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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한 친구들 중에 우리집에서 밥 한번 안 먹고 간 사람이 없는데, 생각해보니 여태껏 집으로 식사 초대를 한 적이 없는 친구 부부가 있다! 이런... 분명히 먹을 것 한두 가지 만들어 선물은 많이 했는데, 밥상을 차려준 적은 없다니...

 친구 부부는 채식을 한다. 우유와 유제품, 달걀은 먹는데 생선과 어패류는 먹지 않고, 김치 담글 때도 젓갈은 가급적 안 넣으려 하는 편이다. 이 부부를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하자니, '그럴 듯한' 접대용 요리의 목록이 '샐러드' 이후로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망설였던 것 같다. 

 <마음을 담은 사찰 음식>을 옆에 두고 보니, 요리의 상상력이 좀더 확대되는 듯하다. 제철채소와 과일로 샐러드를 만들고, 손이 좀 가기는 하지만 연근 크로켓 넉넉히 만들고, 된장 소스 간장 소스 두 가지에 찍어 먹는 버섯 샤브샤브를 메인으로 하면 괜찮은 상차림이 될 것 같다. 


사찰 음식에 관한 책은 선재 스님 책도 보았고, 대안 스님 책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스님들이 먹는 음식이 이렇게 화려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마음을 담은 사찰 음식> 책은 그런데 그 책들보다 좀더 세련되고 화려하다.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릇들이 너무 고급스러워 보여서 신경이 쓰이고, 음식을 그릇에 담는 플레이팅 또한 정갈함을 넘어 기죽을 정도로 세련되어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솔직히 진짜 사찰 음식은 '불에 익혀 먹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기는 것'이라고 들었다. '발우공양'은 밥과 국, 반찬, 이렇게 딱 3가지로 된 메뉴로, 높은 스님이든 어린 스님이든 템플 스테이하는 신자든 신분의 높낮이 구별 없이 절에 있는 모두가 평등하게 먹는 식사라고 알고 있다. 

물론, 이런 '거친' 식사가 사찰 음식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찰 음식을 소개하는 요리책에서 다루어지는 것처럼 요리하기 번거롭고(솔직히 내 눈에는 레시피들이 다 그렇다... 엄청 손이 많이 가는 메뉴가 많았다. 웬만한 건 다 잘게 손질하고, 다지고 갈고 하면서 최대한 '정갈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에 나오는 요리들의 특징이었다.) '몸에 좋다는 것들'을 골고루 다 넣어 만드는 요리가 사찰 음식의 본질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40-41쪽에 나오는 '수삼 냉채' 같은 걸 과연 사찰 요리라고 봐야 할지, 나는 회의적이다. 


<마음을 담은 사찰 음식> 책은, 평소 잘 안 쓰는 재료, 낯선 재료들을 가지고 어떤 특별한 맛을 끌어내볼까 하는 좋은 영감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든다. 그냥 새로운 '스타일'로만, 다른 요리책에는 없을 법한 독특한 메뉴 차원에서 접근한 것만 같아 아쉽다. 흠, 하지만 "자, 스님들의 리얼 발우공양 메뉴로 한상 차림을 해봅시다" 하면서 요리책을 만들었다면, ... 안 팔리겠지 아마... ㅠ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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