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한강의 작은 마을 밤섬>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유지의(사진아카이브연구소 연구원, 2014 서울사진축제 전시 큐레이터)

 

밤섬,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버드나무를 비롯한 수풀이 우거진 한강의 작은 섬 밤섬은 평소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무인도이다. 그러나 과거 밤섬에는 마을이 있었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한강의 작은 마을 밤섬>은 밤섬에서 태어나고 자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배를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아온 이일용 할아버지가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밤섬과 밤섬에 살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밤섬은 조선시대부터 배를 짓는 목수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1960년대까지 여덟 마을에 4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68년 여의도 개발을 위해 폭파되었고, 그 잔해는 윤중제 건설을 위한 자재로 사용되었다. 이로 인해 이일용 할아버지를 비롯한 밤섬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야 했고, 한강에 댐이 건설되자 배 목수 일도 잃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폭파된 밤섬이 있던 자리에 한강 상류에서 흘러내려 온 흙과 자갈, 모래가 다시 쌓이고 숲과 습지가 생기면서 밤섬은 기적처럼 원래 크기의 여섯 배로 되살아난다.


파괴로 단절된 밤섬의 공간을 떠나 사람을 따라 이어지는 이 이야기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이 계속 등장한다. 식량공출이나 강제동원 등 일제강점기 전시체제 하의 경험, 해방되던 날의 기억, 한국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의 폭파, 피난과 폭격, 여의도와 한강 개발, 1990년대의 아파트 재개발 등 밤섬 사람들과 연결된 여러 역사적 사건들은 이일용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체온을 가진, 생생하고 구체적인 경험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이제는 사라진 밤섬 마을의 역사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삶의 경험을, 이 책은 세세하게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기억으로 되살려 놓는다. 밤섬 마을은 어떻게 생겼는지, 밤섬 사람들의 생업과 생활, 밤섬의 변화, 배 만드는 과정은 어떠한지까지, 이야기뿐 아니라 그림지도와 사진 자료들과 함께 자세하면서도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는다.

 

나 역시 밤섬이 이미 사라지고 한강이 거의 지금의 모습으로 개발되고 난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 속한다. 그래서 1960년대와 그 이전 한강에서 찍은 사진들을 볼 때마다, 여름에는 모래톱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물놀이를 하고,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을 채취하는 모습들에 낯섦을 넘어 오히려 어떤 신선함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그 신선함은 바로 한강과 우리가 맺는 관계의 방식이 지금과 전혀 다름을 깨닫는 데서 오는 것이었다. 강변에 쌓은 둑이 마치 강과 사람을 갈라놓는 담장처럼 느껴지는 지금의 한강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밤섬과 밤섬에 살던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이일용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통해 차분히 이야기하는 속에서, 밤섬이라는 공간과 사람들이 맺는 관계의 방식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금은 잊어버린 혹은 단절된 과거의 공간과의 관계를 기억하는 것은, 현재 공간과의 관계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의 관계 맺기를 사고할 수 있는 틈을 열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강의 작은 마을 밤섬>은 매우 반가운 책이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함께 한강에 나가 밤섬을 찾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밤섬이 우리에게 새로운 얼굴로 다정하게 말을 걸어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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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엄마 2014-12-03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신청] 한강에 거의 개발되지 않은 섬이라고 알고있습니다. 전에 김씨표류기 영화인가가 그 곳에서 촬영된 걸로 알고있는데 한강시민공원에 각각의 용도에 맞는 시민공원들이 많이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기에 자연잇는 그대로 놔두긴 어려워요. 다행히 강서구쪽엔 생태공원이 있어서 가끔 가는데 겨울 철새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 별로 많이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일텐데 옛날 밤섬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