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표류기>라는 책을 낸 허지웅씨의 블로그( http://ozzyz.egloos.com/ )에는 이런 말이 대문에 씌어 있다. 

"진보란 신나고 멋있고 재미있고 부러 따라하고 싶은, 그런 것이어야만 한다. 다시 써내려가야만 한다. 요컨대 진보는 멋있는 것이어야 한다. 신나는 것이어야 한다. 간지 났으면 좋겠다. 확성기 틀고 물대포 맞아도 헤헤 좋을 정도로, 열사가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 좇고 싶은 이미지이길 바란다. 당위론을 박차고 나서야 한다. 패션이라도 좋다.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읽은 몇권의 책 -- <우리 소 늙다리> <연이네 설맞이> 그리고 <타샤의 특별한 날> 을 곰곰이 돌이켜보면서 나는 이 말을 떠올렸다. 발단은... <우리 소 늙다리>에서 느낀 묘한 답답함 같은 거였다. 거기엔 어른의 '추억'은 있으되, 지금 우리가,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야, 이렇게 사는 게 훨씬 좋은 거구나...!" 하고 혹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나는 찾지 못했다. 

<연이네 설맞이>는, 명절을 맞기 위한 그 엄청난(!) 노동을 생생하게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이거 한번 따라해보면 좋겠는걸!" 하고 사람을 유혹하는 데가 있다. 그 하루를 위해 수많은 날들을 준비하는 것이 다 이유가 있으며, 형식적으로 친척들 얼굴만 휙 보고 가는 지금의 명절은 "이건 뭔가 아니다 싶"게 여기도록 하는 특별함이 있는 것이다.

<타샤의 특별한 날>도 그랬다. 참으로 오래전에 나온 책이고, 먼 나라 산골마을의 이야기지만, 사계절이 오고가는 것에 발맞추어 가면서 자연이 주는 혜택을 온통 누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행복하다"는 서술 한마디 없이도 너무나 잘 보여준다. 
전통을 지키는 것, 자연과 한 식구가 되어 그에 순응하며 사는 것, 우리가 신봉해마지 않는 자본주의적 가치들에서 한 발짝 이상 물러나는 것, 그런 것이 얼마나 "신나고 멋있고 재미있고 부러 따라하고 싶은" 것인가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왕 옛날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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