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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 늙다리 ㅣ 보리피리 이야기 5
이호철 지음, 강우근 그림 / 보리 / 2008년 12월
평점 :
이미 TTB 리뷰에 영화 <워낭소리>가 언급이 되네요. 아마 이 책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워낭소리>도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아니, 열광하실 거예요.
예고편만 봐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는데, 영화관에서는 정말이지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내내 울면서 봤습니다. (주말 저녁의 객석은 거의 꽉 차 있었는데, 나만 그렇게 질질 울고 있는 게 아니라 참 다행이었어요 ;;)
영화에는 인간과 동물이 따로 보여지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 '자연'이 있었을 뿐입니다. 자본주의, 산업화, 도시화의 파도를 거스르는, 그래서 사뭇 거룩하기까지 한 우리의 '본향' 같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소들이 한 덩어리로 보여지고 있었습니다. 직접 관련이 없다 해도, 우리는 그들을 양분 삼아 이렇게 살아왔겠지요...
(워낭소리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 소 늙다리>도 소와 사람이 한 식구였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늙다리'는 집안에서 가장 열심히 일 잘하는 식구 같고요, 늙다리가 낳은 '망나니'는 천방지축 말썽꾸러기 막내 같습니다.
놀기도 바쁘고, 일하기도 바쁜 주인공 '호철이'의 시선으로 시골집을 한바퀴 빙 둘러보세요. 동네 개울가로 나가서 씽씽 신나게 놀기도 하고요.
저만 해도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는 진짜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지, 이젠 어른이 된 주인공 호철이의 마음을 그런대로 잘 느낄 수 있었는데... 흠... 그 느낌과 그 마음을 이 책만 가지고 지금 아이들한테도 잘 전해줄 수 있을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달걀 한 개><산나리> 같은 '보리피리' 시리즈의 전작들에서도, 어쩌면 이런 얘기가 어른의 향수를 털어놓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됐습니다. 물론, 몸에 좋은 음식은 억지로라도 먹여야 하는 것처럼, 담백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음식 같은 이런 책들은 이해하든 못하든 읽히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
그런데도 이 책과 <워낭소리>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건, 지나간 시대의 유물 같은, 대량생산의 시대에는 걸맞지 않아 폐기되어 버린 그런 농촌공동체적 가치를 왜 지금 줄줄 눈물 흘리며 돌아봐야 하는가를 그 영화는 참으로 아프게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와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어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이상으로, 더 아프게, 더 마음 불편하게 우리를 깊은 생각 속으로 데려갔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