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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사면서 누른 Thanks to 리뷰에는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작품"이라고 씌어 있었기에, 어쨌거나 초큼의 기대는 했더랬다. 음... 3시간 정도만에 휘딱 읽었고, 얘네들이 과이연 어떻게 되려나 하는 궁금증 때문에 중간에 잘 쉬지도 않고 책장을 넘기긴 하였다.
요즘 나오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이렇게 단언하기는 좀 그렇지만, 뭔가 '이야기'가 있고 등장인물의 행동거지에 그럴 듯한 인과관계가 잡혀 있는 소설은 동화 아니면 청소년소설 영역으로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그러니까 2008년 겨울호 계간 <창작과비평>에 '신예 소설가 6인선'이 실렸는데, 거기 실린 젊은 소설가들의 작품을 읽고... 아아, 그야말로 안드로메다로 가는 기분이었달까 @@ 어린이 청소년문학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내게, '이것이 요즘 소설이다'라는 것을 알려준 그 특집은 자못 충격이었고, 솔직히 말하면 "야... 그래도 동화작가들이 소설가보다 더 예민하게 세상에 대해 촉수를 세우고 있구나... " 하는 자부심 비슷한 것이 밀려올 지경이었다 ;;
<꼴찌들이 떴다>는, 그렇다. '지방 소도시'의 '공업고등학교'에서 변변한 자격증 하나 없는, 그야말로 2등 3등 시민 자리를 예약해놓은 '꼴찌들'의 이야기다. 내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일단 이런 '소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말이 된다.' 등장인물들은 주연이고 조연 모두가 사연이 있고, 하는 행동의 인과관계가 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쪼끔 짜게 평가를 하자면, 신비로운 예쁜 여학생 '은향'이는 왜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완득이>의 윤하랑 비슷한 위상인 것 같은데, 그만큼의 존재감은 없다.)
아이들의 대화는 생생하고, 출구를 찾지 못해 미쳐버릴 것 같은 그들의 내면도 잘 그려져 있다. 여기저기서 충돌하는 주류(라고 믿고 싶어하는 2등 시민들)/비주류의 충돌도 현실감 있다. 그런데,
결말 부분이 심히 불만이다. 흠... 내겐 너무나 뜻밖의 해결책이 나온 것이다. (나는 이 소재를 보고서 청소년소설계의 '박민규'를 기대했던 것 같다.)
이런 희망이 있다고... 작가는 믿고 싶었을까? 그래도 좋은 어른이 있다고, 모범적이고 상식적으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줄 아는 기업의 오너가 있을 거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난 막장인생 청년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공부해서 기능사 자격증이라도 얼른 따놓자, 그래야 (꼴찌로라도) 취직을 하지... 아이들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이런 것밖에는 정말... 없는 걸까? (이렇게 써놓으니까 내가 결론을 너무 단순화한 것 같다... 어쨌거나 작가는 난생 처음 몸으로 부대끼며 세상을 겪어본 뒤에 오는 진지한 깨달음에 대해 얘기하려 했을 것이다,라고 이해는 한다.)
이 '꼴찌' 아이들이 부딪혀야 할 세상은... (나도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이미 지옥이다. 갈수록 더 그럴 거고... 기성세대인 나는 그래서 한없이 미안할 뿐... 이 세상은 이미 지옥이라고, 너희는 온몸이 부서지도록 싸워야 한다고, 어디서 어떤 어른이 뒤통수를 때릴지 모른다고 얘기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걸 갖고 있는 나는 너무 무심하고 무책임한 거 아닐까... 착하디 착한 이 책의 결말에 불만이면서도, "그럼 어떻게 얘기해줘야겠어, 이 청춘들한테?" 하는 반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니 뾰족한 답은 없다. 이러니, 작가도 책을 쓰면서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 확 슬퍼졌다... 꼴찌들에게 보내는 '위로'를 넘어서, 새 세대를 끌고나갈 발칙한 전복적 상상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인 것일까아...?
* 찌질한 불만 하나 더 : 책 뒤 '작가의 말'에 보니, 작가가 감사하는 첫번째 대상이 출판사 사장님이다. 응? 정말요? 혹시나 시상식장에선 이런 말 할 수 있지만... 글쎄, 책에다 정색하고 이런 말을 넣는 건 왠지 좀...