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날 눈뜨고코베인 콘서트 '바훔톨로메 쑈'가 있었다. 작년에 있었던 공연 '아들아 너는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를 미처 못 본 참이라 아쉬웠는데 무려 내 생일날 콘서트를 한다니, 반가워서 얼른 예매. 

 눈뜨고코베인이란 밴드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7년 대중음악상 Nominee 음반에서였다. 후보로 올랐던 노래 제목이 바로 <그 자식 사랑했네>. 허허, 밴드 이름도 웃기고 노래 제목도 참 별나다 생각하며 대수롭잖게 들었는데 ... 이상하게도, 슬픈 것도 같고 웃긴 것도 같은 이 노래가 한동안 귓가를 맴돌았더랬다.  

전업으로 음악을 하는 건 아닌 멤버들이라서 그런지 1집은 2005년(아니, 2006년인가?)에, 2집은 2008년에 나왔다. 사실, 1집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좀 웃긴 노래를 부르는 '엽기밴드'라고만 생각하고 그냥 젊었을 때 한때 이렇게 놀다가 말겠지, 뭐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2집도 냈고, 왠지 분위기가 확 달라진 걸 느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가 "음악계의 박민규"라 불렀던 것이 정말 딱 맞다고 느낀 건 '엽기'라고만은 할 수 없는 블랙유머의 가사들 때문이었다. "아들아 너는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 / 아버지는 죽기 전에 얘기했지 / 네 엄마 일찍 죽은 것도 다 그것 때문이다"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 "아빠가 벽장 안에 있을 리가 없잖아 / 아빠는 영국으로 출장가신 거야 / 꼭 그렇게 말해야 해 엄마 속 썩이지 말고 / 옆집 아이들이 물어봐도 / 꼭 그렇게 말해야 해" (아빠가 벽장) 같은 주옥(응?)같은 가사를 보라지.  

박민규도, 눈뜨고코베인도, 앞으로 오랫동안, 재미있고, 뼈아프고, 슬프고, 웃기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이런 노래와 소설을 계속 보여주면 좋겠다아... (박민규 소설 읽은 지 오래 됐는데, 슬슬 나오실 때가 되지 않았을까? 너무 기다려진다. 요샌 소설 읽는 낙이 엄따..)

콘서트를 보고 와서 뒤늦게, 정말 뒤늦게 1집을 샀다. 현장에서 들었던 1집과 EP에 있는 노래들이 좋았거덩. 1집의 <말이 통해야 같이 살지>와 <어색한 관계>를 좀더 듣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았다.  

<말이 통해야 같이 살지>는 리더인 깜악귀 분위기가 아니다... 했더니, 보니까 드러머 기하의 곡이다. "말이 통해야 같이 살지! 너 때문에 맨날 노래를 하는 나는 언제쯤!" 하는 가사의 반복. 아이씨, 이 시대의 필청곡이라 하지 않을 수 엄따. (음악 파일을 올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네 ;;)

<어색한 관계>는 기타 치는 목말라 분위기의 곡이다?... 했는데, 음... 깜악귀 곡이네. 목말라가 마치 자기 곡인 듯 어찌나 어색하게 잘 부르던지! ^^   그날 사진 한장. 



목말라의 살인미소(!)를 제대로 못 찍어 안타깝다. 인사말을 쪽지에 적어왔다면서 더듬더듬 읽었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 옆에서 연리목은 막 웃고 있는데, 뒤에 있는 기하는 역시나 안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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