥에 매달려 목숨을 건지고, 구원의 줄사다리가 되어줄 때도 있지만 작품 속 실타래 인간들은 결코 자랑하지 않는다. 언제나 묵묵하게 맡은 바 자신의 일을 해낸다.

 

실타래 인간들의 노력은 실생활을 위해서 요긴하게 쓰이기도 했지만 실재하는 무엇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라진 추억을 견인하는 일도 해냈다. 친구를 잃은 할머니들은 굵은 실 몇 가닥이 힘껏 지탱해주는 그네에 앉아서 하늘나라로 간 친구를 떠올린다.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나면 실타래 인간들이 이토록 온 힘을 다해서 버텨주고 있는 이 세계에서 살면서 우리는 그동안 그들의 존재를 깨닫지도 못했다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어린이가 초등학교 중학년쯤 되면 ‘장차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점점 어린 나이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진로’나 ‘직업’이라는 말로 미래의 삶을 구분 짓기 전에 먼저 탐험해야 하는 성스러운 ‘일’의 영역이 있음을 일러준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너도나도 내 실타래의 실을 풀어서 다른 사람을 살리고 남의 실타래에 의지해 소망을 이루면서 살아간다. <작은 발견>은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선 어른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감아 들여다보게 해주는 이야기이면서 인생의 첫걸음을 떼는 어린이들에게 자기 존재의 크나큰 가능성을 실감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모든 세대를 위한 그림책이다. 가족이 함께 읽는다면 지나온 역사를 실타래의 실처럼 풀어내면서 깊은 대화의 시간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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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시작 다음 Before After>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병철(물리학 교수)

 

감정과 논리, 두 가지를 모두 자극시키는 책

“인과율: 원인이 있는 곳에 결과가 있다.”

이것은 자연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법칙이자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과율이 진행되는 배경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다. 즉, 하나의 원인과 그 결과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모든 에피소드는 크게 (1)같은 장소에서 일어나는 원인-결과와 (2)발생 장소가 각기 다른 원인-결과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나뭇가지 위를 기어가는 거미 → 그 거미가 만든 집”은 (1)에 속하고, “대포 → 구멍 뚫린 벽”은 (2)에 속한다.

 

이 책의 그림을 분류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다. (a)자연현상에 의한 인과율과 (b)생명활동에 의한 인과율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자연현상은 열역학의 법칙에 의해 엔트로피(무질서도)를 증가시킨다. 즉, 이전보다 이후가 더 무질서하다. 그래서 “얼음이 녹아서 → 물이 되고”, “바람이 불어서 → 짚과 나무로 만든 집이 망가지는 것”은 (a)에 속한다. 그러나 생명활동이 진행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열역학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생명활동은 무질서도를 감소시켜서 이전보다 질서정연한 상태가 된다. “하나의 도토리가 → 커다란 나무로 자라고”, “애벌레가 → 나비로 변신하고”, “새끼백조가 → 우아한 백조로 크는 것”은 (b)에 속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b)에 속하는 그림들 중 무질서도가 가장 ‘격렬하게’ 줄어드는 것은 <인간의 활동이 개입된 경우>라는 것이다. 즉, 인간은 (적어도 지구에서는)무질서도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건축자재를 쌓으면 → 건물이 되고”, “로켓을 쏘아 올리면 → 달에 착륙하고”, “밀가루, 계란, 우유, 딸기 등을 잘 섞어서 가공하면 → 먹음직한 케이크가 된다.” 즉, 이전과 이후의 무질서도 차이가 다른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크다.[인간의 활동이 개입된 경우를 따로 (c)로 분류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인 무질서도는 어떤 경우에도 증가한다는 것이 우주의 기본법칙이기에, 인간이 사는 곳 근처에는 무질서도가 다른 곳보다 엄청나게 많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케이크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상상해 보라.)

 

이런 식으로 각 인과관계를 분류하면서 이 책을 본다면(‘읽는 책’은 아니다. 글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현상과 생명활동, 그리고 인간활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인과율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원인이 결과를 낳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또 다른 결과를 낳는 식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하나의 인과율에서 연상되는 유사한 인과율을 연달아 배열하여 아이들의 체계적 이해를 돕고 있다. 여기에 추가하여 이 책의 모든 그림들을 ‘1-a, 1-b, 1-c, 2-a, 2-b, 2-c’와 같은 식으로 분류하는 훈련이 병행된다면, 시간과 공간의 변화와 자연의 순환, 인간의 생산활동과 엔트로피의 변화 등 다양한 인과관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나의 원인이 주어졌을 때, 그로부터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감정’이고, 그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를 추론하는 것은 ‘논리’이다. 이 두 가지는 우열관계에 있지 않으며, 한쪽이 다른 한쪽을 대신할 수도 없다. 균형 잡힌 사고를 하려면 감정과 논리가 균형을 이뤄야한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아이들에게 두 가지 모두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된 후 → 고층빌딩이 잔뜩 들어섰는데”, “밀림 속에서 놀던 킹콩이 → 그 건물 꼭대기로 기어올라가 비행기와 마주하고 있다.” 이 얼마나 유쾌한 반전인가!

 

Quiz: 이 책에서 무질서도가 가장 크게 감소한 그림은 무엇일까? Ans: 호박 덩굴이 마차로 변한 그림이다. 그래서 사람은 동물보다 우월하고, 마술은 사람보다 우월하다. 무엇이건 무질서도를 많이 줄일수록 우월한 존재가 된다. 저자가 이 점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 책의 키워드를 ‘엔트로피(entropy)’로 꼽고 싶다. 직업병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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