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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여름 - 생각의여름
생각의여름 노래 / 미러볼뮤직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올 2월초에 붕가붕가레코드 레이블 공연에서 '생각의 여름'을 처음 보고 들었다.
아무런 인사도 없이, 노래 제목을 소개하는 멘트도 없이, "앵콜!"을 외칠 틈도 주지 않고 그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조용히 무대에 올랐다가 쌩~ 하니 내려갔다.
초등학교 때 반에서 1등 한다는 이유로 반장 좀 했을 것 같은, 마치 학력고사 전국 차석쯤 했을 것 같은, 신림동 고시촌에서 왠지 한번쯤은 마주쳤을 것만 같은 그런 얼굴... 길거리에서 그냥 봤다면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만 같은 그는
막상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시작하자 공연장을 아주 숙연...하게 만들어 놓았다.
할말만 하는 짧고 냉정한 가사, 또박또박 맑은 목소리, 딱 거기에 맞는 기타 연주. 아, 이런 게 '청년의 음악'이고 '포크'로군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공연 사진. 가운데가 생각의 여름. 왼쪽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덕원, 오른쪽은 '청년실업'의 이기타. 덕원은 이 앨범의 프로듀서 역할도 했다고 한다.
이날 나도 감동받은 마음에 무대를 내려오는 그의 면전에 "앨범 내세요!!"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사람 중 하나로서, 음반이 나오자 기쁜 마음으로 얼른 샀다.
총 11곡이 들어 있는데, 러닝타임은 30분 남짓. 노래 한곡이 2분 정도씩밖에 안 된다. 발단-전개-절정-마무리... 의 공식을 충분히 따르는 대중가요의 일반적 법칙과는 맞지 않는, 여전히 할말만 딱 하느라 가사는 2절조차도 쓰지 않고 반주도 기타 하나만 쓰는 노래들이다. 너무 담백해서 심심하기조차 한... (정말 제작비 적게 들었을 거 같다 ㅋㅋ )
그런데 이거, 마음 스산한 2009년의 가을에 참 잘 어울린다. 대단한 감동은 없지만, 마치 내 친구나 후배가 고심 끝에 만들어 들려주는 듯한 공감이 있는 노래들. 9번 트랙 <말>이 참 좋다. 조용히 따라부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