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네 설맞이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
우지영 글,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설 무렵에 소개할 책을 떠올리다가, 아, 맞다! <연이네 설맞이>가 있지!! 하고 무릎을 쳤다. 

표지에 나온 연이의 사랑스런 모습에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참으로 곱고 예쁜 그림책이다.  

설이 다가올 무렵부터 설날 아침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정성스레 명절 준비를 했는지 꼼꼼하고 정겹게 보여주는 책.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다정한 글도 참 좋고, 어느 인물 하나 배경 하나도 허투루 그리지 않은 그림은 몇번이고 뜯어봐도 질리지 않는다. 설날에 유치원 다니는 조카에게 세뱃돈과 함께 건네주면 엄청 좋아할 것 같다.

그... 그런데 말이다, 

설맞이를 위해 준비하는 이 엄청난 것들...!!  

다듬이질을 해서 옷감을 준비하고, 두툼하게 햇솜까지 넣어서 온 식구 설빔을 짓고, 떡국을 끓이기 위해 산에 가서 꿩을 잡고, 갖가지 강정 만들기 위해 엿을 고고, 십리길 장터에 나가 차례상에 올릴 음식 재료들 사오고, 떡메로 쳐서 반죽 만든 떡을 손으로 길게 늘여 가래떡 만들어 꾸덕꾸덕 굳히고, 흰콩 갈아 두부 만들고, 녹두 갈아 빈대떡 부치고, 온갖 나물 조물조물 무치고... 엄마 설빔 짓느라 밤을 꼴딱 새운 언니는 전을 부치다가 꼬박꼬박 존다아 ㅠㅠ (나는 이 대목에서 왜 울컥... 목이 메어오지?) 거기다 대청소까지 해야 하고, 언니는 동생 목욕까지 시켜야 ...

아아... 분명 이것은 아름답고 훈훈하고 정겨운 풍경이건만,  왜 나는... 연이가 아니라 연이 엄마와 연이 언니에 감정이입이 되는고냐 ;;  

설에 만날 조카에게 이 책을 읽어준다면, 연이의 예쁜 설빔도 설빔이지만 그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갔는지, 차례상에 오른 그 많은 음식들이 어디서부터 와서 누구의 손을 거쳐 이렇게 맛있는 세찬으로 태어났는지 꾹꾹 강조점 찍어가며 얘기해줄 테다!  

아,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왠지 내 허리가 조금 휘어진 것처럼 고단하기도 하지만, 새해맞이를 위해 조그만 일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던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올 설 음식엔 작년보다 정성을 더 보태야겠다고 맘먹어 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