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 1집 별일 없이 산다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 / 붕가붕가 레코드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예약구매하면 3월 3일에나 받을까봐 콘서트 현장에서 사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콘서트 예매도 쉽지 않았다. 약 45분 만에 매진! 휴,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드디어 오늘(아니, 어제구나) 상상마당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가 있었고, 나는 노구를 이끌고 다녀왔으며, 기쁨과 감동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서 지금 목이 다 아프다. 집에 와서 앨범을 듣고, 잠시 잠이 들었다가, "모두 잠든 새벽 네시반쯤 홀로 일어나" 앨범을 다시 들으며 리뷰를 쓴다.  

공연도, 첫 정규 앨범도 다 기대 이상으로 좋다. 아, 살면서 나에게 이만큼 위로가 되어준 게 뭐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가장 가까운 기억으로는 작년 6월말 시청 앞에서의 시국미사가 있다. 그렇다, 이 앨범, 힐링 효과 굉장하다. (과장 아니냐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난 정말 '위로'가 절박한 것 같다 ... 그래서 진심으로 '장교주'라고 부른.. ;; 쿨럭;; )

무슨 노래가 젤로 좋습디까? 하고 묻는다면... 음... 현재로서는 타이틀 곡인 <별일없이 산다>를 꼽겠다. CD를 사들고 공연장으로 들어가서 부클릿에 적힌 가사를 먼저 읽었는데, 아아, 탄식이 터져나왔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 뭐냐 하면 /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 오늘밤 절대로 두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 이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 거다 / 그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 거다 / 하지만 /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그리고, 드디어 노래를 듣는 순간, 울컥했다. 그래, 앞으로 몇년, 난 이렇게 살 테다. 한국대중음악상에 지원을 끊어도, 미디어악법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지랄발광을 해도, 난 너희들 따위에 내 삶을 타격받지 않고 내 식대로 느리게 걸으면서, 재미있게 살 것이다...! 부르르 주먹을 쥐었다. 

이 노래에서 장기하는 마치 협박하듯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중얼거리다가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하는 부분은 메롱~ 하듯이 경쾌하게 뽑아낸다. 보컬 일품이다. 공연 현장에서는 킹스턴 루디스카의 이종민씨가 파워풀한 건반 연주를 해주었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CD 로 듣는 맛은 또한 그것대로 좋다. 

이제 비로소 제대로 된 녹음으로 듣는 <달이 차오른다, 가자>도 무지 좋다. 그동안 음원도 없이 공연 동영상으로만 떠돌았던, 흐느적거리는 '촉수춤'  때문에 약간은 유머 코드로 소비되었던 이 노래가 사실은 엄청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노래란 걸 알게 될 것이다. 오늘 공연에서 들려주던 것과도 완전히 다른 맛이다. 가장 아름다운 트랙이라고 말하고 싶다. 장기하가 프로듀싱도 정말 잘했구나, 하는 걸 이 노래를 들으며 여실히 느꼈다. (프로듀싱을 잘했다는 건, 베이비페이스 같이 명프로듀싱을 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욕심 내지 않고, 딱 자신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소박하면서도 촘촘하게 했다는 거다. <달이 차오른다...>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는 정말 아름답다. 기타 소리가 특히.)

어떤 노래가 가장 인기를 끌게 될까. 서정적인 것, 유머러스한 것, 세태풍자적인 것, 펑키한 것 등등 곡들마다 개성이 다 강해서 잘 예측은 못하겠다. 그러나 단언할 수 있는 것은, 10대든 60대든 이 음반에 누구나 한번쯤은 공감할 만한 노래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장기하 노래를 듣다 보면, 이 친구한테는 할아버지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정서도 그렇고, <느리게 걷자> 같은 노래에서 노래 중간에 추임새 넣는 부분에선, 여러번 들어도 새삼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이분들은 오늘 처음 등장한 인디계 최초의 성악 코러스 '목젖들' 되시겠다 ^^  

<아무것도 없잖어>라는 노래는, 인디언 옛이야기를 듣고서 만든 노래라고 하는 걸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요즘 세태에 딱 맞는 풍자를 들려준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처음 들었을 때, 야, 이거 MB 얘기네! 했는데, 하하, 오늘 공연장에는 선거유세하는 정치인을 연상케하는 복장의 '목젖들'이 묵직한 코러스를 들려주었다. 이 분들 나와 노래하는 순간, 관객들 정말 뒤집어졌다.  


여전한 포스의 미미시스터즈. 다채로운 의상과 헤어스탈을 선보이시다. 물론 재미난 새 안무도!

이제 나는 한동안 이 음반을 들을 것이다. 그리고, 보란 듯이 별일없이 재미나게 잘 살아남을 것이다! 고맙소, 장기하!! 당신 덕에 사는 게 그나마 즐겁다오~!  

へ(●_●)ノへ(ㅁ_ㅁ)ノ へ(●_●)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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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3-0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장기하 팬입니다. ^^
ㅋㅋ 미미 시스터즈의 안무가 느껴지네요. ^^
김창완이 다시태어난 것 같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